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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Mobb Deep - The Infamous Mobb Deep
    rhythmer | 2014-04-11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Mobb Deep
    Album: The Infamous Mobb Deep
    Released: 2014-04-01
    Rating:
    Reviewer: 강일권









    비록, 그들이 영위했던 황금기보다 흑역사로 점철된 기간이 훨씬 길지만, 몹 딥(Mobb Deep)이라는 이름은 90년대 동부 힙합 사운드를 기억하는 열혈 힙합 팬들에게 여전히 애틋한 기억과도 같다. 언젠가부터 (솔로든 듀오의 것이든) 그들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대보다는 의리(?)로 찾아 듣게 되는 것 역시 그러한 심경에서였다. 이렇듯 한때 씬을 호령하던 위치에서 추억을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지경에 이른 몹 딥이 부활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했던 건 해복(Havoc)이 프로덕션의 감각을 되찾는 것. 그리고 그 전조가 엿보인 건 작년에 발표된 해복의 앨범 [13]에서였다. 기나긴 내리막의 연속이던 그의 비트가 옛 QB 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건 정말 십수 년 만의 일이었다. 시기적으로도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오늘날 그들을 있게 한 역사적인 앨범 [The Infamous]의 발매 20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으니까 말이다.  

     

    듀오의 데뷔 20주년으로부터 1년이 지났고, 클래식 [The Infamous] 발매 20주년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발표된 [The Infamous Mobb Deep]은 이 모두를 자축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렬한 아우라를 풍긴다. 매섭고 차가운 감흥으로 폐부를 찌르던 해복의 황량한 비트와 프로디지의 황폐한 랩이 마침내 그들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Shook Ones Pt. II" "Survival of the Fittest"처럼 듣는 이를 압도하는 트랙은 없지만, 이 완벽한 두 곡을 넘어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고려하면, 본작은 몹 딥에게서 다시 한 번 90년대적 모습을 바라던 이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구성의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앨범 속 비트는 그야말로 몹 딥의 전성기, , [The Infamous] – [Hell On Earth] – [Murda Muzik]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총망라하는데, 특히, 해복의 총괄 프로듀싱 아래 여러 명의 후배 프로듀서가 참여하여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그중 거리의 향이 물씬 풍기는 멋들어진 싱글 "Taking You Off Here"로 문을 연 해복과 함께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건 일마인드(Illmind). [Hell On Earth]에서의 스네어 패턴과 오늘날 트랩 뮤직의 리듬 패턴이 교묘하게 맞물리고, 후렴구에서 곁들여지는 신경과민적 신스가 곡의 감흥을 배가시킨 "Say Something", 건조하고 투박한 드럼 위로 음울한 기타 리프, 혹은 건반이 어우러져 몹 딥 특유의 무드를 잘 살린 두 곡 "Dirt" "Murdera" 등등, 그가 만든 3곡은 모두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들이다.

     

    비트 부차(Beat Butcha)와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의 곡들인 "Timeless""My Block" 역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특히, 이 곡들은 몹 딥의 이전 결과물 중에서도 특정 곡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어 더욱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Timeless" [Murda Muzik] "Where Ya Heart At"의 감동을 재현하고 있으며, "My Block"은 도입부와 진행되는 무드에서 언뜻언뜻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 프로디지(Prodigy)가 합을 맞췄던 "Tick Tock"의 후속작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죽었던 프로덕션이 살아난 것만큼 프로디지의 랩핑이 되살아난 것도 큰힘이 됐다. 특유의 날카로움과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느릿함과 저음만 남았던 그의 플로우에 다시금 카리스마가 깃들었으며, 그 덕에 살벌한 위협과 자기 방어로 무장하고 내뱉는 거리와 범죄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강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프로디지의 랩이 부활하니 해복의 랩핑과 콤비 플레이도 오랜만에 돋보이는 지점을 여럿 만들어낸다.

     

    더불어 이번 앨범은 익히 알려진 대로 [The Infamous] 녹음 당시 누락된 미발표 곡과 오리지널 버전 등이 수록된 디스크가 함께 구성되어 [The Infamous] 발매 20주년을 (미리) 기념하는 앨범으로서 소장가치도 상당하다. 특히, 오리지널 비트와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미발표 벌스가 추가된 “Eye for an Eye”, 몹 딥은 물론, 래퀀(Raekwon)과 나스(Nas)의 혈기왕성하던 시절의 프리스타일까지 엿들을 수 있는 “(2) Skit”, 싱글에만 수록됐던 “Survival of the Fittest”의 리믹스 버전 등은 참으로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악명 높은 몹 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실망스러웠던 듀오의 지난 행보는 좋은 신곡과 좋은 선물을 동시에 안긴 이번 앨범을 통해 상당 부분 만회될 듯하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부르짖었지만, 스스로 어느 순간 그 법칙의 희생양이 되고만 몹 딥은 이렇게 과거의 그들을 다시 소환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의 문을 열었다. 현시점에서 본작이 오랫동안 등 돌렸던 코어 팬들을 얼마나 돌아오게 할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거 하난 분명하다. 적자생존의 힙합 씬에서 그들은 여전히 QB 사운드를 무기 삼아 살아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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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김선생 (2014-04-11 20:07:29, 175.114.160.***)
      2. 아직 앨범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좋은 평이라니...
        안들어 볼수가 없네요
        고등학교때 제 워너비 였는데
        쭉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 할로윈1031 (2014-04-11 15:23:53, 175.202.126.***)
      2. 적절히 지금 위치에 알맞는 황량함으로 돌아왔네요. ㅋㅋ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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