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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탈 1집과 잡다한 이야기들
    엄동영 | 2010-11-13 | 5,459 Reads | 0 Thumb Up

    처음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접하게 된 것이 딱 2년전 이 맘때 즈음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당시에는 단지 '소몰이 발라드와 그저 그런 댄스곡'이 싫어서 가요를 멀리하고 있었고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중3때부터 귀에 달고 살았던 에픽하이의 음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거운 주제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mr.doctor나 Nocturne을 유난히 좋아하던 괴짜는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The Vitality라는 곡을 접하게 되는데
    이것이 필자가 접한 '첫' 언더그라운드 싱글이자 바이블이 되었고
    힙플에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The Vitality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웅장한 비트와 너무 잘 어울리는 묵직한 이그니토의 보이스를 유독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음악관과 진중한 태도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지요.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건 바로 레버넌스 1집의 Vitalogic.
    이 트랙에서 미쳐 날뛰는것은 이그니토가 아니었습니다.






    복잡한 엇박과 날카로운 표현, 일탈. 지금부터 이야기 할 앨범의 주인공이죠.

     

    제리케이의 일갈 ep에서 보이는 일탈의 모습은 지금의 그것과 비교하면
    고양이가 갸르릉 거리는 정도의 플로우라고 할수 있을정도로 풋풋한 느낌이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텍스트에서는 날카로운 이야기 전개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청자를 바라보고 있고
    소울베이직이라는 팀으로 활동할때 보여주는 그의 가사 역시 텍스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들을때 가사의 구조와 문학성을 유독 선호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물건'이 따로 없었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호감도와 기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2009년 바이탈리티 1집이 드랍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솔로곡인 Technocracy보다 Battlefield에서 보여준 일탈의 미친 래핑이 더 인상깊었습니다.

    정신없이 쏟아붓는 플로우는 '전장'이라는 곡의 상황설정과도 아주 딱 들어맞는 촉매로 작용하죠.

     

    V를 들으며 하앍하앍거리던 2009년 중후반기와 2010년 초반을 넘어오며
    조용히 잠들어있던 바이탈리티에서 하나둘씩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그니토 2집...바이탈리티 2집...그리고 일탈의 1집...!
    대한민국 굴지의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일탈의 유학일정이 잡히면서
    떠나기전 남은 기간동안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공개곡에서 들려온 신선한 사운드와 여전히 날이 서 있는 일탈의 리릭들로 필자의 기대는 최고치를
    매순간 경신하게 되지만...

     

    무려 6년(...)만에 돌아오신 가리온 형님들의 2집과 발매일이 겹치며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다른 앨범들과 같이 상대적으로 묻히게 되었습니다.

     

    허나 엄청난 기간만의 컴백에 그럼에도 수작을 뽑아내신 가리온 형님들이었기 때문이지
    결코 일탈의 첫번째 앨범이 퀄리티가 모자랐던건 아니었습니다.






    랩적인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어진 음절을 가장 큰 변화로 들 수 있습니다
    간결하고 정확한 딜리버리와 높아진 함축성이 돋보인 반면
    복잡하고 화려한 엇박은 보기가 힘들어져 랩 자체의 맛은 떨어진 양날의 검이 된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앨범에 맞게 차분하게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건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비트적인 면으로는 케슬로님의 또다른 모습이 돋보입니다.
    이전에 볼수 없었던 다양한 전자음 소스와 그것들 사이의 약간의 여백을 적절히 활용한 공간감 있는 비트를 주조해내어
    일탈의 랩(생활)을 담아내는 하나의 소공간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나 소스들 간에 불협화음이 보이는 부분이 드문드문 있어 케슬로님 특유의 세련된 맛이 떨어져버렸다는 점은 아쉽네요.

    바이탈리티 1집 CUBE에서 묘한 긴장감을 뿜어내는 비트를 제공했던 플래쉬백 역시 주목해야합니다.
    (사실...프로듀서진이 두분밖에 없으니까요...-_-;)
    21c출근길에서 보여주는 센스있는 소스사용과 퇴근길 저녁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 Cafe-H등의 트랙은 플래쉬백님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트의 퀄리티가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괜찮은데 괴물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탈의 1집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꽤나 단단한 초석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사의 함축성이나 논리적 전개에 있어서 보이는 치밀함은 물론이고
    '하루'라는 너무도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앨범 구성 또한 좋았습니다.
    1집에서 보여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엇박을
    다음 결과물들에서는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보태봅니다.

     

     


    워낙 졸필이라서 횡설수설하는 부분도 많고,
    전문지식이 모자라서 딜리버리에 다소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타지에서 학문의 바다를 헤엄치고 계시는 일탈님과
    이그니토 1집이후 영 뵙기가 힘든 배니싯 뱅님이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p.s1 인터넷이 구린건지 옮겨적고 글을 올리려고 하니 자꾸 내용이 잘리고 느리고 =_=;
           몇번째 올리는건지 모르겠네요 으얽...


    p.s2 여러 블랙뮤직 팬 분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리드머에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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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eeky (2011-08-02 19:16:17, 222.98.162.***)
      2. 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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