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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tatik Selektah - #WhatGoesAround
    rhythmer | 2014-09-06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tatik Selektah
    Album: #WhatGoesAround
    Released: 2014-08-19
    Rating:Rating:
    Reviewer: 양지훈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는 아직까지 힙합 팬들에게 완전한 신뢰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힙합 프로듀서이다. 스트롱 암 스테디(Strong Arm Steady)와 합작 [Stereo Type]과 자신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Extended Play]로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그는 여전히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듯한 기복을 보여주곤 한다. 게다가 지나칠 정도의 다작은 붐 뱁(Boom Bap) 스타일을 계승하는 프로듀서의 희소가치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어쨌든 셀렉타는 올해도 어김없이 동료 랩퍼들을 대거 이끌고 새로운 앨범을 내놓았다. 마치 '연중행사'로 기획하고 있는 듯할 정도다.

     

    이쯤에서 프로듀서가 게스트를 불러모아 양질의 앨범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잠시 생각해보자. 게스트 구성부터 조율은 물론, 앨범을 대표할만한 킬링 트랙이 서너 곡은 있어야 하고, 비트가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하되, 좋은 랩이 얹혀져야 비로소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이 계열의 걸작 중 하나인 피트 락(Pete Rock) '98년작 [Soul Survivor]에 필적하는 걸작의 탄생이 좀처럼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스태틱 셀렉타는 이 어려운 영역에 매년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그의 여섯 번째 앨범 [#WhatGoesAround]가 전작 [Extended Play]에 이어 그리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주로 소울과 재즈 샘플을 활용하면서 때로는 한 명, 때로는 서너 명의 언더그라운드 랩퍼를 초대했는데, 다행히 실망스러운 손님은 눈에 띄지 않는다. 초반부는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가 타이트하고 전통적으로 박자를 밟아가는 랩을 들려주는 "Carry On"이 인상적이고, 후반부는 전환된 비트 위에서 쿨 키스(Kool Keith)가 빠르지는 않지만, 강렬한 랩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God Knows"가 최고의 카드로 꼽힌다. 또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스태틱 셀렉타의 스크래칭 실력을 감상할 수 있는 "The Thrill Is Back"이나 멜로디컬하고 서정적인 비트와 비리얼(B-Real)의 조합이 신선한 "Overdose" 등도 인상적인 곡들이다.  

     

    갖출 것을 대부분 갖춘 듯하지만, 단점도 쉽게 노출된다. 가장 아쉬운 면은 샘플 소스의 활용이다. 앨범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스태틱 셀렉타가 색소폰이나 호른 등 너무 관악기 샘플에만 의존하는 성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일례로 랩퍼들의 빠른 랩에 어울리는 드럼과 베이스 라인을 잘 깔아놓은 "The Chopper"의 관악 음은 옥에 티가 되고 만다. "Alarm Clock"과 같이 안정적인 운용이 돋보이는 곡이 있는 반면, 이렇게 불안한 요소도 공존하기에 우리는 'Produced By Statik Selektah'의 문구를 보면 기대와 동시에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20개라는 많은 수의 트랙이 풍성함을 느끼게끔 하기보다는 집중력을 떨어트린다는 점도 아쉽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트랙을 엄선했다면 더 좋은 앨범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점이 확실하긴 해도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과 붐 뱁 계열의 힙합 팬에겐 어느 정도 만족을 주는 작품이다. 또한, 이따금씩 번뜩이는 샘플 조합으로 우리의 귀를 정화시키는 모습을 보면 그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프로듀서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본작을 듣고 나면 지금처럼 언더그라운드 랩퍼를 대거 초청하는 행사를 격년제로 변경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떨치긴 어렵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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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4-09-09 21:43:10, 1.241.197.***)
      2. 앨범에 담긴 랩은 대체로 좋습니다. 프레디 깁스, 액션 브론슨, 터매널러지 등은 독보적인 활약을 합니다. 근데 앨범의 주인공이 프로듀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현란한 랩에 부합하는 비트메이킹을 했느냐는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YES! 라고 말하기가 조금 힘들죠.

        그 점이 가장 아쉽고, 글에 명시한 것처럼 이 양반 실력을 떠나서 뭐 이렇게 욕심이 많냐...하면서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가장 믿음직한 붐 뱀 프로듀서가 될 수 있을텐데,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1. mp01 (2014-09-08 00:01:07, 123.214.63.***)
      2. 솔직히 프레디깁스는 투팍 이상인듯... 그냥 작살
      1. Bruce Mighdy (2014-09-06 20:44:50, 58.123.207.**)
      2. 곡의 무드 전환은 전반적으로 참 좋았던 작품입니다.. 근데 그게 되려 여유가 없었던 것 같은 아쉬운 느낌을 느낀건 어쩔 수가 없었지만, 수많은 게스트들의 말이 필요없는 실력이 이를 잘 보완해주지 않았나 싶은 작품에는 틀림이 없다고 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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