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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재달 - Bomb Head
    rhythmer | 2021-01-11 | 3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재달
    Album: Bomb Head
    Released: 2020-12-05
    Rating: 
    Reviewer: 황두하









    재달은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
    활동과 별개로 독자적인 음악 영역을 구축해왔다. 밴드 쟈코비플래닛에서 활동한 이력도 한몫했다. 그는 첫 EP [Adventure](2017)부터 랩과 얼터너티브 팝, 혹은 록과 힙합를 적극적으로 결합한 음악과 독특한 싱잉 랩을 선보였다. 이모코어(Emo-Core)와 힙합을 결합한 이모 랩(Emo Rap) 트렌드와는 결이 다르다. 보컬과 프로덕션 전부 전통적인 방식의 결합에 가까웠다. 여기에 본인의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우직함을 드러내는 가사로 그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첫 정규 앨범 [Bomb Head]에서 그의 색은 더욱 짙어졌다. 힙합의 농도가 다소 옅어진 대신 일렉트로닉과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지분이 늘어났다. 재달과 함께 전곡을 프로듀싱한 제임스 키스(James Keys)는 리얼 악기 연주와 디스토션을 잔뜩 먹인 신스 베이스 연주로 사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언뜻 벡(Beck)이나 콜드플레이(Coldplay)의 음악이 떠오르다가도 랩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패닉의 음악을 소환하기도 한다.

     

    상승하는 신시사이저로 시작해서 드럼앤베이스 사운드가 주도권을 쥐는 첫 곡 흘려부터 본작의 방향성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흡사 시공간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soom)”빙글빙글 2”에서도 시원하게 뻗는 일렉 기타와 신시사이저로 록,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절묘하게 조합하고, 중반 이후에 포진한 “z”, “RED FACE” 같은 곡에서는 뉴메탈과 펑크 록(Punk Rock)까지 아우르며 사운드 스케이프를 확장한다.

     

    중간중간 힙합 음악의 대표적인 요소를 난입시키며래퍼 재달의 정체성을 슬쩍 드러내는 것도 흥미롭다. “돈키호티의 후반부나독수리”, “의 중반부에 쓰인 808 베이스와와츠롱에서 보컬과 어우러지는 디제이 바무스(DJ Vamos)의 스크래치 구간은 대표적이다. 특히, 808 베이스와 리얼 드럼 사운드를 적절히 운용하며 장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가로지르는 제임스 키스의 센스를 치켜세울 만하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프로덕션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건 재달의 퍼포먼스다. 그는 랩과 노래를 자연스레 오가며 록에 더 가까운 트랙들에서도 훌륭하게 곡을 이끌어나간다. 특히, “빙글빙글 2” “z등에서는 랩을 마치 록 보컬처럼 활용한다. 이를 통해 랩과 록, 두 장르가 지닌 특유의 감흥을 복합적으로 전달한다. 그 색깔은 전혀 다르지만, 랩이라는 보컬 형식의 가능성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에서 미스티컬(Mystikal)의 랩을 마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보컬처럼 활용했던 마크 론슨(Mark Ronson) “Feel Right”이 떠오르기도 한다.

     

    본작의 내러티브는 명확하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질투와 고민에서 벗어나별종인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족, 친구와 함께 삶을 돌파해 나가는 것. 재달은 이를 특유의 직선적인 표현 방식과 구체적인 단어 선택을 통해 풀어냈다. 한 가지 장르로 정의내리기 힘든, ‘별종다운 앨범의 사운드와 어우러져 묘한 설득력을 갖는다. “와츠롱어쩔래 누구도 나처럼은 노래 못해 / 불만 있으면 나랑 끝을 볼래 / 멀쩡한 놈은 없을 거야 절대’란 가사는 앨범의 주제와 태도를 압축해놓은 구절이다.

     

    장르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 장르 간의 병렬적 결합이 아닌, 각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화학적 결합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늘어났다. [Bomb Head]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도 한국에서 록과 랩/힙합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들이 종종 있었지만, 어설픈 시도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본작은 두 장르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기반으로 전에 없던 수준의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크루의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재달은 '누구도 그처럼 하지 못하는' 커리어를 잘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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