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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동영님의 사이먼디 리뷰에 대한 생각과 앨범감상
    Vizualiza | 2011-10-10 | 14,029 Reads | 3 Thumb Up
    사실 밑의 글에 댓글로 달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 앨범감상이 되어버려 새로 남깁니다.





    회색영웅이 되어버린 처지와 그 캐릭터는 사이먼디가 예전부터 느껴왔고 또 의도적으로 대입시킨 부분을 거의 정확하게 집어내신것 같고 앨범내의 가사 속에서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표현했음은 분명해보입니다. 
    사실 슈프림팀 1집이후에 내놓은 Spin Off 앨범의 가사에서부터 사이먼디가 그런 점을 의식해왔고 토로하는 모습이 어느정도 드러나기도 했었죠.

    그건 그렇고 이번 앨범은 확실히 잘 나왔고 사이먼디가 그간 칼을 갈아왔던게 눈에 보입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컨셉, 랩캐릭터, 참여진의 적절한 분배, 트랙리스트의 배치를 통한 앨범흐름의 강약조절과 완결성, 톤과 플로우의 스타일에 대한 선택 등에 대해 본인이 직접 오랜시간 기획하고 구상해왔다는 점이 드러나며 적절한 메인프로듀서와의 궁합이 좋은 결과물로 맺어졌습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강렬한 캐릭터와 랩스타일로 주목받던 사이먼도미닉이라는 엠씨가 아메바컬쳐라는 나름대로의 색깔과 포지션을 가진 준메이저 레이블에 들어가면서 기대했던 그런 결과물이 이것이 아닐까 느껴질 만큼 예상했던 좋은 부분에서의 지원과 (프로듀싱과 사운드퀄리티적인 측면) 새로운 모습으로의 시도 (Stay Cool을 위시한 대중친화적이면서도 그다지 통속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몇몇 트랙들) 등 긍정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던 앨범이라 생각됩니다.

    정통힙합적 요소들을 신봉하시는 다른 다수의 힙합팬분들 중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로우(raw)하고 하드코어적인 스타일 위에서 좋은 모습과 가능성을 보였던 그의 아우라가 메이저 기획사의 지원에 힘입어 더욱 강화되고 곡의 선택과 플로우, 라이밍에 있어 좀더  힙합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했던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좀더 트렌디하면서도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아메바컬쳐 레이블에 투신할때부터 비교적 원석에 가까운 이 두 MC의 재능이 이와같은 퀄리티와 스타일의 좋은 메이저힙합뮤직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신 분들도 역시 적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또하나 글쓴분의 말씀처럼 앨범전체 구성상의 균형점을 잘 잡아서 서로 상반되는 리듬과 스타일의 다음곡들로 넘어가는데 전혀 뜬금없거나 감정의 위화감이 드는 경우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처음 CD를 받았을 때 다소 적어보이던 10곡의 트랙 수는 완성도 있는 깔끔한 구성을 위해 엄선된 곡들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인상적인 부분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가사였습니다.
    라인들만 죽 놓고 들여다보면 애초에 의도했던 컨셉과 구상에서 의도했던 점을 적절한 표현과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특히 Stay Cool같이 편안한 템포의 러브송 넘버에서는 그의 playa 이미지에 맞게 능글맞듯 부드러우면서도 결코 그리 느끼하진 않은, 가벼워 보이지만 군데군데 진심이 엿보이는 것 같은, 살짝 느끼한 것 같은데 듣기엔 달달한 멘트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적절하게 구사하는데 좋은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주위에 평범한 여성 친구들이 좋은 가사라며 저렇게들 느끼더군요. 

    다만 저는 남자로서 이 곡에서는 과거 Lonely night 시절처럼 좀더 로-톤으로 해봤으면 그것도 매력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허나 약간은 능글맞은 저런 컨셉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살짝 내스티한 톤으로 표현한것도 나름 적절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요즘 잘나가는 대부분의 MC들이 라이밍에 맞춰 대체적으로 축약된 라인들과 비유를 위한 비유를 구사하는데 반해 이를 거의 배제하고 과거식으로 완전한 문장들을 죽 늘어서 온전히 서술하고 대체로 포인트를 주는데 신경쓰며 속사포래핑을 구사하는데요. 이는 비슷한 스타일이 범람하는 와중에 오히려 또다른 스타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로인해 몇몇 부분에서 음절이 다소 씹히는 바람에 랩의 리듬이 확실히 좀 죽거나 상대적으로 딜리버리가 약해지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메이저 힙합 앨범이었고 이센스의 독집도 더욱 기대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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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엄동영 (2011-10-14 20:25:52, 117.55.164.***)
      2. 에이 이런 일로 죄송이라뇨 ㅋㅋ; 흔한 성씨가 아닌데 같은 이름이 있다니...충분히 오해할만하시죠 ㅋㅋ
      1. 가납사니 (2011-10-14 03:03:52, 115.161.225.***)
      2. 아 ㅋㅋ 이름까지 똑같아서 완전 혼자 설레발쳤네요 여튼 음악에 대한 애정어린 식견 전부터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죄송해요~
      1. 엄동영 (2011-10-13 18:47:12, 117.55.168.***)
      2. 아뇨 ㅋㅋ 저 대구사람이에요. 그 학교 선생님께서도 영화 고르는 감각이 좀 있으셨네요 ㅋㅋ
      1. 가납사니 (2011-10-13 18:02:49, 115.161.225.***)
      2. 엄동영님 혹시 부산에 사시는지?
        드럼라인 코멘트보고 혹시 제 중학교 동창인가 싶어서요
      1. 엄동영 (2011-10-10 14:27:59, 117.55.166.**)
      2. 히어로가 싱글로 드랍되었을때도 꽤 많은 분들이 딜리버리를 지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 점은 로우한 톤으로 후려 갈기는 보너스트랙의 부재와 함께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으로 남네요. 확실히 기본적으로 능구렁이 같은 면모를 지닌데다가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Stay Cool에서의 멘트 선정은 남자인 저도 듣기가 썩 거북하지는 않았습니다. 고기도 무본 놈이 물줄 안다고(엠씨메타톤으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길어도 결국 슈프림팀 1집 '뭐?'에서 '뭐 이리도 말들이 길어 그러다 내가 이기면?'이라고 말하던 사이먼D가 이번 앨범만큼은 결국 승리했다는게 최종적인 결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상평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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