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XXX - Second Language
- rhythmer | 2019-03-23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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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XXX
Album: Second Language
Released: 2019-02-15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Second Language]는 XXX(엑스엑스엑스)가 작년 말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Language]와 짝을 이루는 앨범이다. 그만큼 XXX의 기존 음악적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전작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는 듀오가 발매 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팝 앨범’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과 무관하지 않다.우선 달라진 건 프랭크(FRNK)의 프로덕션이다. 귀를 찌르듯 날카로웠던 신시사이저는 본작에 들어서 한결 가벼운 질감으로 마감되었다.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신스와 드럼 소스들로 이루어지는 변주가 인상적인 인트로격 트랙 “무뢰배”는 대표적이다. 더불어 “우아” 같은 트랙에서는 전형적인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를 차용한 비트 위에 김심야의 공격적인 랩이 얹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날카로운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던 전작들과의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반면,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로 시선을 돌린 심야의 랩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기형적인 힙합씬과 한국 가요계를 노골적인 언어로 공격하며 통쾌함을 안긴다. “괜찮아”의 ‘다음 오디션 알아봐야 할 시간’ 같은 가사는 이러한 호전성을 대변하는 라인이다. 이어지는 “다했어”나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씬의 치부를 일일이 언급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기도 한다. 부와 명성, 그리고 음악적 성취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가 본작에 이르러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단순한 영어 가사는 발목을 잡는다. 한국어 가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가 영어 가사에서는 그 매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특정 플로우를 구사하기 위해 영어 가사를 끼워 맞춘다는 인상까지 든다. 이 같은 관성적인 한영혼용 가사는 김심야의 랩과 팀의 음악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게 만든다. 스타일이라기엔 단점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가사의 비중이 더 큰 후반부가 앨범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편, XXX의 음악을 대표하는 실험적인 변주가 지나치게 강박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커리어가 쌓여갈수록 변주가 진행될 것 같은 구간이 쉽게 예측되어서다. 그래서 XXX 음악의 핵심인 의외성이 많이 희석되었다. 때로는 기계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는 트랙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Second Language]는 XXX 음악의 긍정적인 변주라 할만한 작품이다. 힘을 뺀 프로덕션과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랩이 만나 전에 없던 바이브를 자아낸다. 프로덕션의 변화가 그들의 냉소적인 태도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임에도 이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힙합 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그들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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