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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콰이엇과 일리어네어... 너무 조용히 넘어가려는 거 아닌가요?
    june | 2013-05-21 | 22,683 Reads | 15 Thumb Up

    더콰이엇이 공익 복무 중에 영리 활동을 해서 문제가 되었죠.
    이전에도 이미 적발되어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활동하다가 또 걸린 거죠.
    싸이는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재입대를 했습니다.
    더콰이엇이 재입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정도로 별 일 아닌 것은 아니지요.

    공익요원들의 경우 복무 중 영리 활동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받습니다.
    훈련소에서도 교육받고, 근무지에서도 교육을 받고, 무엇보다 복무 중 한 번은 꼭 가야 하는
    일주일 간의 공익요원교육 중에서 수 차례 강조하는 사항이 바로 '영리 활동 금지'입니다.
    공익요원의 경우 퇴근 이후 시간이 비는 만큼 기타 영리 활동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기 쉽게 되는데,
    우선 병역 수행 중인 요원이 투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하고, 또 가정 형편 상 돈을 꼭 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는 현역 복무자들과의 형평성도 어긋나기 때문에 허가 받지 않은 영리 활동을 철저히 금지합니다.
    따라서 공익요원이 이를 어길 시에는 상당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철저하게 교육받습니다. 심지어 일주일 간의 공익요원 교육에서는 아무리 몰래 영리 활동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뒷조사를 해서라도 잡아낼 수 있으니까 정 돈을 벌어야 겠으면 사유서를 제출하고 정식으로 허가를 받으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콰이엇이 자신의 행위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 번 걸려서 경고까지 받은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영리 활동을 이어갔다? 그것도, 암암리에 한 것도 아니고, 아주 대놓고? 열심히 공익 복무에 매진하고 있는 다른 공익요원들과 현역 요원들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그에게 경고에만 그치도록 선처를 베풀었던 공익 관리자도 기만한 것이고, 또 그가 내세우는 스웨거의 가치를 믿었던 팬들까지도 기만한 것이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뭐, 어쨌든 간에, 규율 위반을 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죠.
    예전처럼 가난한 것도 아닌 더콰이엇이 굳이 저런 행동을 했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래 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2년 간 멈춰서서 뒤쳐지는 게 너무 싫었겠지"라고 대강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합시다. 문제는 이 문제가 알려진 이후 더콰이엇과 일리어네어의 태도입니다.

    일리어네어 공식 트위터를 보면 5월 초부터 "부득이한 사정으로 빈지노와 도끼만 무대에 서게 됐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몇 주 전부터 더콰이엇의 규율 위반이 적발되어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17일, 일리어네어 트위터를 보면 "Haters can't stop us"라고 적혀있습니다. 힙합 음악에서 워낙 많이 사용되는 관용어구이긴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그냥 관용적으로 사용할 의도로 적어놓은 트윗은 아닐 것입니다. 더콰이엇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일리어네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들을 hater로 규정하고 조롱하려는 의도로 적어놓은 트윗이겠죠.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단순히 관용적 문구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치더라도 말 그대로 시기가 시기인 만큼 경솔한 행동입니다. 아, 혹자는 'hater들의 인신공격성 비난'과 '대중의 정당한 비판'을 나눈 뒤 일리어네어의 트윗은 전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옹호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일리어네어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hater들의 마구잡이 비난을 조롱하기 전에, 정당한 비판 의견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담은 트윗이 먼저 있었어야죠. 사실 트윗 정도가 아니라, 정식으로 레이블 차원의 사과 메세지와 더콰이엇 개인의 사과 메세지를 담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그런 바람직함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최소한 트위터에서 짤막하게라도 사과, 아니, 한참 양보해서 유감의 뜻이라도 담은 글을 게시했어야죠. 일리어네어 레이블 차원의 트위터 사과도 힘들었다면, 적어도 더콰이엇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를 했어야 했고, 또 그것마저도 힘들었다면, 적어도 도끼나 빈지노가 유감 표시 정도는 했어야 마땅합니다. 그게 현재 힙합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레이블이자 뮤지션들로서의, 공인으로서의 책임이고, 또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죠. 그런데 일리어네어 트위터 계정에선 오히려 비판하는 의견들을 조롱하는 듯한 트윗을 내걸었고, 더콰이엇의 트위터 계정은 며칠 전부터 아예 비공개로 전환되었으며, 도끼와 빈지노의 트위터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일상적인 트윗만 올라오고 있습니다(특히 이 둘은 아직도 트위터를 통해서 swagger 자랑에 여념이 없던데, 더콰이엇이 공익 복무중이었음을 그들도 몰랐을 리 없었다는 점으로 보면 그들 역시 더콰이엇의 '찌질한' 위법 행위를 묵과한 것이라 봐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랑에만 몰두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라면 정말 창피할 것 같거든요). 일리어네어는 지금 최소한의 상식과 예절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힙합 커뮤니티들과 다른 힙합 뮤지션 및 관계자들은 조용합니다.
    물론 이 문제가 모든 힙합 커뮤니티에서 핫 이슈가 되어야 한다거나, 다른 힙합 뮤지션 및 관계자들이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뮤지션들의 경우, 동료 뮤지션의 잘못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러나 지나치게 이 문제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일리어네어의 사후 태도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고 그냥저냥 쉽게 넘어가기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국 힙합씬이 무슨 어린 친구들 나와서 장기자랑하는 수준의 코딱지만한 수준도 아니고, 슬슬 메이저 음악씬에서도 그 영향력을 높여갈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비윤리적인 잘못이 저질러지고 또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대응이 이루어지다니요. 솔직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더콰이엇의 음악을, 일리어네어의 음악을 즐겨 듣던 리스너이자 팬으로서(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리어네어의 최근 음악적 행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습니다만...), 더콰이엇과 일리어네어가 정식으로 입장 표명을 하고 사과의 의견을 발표하고 작금의 상황을 깔끔하게 해명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더콰이엇의 잘못이 '악질적이고 유아적인' 위법행위가 아니라 '실수'로서 양해될 수 잇을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국 힙합씬의 사회적, 윤리적, 정신적 성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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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태규 (2013-05-21 22:02:45, 58.148.176.**)
      2. 솔직히 빈지노는 당황스러울듯..잘을 모르지만 일단 자기 레이블 사장이 사고터진거니까요..빈지노 일리어네어 소속이긴 하다만 뭔가 혼자 좀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이 기회에 나와서 독자적 행보갔으면 좋겠습니더
      1. 공삼이 (2013-05-21 20:34:35, 175.223.60.**)
      2.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큐의 팬이었는데 굉장히 실망이네요.
      1. june (2013-05-21 12:41:29, 124.50.250.*)
      2. 세인트/ 그럴 수도 있겠죠. 사실 저도 공익으로 복무했기에 개인 의견 표출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강제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자중하라는 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했을 수는 있겠죠. 그렇다 해도 적어도 일리어네어 레이블 차원의 사과문이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더콰이엇 개인의 의견 표명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거리가 없고요. 아예 침묵만 하고 있어도 실망스러울텐데 적반하장 격으로 조롱하는 듯한 트윗을 남기기까지 하니까 정말 실망이 너무 큽니다.
      1. 세인트 (2013-05-21 12:19:22, 211.226.152.***)
      2. 추측입니다만, 이런경우 병무청이나 기관에서 더콰이엇한테 어떤 개인적인 의견표출도 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왔을 수도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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