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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Pharrell Williams - G I R L
    rhythmer | 2014-03-15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harrell Williams
    Album: G I R L
    Released: 2013-03-03
    Rating:Rating:
    Reviewer: 이병주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황금기는 2000년대 안에서 넵튠스(the Neptunes)의 이름으로 그 화려한 시작과 내리막을 보일 것 같았지만, 2013“Blurred Lines”“Get Lucky”로 시작해 올해에 이르기까지 그는 더 빛나는 순간을 누리고 있다. 솔로 뮤지션으로서나 팝 아이콘으로서 자리매김은 더욱 확고해졌고, [슈퍼배드2, Despicable Me 2]를 통해 독특한 뮤직비디오 이벤트와 함께 소개된 뒤 이번 2집에도 수록된 “Happy”의 성공은 특히나 그러한 흐름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나 특징은 리드 싱글 노릇을 한 “Happ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가사와 프로덕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사실 길다면 긴 세월 동안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그의 음악 스타일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그리 큰 변화를 맞이한 적이 없었다. 물론, 왕성한 활동량으로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고, 이런저런 장르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건조하게 부각되어 카랑카랑하게 몰아치는 신스음과 단단한 리듬은 그의 이름이 올라 있는 음악에서 항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러한 특징들이 기본 바탕에 깔렸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더 힘을 뺀 느낌인데다가 힙합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펑크(Funk)에 대한 세련된 해석과 댄스뮤직이 더 중심축으로 이동해 들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N*E*R*D 시절의 록 어프로치를 여전히 확인할 수 있는 트랙(“It Girl”)이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Justified]를 작업할 당시와 유사하게 펑크의 재현에 힘을 쓴 곡(“Brand New”)을 비롯해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최근 협업의 성과를 이어가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Gust Of Wind”에 이르기까지 큰 의외성 없이 예측 가능한 스펙트럼 안에 여러 곡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음악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스케일이 커진 듯한 느낌도 있는데, 이는 현악기 활용의 확대와 함께 많은 트랙에서 이전보다 덜 건조하게 공간감을 부여한 측면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는 그의 음악 스타일 안에서 변화라기보단 최근 주류 음악들의 프로덕션 및 엔지니어링에서 전체적인 흐름이 그렇게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니 그 틀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물론, 비트 메이킹이 아닌 멜로디를 짜는 데 있어서 “Happy”처럼 강렬하면서도 대중적인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부분은 예상외라고 할 만큼 돋보이는 성과이긴 했다. 짧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이번 앨범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퍼렐이 여태껏, 혹은 지금 어떤 비트를 만들었든 간에, 그는 더욱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을 더 많이 노래하고 있는 한 앨범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다만, 앨범을 두고 거창하게 이야기했던 여성과 관련된 주제들은 막상 앨범을 통해 표현된 내용을 접해보니 다소 맥빠지는 부분이 있다. 여성을 향한 찬가라는 틀은 뚜렷하지만, 그 안에서 담아낼 수 있는 무수한 지점을 그냥 지나쳐가며, 굳이 그러한 가사의 방향을 강조하지 않은 일상적인 음악들에서 접할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들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시지에 문제의식이 담겨있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구체성이 결여되어 가사를 통한 감상의 묘미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에게서 그렇다고 새롭고 뚜렷한 음악적 캐릭터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통해 부각되는 부분은 퍼렐 윌리엄스의 가수로서 재탄생이지만, 그 밑에서는 스타일리쉬한 프로듀서가 밀려있던 세월의 흐름을 한꺼번에 소화하며, 다소 무뎌진 모습이 발견된다. 간단히 말해서 이 앨범의 음악들은 이전에 비해 그리 섹시하지 않다. 좀 더 편하고 흥겹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의 싱글 몇 개는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의 귀에 강렬하게 꽂히고 사랑받겠지만, 우리가 접했던 아주 많은 히트곡들의 보편적인 성취에서 벗어나는 지점은 없다. 이 앨범이 시대를 뛰어넘거나 혹은 대표하는 무언가를 담아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가 넵튠스라는 이름을 통해 빚어낸 과거의 클래식들을 되돌아보면, 즐겁게 노래를 듣고 그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추면서도, 스멀스멀 일어나는 아쉬움을 끝내 외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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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할로윈1031 (2014-03-17 13:53:25, 175.202.126.**)
      2. 와오아.. 올해의 앨범이닷.
      1. Drizzy (2014-03-16 14:28:11, 211.176.67.***)
      2. 작년 Blurred Lines, Get Lucky 때가 퍼렐의 전성기인줄 알았는데, 올해 Happy하고 이 앨범으로 또 전성기 찍는 거 보면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개인적으로 Know Who You Are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앨리샤 키스와 퍼렐이라...
      1. pusha (2014-03-16 12:05:35, 123.214.63.***)
      2. Happy 한곡 만으로도 별점 4개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함
      1. 윤정준 (2014-03-16 10:50:38, 61.102.87.***)
      2. 넵튠즈를 통해 빚어낸 과거의 클래식들을 되돌아보면
        어찌 아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앨범의 특유한 밝고 신나는 에너지는
        사람들의 기분을 실제로 좋게 만들어 줘서 좋았습니다.
        Happy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곡임에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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