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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상평 이후 다시 한번 생각해본 쌈디의 솔로앨범
    엄동영 | 2011-10-10 | 7,046 Reads | 0 Thumb Up

    일단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임을 한번 더 상기시켜 드립니다.


     기본적으로 본작은 자켓처럼 악당, 랩괴물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냈다고 봅니다.

    랩에서도, 비트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리 없이 소화 할 수 있게 완급조절을 했지만, 매니아들에게 여전한 랩괴물, 악당의 이미지를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보여집니다.

    약간의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단단하고 묵직한 한방이 없었던 부분입니다. 과거 랍티와 사이먼D의 콜라보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꽤나 크게 다가올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수의 대중에게 충분히 어필 할 수 있는 비트를 선택했고 그에 사용된 각 세션과 최대한의 호흡을 보이기 위해 사이먼D가 아주 묵직한 톤의 랩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본작이 매니아들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아주 하드한 앨범이라기보다는 메인스트림에 중심을 잡고 언더쪽으로 고개를 돌린 듯한 느낌이 강하기에 이런 선택이 결코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결과물이 매우 나빴던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했으니까요.


     어떤 면에서 이번 앨범 역시도 '타협점'을 찾는 느낌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슈프림팀이 막 결성되고 나왔던 싱글들에 비하면 중심을 잘 잡았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그에 발맞춰 주제선택과 구성도 꽤 괜찮았다고 보여 집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상기시키며 자연스럽게 스웨거를 풀어놓는 트랙과 음원차트에 어필 할 수 있는 싱글들을 조합한 점 덕분에 오버와 언더 사이의 균형감각을 지키면서 자신의 캐릭터까지 모두 보여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생각됩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앨범 내에서도, 구성에서도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Hero라는 트랙을 저는 앨범 자켓 안에 삽입된 코믹스와 이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사이먼D의 모습과 2절로 넘어오며 영웅이 되어도, 안되어도 문제가 된다는 독백같은 가사,bridge부분에서 '영원한 내 이름(사이먼은 영화 디몰리션 맨의 악당입니다. 이것과 세례명 도미니카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 '사이먼 도미닉'입니다.)'을 말하는 부분을 종합해보면 단순히 sabi 부분처럼 '언더에서 칭송받던 그 시절로, 영웅으로 돌아간다'라는 느낌 보다는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과 사이먼D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다크나이트'와 연결해서 해석하자면 화려한 자아(브루스 웨인, 오버의 사이먼 도미닉)와 어두운 면을 가지고 힘든 길을 걷는 또 다른 자아(배트맨, 언더의 사이먼 도미닉)사이에서 주인공은 무엇을 선택하든 공격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바꿔 말하면 무엇을 하든 어느 한쪽에게는 환영을 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즉 어떤 선택이든 누군가에겐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당이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겁니다. 완벽한 메인스트림 가수와 예능 캐릭터, 완벽한 언더그라운드 래퍼. 이제 사이먼D는 어느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검지도, 희지도 않은 양면성을 지닌 회색의 영웅이 된거죠.

    (1절에선 언더로 돌아오는 영웅의 모습, 2절에선 영웅이지만 양면성을 지니게 된 자신의 모습, sabi에서의 ‘원하는 것을 위해서 잠시간 기억의 스위치를 내려놓는다’ 라는 말과 3절에서 ‘귀족들이 파티에서 앉을 곳이 없는 나는 괴로움을 벗고 나를 찾는 이들에게로 찾아간다’ 라고 말하는 모습, 트랙 안에서조차 자아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합니다. 제 해석대로라면 결론은 언더그라운드로의 회귀가 되는 것인데, 여기서 회귀라는 단어는 융통성을 가지고 이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회귀라기보다는 회색을 띈 회귀로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올해 나온 한국힙합 앨범 중 에서 꽤나 준수한 수준이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 언더그라운드의 사이먼D는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그가 중심을 잘 잡는, ‘잘하는 래퍼’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데 성공했고, 언더와 오버의 아슬아슬한 경계선도 잘 밟고 올라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다음 앨범을 기대하며 줄이겠습니다.

     

    ps. 이센스님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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