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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eMC – The Turning Point
    rhythmer | 2014-05-26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eMC
    Album: The Turning Point
    Released: 2013-05-19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전설의 집단 '주스 크루(Juice Crew)' 일원으로 시작했던 마스타 에이스(Masta Ace)는 지난 2004년에 발표한 걸작 [A Long Hot Summer]를 끝으로 더 이상 솔로 앨범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것이 노장의 퇴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마스타 에이스는 평소 자신과 뜻을 같이해온 베테랑 콤비 워즈워스(Wordsworth)와 펀치라인(Punchline), 그리고 그가 격하게 아끼는 후배 스트릭클린(Stricklin)을 규합하여 그룹 이엠씨(eMC)를 결성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마스타 에이스를 제외하면, 유명한 이름들이 아니었음에도 힙합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멤버 모두 작사와 랩 실력이 훌륭한 리리시스트(Lyricist)였기 때문이다(물론, 워즈워스와 펀치라인은 일부 언더그라운드 힙합팬들 사이에서만큼은 이름값이 있었다). 이들은 곧 데뷔작 [The Show]를 통해 그룹에 쏠렸던 기대에 부흥했고, 많은 돈을 얻진 못했지만, 명예는 획득할 수 있었다.

     

    이후,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활동 소식이 뜸했던 이엠씨는 올초, 전 토미 보이 레코드(Tommy Boy) 설립자였던 톰 실버맨(Tom Silverman)이 세운 소니 산하의 레이블, 페널티 레코드(Penalty Records)와 계약을 맺었는데, 새집에서 내는 첫 결과물이 바로 이번 EP.

     

    마스타 에이스가 후반기에 집중했던 줄거리의 흐름을 중시하는 구성 방식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네 명의 랩퍼가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허풍을 가미한 과시)를 가미하여 근황을 전하는 걸로 시작하여 리리시스트가 모인 슈퍼그룹으로서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지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단단한 랩핑과 가사가 주는 맛이 쫄깃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킷(skit)의 활용도 두드러지는데, 주로 코믹하게 연출한 스킷은 곡과 곡 사이를 유기적으로 이어준다. 특히, 이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마약, 섹스, 클럽, 파티, 그리고 뻔한 거리 이야기에서 벗어나 욕설과 비속어를 남발하지 않으면서도 거리의 품위를 잃지 않은 언어들로 남자다운 랩퍼임을 과시한다. "Charly Murphie", "Sweet Potato Fries" 등은 그 대표적인 곡들이다.

     

    여기에 지난 2013, [Nickle & Dimed]라는 인상적인 앨범을 통해 차세대 샘플링의 고수로 부각한 포틴케이티(14KT)를 비롯하여 패브 번디(Pav Bundy), 데보라스 썬(Deborah’s Son), 디제이 사이언즈(DJ SCIENZ) 등이 만든 양질의 비트가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정규 6트랙은 두툼한 리듬 파트, 샘플링과 루핑에 충실한, 전형적인 동부 힙합의 감흥을 간직한 사운드로, 멤버들의 타이트한 랩핑과 어우러지기에 제격이다. 도입 17초가량 작금의 트렌디한(EDM 기운을 잔뜩 머금은) 힙합 사운드를 들려줄 것처럼 하다가 전통적인 진행으로 반전되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Stay Busy", 빈티지한 질감으로 시작하여 레게와 자연스러운 조화로 이어지는 "The Coolest" 등은 프로덕션의 센스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사실 본작은 하나의 완결된 중편이라기보다 미래의 장편 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마지막 스킷("Amg-Psa")에서는 올해 하반기 즈음에 그룹의 정규 앨범이 발표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진행되다가 중간에 끊긴 듯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이엠씨의 시작을 알리고,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그들의 랩은 이번에도 청자를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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