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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존 싱글턴(R.I.P) 영화의 또 다른 주연, 사운드트랙
    rhythmer | 2019-06-1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남성훈


    1991
    년 데뷔작인 [보이즈 앤 후드, Boyz n the Hood]로 흥행은 물론,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감독 존 싱글턴(John Singleton)이 지난 4 29일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1968년생인 그의 나이는 불과 51세에 불과했다. 존 싱글톤은 '90년대 초반 갱스터 랩을 통해 흑인 거주지역의 실상을 주류 사회에 드러냈던 힙합 음악과 같은 역할을 영화로 이뤄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보이즈 앤 후드] 속 흑인 청년이 처한 현실의 적나라한 묘사는 이른바 후드 필름(Hood Film)에 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기도 했다.

     

    재닛 잭슨(Janet Jackson)과 투팍(Tupac)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포에틱 저스티스, Poetic Justice](1993)에 이어 좀 더 사회적으로 흑인의 시선과 입장을 진중하게 보여준 [캠퍼스 정글, Higher Learning](1995) [로즈우드, Rosewood](1997)는 그가 단지 젊은 천재감독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1970년대 전후로 유행한 흑인관객을 위한 흑인영웅이 등장하는 영화) 대표작인 [샤프트, Shaft](1971)의 속편이자 리메이크작인 [샤프트](2000), [보이즈 앤 후드]를 떠올리게 하는 [베이비 보이, Baby Boy](2001)까지가 그의 전성기라 할만하다. 다만, [분노의 질주 2, 2 Fast 2 Furious](2005)를 시작으로 대형 상업영화로 폭을 넓힌 이후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저평가 받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특히,
    싱글턴 감독은 충분히 즐길만한 이야기를 통해 흑인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낸다는 공통점 때문에 힙합 아티스트들로부터 아낌없는 존경과 애정을 받았다. 그는 아이스 큐브(Ice Cube), 투팍, 스눕 독(Snoop Dogg), 안드레 쓰리싸우전드(Andre3000),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같은 힙합 아티스트들을 주요 배역으로 과감히 캐스팅했다. 이를 통해 힙합 문화와 그의 영화가 같은 배경을 공유한다는 걸 숨기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영화 속에서 힙합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감독이었으며, 10년간의 전성기 동안에 연출한 여섯 편의 영화 중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스코어를 맡은 시대극 [로즈우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힙합/알앤비 중심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냈다. 재미난 것은 그 영화들이 존 싱글톤의 작품 중에서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보이즈 앤 후드'를 제외하고) 제작한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아직 그의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블랙뮤직 팬이라면, 아래 간략히 소개하는 사운드트랙을 차례대로 감상하며 순서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Boyz ‘n’ the Hood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1991)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 아이스 큐브가 마치 영화의 배경이 되는 L.A 지역을 소개하는 듯한 “How to Survive in South Central”이 흡입력 있게 앨범을 연다. 이후 서부 갱스터 랩에 기반한 하드코어 힙합을 중심으로 당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댄서블한 알앤비가 수록되어 흥을 돋운다. 컴튼스 모스트 원티드(Compton’s Most Wanted) “Growin’ Up in the Hood”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강렬하고, 투 쇼트(Too $hort) “It’s Your Life”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두 곡 모두 각 아티스트의 정규작 [Stright Checkn’ Em](1991) [Short Dog’s in the House](1990)에 수록됐던 곡이다. 같은 이유로 [보이즈 앤 후드] 사운드트랙은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들었을 라디오 채널을 틀어 놓은 것 같은 감상을 제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5CX4x9KP0g

     

     

    Poetic Justice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1993)

     
     

    [포에틱 저스티스] 사운드트랙도 힙합과 알앤비의 조합으로 엮인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재닛 잭슨과 투팍 주연의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둘의 참여도는 크지 않다. 특히, 재닛 잭슨이 그녀의 첫 영화인 [포에틱 저스티스]를 찍으며 영감을 얻어 쓴 “Again”은 영화에 사용됐고 영화 장면을 사용한 뮤직비디오까지 나왔으나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수록되지 못했다. 투팍의 “Definition Of A Thug Nigga” 4년 뒤 그의 사후 앨범인 [R U Still Down?(Remember Me)]에 다시 수록되기도 했다.

     

    어셔(Usher)의 공식적인 데뷔가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Call Me A Mack”에서 앳된 목소리의 14살 어셔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스타 그림(Mista Grimm)의 명곡 “Indo Smoke”, 더 타임(The Time) 1981년 곡을 리메이크한 티엘씨(TLC) “Get It Up”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알찬 구성의 앨범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QB5qRDRyU

     

     


    Higher Learning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1995)

     

     

    다시 존 싱글턴의 영화에 출연한 아이스 큐브의 “Higher”가 포문을 여는 앨범이다. 이 곡에서 흥미롭게도 아이스 큐브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완전히 영화 속 캐릭터에 몰입한 맞춤형 가사를 썼다. 당연히 대학에 진학한 흑인 청년이 겪는 사건이라는 영화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영화를 본 후에 감상하면 강렬함이 더하다.

     

    오리지널 수록곡의 비중도 늘었다. 역시나 힙합과 알앤비가 중심이고, 미스타 그림, 아웃캐스트(Outkast),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과 같은 이들의 완성도 있는 곡을 들을 수 있는 앨범이지만, (Rock)의 비중이 커진 것도 특징이다. 수록 곡 중 여성 록 아티스트인 리즈 페어(Liz Phair) “Don’t Have Time”이 그래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2SVWeRh394

     

     

    Shaft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2000)

     

     

    [샤프트] 1971년에 나온 동명 영화의 속편이자 리메이크다. 그리고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인스트루멘탈 트랙 중심인 1971년판 사운드트랙은 걸작으로 여겨지는 앨범이다. 2000년 작의 사운드트랙은 재미있게도 아이작 헤이즈의 “Theme from Shaft”를 첫 곡으로 다시 수록하며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2000년 사운드트랙은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재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앨범의 유일한 싱글인 알 켈리(R. Kelly) “Bad Man”을 비롯해 슬리피 브라운(Sleepy Brown) “Automatic” 등등, 지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트랙이 다수 수록되었다. 2019년 새로운 [샤프트]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역시 힙합/알앤비 중심의 사운드트랙도 준비 중이라니 나중에 비교하여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10olgAMvdo

     

     

    Baby Boy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2001)

     

     

    아마도 존 싱글턴 영화의 사운드트랙 중 최고작이라 여겨질 앨범이다. 영화에 출연한 스눕 독과 타이리스(Tyrese)가 함께한 “Just a Baby Boy”에 이어 라파엘 사딕의 “Just a Man” 연타가 귀를 즐겁게 하며, 앨범의 마지막까지 완성도 있는 힙합/알앤비 트랙이 꽉 채워져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요 장면을 곡 사이에 배치하여 구성에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강렬한 갱스터 랩, 감미로운 알앤비 트랙과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명곡이 황금비율로 섞여 있다. 존 싱글턴이 직접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는 것도 감상 전 알아 두면 좋은 사실이다. 영화 [베이비 보이]도 충분히 호평받지 못한 작품으로 분류되지만, 사운드트랙이야말로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할 걸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osmJr6Y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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