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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자를 위한 방법이란??
    조원희 | 2011-06-17 | 6,581 Reads | 9 Thumb Up

    글이 많이 깁니다.

    에이 이새끼 뭘 글을 이렇게 줄줄 길게 써 

    하는 분들은 맨 마지막에 요약을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제가 봐도... 꽤 열심히 쓰고 재밌게 쓸려고 노력했습니다 ㅎㅎ

    제가 읽을 땐 그냥 줄줄 읽혔습니다. 한번 읽을려고 시도라도 해주세요.



    뭐 어떤 병시….죄송합니다. 어떤 분이 와서 절 짜증나게 하긴 했지만

    한가지 좋은 건 저작권법이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경제학자고 (학부 경제학과 나왔으면 경제학자죠 그쵸?^^)

    법 또한 경제적으로 접근하라고...

    우리과에 장비 닮은 교수님이 얘기하셨습니다

     

    저작권법은 다르게 이야기 하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지재권은 경제학계에서 상당히 핫한 이슈입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지재권을 보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재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무슨 얘기냐하면 사회적 비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재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예가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문제는 에이즈인데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이 너무나도 비싸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적재산권의 산물인 약을 그냥 무료로 제공하라고 얘기합니다.

    거기다가 일부 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지적재산권이고 나발이고 일단

    기초학문에 관련된 책들을 그냥 제공해야 한다고도 얘기합니다.

     

    뭔 개소리야 이 새끼들이지재권은 당연히 보호되야지

    현행법이야 이자식아!! 무조건 지켜라고 주장하는 병시...죄송합니다 슈삼화같은

    어이없는 주장말고 지재권이 왜 보호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봅시다.

    간단합니다. 지재권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없다면 아무도 기술개발을 안 할거거든요.

    에이즈 예방약의 경우를 보면 제약회사에서는 에이즈 예방약의 권리를

    몇천억을 주고 어떤 연구진에게 구입했습니다.

    몇척억보다 훨씬 많은 이득을 볼거란 경제적 계산이 깔려있는거죠.

    물론 폭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제적 이득이 있기 때문에 치료제도 개발된거겠죠.

    음악이나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이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인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책을 쓰거나 음악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지재권을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잠깐 그럼 한가지 이상한 게 있는데 대체 왜 특허(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만료 되는거지?

    사회발전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거나 발명한 사람의 경제적 이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면

    죽을 때 까지 아니 자자손손 대대로 물려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 아니죠 왜냐하면 지재권 보유자 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모든 사람이 지재권의 산물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그게 이익이거든요.

    이 부분에서 예로 많이 드는 게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의 개발자(정확히 얘기하면 World Wide Web의 개발자)는 이 네트워크를 발명한 뒤

    아무런 욕심없이 그냥 일반 대중들이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공개해버렸습니다.

    이 사람의 인터넷 이용에 자신의 지재권을 주장했다면 아마 지금 세계최고의 거부가 되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은 인터넷을 무료로 공개했고 그 결과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개발자가 지재권을 주장한 것과 주장하지 않았던 것어떤것이 사회에 더 도움이 많이 됐을지는

    말을 안해도 매우 자명한 일이죠.

     

    그러니까 병시죄송합니다 슈삼화 같은 분들이 인터넷에서 반말을 찍찍하면서

    무논리한 주장을 피고 그렇게 좋아하는 블로그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조차

    보호되지 않은 지재권 때문이라는거죠. 아이러니 하죠?

     

    여기까지 논의를 보면 하나 확실한 것이 있죠.

    지재권이란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지재권에 대한 논의 자체가 진행중이다.

    따라서 현행법이 지재권을 보호해주는 것과는 별도의 문제로

    사회적인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레벨의 지재권 보호 자체는 반드시 논의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 대체 왜 일부 학자들은 지재권을 썡으로 무시하고 

    아프리카에 책이나 약을 무상제공하라고 하냐?라는 문제의 답이 나오죠.

    그게 사회적으로 더 이득이 될 것 같으니까! 입니다.  

    그 학자들은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사회적 이득'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아프리카에 무상제공이라고 생각한거죠.


    자 음악얘기를 해볼까요?

    음악은 음원공유가 불법적으로만연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죄송합니다 슈삼화는 그렇게나 교육을 강조했는데

    슈삼화가 자신의 주장대로 예비역도 끝난 20대 후반이라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케이블 음악채널들을 뒤덮던 공익광고들을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보아 이하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가수들이 나와서 불법음원은 No~이런 광고를 한동안 틀었습니다.

    그리고우리나라 mp3 불법공유가 사라졌나요?

    역사를 조금 더 올라가 보죠. mp3 불법 공유 이전엔 빽판이나 길보드가 지재권을 침해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길보드나 빽판들은 어떻게 서서히 사라졌을까요? 교육을 존나 열심히 해서입니까?

    저언혀 아니죠

     

    자 그럼 무슨 얘기냐?

    지재권은 항상 창작자의 보호사회적인 이득을 제대로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기능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슈삼화가 주장하는대로 불법적인 거는 논의자체를 하지 말고 그냥 존나 닥치고

    무조건 합법적인 일 안하면 다 범법자니깐 조용히 버로우타라 이쉐끼들아

    하는 주장자체가 아주 시대착오적이며 제대로 조화시키는 방법도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아무리 주장하고 교육해도 불법음원은 사라지지 않을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재권의 절대적인 보호가 정말 창작자의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해줄까요? 


    만약 그렇다면... 왜 뮤지션들이 지재권을 포기하는 발언을 할까요?

    요새들어서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블랙아이드피스 같은 거물들이 자신의 지재권을 존나

    그냥 포기해버리는 발언들을 존나 하고 있어요.

    윌아엠은 내 음악이 불법복제 안 될까봐 두렵다라고 얘기하고

    라디오헤드는 자기네 앨범 그냥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해버리고

    프린스는 자기 앨범 Planet Earth를 잡지부록으로 껴서 무료공개 해버렸어요

    이렇게 음악계 종사자는 물론 뮤지션들까지도 지금 음악시장이

    옛날과 같이 불법복제 하지말고 씨디 안 사면 죽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없다는 걸 아는 거죠.

     

    이런 상황하에서.... 창작자의 권리도 보호해주고 사회적 이익도 확보할 수 있는

    그 무언가의 방법은 현재 음악계를 비롯한 여러곳에서 논의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방법 중 하나로 음악메일링을 택했습니다.

    이걸 시작할 때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음악 메일링이 음악계 전체로 봤을 때와 사회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저는 제 방법 외에 어떤 것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제 생각에 어떤 헛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꼭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귀찮으신 분들을 위한 요약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는 이유는 창작자나 개발자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어서

    예술창작이나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재권이 보호되지 않아서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 또한 만만치 않다.

    지재권 보유자 한사람의 손해만 있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비용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작이나 개발의 장려'와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룬 방법이 강구되어야 하는데 

    음악계는 현재 불법음원이 만연해있는 것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처럼 무조건적인 지재권의 절대적 보호를 주장한다면

    창작자의 경제적인 이득과 사회전체적인 이득 모두 놓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어떤 새로운 시스템이 강구되어야 하는 과도기인데 

    그 상황에서 나는 음악 메일링이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같이 강구해보고 싶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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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악가 (2011-06-22 17:51:33, 124.59.87.***)
      2. 아마추어 음악가 입니다.
        그래도 돈을 주고 구매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저 제가 무식하게 음악만 좋아 미쳐서 사는 사람이라..
        사람들의 심리..음반산업의 미래...저작권법의 정의 ... 음악비지니스..등등 잘 몰라요.

        제 생각엔는 그냥 ~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 돈주고 음악을 듣고 공연장에 가는게 나도 좋고
        그 뮤지션도 좋고 윈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개인의 생각이니 우리 그냥 서로서로 취향이 틀리구나 하고 생각해 주셔요~
        모두들 좋은 음악생활 하세요!
      1. Gerome (2011-06-18 15:40:23, 222.109.121.***)
      2. 아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는 것하고 불법다운로드하는게 뭐가 다르냐고;; 잘못 썻네요
      1. Gerome (2011-06-18 15:38:32, 222.109.121.***)
      2. 전혀 상관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갑자기 리암인가 노엘 갤러거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뮤지션들이 불법다운로드에 대해 징징대는것 좀 그만 닥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카세트 테이프 시절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말이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는 것하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는 게 뭐가 다르냐고 말이죠. 그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거 같네요.
      1. 조원희 (2011-06-18 02:11:29, 66.124.28.***)
      2. //뮤직쿤
        잡지부록이 아니라 영국일간지에 첨부한거네요 메일 온 선데이 랍니다.
        저도 찾아보고 알았습니다 ㅎㅎ
        그는 음원을 무료로 공개하고 공연으로 돈 벌겠다고 선언했었죠...
      1. 외계소년 (2011-06-17 23:19:11, 175.197.17.***)
      2. euronymous 님께서 좋은 말씀 남겨 주셨내요.

        음반시장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봐요. 특히 SNS 를 통한 창작자와 리스너의 일대일 소통이 늘어난 후에 수익과 분배 유통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봅니다. 이제 대개업이나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창작자의 창작물에 접근이 가능해진 시대가 왔죠.

        미국 시장의 예로 온라인에 음원을 올리고 리스너들이 알아서 가격을 책정해서 직접 다운받는 사이트도 있고, 얼마전부터 생긴 우리나라 송페어 사이트 에서 조원희 님께서 생각하시는 메일링으로 음원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런 사이트들에 대형가수 (나는가수다 출신급) 들이 참여를 한다거나 하는 음원유통시장에 커다를 변화가 생긴다면 뭔가 달라질거라 봅니다. 물론 대기업들이 또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난리겠죠. 통신시장과 거의 맞물려서요. 여기에서 정부의 역활이 중요한데 작금의 친기업화 정부로서는 가망이 없죠

        창작자 스스로 권리를 영리하게 지키고 리스너들도 그것을 보호하고자 노력할때(리드머 회원님들처럼) 정부에서 그에 맞는 입법을 할 수 있게 되고 창작자와 리스너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겁니다.

        그 과정이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한걸음 씩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게 된 시간이 되어서 큰 공부가 되었내요.

        리드머가 한국 음반 시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게 회원분들이 모두 원하는 것이겠죠. 한국 힙합을 비롯해 묵묵히 창작하시는 분들에게 다시한번 응원에 말씀을 드리고 싶내요 ^^
      1. euronymous (2011-06-17 21:39:05, 183.102.139.**)
      2. 슈삼화라는 사람은 오로지 저작권법과 준법 정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뮤지션의 권리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뮤지션의 지적재산권이 보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가장 먼저 걸고 넘어져야 하는 게 유튜브나 V메오 같은 동영상 싸이트거든요.

        해외 앨범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국내 힙합 앨범도 발매 당일이면 전곡이 유튜브에 뜹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 동영상들 싹 다 다운 받아서 얼마든지 음원으로 변환할 수 있지요.

        근데 슈삼화는 유튜브는 국내 저작권법상 불법이 아니라 괜찮다고 하더군요. 대체 무슨 논리인지...

        대충 보니 슈삼화라는 친구는 힘들게 돈 모아 꼬박꼬박 음반 사 모으는 기특한 친구인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음원을 공유하는 게 못 견디도록 고깝게 보이나 봅니다.

        저도 꼬박꼬박 음반을 모으긴 하지만 지인들끼리의 음원 공유가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던데 말이죠.

        슈삼화 얘기는 그만 하고...

        제가 보기에 음원과 그에 관련된 저작권의 문제는

        아직도 확실히 결판이 나지 않은 문제인 듯합니다.

        결론을 내는 것에 앞서 담론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거지요.

        지금까지야 음원 제작자들과 대기업들이 음원 공유를 무조건 불법이라 몰아붙이며

        자기네들의 밥그릇을 필사적으로 지켜왔지만

        이제 음원 수익 배분의 불공정성도 차츰 알려지고 있는 마당이니

        새로운 논의들이 활발히 펼쳐져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원 다운로드에 대한 문제를

        사악한 불법 다운로더들 VS 억울한 뮤지션들

        이런 구도로 생각하고서 음원 공유를 무조건 천벌 받을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런 식의 이분법적인 구도는 이미 시대에 뒤처진 논의가 아닐까요?

        음원 공유가 불법이냐 아니냐? 이런 물음은 지금에 와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통해 음원을 전송할 수 있으니까요.

        불법인지 아닌지를 따지기에 앞서,

        음원 공유는 이미 인터넷 유저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습관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현실에 걸맞은 대안이 나오겠지요.

        근데 애초에 ‘불법 다운로드’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결국

        다운로더들 때문에 뮤지션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그렇다면 음원 공유의 문제도 뮤지션들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심히 음악 만드는 뮤지션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불법이니 합법이니 따지기 전에요.

        그렇다면 뮤지션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은 뭘까요?

        하나는 불공정한 음원 수익 배분이고

        또 하나는 도를 넘어서까지 마구 자행되는 음원 공유입니다.

        이 둘은 다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지요.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을 박살낸 사람들은

        정작 뮤지션들이 아니었습니다. 음원제작자들과 대기업들이었어요.

        음원이라는 형태가 사람들의 일상에 그토록 깊게 침투할 줄 몰랐을 테니

        발 빠르게 나서서 온라인 음원 시장을 자기들의 텃밭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음원제작자들과 대기업들이 지키려고 한 건 뮤지션들의 권리 혹은 생존권이 아니었고

        그저 자기들의 독점권이었던 거지요. 저작권법은 그럴 듯한 방패막이였을 뿐.

        그들이 정말로 저작권법에 의거해 뮤지션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려 했다면

        지금의 말도 안 되는 독과점 체제와 부당한 수익 배분 구조는 애초에 만들지를 않았겠지요.

        네티즌들이 그 어떤 음악이든 쉽게 접할 수 있게끔 적절한 수위에서 이루어지면 좋을 ‘음원 공유’가

        마치 범법자들의 커다란 범죄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배후에는

        음원제작자들과 대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던 겁니다.

        ‘음원을 공유할 수 있는 적절한 수위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이런 중요한 물음이 고작 음원 공유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같은 이분법적 논의 때문에

        깡그리 은폐되고 만 거지요.

        그러니 음원 공유에 대한 공론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채 ‘불법’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분별한 음원 공유가 판을 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음원 공유의 적절한 ‘기준’에 대한 담론조차 조성이 되어 있지 않은 마당이니

        누군가가 웹하드에 어제 나온 신보를 통째로 올리고

        모 가수 전집 토렌트 파일을 게시판에 뿌리고 다녀도

        그냥 불법일 뿐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불법? 그래. 수만 명이 들락거리는 웹하드에 버젓이 음원을 올려놓는 건 불법이라 치자.

        그럼 나머지는? 자기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음원 걸어 놓는 건?

        동영상 배경음악으로 집어넣는 건?

        내가 만든 음악을 맛보기로 무료 공개하는 건?

        유튜브에 업로드한 뒤 그 영상을 공개 게시판에 올리는 건?

        채팅하던 외국인에게 한국 가요 앨범 몇 장 전송해 주는 건?

        친구들 십여 명에게 음원 파일 나눠주는 건?

        수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들에서 음악 트는 건?

        시디를 산 뒤에 시디 뜯기 아까워서 음원을 공짜로 받는 건?

        시디 사기 일주일 전에, 어차피 시디 살 거니까 괜찮겠지 하고 공짜 음원을 받는 건?

        절판되었고 음원 파일도 없는 음반을 지인의 인코딩을 통해 만들어진 음원으로 받는 건?

        공짜 음원 = 불법 이라고 잘라 말하기엔 이처럼 수많은 개별 사례들이 존재하고

        음원 공유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더 많은 논의들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실제로 단속이 가능한가 아닌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겠지요.

        제가 이승철 시디를 리핑해서 공시디로 구워 카피본 10장을 만든 다음

        그걸 제 친구들 10명에게 공짜로 선물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겠지요.

        하지만 경찰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단속하진 않습니다. 단속하기도 불가능하거니와

        이승철이라는 뮤지션에게 심각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원 공유도 어떻게 보면 비슷하겠지요.

        제가 네이트온에서 만난 지인들 10명에게 이승철 시디 음원 파일을 뿌린다고 해서

        당장 제가 경찰서에 끌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이승철이 저를 고소할까요? 아닙니다.

        온라인 음원 공유는 시디 굽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간편하게 해치울 수 있고

        흔적도 안 남아요. 서로가 입 다물고만 있으면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온라인 음원 공유를 막는 방법은 애초에 전송이나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음원 파일을 만들거나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친구에게 담배 한 대 뽑아 주듯 음원 공유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음원 공유가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다고 해도

        웹하드에 버젓이 앨범을 통째로 올리는 것처럼 도를 넘어서까지 공유를 하면 안 되겠지요.

        그렇기에 음원 공유의 수위에 대한 담론이 필요한 겁니다.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논의 자체가 차단 당한 결과 무분별 공유가 판을 치게 된 거예요.

        그걸 단지 개념 없는 업로더들 탓이라고만 돌리면 안 됩니다.

        그 업로더들 다 잡아들여 봤자 새로운 업로더들은 줄줄이 생겨날 거예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대기업들 배를 불려 주는 게 아니라

        뮤지션들에게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왜 뮤지션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가? 이걸 먼저 물어야 하고

        온라인 음원 시장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찍은 낙인 때문에 무조건적인 불법이 되어 버린 ‘음원 공유’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음원 공유를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음원 공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지금까진 자본을 등에 업은 장사꾼들에 의해 논의가 주도되었지만

        이제 그 주도권을 음악 소비자인 리스너들과 창작자인 뮤지션들이 다시 가져 와야 한다는 거지요.

        논의야 복잡하게 흘러가겠지만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권리

        리스너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권리

        이 두 가지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놓고 논의를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음원 공유가 일상화된 시대에 음원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인가?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미국 음반 시장에서 얻을 수도 있겠지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1. 뮤직쿤 (2011-06-17 17:21:04, 220.122.244.**)
      2. 프린스는 자기 앨범 Planet Earth를 잡지부록으로 껴서 무료공개 해버렸어요

        //이 부분 읽다가 너무 크게 웃어버렸어요. ㅋㅋㅋ그 잡지 이름이랑 몇월껀지 좀 알려주시죠? ㅋㅋㅋ 글은 정말 잘봤습니다. 조원희님은 저번에 미스 홍당무 보고 쓴 글에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했음. ㅋ
      1. 조원희 (2011-06-17 16:21:55, 76.172.149.**)
      2. //파파이
        네 뭐... 법치주의 강조하는 이명박같은 슈삼화는 아마 댓글을 달지 않겠지만
        (물론 달지 않는 이유는 논리가 딸리기 때문에)
        이걸로 왠만하면 논의의 끝을 보고싶네요... ㅎㅎ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곽지훈
        윽...너무 캐캐묵은 거라서 ㅋㅋㅋㅋ
        앞에 가서 글 몇개 보고오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ㅎㅎ
        짧게 얘기하면 음원을 메일로 보내주는 겁니다.
      1. 곽지훈 (2011-06-17 16:17:08, 220.76.48.***)
      2. 글 잘 읽었습니다. 음악 메일링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1. Popeye (2011-06-17 15:48:55, 168.120.97.**)
      2.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ㅋㅋ
        저는 음악메일링에 대단히 동의하는 의견인데요,

        예를 들자면..
        요즘 우리나라 인디음악을 대중들이 흥미를 가지고 잘들어주는 추세라고 생각되는데
        (*근데 그쪽음악에 문외한인 친구가 인디음악을 듣는거보고 와 너도 이거 듣는구나 했을때 그 친구가 저한테 요즘은 이런 음악이 대세고 트랜드지 좀 있어보이는거야라는 플러스마이너스?같은 현상도ㅎ;)
        솔까 알면 알았지 얼마나 알겠습니까? 조원희님이 생각하신 음악메일링 덕분에
        제가 모르고 있던 신세계를 알고 들음으로서 실제로 음반몇개 주문했습니다^0^

        뭐 제가 앨범모으는걸 좋아하니 그럴수는 있겠지만 씨디안모으고 진짜 안좋아하는
        아니면 음반이 주는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죠 ㅠㅠ 그래서 그나마 주변에 조금 듣는
        제가 앨범을 사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들려줄수도 있는거고 이것이
        또 하나의 communication web이 만들어지는 방법이 아닐까합니다.
        (조원희님이 말씀하신대로요 ㅎ)

        슈발화님의 발언은 좀 유감입니다만
        한국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물리적인 음원이 꺼지고 있는 상태여서 ㅠㅠ
        이제는 언더랩퍼들 혹은 뮤지션들 조차도 온라인음원을 가지고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견일수도 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음악메일링보다 더 큰 문제가 리드머,힙쁠,디씨같은 커뮤니티의 활성화라고 생각되는데, 힙플같은 경우는 저는 개인적으로 좋게봅니다.

        신발화같은 분들이 몇몇 계시지만 그런 커뮤니티를 안다는 자체가 뮤지션들에겐
        얼마나 고마운일일까요?!

        디씨는 잘몰라서 언급을 못하겠지만 리드머도 일부매니아들만 모이는 소소한
        웹이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대중들이 어울리는 자리가 마련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article의 주제가 흑인음악이지만 일반대중들에게 쉽게 전달될수있는
        공감가는 이야기라던지요 ㅎ

        힘들게 음악하면서 매일 700원짜리 밥먹고 다니는 태국형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내가 음반을 시장에 내논다면 그것은 정말 형식적인 행동일뿐이야' 라면서
        mpc조낸 갈기더라구요 ㅎ

        그래도 행복하답니다. 이 형이 만드는 음악이 온라인상으로 불법배포되곤하는데
        비록 불법이라도 이것으로 인해서 인기 라디오고정게스트로 발탁이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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