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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은 자유다'를 왜 부정하려고 할까요?
    PROBE | 2011-05-09 | 5,391 Reads | 0 Thumb Up



    버벌진트 아밀리 이후로


    가만보면 꼭 가만히 있는 명제를 애써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리드머에 올라온

    KRS One 강연 동영상에서 KRS one 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건, 엠씨, 디제이, 브레이킹, 그래피티가 아니다,

    그런 것들을 만들어낸 태도이다'


    힙합음악이, 아니 힙합음악의 대부분이 지금 어떤 구조로 형성되어있느냐

    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구조가 전부이고 본질은 아니지 않을까요,

    미술 감상은 그 그림이 어떤 물감으로 그려졌는지, 어떤 소재를 그렸는지

    어떤 붓터치로 어떤 도면에다가 그렸는지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 그림이 담고있는 다른 어떤 것을 감상하는 거죠


    미술관 잘 가지도 않으면서 미술드립이 항상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논점일탈이 아니라 적절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케알에스 원이 저렇게 말했는데, 노다웃이죠

    타이거 제케가 왜 '힙합은 사는 방법'이라고 말하겠습니까

    (힙합은, 4분의 4박자 리듬위에... 4가지 분야가 있으며...

    이렇게 설명 안하죠)

    랩하는 방법 뿐 아니라, 사실

    그 누구도, '힙합' 비트는 이렇게 찍어야 해, '힙합' 샘플은 이런 음원을 써야해

    '힙합' 디제이는 스크래치를 해야만 해, 뭐 이런 식으로 정해놓은 적 없습니다.

    다시 유엠씨 얘기 꺼내려고 한 건 아닌데

    "씨발 힙합은 자유 아냐?"라며 새로운 작법이나, 남들이 안하는 걸 한답시고 근거 없는 걸 하더라도

    그 뮤지션이 도태되는 과정이 지금처럼 게시판에서 자판으로

    진행된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랩은 그렇게 하면 안돼, 그게 룰이야"라는 논리 없이

    단순히 각자의 귀에 의한 판단으로

    그 뮤지션이 도태되느냐, 살아남느냐가 결정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각 장르의 '본토'가 아니면 실현되기 힘듭니다.

    가정하자면, 미국으로 넘어간 국악 이라거나

    또 한국으로 넘어온 힙합 같은 경우

    당연히 매니아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게시판 문화가 필요하죠

    이런 경우에는 규칙이나 구조를 넘어서려는 뮤지션들의 미래가 불확실해진다고나 할까)



    또, 그렇게 되야 뭐랄까, '다양성'이 보장되겠죠,

    만일 솔쟈보이가 한국에서 자녹게 랩퍼로 시작했다면, 악플 몇개나 먹고

    끝났겠죠,

    솔쟈보이 보면은 아직도 '랩 매니아'들에게 폭풍 까임을(전세계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분명히 듣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끼가 솔쟈보이 못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인터뷰 했었는데

    솔쟈 꺼 중에 Speakers going hammer가 가장 맘에 든다고 했었죠

    근데 저도 예전에 그 곡 한 번 듣고 지금까지 유튜브 들어갈 때마다

    한번씩 그 노래 듣고 합니다 들으면 어깨 들썩이는 걸 멈출수가 없어요 ㅋ

    이제 '훅'이 노래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아직도 솔쟈보이는 랩 매니아들에게 까이지만,

    솔쟈보이가 하는 걸 파 이스트 무브먼트도 하고있죠,

    그 누구도 "힙합에서 랩은, 훅보다 벌스가 중요해"라고 정해놓진 않았잖아요.





    결론?

    '힙합은 자유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때,


    "그건 표현 내용의 자유를 말하는 거지 표현 방법의 자유를 말하는 건 아니죠~"라는 식으로

    말들 하는데,

    전 저 자유에는 표현 방법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아니 애초에 아무도 표현 방법의 자유를 제한한 적은 없죠

    그걸 계속 찾아 듣거나, 한번 듣고 버리는 리스너들이 있을 뿐

    (여기에 한 번 듣고 게시판에서 떠드는 키워가 끼어드는 게 현실이구요)

    케이알에스 원이 한 말을 다시한 번 봅시다.

    "힙합은 ~가 아니라,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태도다"

    힙합은 자유다라는 말에 대고 "그 자유는 표현 방법의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야~"라고 한다면

    그건 마치 힙합에서의 표현 방법은 이렇게 저렇게 정해져있다, 라는 말밖에 안됩니다.

    근데 케알에스 원은 "힙합이라는 태도 때문에 이러이러한 표현 방법들이 생겨났다"

    고 말하죠,


    그 자유가 이 자유가 아니라 저 자유다, 이런 얘기와 관점이 약간 다르지 않느냐는 겁니다.

    케알에스 원이 그 강연동영상에서 말했듯이

    힙합은 더이상, 얼반, 스트릿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케알에스 원이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때에

    누가 힙합을 물어본다면, '얼반, 스트릿'의 개념을 설명하지 않았을까요(뭐래.. 나도

    사실 뭔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분의 사박자 리듬위에.."이러지 않구요 ㅎ



    이제는 힙합이라는 게 범위가 넓어지고 모호해졌기 때문에..

    그 누구도 힙합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명확하게 대답하긴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힙합은 자유'라느니, '힙합은 문화'라느니 하는 대답들만 남아있고;

    아 횡설수설인데, 전 '힙합은 자유'라는 말이야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유에는 디제이 쿨허크가 틀었던 음악이나 엠씨들이 외국 비트에대 랩해놓고

    뿌려된 믹스테입들의 자유(free, 공짜)도 포함되어 있고, 무엇을 말하냐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고

    표현방법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누가 재생기기를 악기로 변모시킬 수 있었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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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OBE (2011-05-10 17:10:21, 14.47.151.***)
      2. 부담보이님 제가 누굴 엿먹였습니까?? "모음의 반복이 라임일 수 밖에 없다"고 합의된 이후의 다른 랩퍼들이 고민은 당연히 가치있는 것이죠, 그러나 유엠씨는 그 합의 이전에 필요했던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랩퍼들은 그 단계를 스킵했다는 겁니다. 괜히 흥분하지 마세요
      1. Becks (2011-05-10 14:44:23, 211.214.162.**)
      2. 부담보이님 댓글 참 느낄게 많네요.. 동의 합니다
      1. 손명환 (2011-05-10 10:42:52, 115.93.33.***)
      2. 그니까 쉽게말해서, 아마추어리즘까지 자유 혹은 관용의 범위가 확장될이유가없다고생각한거죠 저도 동의하구요
      1. 손명환 (2011-05-10 09:46:53, 115.93.33.***)
      2. 힙합이 자유다 라는 이야기는 어떤 마인드적인 혹은 그 문화적인이야기라고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힙합이 문화적으로 수용되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그 음악과 그래피티, 비보잉들의 표면화된 예술들을 수용할 수 밖에없다고생각하는데,

        거기서 힙합 본래의 마인드라던가,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하는건 의미있지만, 또 크게 가치가있다고 생각하지는않습니다. 우리의 DNA를 융합시킬수있는거거든요.

        그니까 힙합은 자유다 이런건 록스피릿!-저항 자유! 그렇것들처럼 문화의 근간이되지만서도 공허한 그정도의 위상이아닌가합니다. 또 버벌진트가 비판한건, 그 문화적 근간자체가아니라,

        힙합이 힙합이기 위한 기본적툴. (그니까 힙합이자유다라는게 아예 규칙이없다는게아니거든요.루핑을 제거하고,라임도안쓰고 스네어를 안집어넣고그냥 따따부따라큰롤 힙합너블너블라시 덴저러스! 뭐이런거 한다고 그걸 힙합이라고 부르기는힘들지않겠어요?

        모든예술은 (회화라면 선이라던가, 또 피아노연주곡이라면 손의 제약이라던가 그런것들말이죠) 그 규칙상에서 한계를극복하는데에 혁신이있다고 생각하는데,

        버벌진트는 그 혁신이나 그런걸 핑계로한 물흐리기 혹은 이전에 힙합의 역사가 이뤄왔던 공과 체계에대한 모욕같은걸 참기힘들다 그런이야기가아니었나합니다
      1. 부담보이 (2011-05-10 07:10:45, 175.193.205.***)
      2. 유엠씨가 성공했다면 그건 랩이 아닌 다른 어떤 장르가 됐겠지 랩이 아니지요. 님 말씀처럼 라면, 기무치 모두 의의가 있지만 그것이 라멘, 김치가 아닌 거 처럼요.

        그리고 하나더! 어째서 유형의 시도를 그렇게 높이면서 타 랩퍼의 랩은 그리 깍으시는지? 대중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이 '이게 한국말이야? ㅋㅋ' ?? 전 정말 제 주위나 인터넷에 힙합과 전혀 상관없는(예를 들어 저희 대학교 게시판) 같은데 산이나 스윙스의 랩을 올리면 대부분 '와 한국어로도 랩 되게 잘하네요!'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유엠씨를 들려주면? ' ㅋㅋㅋㅋ 졸라 웃기네! 근데 이 사람은 머하는 거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랩에 별 관심없는 대중들도 본능적으로 랩과 다르다는 걸 인지 하는 거죠.

        문법파괴니 현실에서 쓰이지 않니 하지만 당연하죠, 랩은 언어 중 어떤 측면의 유희를 극대화하여 그걸 즐기는 건데, 과장스럽게 그 부분을 강조하는거죠. 영어랩도 흑인이 아닌 보통의 백인이 일상생활에서 그런 식으로 말 안합니다. 시적허용이죠.

        보통 대중들이 랩을 즐기지 못한다고 랩을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 그 전에 과연 한국에서 랩송이 대중화되지 않은게 한국어 같지가 않아서 일까요? 진짜 한국어 같지 않은 가사들은 요새 매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돌들의 가사 아닌지? 최근 대중적으로 가장 히트한 아웃사이더는 과연 한국어 전달력이 뛰어났나요?)차라리 랩이 무엇이고, 다른 장르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전파해야지요. 스킵이라? 라임이란 틀 안에서 한국어 랩을 발전시키는 많은 랩퍼들을 다 엿먹이는 멘트네요. 개인적으로 유엠씨나 나레이션 한다고 랩을 스킵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아니 했으면 랩이라고 하지를 말던지....

        저도 이만 하렵니다. 어차피 동리플 반복인데. 머 랩이 아니라고 느낀사람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되고 랩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되겟죠 머
      1. 힙학자 (2011-05-10 02:22:31, 61.252.222.**)
      2. 확인하셨으니까 제 댓글 지울께요.
      1. RAWQUIP (2011-05-10 02:21:38, 180.230.218.*)
      2. 유엠씨가 하는 그것이 욕을 먹을 이유는 없어요.

        다만 그것을 "랩" 이라고 한다면 잡음이 생기는거죠.

        저도 유엠씨의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습니다. 굉장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구요.

        그의 표현방식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하는 것을 랩이라고 한다면 무리가 있는거죠.

        여러 표현 방식들이 존중받는것과, 라이밍이 아닌 것을 랩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고리에다가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건 개인의

        자유고 표현 방식이지만, 그걸 한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것 처럼요.

        랩에 라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강박관념이나 "제한"이 아닙니다.

        그냥 라이밍이 랩이니까 그래요. 라임이라는 문화위에서 랩이 탄생했고,

        발전한거지, 랩이라는게 생겨난 후 필요에 의해서 라임을 추가한게 아니잖아요?

        국민이 있고 나서 국가가 있는거지, 국가가 있고나서 국민이 있는게 아닌것 처럼요.

        물론 라이밍이 아닌 다른 방식은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디 그룹들에 의해 시도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것을 랩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건 결국 힙합씬안의 구성원들 몫이죠.

        우리말로 라이밍을 하는게 정말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면 모를까,

        솔직히 수많은 랩퍼들이 도전하고 개량하고 발전시켜와서 한국말로도

        라이밍이 가능해지고 심지어는 boxer처럼 배틀까지 가능해진 지금

        (문법 파괴나 메세지 전달 측면의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가리온이나 진트, 타블로, 피타입 노래를 듣는데 그런게 느껴지던가요?

        문법 파괴는 사실상 어느정도 시적인 측면으로 다들 용인가능한 수준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구요)

        라이밍이 아닌 "무엇"을 랩이라고 칭하는 문제는 힙합의 태도나 표현 방식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그것이 랩이든 아니든 유엠씨가 하는 그것은

        힙합안에서 지지받을 것이고 존중될 가치가 있죠. 이 씬안의 그 누구도

        표현 방법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유엠씨를 제한하고 까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거 하지마라 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음)

        그것을 랩이라고 볼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따질 뿐이죠.
      1. PROBE (2011-05-10 02:20:20, 116.124.51.***)
      2. 힙학자//맞아여..; ㄳ; 힙플 글보고 여기 글싸는 거 솔직히 좀 죄책감 들어요 ㅋㅋ 근데 거기서 다시 잘 할 수나 있을지;
      1. PROBE (2011-05-10 02:06:58, 116.124.51.***)
      2. 진짜 좀만 첨언하자면, 동해, 아니 대마도와 부산 사이의 대한해협을 건너는데도 라멘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기에는 라면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라멘 그대로 한국에서 잘 먹을 수 있죠!. 그러나 먹을 거 없을 때, 자취생들이 먹는 건 라면이지 라멘이 아닙니다. 라면은 라멘이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한테 라멘은 일본식 원조 '라면'이죠. 그게 어쩔 수 없는 거라는 겁니다. 랩은 태평양을 건너왔습니다. 유엠씨는 라멘을 그대로 가져다가 일본 가게처럼 1인석 만들고 가게 앞에 발 치고 만들어 팔려고 했던 게 아니라, '라면'을 만들려고 했던 거죠, 유엠씨가 인터뷰에서 말하죠, 이런 흐름으로 오게 되어서 인프라가 확 줄었다고, 대중에게 못 다가가서, 만약 유엠씨가 성공했다면?(아직도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랩'은 지금의 라면처럼 정말 보편적인 무언가가 됬을 겁니다. 본토의 랩과는 확연히 달랐겠지만요,

        아니, 그런 시도 없이도, 지금 한국 랩 게임 잘 돌아가지 않느냐? 하고 자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건 자위에 불과해요, 최고의 랩, 정말 잘하는 랩, 밖에 나가서 들려주면 사람들이 동감합니까? 그게 안되는데 매니아들은 "힙합 가수가 나가수에 나가면 어떨까?"같은 망상이나 하고 앉아있죠, 버벌진트 랩을 들려준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버벌진트 카피랩을 제가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들은 말도 "아.. 우리말이었냐?" 였습니다. 제가 허접했겠지만 발음을 VJ삘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모음 강세의 변형과 리듬배치의 변형만으로 괴리감이 생겨버린 거죠, 이런데, SNP식 방법론이 성공했습니까? 그 방법론이 방법론이라 이름 붙일 수도 없는, 당연한 진리입니까?


        또 유엠씨 논쟁을 다시 시작했군요, 안타깝지만... 김도현씨가 10년동안 똑같은 논쟁에 몸받쳤듯이 저도 앞으로 그러게 될 수도..;; 반대편에 서서요, 제가 볼 땐 유엠씨의 고민은 정말 타당한 것이고 지금 다른 랩들은 그 고민을 걍 스킵한 거에 불과해요, 전 그걸 잘 즐기고는 있지만 주변 애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지는 못하죠..
      1. PROBE (2011-05-10 01:54:50, 116.124.51.***)
      2. 부담보이// 김치->기무치 하는 식의 변화는, 문화의 수입과 수출에 있어서 거의 항상 일어나는 일들이죠.(한국의 식량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의 라멘을 들여와서 삼양라면이 나왔죠.. 한국사람에게 그냥 라면이나 일본의 라멘이나 라면은 라면입니다. 라멘을 '일본 라면'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조리법도 다르고, 아예 태생이 다른 음식인데다 이름도 한국에서 바꿔불렀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우리나라 당시 사정에 맞게 라멘이라는 음식이 '정착'한 거죠.. 일본이 우리 라면을 어떻게 보든지 간에, 우리가 라면과 라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도 생각해보신다면 답이 될까요?) 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게 한이네요. 제가 볼 때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 바다를 건너면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오히려 어떤 문화의 외형과 형식은 절대 변해선 안된다 라던가 문화의 정체성이 외형과 형식에 있다는 주장이 하나의 도그마로 보이고 억지로 보이네요.. 유엠씨 논쟁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본문의 글이요. 말 그대로 "힙합은 자유"라는 명제에다 대고 "이 자유 , 저 자유"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것입니다.

        흠.. 소울, 재즈, 펑크의 뿌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힙합의 뿌리를 말하는 거에요. 거창해 보이는데 이런 거창한 주제에 대해서는 저도 리드머의 케알에스 원의 강연 동영상을 본 것이 전부입니다. 턴테이블과 DJ에 의해, 남의 음악을 재생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음악 연주의 개념이 되었다는 것, 디제이 쿨 허크가 공짜로 음악을 틀었다는 것 등등을 왜 케알에스 원이 그렇게 강조했을까, 영상 볼 때마다 감명은 깊지만 딱히 잘 요약은 안되네요.. 그러나 힙합이 자유라면, 그 자유는 표현방법의 자유도 엄연히 포함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그냥 힙합 음악 자체가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유엠씨의 시도를 부정하지 않는데 랩이 아니라구요? 아니요 인터뷰를 보시면 알겠지만 유엠씨는 '랩'을 하기 위해서 그런 시도를 하는 거죠, 라멘을 당시의 가난한 한국 빈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서 라면으로의 변형이 불가피 했듯이, 랩을 하긴 하는데 우리말에, 그래서 한국의 실제 대다수 대중들에게 맞게 하기 위해 랩의 척추라고도 할 수 있는 '라임'개념부터 재고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유엠씨는 다른 엠씨들의 랩을 '랩은 랩인데 참 병신같은 랩이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힙합 매니아들은 질질 싸는 버벌진트의 버터발음도 병신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걸요? 제대로된 우리말 문장이 손에 꼽히는 가사를 쓰는 스윙스? 뭔말인지 모르겠는 빈지노? 다들 최고라고 추앙하지만 그걸 보통의 대중에게 들려주면 돌아오는 반응은 "아.. 이거 한국말이었어? ㅋㅋ" 이정도일 겁니다. "우리말로 어떤 음악을 한다는데 우리말을 제대로 보존하는 게 먼저다!" 이거 보수적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당연한 관점이기도 합니다. 왜냐, 그렇게 할꺼면 차라리 영어 빡시게 뵈워서 영어로 랩하는게 레알이거든요! 가리온이 왜 인터뷰에 JK 언급하면서 "첨에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영어로 랩하는 걸 안좋게 보기도 했다"고 말할까요? 가리온이 추구했던, 그리고 지금도 추구하는 것도 그것이니까요, 우리말 랩이 우리말 다워야지, 안그러면 걍 영어로 해서 미국 랩게임에 뛰어드는 게 낫죠.(물론 가리온은 대다수가 생각하기에도 라임이 있는 랩을 하니까, 까이지 않고 리스펙 받고있죠, 하지만 힙플 보면, 어린 티가 나는 리스너들은 마치 알레르기가 있듯이 가리온에 반발하는 거 볼 수 있습니다. 철없는 ㅄ 키워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 답게 하느라 담백해진 랩이 왜 좋은지 당연히 이해가 안가는 걸 수도 있죠, 저도 가리온 랩 별로 안즐기네요 그러고보니)

        유엠씨에 대한 옹호는 이쯤 하겠습니다. 애초에 유엠씨 논쟁하려고 쓴 글은 아니에요, 물론 유엠씨 아니었으면 없었을 글이지만;
      1. 부담보이 (2011-05-10 01:23:07, 175.193.205.***)
      2. 프로브님은 일단 '힙합은 자유다'라는 명제를기본 전제로 도그마처럼 깔고 가시는데 왜 '랩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방법론에서의 명제는 무시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프로브님이 힙합은 자유다라는 주장은 어디서 나온겁니까? 아마 구체적인 출처는 없지만 본토의 분위기나 역사등에서 개들이 그러는 걸 보고 듣고 느끼신거겠지요. 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머 이러쿵 저러쿵 해도 가장 중요한건 개들이 그렇게 하고 그렇게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딱 유엠씨의 음악을 '기무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애들이 김치를 갖고 자기네들 먹기 좋게 매운 맛 딱 빼고 배추와 소금으로 간을 했다고 한국사람들이 그것을 김치라고 절대 보지 않죠. 더 나아가 만약 미국애들이 김치를 가져가서 배추를 버터 발효시키듯이 발효시켜서 먹는다고 해봅시다. 지들 스타일로. 한국에도 김치가 각김치, 총각김치 등 김치에 여럿이 있으니까 이거두 김치다!라고 우긴다면 콧방귀만 나올겁니다. 물론 그 음식들(기무치나 버터김치)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만약 음식으로 맛이 좋다면 새로운 음식으로 매니아나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치는 아니겠죠.
        저도 힙합의 뿌리가 태도에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뿌리가 힙합으로만 뻗어나갔나요? 소울이나 재즈 등 흑인음악 전반으로 빠져나갔다고 보는게 타당하지요. 헌데 랩음악이 그것들과 차이를 두고 독립적인 장르로서 이렇게 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독특한 구조와 형식이라고 봅니다. 아마 그 '태도'라는 것에서 더 많은 것이 나왔겠지만 이렇게 고유의 구조와 틀을 형성한 장르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것들은 잠깐 있다 사라지지 않았을 까요?

        물론 유엠씨의 시도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환영되야 겠고 그런 시도자체로 유엠씨가 욕먹을 이유는 하등 없지요.다만 랩이 아니라는 것뿐.
      1. PROBE (2011-05-10 00:51:33, 116.124.51.***)
      2. 부담보이// 유엠씨의 음악을 랩이 아니라고 말할 때 "랩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 룰이 그렇다"라는 식의 논리를 댑니다. 그리고 그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힙합은 자유다"의 자유가 표현내용의 자유일 뿐이지 표현방법의 자유는 아니라고 말들 하죠, 당연합니다. 힙합은 자유인데 거기에 표현방법의 자유까지 포함된다면 유엠씨는 아무 죄가 없거든요, (죄가 없다기 보다는 랩이 아닐 이유가 없거든요)

        "랩에는 반드시 라임이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그런 명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힙합의 본질이, 힙합을 표현하는 방법들의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생겨나게한 '태도'에 있다면? 그 태도란 것은, 단순한 재생기기이던 턴테이블을 연주기기로 바꾸고, 남의 음악에서 때온 조각들을 다시 맞춰 새 것을 만드는 태도였겠죠, 이 태도에 어떻게 '표현 방법의 자유'를 추구하는 태도가 포함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게시판에서 도태되는 것은, 각자의 사람들이 "좋으면 듣고, 싫으면 끄는"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거기엔 각자의 판단과는 별개인 불필요한 논쟁이 들어가요, 사실 게시판 문화는 반드시 필요하긴 합니다만, 유엠씨에 대해 논하기 위해 다들 라임의 정의가 뭐냐부터 시작하고 사람들은, 마치 스윙스가 말한 거처럼 라임을 "자음의 변화, 모음의 반복"이라는 식으로 (멍청한) 정의를 내리고 거기서 유엠씨에게는 라임이 없다고 단정짓기 시작합니다. 단정짓는다기 보다는, 논쟁에 의해서 단정지어지는 것이죠. 이런 게시판 문화에 의해 유엠씨가 당한 피해는 유엠씨가 그 누구보다 인터뷰에서 잘 설명했다고 봅니다. 만일에, 힙합과 랩이 소비되는데 아무 게시판 문화가 필요없는 커뮤니티에서 유엠씨가 등장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였어요. (물론 비 영어권이면서 그 정도인 커뮤니티가 있을까.. 그냥 가정일 뿐이지만요)


        아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어쨌든 랩에는 라임이 있어야 하기에, 제가 힙합 동아리 하는데 동아리 새로 들어온 분들에게 그런 식으로 모아놓고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랩에는 라임이 있어야 되요~ 거기에는 랩을 하다온 외국 친구도 있었는데, 그 사람 못알아 듣는데 나만 쏼라 쏼라 한국어로 하면 미안하니까 짧은 영어로도 무슨 말인지 대충 말했습니다. 그니까 그가 나중에 그러더군요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하냐, 라임 없어도 좋은 랩은 만들 수 있을 텐데"

        라임이 보편적이라는 영어권에서 온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솔직히 충격적이더군요, "이 사람이 사실 유엠씨를 아는 건가.." 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암튼 그래서, "아.. 라임이란 게 너네 나라에선 설명이 필요없는 거지만 한국사람들은 라임 맞추는 문화가 없어서, 랩에 라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을 해줘야 하기에 그렇게 말한 거다"라고 해명한 기억이 있네요
      1. 부담보이 (2011-05-10 00:31:47, 175.193.205.***)
      2. 게시판으로 도태되는것과 리스너들이 귀로 듣고 도태되는 것이 지금같은 인터넷 사회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차피 귀로 도태된다는 것이 듣고 청자들이 구리다고 피드백 하는것을 말씀하시는 걸텐데 저는 이런 논란이나 인터넷 글들 모두 피드백이라보고 보거든요.

        그리고 유형의 음악을 랩이 아니라고 하는것이 왜 힙합은 자유다라는 명제를 부정하는지 의문이네요. 프로브님이 쓰신 글에서는 별로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 힘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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