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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Open Mike Eagle – Dark Comedy
    rhythmer | 2014-07-10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Open Mike Eagle
    Album: Dark Comedy
    Released: 2014-06-10
    Rating:
    Reviewer: 지준규









    미국에는 오픈 마이크(Open Mic) 형식의 라이브 쇼들이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 이 쇼에는 관객과 공연자의 구분이 없으며 누구나 마이크 앞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뮤지션들에게 소규모의 오픈 마이크 공연들은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곤 한다. 특히, 주류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방식으로 음악에 접근하려는 인디 씬의 아티스트들에게 이 쇼는 본인 고유의 음악적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관객과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픈 마이크 공연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싱어송라이터나 포크 싱어들은 물론, 개성으로 똘똘 뭉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에게도 상당한 인기가 있다. 아이스 큐브(Ice Cube)나 스눕 독(Snoop Dogg) 같이 이제는 주류 시장에서도 당당한 입지를 과시하는 래퍼들 또한 이런 공연들을 통해 기반을 닦았고, 최근 자신의 4번째 솔로 앨범을 발매한 오픈 마이크 이글(Open Mike Eagle) 역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오픈 마이크 공연에서 이목을 끌며 성장한 캘리포니아의 언더그라운드 래퍼이다.

     

    오픈 마이크 이글의 음악은 흔히 아트 랩(Art Rap)이라는 용어로 규정된다(그가 직접 이 용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 아트 록계의 뮤지션들이 보여주었던 예술적 혁신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의 음악에선 주류 음악에 대한 반기를 엿볼 수 있다. 데뷔 때부터 기존의 스타일, 전통, 또는 관습과 단절을 선언한 그는 복잡하고 잦은 리듬 변화나 실험적인 사운드 구성을 비롯하여 깊은 의식 수준을 다듬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낸 가사까지,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있어 나름의 철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그의 진짜 능력은 이러한 난해함 속에서도 특유의 편안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단조로운 톤으로 나긋나긋하게 라임을 뱉어내는 그의 랩핑과 펑키한 그루브가 만나 완성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무질서하게 배치된 사운드들과 멋스럽게 어우러지며 매혹적인 경쾌함을 선사한다. 오픈 마이크 이글의 대표곡 중 하나인 “I Rock”을 통해서도 명확히 느낄 수 있는 그의 이러한 기조는 이번 [Dark Comedy] 앨범에서도 대부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을 암시하는 첫 번째 트랙 “Dark Comedy Morning Show”가 무난하게 지나간 후 등장하는 “Qualifiers”라는 곡에선 단조로운 기타 멜로디와 달가닥거리는 퍼커션 사운드, 그리고 직선적인 전자음들이 마구 뒤섞이며 약간은 귀에 거슬릴법한 비트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 위에 랩과 노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오픈 마이크 이글의 플로우와 계속해서 변형되는 백업 보컬이 적절하게 가미되며 느긋하면서도 안락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앨범 중반부의 “Idaho”라는 곡에서도 초반엔 난해한 전자음들과 음산한 피아노 음색이 지극히 단순한 드럼 비트와 결합되어 혼란스러움만을 가중시키는 듯하지만, 곧 그것들이 변주되고 새롭게 융화되면서 그 혼란을 누그러뜨리고, 곡의 전체적인 뼈대를 단단히 지탱해내는 오픈 마이크 이글의 부드러운 래핑 또한 감정을 점점 고조시키면서 애상의 정서까지도 멋지게 흡수해낸다. 

     

    이 외에도 비트는 평범하나 오픈 마이크 이글의 한층 성숙한 노래 실력으로 인해 인상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Very Much Money”나 강렬한 신스음이 집요하게 반복되어 분주하게 굴러가면서도 가사를 꾹꾹 눌러 담는 오픈 마이크 이글의 랩핑 덕에 중심을 잃지 않는 “Doug Stamper”, 우울한 음색들과 아름다운 멜로디간의 신선한 대조가 몰입을 유도하는 “Big Pretty Bridges”, 그의 힘찬 활력을 느낄 수 있는 “Information” 등의 트랙들 역시 오픈 마이크 이글이 지향하는 사운드와 랩이 지닌 흡입력을 체감할 수 있는 곡들이다.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픈 마이크 이글은 이번 앨범의 모든 곡에서 유머와 조롱 섞인 비판을 담아낸다. 그의 가사는 시의적절한 사회풍자부터 인종차별 같은 민감한 주제들까지도 언제나 그랬듯 재치 넘치는 언변과 화려한 라임을 통해 거부감 없이 표현해낸다. 하지만 그러한 가사들이 사운드와 만나면서 가지는 전달력 부분은 다소 아쉽다. 각 곡들에서 보이는 비트 자체의 견고함이나 그것이 보컬과 만나 이루어내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가사의 배경이 되는 비트들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뒤틀리는 것은 물론, 곡과 곡사이의 분위기 자체도 급격하게 전환되는 부분이 많아 앨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구성과 가사, 이들 각각에서는 오픈 마이크 이글의 치열한 고심과 다채로운 실험 정신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것들을 한데 녹여내는 방식에서 좀 더 영민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결점이 있긴 해도 결과적으로 곳곳에서 오픈 마이크 이글의 재능이 빛을 발하며 앨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행복과 고통, 웃음과 울음의 균형점을 영리하게 파고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해내는 오픈 마이크 이글의 사운드와 미학적 접근 방식은 그만의 독특하고 개인적인 영역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그대로 표출된다. 오픈 마이크 이글이 거둔 상업적인 성공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나 소수의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낳기에는 충분했던 이유가 또 다시 증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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