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뷰,감상평]Return of the Super 'Rap' Evil
    엄동영 | 2011-10-08 | 7,383 Reads | 2 Thumb Up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 사이먼 도미닉은 한때 사기캐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각종 피쳐링에서 멋진 랩을 선사하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아메바 컬쳐에 합류, 역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이센스와 더불어 팀을 결성한다. 이름하야 한국힙합 최고의 드림팀, 슈프림팀(Supreme Team)이다. 그들은 메인 스트림에서 발표하는 싱글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민힙합돌'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는데 성공한다. 특히나 사이먼 도미닉은 특유의 사투리와 걸쭉한 입담으로 예능까지 진출하며 슈프림팀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앞장서고, 그것은 꽤나 고무적인 성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몇몇 매니아들은 이에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내곤 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여주던 강력하고 하드코어한 성향대신 선을 지키는 음악을 강요받을수 밖에 없었던 환경과 졸지에 '랩괴물'에서 우스갯거리 '쌈디' 로의 캐릭터 변화가 전혀 익숙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은 그들이 이제 묵직한 한방을 담은 힙합을 들려주기 힘들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몇몇 극단적인 사람들에게 지금껏 그들이 보여온 힙합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처치가 된 그들. 필자에겐 그저 메인스트림의 딜레마를 안게 된 언더출신의 안타까운 현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부활을 위해 국민할매가 되어야만 했던 현실, 안타깝지만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 말이다.


    여러 시끄러운 평가 가운데 슈프림팀은 활동을 접고 그에 맞춰 사이먼 도미닉도 예능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항간에는 그들의 솔로 앨범이 나올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후 그들은 공식적으로 솔로앨범 준비사실을 인정하며 슈프림팀이 아닌 사이먼 도미닉과 이센스로의 솔로활동을 예고한다. 비록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춰지긴 했지만, 그들은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사이먼 도미닉의 1집이 발매된다.


    비록 꽤 많은 매니아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의 랩을 들려주던 그 모습 그대로, 선을 지키는 '쌈디'로 앨범이 시작할거라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다. 앨범의 첫트랙부터 '네 생각? 퍽이나 잘 들어맞네'라고 비웃듯이 외치는 사이먼 도미닉의 모습에서 필자는 바로 그때 그 시절, 사이먼 도미닉이 사기캐라고 불리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가 메인스트림에서 이뤄놓은 일들을 래퍼다운 스웨거로 풀어놓는 모습(퍽이나,에헤이,컴플렉스), 초심으로 돌아간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모습(Hero)하며 매끈하고 섹시한 사랑의 노래(Stay Cool)를 부르는 모습까지 사이먼 도미닉은 슈프림팀과 예능에서 친근하게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다른 자신의 진짜 모습, 찌질하게 욕먹는 그런 악당이 아닌 모두의 경외와 두려움을 사는 수퍼 악당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본 앨범 전곡의 프로듀싱을 담당한 랍티미스트의 이름도 빼놓을수 없다. 비록 자신의 정규 앨범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극단적인 평가를 얻긴 했지만 여전히 그가 최고의 하드코어 힙합 프로듀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그의 비트는 하나같이 주옥같은 멋진 장면을 선사하며 사이먼 도미닉이라는 랩괴물에게 훌륭한 무대를 선사한다. 언더그라운드 팬들의 목마름을 한번에 덜어줌과 동시에 메인스트림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지킬것이냐를 영리하게 판단하여 구성한 모습에서도 그의 '치밀한 악당' 기질을 엿볼수 있다.


    앨범속에 단편 코믹스처럼 삽입된 자켓도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며 앨범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아. 한가지 귀띔하자면 사이먼 도미닉과 진정으로 맞설수 있는 수퍼히어로가 컴백을 기다리고 있다. 궁금하신가?  스포일러 찾지 말고 앨범을 사고 자켓을 들여다보시라.) 마냥 잘 노는 사람좋은 경상도 총각은 잊어라. 그가 티셔츠를 찢고 하는 거라곤 잘난척뿐인 찌질한 가짜 영웅들의 얼굴에 침을 밷기 시작한 순간, 이미 그는 Super 'Rap' Evil이니까.




    ps. 덧글에 목말라서 여기저기 올리고 있습니다 -_-;; 여러분의 감상평을 더해주세요.

    2

    Scrap This!

    • Spread This!
    • Twitter me2DAY Facebook
    • Comments
      1. Popeye (2011-10-10 01:08:22, 101.109.155.***)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근데 예전의 쌈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앨범을 듣기가 조금 겁이나네요.

        -
        여담이지만..강한솔님..제 사촌동생도 이름이 강한솔이고...고등학생인데..;;ㅋㅋㅋㅋㅋ 설마...어디사세요?ㅋㅋㅋㅋ 저 대구가 고향인데 ㅋㅋ
      1. 강한솔 (2011-10-09 10:31:22, 115.93.137.**)
      2. 힙합듣기시작한지 3년이고, 어느정도 듣는 귀가 잡힌 거 같아서 이제 나도 앨범을 들으며 앨범평을 써보고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그래서 요즘 신보들을 들을때 그들의 의도나 메세지를 생각하면서 듣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진 감이 잘 안 오더라구요..이번 싸이먼도미닉의 앨범도 마찬가지였는데 엄동영님의 해석은 많은 좋은 해석중 하나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최고의 해석으로 들렸습니다. 괜시리 소름이 돋고 그르네요..앞으로 리뷰쭉쭉써주세요!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