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식케이 - Officially OG
- rhythmer | 2020-04-10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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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식케이(Sik-K)
Album: Officially OG
Released: 2020-03-24
Rating:
Reviewer: 황두하
하이어 뮤직(H1GHR MUSIC) 소속의 식케이(Sik-K)는 레퍼런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특히,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스타일을 대놓고 따라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뿐만 아니라 발표하는 곡마다 특정 곡을 카피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상업적 성과와는 별개로 장르 팬들 사이에서의 이미지가 악화됐다.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식케이가 조금 억울해할 법하다. 오토튠을 먹인 랩싱잉과 트랩 뮤직 프로덕션으로 대표되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트렌드를 따라가는 래퍼들은 그 말고도 매우 많고, 음악적으로도 자세히 들어보면, 스캇이 구축한 스타일과 결이 좀 다르다. 일례로 “랑데뷰 (Rendezvous)”나 “party (SHUT DOWN)” 같은 그의 대표곡들은 현재의 미 메인스트림 블랙뮤직으로부터 영향받은 팝 랩에 가깝다.
레퍼런스가 충분히 떠오를만한 곡들이 종종 보이지만, 이는 식케이 외에도 한국힙합 씬에서 수없이 봐온 것이다. 그는 작년 초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FL1P]에서 이모 랩(Emo Rap)을 선보인 것처럼 당시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단지 유행을 따르는 것과 유행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쿠기(Coogie)와의 합작 앨범 [S.O.S (Sink or Swim)] 이후 약 반 년 만에 발표한 EP [Officially OG]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는 전곡을 프로듀싱한 구스범스(GooseBumps) 덕분이다. 여전히 미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지만, 독특한 소스를 난입시키고 독창적인 사운드 전개를 통해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더불어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화기엄금]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의 색깔에 맞춰 프로덕션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그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Season Off"”부터 보너스 트랙인 “WATER”까지 이어지는 후반부의 프로덕션은 매우 탄탄하다. 그중에서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독특한 질감의 하이햇이 인상적인 “"Season Off"”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각각 크루 두메인(Do’Main)과 레이블 하이어 뮤직의 단체곡인 “DO MAIN 2020”과 “WATER” 역시 피처링 게스트 모두 일정 기량 이상의 랩을 보여주며 앨범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그러나 정작 앨범의 주인공인 식케이의 퍼포먼스가 아쉽다. 트랙 대부분에서 관성적인 멜로디 라인의 랩싱잉으로 일관하며, 탄탄한 프로덕션에 발맞추지 못한다. 또한, 팔로알토(Paloalto)와 더 콰이엇(The Quiett)이 참여한 “NO HOOK”이나 단체곡들에서도 게스트에 묻혀버린다. 가사 역시 버벌진트(Verbal Jint)에 대해 존경을 표하며 그의 가사들을 재치 있게 빌려온 “VJ IS CLASSIC”을 제외하고는 뻔한 표현들이 죽 이어져 듣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결과적으로 [Officially OG]는 식케이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구스범스라는 뛰어난 프로듀서의 조력으로 사운드 면에서는 개성을 획득한 반면, 퍼포먼스 적으로는 여전히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오랫동안 카피캣 논란에 시달렸던 아티스트가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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