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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 이즈 힙합?
    euronymous | 2012-03-20 | 13,169 Reads | 7 Thumb Up

    Diss is Hip Hop?

    디스가 곧 힙합?










    만날 음악만 올렸는데 오랜만에 썰 좀 풀어 볼까 합니다.

    거 왜 힙합 음악 듣기 시작한 지 쫌 되는 사람들은 다 알죠? '디스'라는 거...

    예전에는 저도,

    디스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가사라도 한 줄 더 쓰지 다 큰 어른끼리 유치하게 뭐하는 짓이냐며

    디스를 거는 랩퍼들을 고까운 눈으로 보곤 했습니다. 되게 한심해 보였어요.

    물론 디스는 힙합 뮤직 특유의 '놀이 문화'라 할 수 있고

    그게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든 뭐든 상관없이 정말 재밌는 거라면

    우리도 그걸 받아들여 제대로 써먹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재미가 없는 디스들이 미국에도 국내에도 너무나 많이 양산되고 있다는 거였지요.

    디스라는 놀이 문화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건 디스곡과 디스곡의 충돌도 아니고

    한 랩퍼와 다른 랩퍼 사이의 인지도나 영향력, 경제력이 충돌하는 것도 아닙니다.

    '디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디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그 디스전은 팬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디스 하면 떠오르는, 투팍과 B.I.G 사이의 전쟁이나 제이지 대 나스의 대결 구도,

    그 옛날 쥬스크루와 BDP크루 사이의 디스,

    Tim Dog - Eazy-E - Dr. Dre를 둘러싼 삼각 디스 정도는 되어야

    디스라는 걸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야 이런 게 디스라는 거야. 죽이지?'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디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혹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뭘까요?

    정해진 룰은 물론 존재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자체를 가지고 팬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라 날이 선 언어로 신나게 디스를 주고받는다고 해도 주변의 팬들이

    '쟤네 대체 왜 싸우는 거지?'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건 디스도 뭣도 아닌 시간 낭비가 되는 거지요.

    인기 랩퍼들에 대한 디스를 노이즈 마케팅처럼 생각하는 신인 랩퍼들,

    새 앨범 발매 앞두고 괜히 주변 랩퍼들한테 시비 걸어 뉴스에 자기 이름 올리려 하는 랩퍼들,

    랩으로 생뚱맞게 이 사람 저 사람 괜히 욕하고 다니는 랩퍼들,

    이런 랩퍼들의 디스는 디스라는 흥미진진한 놀이 문화에 먹칠을 하는 유치한 짓거리일 수밖에 없고

    야구로 치면 승부조작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요컨대 디스의 재미는 일단 '명분'에서 상당 부분 결정이 되는 셈이고

    랩 솜씨나 가사의 위트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는 겁니다.

    (사실 부차적 문제인 동시에 기본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좋은 디스곡은 좋은 라이밍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쟤를 도대체 왜 씹는지 랩 가사와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디스의 명분이 살고

    서로 명분이 살아야 디스전이 재미있게 됩니다.

    이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미국 힙합 판의 디스라는 놀이 문화가 국내에 들어오더니

    요상한 것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미국 랩퍼들이 잘 쓰는 표현인 '랩 게임'이라는 말을 마치 친숙한 순우리말 낱말처럼 쉽게 들먹이며

    랩 게임에서 랩퍼들은 모름지기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무슨 법칙 같은 걸 멋대로 정해 버렸습니다.

    이를테면,

    MC들은 사람이기 이전에 랩 게임에 임하는 한 MC로서의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있으니

    자신에게 닥쳐 오는 랩 디스에는 무조건 랩 디스로 똑같이 맞받아쳐야지

    그러지 않고 고소를 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맞디스를 안한다거나 하면

    디스전에서 '패배'한 것과 다름이 없으니 웃음거리가 되어도 싸다는 식입니다.

    결국, 무슨 내용으로 디스를 하든, 명분이 있든 없든,

    디스로 선빵 날리는 랩퍼가 일단 유리하게 되는 거지요.

    "ㅅㅂ 내가 먼저 질렀으니 여기에 호응 안하면 니가 진 거 ㅇㅋ?"

    이는 어떻게 보면 중세와 근대 시대에 있었던 '결투' 문화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장갑으로 상대방의 뺨을 때리며 결투 신청을 하면 뺨 맞은 상대방은 무조건 결투에 응해야 했고

    결투에 응하지 않으면 아예 사내 대접을 못 받았던 그때 그시절의 결투 문화와

    국내 힙합 씬에서의 디스 문화는 사실 정말 죽이지만 않을 뿐 별로 다를 게 없어요.

    '아니, 내가 왜 쟤와 죽일 듯이 싸워야 하지?' 뭐 이런 식으로 결투의 정당성을 따져 보려 하다간

    오히려 결투를 흥미롭게 지켜보려는 구경꾼들에 의해 먼저 짓밟히게 되는 겁니다.

    구경꾼들이 원하는 건 말 그대로 재미난 구경거리지 '정당성'이고 '명분'이고 하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21세기인 지금 누가 옛날 방식으로 결투 신청을 한다면 아마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근데 그런 황당한 결투 신청 같은 일이 지금도 한국 힙합 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롱하고 멸시할 수 있는 한계선이

    한국보다는 좀 느슨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그만큼 개방적이라기 보다는

    한국이 예나 지금이나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고 하는 게 옳겠지요.

    미국(혹은 영국) 대중음악을 보면 굳이 힙합/랩 뮤직이 아니더라도

    '디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일종의 '티격태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Guns & Roses와 Nirvana가 아마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국 힙합 판에서의 디스는 그 수위도

    거의 언어 폭력이나 명예 훼손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쎈 편이고 (물론 한국의 기준에서...)

    진짜 상대방이 미워서 그랬든 아니면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든 어쨌든 디스 자체가 흔한 편입니다.

    적어도 누가 누구에게 디스를 걸었다고 해서

    '우와! 진짜? ㅅㅂ 걔가 그럴 줄은 몰랐네!'하며 놀라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대중음악을 받아들이는 대중들 자체가 디스와 같은 표현 방식에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지요.

    대중음악 사전 검열제가 철폐된 게 90년대 중반입니다.

    정부를 디스하든 뮤지션을 디스하든 민간인을 디스하든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디스하든

    그런 '무례한' 가사로는 앨범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이 너무 길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디스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한국 사회가 유교적 사회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사회가 유교적인 사회일까요?)

    군대 문화에 찌든 꼰대들이 한국 사회에 많아서도 아닙니다. (뮤지션들이 전부 다 꼰대라는 걸까요?)

    독재 권력과 검열의 존재가 '점잖치 못한' 모든 콘텐츠들을 사전에 차단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 사회 분위기가 아주아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성기 노출을 하거나 카메라에 침을 뱉는 또라이(?)들도 나타났으며

    90년대 말 이후로는 미국의 힙합 문화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디스'라는 놀이 문화도 함께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힙합 문화도, 힙합 뮤지션도, 힙합 팬들도, 디스 문화도, 디스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몇 년 사이에 죄다 급조된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들 사이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쌈질'이

    실제로 한국 뮤지션들에 의해 눈앞에서 자행되는 것을 목격한다면

    누구나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와! 음악이란 걸 무기로 저렇게 싸울 수도 있구나! ㅈㄴ 재밌네!'

    불과 몇 년 사이에 급조되었다는 게 무슨 의미를 가지냐 하면

    디스라는 게 어떤 문화의 형식으로 대중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고

    무슨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무림'을 대하듯

    대중들이 그 '무림' 밖에서 안쪽을 지켜보기만 하는 식으로 굴며

    뮤지션들을 허구적인 공간 속에 위치하는 등장인물로 여기게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즉 한국 힙합 씬에서의 디스는 '문화'가 아니라 '관람'이 되어 버린 셈이지요.

    힙합 뮤지션들이 서식하는 '무림'은 어느샌가 '랩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무림'을 관람하는 대중들은 자신들을 '힙합 매니아'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힙합 매니아들은 랩 게임 속 등장인물들인 뮤지션들이 무협지 속 등장인물들처럼

    피터지게 싸워 주기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구요? 모든 건 랩 게임에 따라 정해져 있고, 뮤지션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MC니까요.

    요컨대 한국 힙합 씬이 짧은 시간 동안 급조된 탓에

    디스라는 놀이 문화가 팬들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팬들은 뮤지션들을 자신과 함께 숨쉬는 인간이 아닌,

    어느 연극 속 배역처럼 여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기지만, 사실 더 웃긴 것은

    그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거지요.

     

     

     


    스윙스와 어드스피치 사이의 해프닝이 기억납니다. 아~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냐...

    몹시도 원색적이었던 스윙스의 선빵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힙합 매니아를 자처하는 인간들의 반응이었지요.

    스윙스 편을 들든 어드스피치 편을 들든 그건 자기 마음이니 제가 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랩 게임이니 MC의 본분이니 힙합의 본질이니 페르소나니 뭐니 주워섬기는 헛똑똑이들의 글을 보며

    저는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모든 MC에겐 다른 MC를 향해 디스를 걸 자유가 있고

    모든 MC에겐 자신에게 디스를 건 MC를 향해 맞디스를 걸 자유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MC에겐 자신을 향한 디스에 대응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겁니다.

    랩 게임이고 나발이고, MC도 우리와 똑같이 인격이 있고 마음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랩 게임이란 공간 속에 두 랩퍼들을 멋대로 위치시키기 전에

    도대체 이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랩으로 싸움을 벌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먼저 따져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디스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허나 사람들은 오로지 디스라는 자극적인 현상 자체에만 집중했고

    스윙스와 어드스피치는 개떼처럼 몰려든 구경꾼들이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액션 격투 게임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어드스피치라는 MC가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을 랩을 통해 들은 이유는 딱 하나,

    스윙스가 생각하기에 어드스피치가 '랩을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기가 막힙니다.

     

     

     

     

    제가 애지중지하는 랩퍼 리미의 사례도 기억납니다.

    그것도 벌써 꽤 옛날 일이네요. 아마 어떤 얼치기 아마추어 녀석들이 리미를 겨냥해서

    여성 비하적인 표현으로 가득찬 가사의 랩송을 덜컥 공개해 버렸던 것에서 일이 시작되었을 겁니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비하하는 데 사용하는 표현들은 알고보면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얼간이들이 쥐어짜낼 수 있었던 것도 별 거 아니었습니다. 성적인 표현과 가족 비하 등등...

    자기 어머니나 누나, 여동생이 대상이 되었다면 그 얼간이들은 분명 길길이 뛰었겠지만

    그만큼이나 추악했던 그 가사로 그 얼간이들은 인정사정없이 리미를 공격했고,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리미의 실명까지도 거론이 되었을 겁니다.

    리미는 그런 저질스러운 곡에 대응하는 맞디스곡을 내놓지 않았고

    대신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그 얼간이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잠자코 있던 온갖 멍청이들이 총출동해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가히 장관이었지요.

    랩 게임이니 MC의 본분이니 힙합의 본질이니 디스엔 디스로 답해야 한다느니

    하는 진부한 말들이 튀어 나온 건 스윙스 대 어드스피치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bitch 컨셉으로 랩을 하는 여성 랩퍼는 디스 곡을 통해 bitch 취급을 받아도 된다>

    라고 하는 걸 보고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ㅅㅂ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저 야만적인 ㅅㄲ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리미라는 뮤지션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랩 게임'이라는 허구적인 공간에 위치한 등장인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디스전을 멀찍이서 보고 즐기는 자칭 '힙합 매니아들'은 '랩 게임'이라는 공간 바깥에 있으니

    등장인물들이 상처를 받든 괴로워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였지요.

    왜냐, 등장인물들은 등장인물들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3류 무협지에서 항상 미녀는 최고수의 여자가 되어야 하고

    추녀는 비참하게 죽거나 버림 받거나 악당의 여자가 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은 등장인물들을 지배하는 법칙에 언제나 순응해야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랩퍼로서 랩 게임 속에서 랩을 통해 디스를 날린 거니까 아무런 죄가 없다>

    <우리에게 맞서려면 랩을 통해 맞디스를 해야지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건 비겁한 짓이고 MC답지 못한 짓이다>

    이런 개소리들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이런 개소리들이 적잖은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그 얼간이 디스쟁이들은, 랩 게임이라는 신성한 공간에서 랩이라는 신성한 무기로 공격했으니 우리에겐

    당연히 면죄부가 있다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고 

    랩 게임을 숭상하는 무리들은 리미에겐 MC의 자격이 없다고 점잖게 훈계를 했으며

    그러는 와중에 리미라는 한 여성의 인격은 갈기갈기 찢어발겨졌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거기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도 못견디고 MC라고 할 수 있겠어?'

    정말 리미가 고소에 돌입했는지, 아니면 그냥 거기서 흐지부지 끝났는지는

    그쯤에서 역겨움을 견디지 못한 제가 먼저 그 게시판을 떠났기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디스라는 놀이 문화가 기괴하게 변형된 형태로 한국에 수입되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던 사례로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생각만 해도 뿌듯한 사례가 떠오르네요.

    디스 전에서 누가 이겼다 졌다를 떠나서,

    정말 자신이 왜 상대방과 싸우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MC가 아니면

    도저히 쓸 수가 없는 가사로 상대방을 아주 작살내 버렸던 디스전이었지요.

    이센스의 '개뼈다귀'.

    겉으로는 모 MC와의 일대일 랩 배틀의 형식이었고 가사 또한 상대방을 겨냥한 내용이었지만

    힙합/랩 뮤직에 대한 이센스 자신의 고민까지도 가사에 녹여 내었던 멋진 곡이었습니다.

    디스전이 거듭 이어지며 이센스 역시 거듭 디스곡을 내놓았는데

    한곡 한곡이 힙합 음악을 듣는 사람이든 하는 사람이든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진지한 랩송이었지요.

    제이지 대 나스의 대결처럼 으리으리한 대결은 아니었지만

    아, 이런 게 정말 힙합 문화의 매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사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멋진 디스전(이센스한테 눌린 모 MC한테는 미안하지만...)이 벌어질 수 있는 걸 보니

    재미도 없었고 감동도 없었던 다른 디스전들이 참으로 불품없게 보이더군요.

    욕설을 얼마큼 쓰든, 선배를 욕하든 말든, 부모 욕을 하든 말든 그런 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표현들을 도대체 왜 쓰고 있는지를 MC 본인이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자기 혼자서 아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힙합 팬들 또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그저 자극적인 표현들이나 남발해 가며 뜬금없이 툭툭 던지는 디스는

    자극적인 사건에 굶주린 심심한 사람들 등쳐먹는 짓거리나 다름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디스가 나올 때마다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인생을 따분하게 느끼도록 만든 팍팍한 이 세상 탓이겠지요.












    이 글을 쓰게 된 건, 뭐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스윙스와 빅딜에 대한 최근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글 초반에 이런 표현을 썼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예전에는 저도'

    네. 저도 예전에는 디스전이 어른이 벌이기엔 꽤나 유치한 짓거리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나이를 먹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 자극적인 것에 점점 입맛이 당기더라구요.

    '이센스 때처럼 화끈한 디스전 한 번 안 터지나?' 이런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으며 명분마저도 없는 디스전을 볼 바에야

    차라리 음악을 안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빅딜이 잊혀졌다고 말하는 스윙스를 보며 한 생각은

    그럼 빅딜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하는 나는 뭐란 말인가, 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한국 힙합 씬에서

    예전의 빅딜이나 소울 컴패니, 오버클래스만큼 활발히 활동하는 크루는 하나도 없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레이블들이 몇 있지만 딱히 새로운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요 몇 년 전까지의 힙합 씬이 신인들과 크루들의 활동이 주가 되었다면

    요새는 어떻게 하면 에픽하이나 다이나믹듀오, 사이먼디, VJ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다들 열중하는,

    즉 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씬을 키우려고 하는 희한한 역설이 주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새 등장하는 랩퍼들의 랩을 들어보면, 오~ 잘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랩 스타일이 이미 오래 전에 VJ나 타블로, 스윙스, 빈지노 같은 랩퍼들이 구축해 놓은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뭐 이건 다른 얘기니 이쯤에서 그만 두고...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배고픈 언더그라운드에 점점 다들 싫증을 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빅딜뿐만 아니라 다른 레이블이며 크루며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건 사실 모두가 아는 건데

    굳이 빅딜을 들먹여 가며, 그것도 '잊혀졌다'는 비수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은

    'ㅅㅂ 난 안 잊혀졌으니 너네들은 짜져 ㅇㅋ?' 이 얘기나 다를 바가 없고

    그건 결국 나와 내 크루만 잘 먹고 잘 살면 땡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스윙스를 도덕적으로 뭐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혼자 성공하기에도 이 세상은 빠듯하니까요.

    하지만, 뭔가 안타까운 겁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랩퍼가, 한국어 랩의 한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되는 랩퍼가

    왜 다른 동지들과 함께 음악 판을 헤쳐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설사 빅딜이 정말 '잊혀지고' 있더라도 오히려 한번이라도 애정어린 언급을 더 해줘도 모자랄 판에

    왜 까지 못해서 안달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게 스윙스가 생각하는 힙합인가?

    공연장에서, 빅딜 멤버들의 커리어를 다 합쳐도 자기 커리어에 미치지 못한다고 조롱하는 게

    그런 게 스윙스가 평생을 걸고 하는 힙합의 모습인가? 고작 그런 게?

    그게 개나 소나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랩 게임'이라는 건가? 겨우 그게?

    자기가 디스를 해서 빅딜이라는 이름이 지금 다시 언급되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스윙스가 말한다면

    에라이 ㅅㅂ... 저도 더 할 말이 없네요.

    빅딜 사람들의 인간성이 어떤지, 힙합 씬에 무엇을 공헌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음반을 내기 싫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게 아닐 텐데

    거듭 얘기하지만, 애새끼가 아니라면 요즈음 다들 힘들고 고달프다는 거 알 텐데

    왜 그런 비정한 표현을 써 가면서까지 동료 뮤지션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랩 게임'에서의 'MC의 본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렵게 일구어낸 이 씬을 똘똘 뭉쳐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닐까요?

    디스전이야 일단 재밌긴 하겠지요. 하지만 끝난 뒤에는? 디스가 끝난 뒤엔 뭐가 남을까요?

    한국 힙합 씬이야 어떻게 굴러 가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지껄이면 그게 힙합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태까지 힙합 음악을 들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힙합 음악을 들을 작정입니다.











    아마 빅딜 멤버들은 맞디스 곡을 내놓든가 깨끗이 무시하든가 할 것이겠지만

    어떻게 대응하든 결국 자칭 힙합 매니아들에게는 그저 관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힙합 뮤지션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랩 게임' 속에서 사는 '등장인물'들이기 때문에

    SNS로 한마디 해도,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무조건 비난을 듣겠지요.

    'MC면 MC답게 랩으로만 승부해라!'

    제가 보기에 이 말은 자칭 힙합 매니아들이 MC들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디스입니다.

    랩 게임이라는 말을 들먹이며 MC에게 어떤 숙명 같은 것을 강제로 짐지워주는 사람들은

    아마 롤플레잉 게임 하면서 자기 캐릭터에 아이템을 하나하나 달아 주는 기분일 겁니다.

    자칭 힙합 매니아들이 랩퍼들 사이의 살벌한 디스를 오로지 재미나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

    그 디스가 그들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난 MC가 아니니까 랩 게임과는 상관이 없는데요?'라고 말한다면

    MC들을 멀리서 '관람'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자백하는 꼴이 되겠지요.












    오랜만에 말이 좀 길었네요.

    빅딜 쪽에서 정말로 맞디스 곡을 낸다면

    그래서 스윙스와 빅딜 출신 랩퍼들 사이에서 정말로 랩을 통한 설전이 벌어진다면

    과거 스윙스 대 어드스피치 디스전만큼이나 정말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명분도 없는

    역대 최악의 디스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스윙스는 제 기준에 따르면 정말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한 한국인 MC라고 생각하는데

    딱 하나 못하는 게 있네요.

    재미있게 디스하기.









    상대방 랩퍼한테 디스하는 게 아니라

    힙합 문화 자체에다 대고 디스를 하는 꼴이 되지 않도록

    일이 잘 풀렸으면 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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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씽어쏘울 (2012-06-23 18:30:31, 119.194.213.**)
      2. 이렇게 긴 글을 읽는데, 눈이 초롱초롱하게 떠져있는건 처음이네요ㅋㅋ
      1. gangdog (2012-05-25 13:37:12, 115.93.70.**)
      2. 일단 중요한건 한국말로 디스하면 그냥 우습게보임
      1. euronymous (2012-03-21 13:35:26, 183.102.139.**)
      2. 음... 몇 마디만 덧붙이자면

        미국 힙합 씬에서 벌어져 온 디스전을 한국 힙합 씬의 기준으로 재단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듣도 보도 못한 '맥락'이라는 개념을 제 나름대로 설정해 본 것이에요. 미국의 사례들을 항상 모범이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폭력적이고 과격하기만 하다고 깎아내릴 수도 없으니까요.

        어찌 되었는 디스는 힙합 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 문화, 즉 엔터테인먼트가 되었고 그것이 미국의 대중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은 한국의 대중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미국 씬의 디스전은 제대로 터지면 살인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욕설은 기본이요 실명을 거론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부모나 자식 욕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디스하는 걸 힙합 문화의 일부라 여기고 그대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 놈들은 상스러운 놈들이라 치부하고서는 한국 땅에서 디스는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요? 저는 이 두 가지 주장이 다 싫었어요.

        그래서 미국 씬에서 벌어져 온 디스전을 설명할 수 있는 해석적 틀을 고안해 보려고 한 것이고... 미국 씬과 한국 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단 씬의 규모와 지역화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바탕으로 '맥락'이라는 개념을 제 맘대로 만들어 본 것이랍니다.

        인과적 맥락이 전혀 없는 허무한 원인으로 디스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된 서사적 구조를 갖추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가 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미국 흑형 랩퍼들 중에서는 가끔 진짜 갱스터들도 있죠.) 미국 씬에서는 디스전 자체가 그대로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 가능해요. 무엇보다도, 디스전이 아무리 격렬해진다고 해도 씬 전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투팍과 B.I.G가 안타깝고도 무시무시한 죽음을 맞이했건만 미국 힙합은 아직도 대중음악 판을 지배하고 있지요. 디스전 서너 번으로 씬 자체가 흔들리기에는 미국 힙합 씬의 부피와 깊이는 정말 상당히 크고 깊습니다.

        근데 한국 힙합 씬은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는 거죠. 도저히 그림이 안 나와요. 이에 대해선 위 댓글에서 다 이야기했으니 더 중언부언하지 않으렵니다.

        그래서 미국 힙합 씬을 이야기할 때와 달리, 한국 힙합 씬을 이야기할 때는 리스펙과 브라더후드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게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씬의 성격 자체가 애초부터 다르거든요. 같은 성격을 가진 것들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안되겠지만, 다른 성격을 가진 것들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되지요.

        허나 국내 몇몇 랩퍼들이 미국 랩퍼들 따라하듯 자기 마음대로 지껄이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디스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자칭 힙합 매니아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미국 본토의 디스 문화를 날것 그대로 섭취하다 보니 마치 자기가 미국 힙합 씬의 치열한 디스전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한 채 디스에 거의 종교적인 집착을 하고 있어요.

        그러고는 말하지요. 미국 힙합 씬의 디스들을 봐라. 디스란 원래 다 그런 거다. 디스엔 어떠한 명분도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 근데 이런 개떡 같은 소리는 미국의 힙합 팬들이 들어도 코웃음을 칠 거예요.

        아마 그 디스가 자기 자신을 향한 디스가 되는 순간, 그런 소리는 쑥 들어가겠지요.

        어쨌든 저도 본문과 댓글을 쓰느라 오랜만에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재밌네요. 개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기회도 됐고... 랩퍼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모쪼록 평소에 무대에서 간지를 챙기는 만큼이나 디스나 언행에서도 좀 간지를 챙겨 줬으면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못할 거면 차라리 직접 만나 해결하거나 몰래 민사소송을 걸든가 하면 되니까요.
      1. Popeye (2012-03-21 12:29:49, 168.120.97.***)
      2. 와 댓글 정말 잘 읽었네요.

        몇몇 뮤지션 본인, 자신들 조차 디스를 그저 노이즈마케팅으로 쓰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분명한건 이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나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리스펙이 내재된 디스'를 부디 이번에 봤으면 좋겠네요.

        매듭이 멋있게 지어지길 바랍니다.
      1. दलित (2012-03-21 12:26:43, 149.169.132.***)
      2. 그런 의미였군요, 알겠습니다ㅎㅎ;b
        요즘 이 문화의 흐름이 왠지 여러 문제들을 신인들에게 떠넘김으로써 덮어버리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찝찝하곤 했었어서요;;;
        ;;;그리고 영어스러운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한국어 발음이나 억양의 모양새와 전달력 등을 해치지 않고도 매끄러운 흐름의 랩을 구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 생각합니다. …화지님이 대표적이죠ㅎㅎ;b
        그게 아니라 국내만의 독자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그니토님과 펜토님, 븨엑스킬라님이 떠오르네요. 셋 다 해외에서도 들을 수 없는, 한국에서 밖에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 생각되고, 특히 이그니토님의 특유의 강한 억양으로 음절들을 하나씩 강조함으로 극단적인 타격감을 형성하는 랩은 아마 한국어로밖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타격감을 보이는 해외래퍼는, 제가 그리 많이 듣는 편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아마 Poet Laureate 밖에 없을 것 같네요ㅎㅎ

        디스는, 정말 제가 봐도 상술인거 뻔히 티나는데 자기는 무슨 리얼힙합의 수호자이고 내가 디스하는 이들은 모두 힙합의 적이며 이것저것 이유라던지 명분있는 척 하면서 똥폼잡는게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ㅋㅋ;a
        제이통님과 매슬로님의 디스에 관해서도, 제이통님은 위에 말한 대로 리얼힙합의 수호자인양 벨소리랩하는 매슬로님을 디스했던데, 그러는 제이통님도 벅와일즈라는 좆밥크루의 대장이죠ㅇㅇ
        디스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보자면, 엔터테인먼트로써의 환상을 담당한다 볼 수 있는 명분과, 엔터테이너에 비유될 수 있는 래퍼분들이 현실이 맞물리지 못하는 거고, 현실이 이렇게 추접스런만큼 호구가 아닌 이상 이런 작태를 멋지게 봐줄 청자들은 없는 게 사실 아닌가 싶습니다. 언행일치라 할 수 있는거려나요? 이 부분은 저도 님과 의견이 맞는 거 같네요ㅇㅇ
      1. euronymous (2012-03-21 11:33:58, 220.87.20.***)
      2. 아 네~ ^^; 그 싸이트에는 예전에 신세를 많이 지긴 했는데... 제가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하기도 했고... 그리고 거기에도 꼴같잖은 망나니들이 좀 있어서... 확 나와 버렸어요. 하지만 그쪽 운영자 분한테는 가끔씩 따로 개인적으로 주문하기도 합니다. 음반 구하는 데엔 귀신이시거든요. 그리고 초판 풍조에 대한 글이라면... 알 타리크의 앨범 리뷰에다가 쓴 글 말씀하시는 거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도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본 기억이 나요. '디스란 리스펙이 내재된 게임이다.' 서로 화끈하게 물어뜯고 비난하고 욕하고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모든 것은 씬을 향한 애정으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목 받고 싶어서, 앨범 홍보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까고 싶어서 생각없이 내뱉는 디스는 힙합 문화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걸 몇몇 사람들은 왜 모를까요?
      1. d.a.r.k (2012-03-21 11:23:46, 219.248.13.**)
      2. 공감하는부분이 많고, 짧게 한마디하자면 전 이글을 보면서 "올바른 Diss 문화에 진솔함은 필수" 란 곡가사가 생각났어요. 이가사가 뭘 의미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고,스윙스본인이 featuring에 참여했으니 더 잘알겠지만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공연장에서 빅딜뒷담화까지말고, 시원하게 디스를 하던가, 불만있으면 맞짱을뜨던가했으면 좋겠다는생각입니다.

        그리고 euronymous 아이디가 어디서많이봤드라 했더니 힙벅에서 활동하셨던군이였더군요. 초판풍조글은 정말 시원하게 잘봤습니다 탈퇴하셨지만 리드머에서 좋은글계속 봤으면 합니다
      1. euronymous (2012-03-21 10:23:26, 183.102.139.**)
      2. दलित님//

        물론 현재 활동하시는 신인 분들 전체를 싸잡아 깎아내릴 생각은 없어요. 제 취향이 변한 것일 수도(혹은 현재의 유행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뭐 어차피 제 개인적인 견해니까... 딱히 누가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타일 같은 경우는, 한국어 랩을 영어 랩처럼 들리도록 정교하게 깎고 다듬는 작법을 말한 거였어요. 저도 그런 스타일 되게 좋아하고 지금도 잘 듣고 있긴 한데 이젠 좀 다른 방식의 작법을 듣고 싶다는 거죠. 이거 역시 개인적인 소망일 뿐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 euronymous (2012-03-21 10:09:17, 183.102.139.**)
      2. 님은 그저 디스라는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고민하기 싫은 것 뿐이겠지요.
        그냥 랩퍼들이 지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놔두고 싶겠지요.
        리스너가 아니라 소비자, 아니 돈줄이라 부르는 게 딱 맞겠네요.
        생각 좀 하고 삽시다.
      1. closer (2012-03-21 07:58:33, 119.200.6.***)
      2. 과대망상, 넘겨짚기, 자기합리화, 난독증
      1. दलित (2012-03-21 06:13:42, 149.169.221.**)
      2. 이센스님vs오케이본님 디스전에서 가장 화끈했던 부분은 오케이본님이 이센스님의 빠돌이/빠순이들에게 살해협박 문자를 받았을 때였죠ㅋㅋb
        …농담이고, 저와는 대충 반대네요. 저는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때에야 뇌빼놓고 좋아해대다가 제이통님 이후론 싫어지던데 말이죠.
        전 무슨 대의명분 그런거 머리가 안 좋아서 모르겠고, 그냥 어떤 식으로든 편이 갈린다던지, 아니면 결국 팬덤싸움이나 다를바 없어진다는게 싫은 거 같습니다. 그 명분이라 제시하는 것들도 허술하거나 유치하기 짝이 없고 말이죠.

        그나저나 디스얘기는 그렇다 치고, 요즘 래퍼분들의 스타일들이 VJ님, 타블로님, 스윙스님, 빈지노님이 구축해 놓은 스타일과 다르지 않다는 건 븨엑스킬라님이라던지 야수님이라던지 켄보님이라던지 G.L.분들이라던지 예전의 A-TAK님이라던지 화지님이라던지 우탄님이라던지 제이문님이라던지 누챔님이라던지 그 외에도 언급이 안 된 분들 중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인분들에게는 정말 잔인한 이야기인 거 같네요ㅎㅎ;
        물론 대충 차붐님이나 따라하고 알바나 풀어서 가능성있는 신인행세하는 어글리덕같은 래퍼들도 있지만 그런 신인들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ㅎㅎ;
      1. euronymous (2012-03-21 04:40:49, 183.102.139.**)
      2. 노파심에 몇 자만 더 적어 보겠습니다.

        '디스과 감정 배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 힙합 씬에서 과연 디스란 가능한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요.

        우선 디스와 감정 배설은... 사실 미국의 사례와 한국의 사례를 동일한 궤도에 놓고서 논의한다는 것부터가 좀 무리긴 합니다만, 가급적이면 함께 묶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 중심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감정 배설은 쉽게 말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아무 이유없이 거는 시비 같은 겁니다.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한테 슬쩍 다가가서 갑자기 귀쌰대기를 올려붙이면 그 사람은 되게 황당해할 겁니다. 때리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겠지요. 즉 감정의 표출에 있어서 '맥락'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디스와 감정 배설을 구분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바로 '맥락'이 된다는 건데요. 이 맥락은 인과적 맥락과 상황적 맥락, 요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과적 맥락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행위 과정을 말합니다. 음악적 견해 차이든, 여자 문제든, 돈 문제든, 폭력 문제든 상식적으로 충분히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원인에서부터 디스가 시작된다면 그 디스전에는 인과적인 맥락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과적 맥락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들이 보기엔 되게 사소해 보이는 원인일지라도 랩퍼들 본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하고 절실한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충분히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이라는 부분이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식적인지 아닌지를 대체 누가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를 위해 커뮤니티와 논쟁이라는 것이 필요할 텐데... 갈등의 원인이 좀 애매한 경우 맥락을 설정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상황적 맥락은, 굳이 인과적 맥락이 있든 없든 불거진 상황 자체가 어떤 서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지역과 지역 사이의 자존심 싸움으로서의 디스전이나 총질과 폭력과 돈이 난무하는 디스전일 경우,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갈등이 시작되었는지와 상관없이 힙합 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끌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황 그 자체라는 맥락을 획득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 같은' 디스전이 되겠지요.

        저는 인과적 맥락과 상황적 맥락, 요 둘 중에 한 가지 맥락이라도 만족시키는 디스전은 엄연히 맥락이란 것을 갖추고 있으니 감정 배설과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마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어느 한 가지 맥락만 만족시키는 경우가 있고 두 맥락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인과적 맥락은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씬'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도 획득될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는 곳에는 늘 갈등이 끊이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상황적 맥락은... 아무래도 극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다 보니 그 '씬'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역사와 규모를 갖추고 있어야 획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팍과 BIG의 디스/비프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제이통과 매슬로의 디스전을 영화로 만들기엔 많이 모자란 감이 있지요.

        그리고 상황적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품고 있는 '씬' 자체의 존폐를 위협할 만한 상황은 용납되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상황적 맥락이 충족될 수 있는 디스전이라도 그것이 힙합 씬 일각을 궤멸시키거나 전체 씬의 분위기를 침체시킬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벌어진다면, 결국 무분별한 감정 배설로 인한 결과와 똑같이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분방하고 누구나 할 말 다 하는 미국 힙합 씬에서조차 크루와 크루 혹은 지역과 지역이 정면으로 맞붙는 일은 상당히 드뭅니다. 또 그래서 우탱클랜 멤버들한테는 좀처럼 디스를 걸지 못하기도 하구요.

        만일 어떤 디스가 상황적 맥락 속에서 겨냥하고 있는 것이 전체 힙합 씬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경우라면, 즉 어떤 크루나 지역이 전체 힙합 씬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이 판명된다면, 크루와 크루 사이 혹은 지역과 지역 사이의 디스전은 허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부 지역 힙합 씬이 갱단과 손을 잡고 온갖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면, 디스를 통해서든 비프를 통해서든 동부 지역 씬을 분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인과적 맥락과 상황적 맥락을 동시헤 획득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디스는 랩퍼에게든 리스너들에게든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근데 그 재미라는 것도 일단 무조건 까고 보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재미가 아닌 더 화끈하고 흥미진진한 재미여야 합니다. 자극적인 언어만이 오가는 맥락 없는 디스전에만 열광하는 사람들은 줄거리도 연기도 특수효과도 형편없는 3류 액션 영화에만 열광하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따라서 디스라는 좋은 아이템을 힙합 판에서 잘 살려 쓰기 위해서는 랩퍼들과 리스너들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공익 광고 찍듯 캠페인이라도 벌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게 과연 간지가 나는 디스인지, 맥락은 있는 디스인지, 밑도 끝도 없는 허무한 디스는 아닌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 귀찮은 고민을 굳이 해야 되는 이유는 물론 디스라는 문화를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자, 이제 두 번째 물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 힙합 씬에서 디스는 과연 가능한가?'

        제가 보기에 한국 힙합 씬은 서울 힙합 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색을 자신의 랩 가사에 끌어들이는 랩퍼들이 몇 있지만 그런 랩퍼들조차 현 거주지는 다들 서울일 겁니다. 한국 힙합 씬은 가뜩이나 좁은 남한 땅덩어리에서, 그것도 서울이라는 도시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씬을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인터넷 그물망이 꼬맹이들에게까지 뻗쳐 있는 세상이다 보니 랩퍼들이든 프로듀서들이든 사소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급속도로 전파되곤 합니다. 미니홈피에 글 한 줄 잘못 올렸다간 악플러들의 표적이 되기 일쑤고 앨범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게시판 동향을 진지하게 살펴야 합니다. 한마디로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씬 자체가 태생적으로 더 이상 커질 수가 없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요.)

        이런 상황에서는, 앞서 말한 상황적 맥락이란 것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씬 자체가 작다 보니 크루들도 몇 개 안 되고, 크루가 같든 다르든 랩퍼들끼리도 웬만하면 다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형이고 동생이며 친구고 선후배입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서사적인 그림이 안 나오는 겁니다.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을 받쳐주는 배경이 있으며, 그곳에서 갖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져야 서사가 되는 건데 이건 뭐 사건이라고 해 봤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언쟁이나 뮤지션들의 SNS를 통해 퍼지는 자잘한 소문들이 전부니.... 막말로 청부 살인이라도 벌어지지 않는 한 딱히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건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물론 미국과 비교해서입니다.)

        크루와 크루가 대격돌을 한다든지, 서울 씬과 부산 씬(부산 씬이 있다면 말이지만)이 정면으로 맞붙는다든지 한다면 용케도 상황적인 맥락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이 경우는... 한국 힙합 씬 전체의 분열을 초래하고 각종 파벌주의를 양산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상황적 맥락을 획득해 봤자 아마 오래 못가서 씬 전체가 파국을 맞게 될 겁니다. 대규모 디스전이 벌어지는 그 순간만큼은 흥미진진하겠지만, 결과를 놓고 생각해 보면 결국 공멸이라는 거지요. 이렇게 좁은 씬 안에서 서로 물어뜯고 목을 비틀다간 자칫 씬 자체가 말라 죽게 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크루와 크루 사이, 혹은 지역과 지역 사이의 커다란 갈등을 재빨리 수습할 수 있을 만큼 현 한국 힙합 씬의 부피가 큰가요? 아니면 지역별로 씬들이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있나요? 아닙니다. 한국 힙합 씬의 역사는 가장 길게 잡아도 20년 정도밖에 안 돼요. PC 통신 동호회와 마스터플랜을 시작점으로 잡으면 15년도 채 안 됩니다. 땅덩어리 때문에 씬의 부피가 더 커질 수 없다면 지역별로 다양하게 뿌리를 내리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것조차 요원한 얘기고 보면... 한국 힙합 씬에서의 파벌 싸움이란 결국 공멸을 의미한다는 우울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힙합 씬에서 디스 다운 디스가 벌어질려면 하는 수 없이 인과적 맥락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인과적 맥락에 따라 불거졌던 디스전들이 과거에 많이 있었지요. 희대의 디스전이었던 이센스와 오케이본의 경우도 그랬고(힙합을 대하는 태도와 랩 가사 작법 같은 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었지요) 제이통과 매슬로의 경우도 그랬습니다(이 경우엔 힙합의 상업화 혹은 팬시 힙합 같은 문제들이 부각되었습니다.) 나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디스전들도 따지고 보면 개인적인 문제나 사소한 문제가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 모든 것들은 죄다 인과적 맥락이라 뭉뚱그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한국 힙합 씬에서 디스는 가능한가? 네. 가능합니다. 다만 상처와 공멸을 피하고 한국 힙합 씬을 어떻게든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인과적 맥락에 의거한 디스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인과적 맥락을 통한 디스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듯합니다.)

        근데 이게 무슨 의약품 복용 설명서도 아니고... 무엇무엇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니!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랩퍼의 입장이 아니라 리스너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디스는 랩퍼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요. 인과적 맥락이든 상황적 맥락이든 다 개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자기 랩에 담아낼 권리는 그 어떤 랩퍼에게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자기가 내뱉은 랩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리스너들이 전부 다 바보들은 아닙니다. 디스든 뭐든 자극적인 발언이기만 하면 껌벅 죽는 바보들도 있지만, 저 랩퍼는 과연 무엇 때문에 누구를 디스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려는 리스너들도 분명 있습니다. 디스를 하려는 랩퍼들은 그런 리스너들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힙합에도 가짜 힙합과 가짜가 아닌 힙합이 있듯이 디스에도 가짜 디스와 가짜가 아닌 디스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 스윙스의 경우, 상황적 맥락과 인과적 맥락 그 어떤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숨겨져 있는 인과적 맥락이 갑자기 드러나게 되어 스윙스가 자신의 대쪽 같은 논리로 빅딜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사태는 달라지겠지요. 또는 빅딜 멤버들이 무슨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사실 자체가 한국 힙합 씬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스윙스의 디스를 통해서 상황적 맥락과 인과적 맥락은 동시에 획득될 수 있을 겁니다.

        말이 길었지만... 암튼 좀 재미있는 디스를 보고 싶다는 얘깁니다.
      1. euronymous (2012-03-21 02:04:59, 183.102.139.**)
      2. 저는 우선, '디스'라고 하는 건 특정 방식으로 표현되는 진술 행위 그 자체라고 보구요. 그 행위에 어떤 의미가 담겨질 것인지는 그 행위를 하는 주체에 의해 결정될 뿐이지 처음부터 디스란 어떠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디스는 행위일 뿐이지 어떤 규범이나 가치를 담고 있는 건 아니죠. 거기까지는 동의하시지요?

        랩퍼들끼리 둘이 만나 개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랩송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이 흔히 말하는 디스의 방식인 만큼, 랩퍼 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들, 즉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디스라는 행위에 대해 각자 마음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어요. 랩퍼들이 디스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우리에게 없는 것처럼, 우리 역사 우리 마음대로 디스를 받아들일 권리가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도 동의하시지요?

        어찌 되었든 디스라는 게 랩송의 형식으로 짜잔 하고 등장하는 것 자체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그 랩송이 만들어지고 공개되기 전에는 그게 디스곡인지 아닌지 랩퍼 본인만 빼고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느날 디스 하나가 툭 튀어 나왔어요. 무슨 내용으로 누구를 디스하나 찬찬히 살펴보니, 힙합 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거창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당사자들한테는 절실할 수 있는 내용들, 즉 여자 문제라든가 지역 주도권 싸움이라든가 과거의 묵은 앙금이라든가 하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시시껄렁한 시비조의 디스에 별 맥락도 없는 욕설로 도배된 랩송일 뿐이었지요.

        고작 이런 걸 가지고 디스라고 하며 힙합 고유의 문화니 뭐니 하는 건 오히려 힙합 문화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요? 아니, 디스가 언제부터 자신의 별 시덥잖은 감정들까지 맘대로 배설하는 수세식 변기 같은 것이 되었나요? 디스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감정적인 배설들을 힙합이라는 이름만으로 죄다 정당화시키는 것은, 랩퍼들도 리스너들도 함께 자기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디스는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는 동료 랩퍼에게도 리스너에게도 있어요. 그런 반응들이 싫으면 애초에 디스를 하지 말았어야지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랩을 하려는 자세는 물론 대단히 중요한 자세이지만, 자기가 랩한 것에 대한 책임도 질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스윙스가 디스인지 뭔지 하여튼 신곡 가사에 다른 동종업계 동료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말을 넣었어요. 신곡은 음반으로 나와 팔리기 시작했고 이쪽 커뮤니티를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에겐 스윙스의 메시지가 그대로 전해졌지요. 그래요. 디스한 것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디스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예요. 저는 스윙스가 다시는 디스하지 못하게끔 입을 봉해버리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스윙스의 디스 아닌 디스는 한국 힙합 씬에 먹칠을 하는 꼬락서니로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무엇에 대해 디스하는지 제대로 밝히지도 않았을 뿐더러, 크루고 레이블이고 다들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 그것도 손바닥만 한 한국 서울 힙합 씬에서, 왜 서로가 서로의 등에 칼을 꽂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지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놈의 '디스'라는 게 '씬'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가요? 아니, 힙합 문화라는 것에는 오로지 '디스'밖엔 없는 건가요? 힙합이야말로 다른 어느 음악 장르보다 peace와 brotherhood를 강조하는 음악 아니었나요?

        저는 뜬금없이 터져 나온 스윙스의 디스가 정말 한심해 보였고, 나아가 한 랩퍼가 디스와 감정 배설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자극적인 표현이라면 우르르 몰려들어 입방아를 찧어대는 자칭 힙합 매니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한 제가 좋아하는 힙합이 고작 이따위 소모적인 입씨름으로 전락하는 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하루 날 잡아 긴 글을 썼을 뿐입니다.

        제게 이런 의견을 펼칠 자유도 없나요?






        해외의 디스 사례들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사실 미국 본토 랩퍼들의 디스전에 대해서 동양의 한국에 사는 제가 말하기엔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저는 미국인들 다수의 어떤 보편적인 문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어떤 언어 행위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에요.

        투팍과 BIG, 제이지와 나스의 디스는, 그동안 전해져 온 이런저런 소문들과 뉴스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사실 힙합 팬들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는 온갖 영화 같은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어요. 서부 씬과 동부 씬의 갈등, 그리고 뉴욕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게다가 다들 얼마나 쟁쟁한 랩 스타들인가요? 이 정도 되면 갈등이 생겨난 원인이 여자 문제나 말꼬리 잡는 사소한 다툼이었다고 해도 디스의 명분은 충분한 셈이 됩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이지요.

        게다가 투팍도 BIG도, 나스도 제이지도 이미 자기 영역에서 최고라 불리고 있는 슈퍼스타들이었고, 자신을 따르고 있거나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디스를 아무리 주고받아도, 그게 상호간의 비프로까지 번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사실 미국 힙합 씬이라는 거대하고도 지역적인 판에 그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투팍이 죽었다고 서부 씬이 망했나요? 제이지와 나스가 싸우는 통에 뉴욕 씬이 몰락했나요? 아니에요. 당사자들끼리는 심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냥 스포츠뉴스 보듯이 느긋하게 바라보면 되는 겁니다. 심심하면 디스곡들에 별점도 매겨 가면서요.

        쥬스크루와 BDP크루의 경우는... 아마 힙합 역사상 최초의 디스전이라고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 있을 거예요. 각자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크루들끼리 랩송들을 통해 맞붙어 버린 겁니다. 각 크루에 어떤 랩퍼들이 있었나요? 굳이 이름을 열거하지 않아도 정말 기라성 같은 랩퍼들이 포진해 있었으니... 갈등의 시작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어도 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지켜볼 수 있는 기싸움이었겠지요. 딱히 디스전의 승패가 명확히 결정난 것도 아니고, 비프로 간 것도 아니고, 말리말 크루와 KRS-1 크루는 나중에까지도 잘 나가기만 했어요.

        팀독과 이지이, 드레의 경우는 좀 복잡하지요. NWA와 네잇독, 스눕까지 끼게 되면... 저도 이 갈등 관계의 구도는 정확히 알지 못할 정도입니다. 허나 정말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완전 조폭이 따로 없을 정도로 개무식하게 맞붙었던 건 알아요. 심지어 서로 깡패까지 고용하기도 했다니까... 근데 이건 딱 봐도 디스전 자체가 그냥 미국 갱스터 무비였지요. 디스곡 가사를 봐도 별 내용이 없이 그냥 무조건 까는 거예요. 뮤직 비디오엔 아예 대놓고 야구 빠따 들고 나왔고... 근데 이런 식으로 디스전이 과격하게 벌어졌다고 해서 도대체 누가 피해를 봤나요? 서부 씬이 분열이라도 됐나요? 누가 죽기라도 했나요? 전혀 아니에요. 이 역시 팬들의 입장에서는 '어머 쟤들 왜 저러니'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마치 갱스터 무비 보듯이 지켜보면 그만인 거예요. 물론 드레도, 이지이도, 아이스큐브도, 스눕도, 네잇독도 나중에까지 잘 나갔지요. (팀독은 좀...) 이 경우 디스전은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힙합 문화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오락거리가 되는 겁니다.

        그래요. 제가 말하는 '명분'은 무슨 도덕적인 합리화가 가능한 무언가나 거창한 이유를 들이댈 수 있는 무언가가 절대로 아니에요. 그따위 명분은 저도 싫습니다. 명분이라는 낱말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말로 바꿔도 상관 없어요. '간지'라고 해도 되겠지요. 디스에 필요한, 디스다운 디스를 위한 '간지'.

        근데, 스윙스의 그 한 줄 랩 가사에 그런 '간지'가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밑도끝도 없이 빅딜이 잊혀졌다고 툭 내던지는 게 대체 무슨 놈의 디스인가요? 힙합 문화의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디스'라 부르기엔 스윙스의 도발은 참으로 맹숭맹숭했지요.

        그렇다면 아예 한 곡을 통으로 잡아 빅딜을 디스했다면 제 생각은 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스윙스 이 분 정말 간이 크구나. 랩퍼답긴 하네.' 뭐 이렇게 감탄 정도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빅딜을 겨냥한 스윙스의 디스가 결국 빅딜뿐만 아니라 한국 힙합 씬 전체에 먹칠을 하게 된 거라는 생각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잊혀진' 크루라 말할 수 있는 게 지금 현재 어디 빅딜 하나인가요? 제가 보기엔 아니에요. 스윙스가 몸담았던 오버클래스는? 지기펠라즈는? 소울컴패니는? 랩퍼들이 각자의 살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크루의 개념은 이미 5~6년 전과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방송국과 연예계라는 '크루'에 목숨을 거는 랩퍼들이 더 많아졌을 뿐, 활발히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는 크루나 레이블은 제가 보기엔 딱히 없어요.

        한마디로, 상황이 무진장 어렵다는 겁니다. 언제는 뭐 어렵지 않았느냐만, 그래도 한때는 열정과 재능만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랩퍼들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지요. 앨범들이 한 달에도 몇 십 장씩 쏟아져 나왔고 퀄리티들도 상당했습니다. 근데 경제가 바짝 졸아붙어서 그런지 아니면 힘든 언더그라운드 생활에 다들 염증을 느꼈는지, 한창 때의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느낌을 저 개인적으로는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그건 저뿐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촌스럽게 언더그라운드를 외치고 다닙니까? 다들 사이먼디나 도끼, 버벌진트가 되고 싶겠지요.

        그런 판국에, 자기보다 잘 못 나가는 것 같아 보이는 동료 뮤지션들을 잊혀졌다니 뭐니 하며 깎아내린다는 건, 단순한 디스 차원을 넘어서, 한국 힙합 씬 자체에 대한 능멸이 되는 거예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마일드비츠가 열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라는 거지요.



        겉으로 보기엔 참 재미나겠지요. 데드피 대 스윙스. 이건 뭐 한창 때 박찬호와 전성기 이승엽이 맞붙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대결이라 할 수 있어요. 근데...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이 어려운 판국에 굳이 이런 갈등을 부각시키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이러다가 정말 한국 힙합 씬이 파벌주의로 흐르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좁아터진 씬이 조각조각 나버리기라도 하면, 그건 대체 누가 책임을 지나요? 실제로 스윙스의 말 한마디에 넘어간 사람들은 벌써부터 빅딜 멤버들을 산송장 취급하고 있는데,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이 다시금 불쑥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바람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오로지 디스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걸 합리화시켜야 할까요? 그냥 디스면 뭐든지 다 용서가 되는 걸까요?

        디스는 랩퍼가 자신의 감정을 꼬맹이처럼 마구 배설하는 게 아니에요. 디스와 감정 배설은 엄연히 구분됩니다. 우리는 편의상 이런저런 소소한 다툼부터 심각하고 진지한 갈등까지 그냥 퉁쳐서 디스라 부를 뿐이에요. 미국 현지에서도 쓸데없이 디스나 일삼는 랩퍼들은 팬들에게 좋은 얘기 못 듣는 경우가 허다하고, 최근에 있었던 릴킴과 니키 사이의 디스는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지요. 뭔가 좀 진지한 소통이 될 것 같았던 커먼과 드레이크 사이의 디스 역시 흐지부지되었고... 디스라고 해서 뭐든지 다 힙합스러운 문화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디스가 힙합스러운 문화가 되려면 디스 역시 힙합 '간지'를 담고 있어야겠지요.

        근데 국내에서는 그동안 워낙 디스가 드물다보니 힙합 문화와 함께 수입된 디스가 완전 신기해 보일 수밖에 없고, 신기하니까 많은 이들이 디스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우르르 달려드는 거예요. 더군다나 '디스란 힙합 고유의 문화니 랩을 통해 뱉어진 모든 언어 행위는 랩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는 언제나 용인이 된다' 뭐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논리까지 만들어 냈으니 일부 생각 없는 랩퍼들이 디스와 감정 배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굳이 디스를 하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는데, 다만 자기가 디스를 거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한국 힙합 씬 전체를 좀 생각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무작정 자극적인 디스를 걸고, 디스곡을 주고받으며 몇 번 입씨름을 벌이다가, 대충 분위기 식으면 발을 빼고 힙합 커뮤니티와 인터뷰를 하면 땡! 이건 이미 몇몇 랩퍼들이 과거에 보여준 패턴입니다. 이젠 지겨워요. 이따위 언론플레이를 디스라고 부르는 건 힙합 문화에 대한 심각한 모독입니다.

        '차라리 디스는 없어져야 한다.' 이 말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하지요.

        '디스 같지 않은 디스는 없어져야 한다.'
      1. closer (2012-03-20 23:14:35, 119.200.6.***)
      2. 그러니까 님 의견은 계속 펼치시되 단 디스의 '명분'이란거에 자꾸 도덕적 접근을

        하면 그게 디스자체를 부정하는 논리에요. 모순이라는거에요.

        님 본문에서 예로 든 투팍과 B.I.G 사이의 전쟁이나 제이지 대 나스의 대결 구도,

        그 옛날 쥬스크루와 BDP크루 사이의 디스,

        Tim Dog - Eazy-E - Dr. Dre를 둘러싼 삼각 디스. 님이 주장하시는 그 명분을 대입하면

        전부다 스윙스&빅딜?과 하나도 다를바 없어요.

        가만있는 빅딜을 도대체 스윙스 니가 뭔데 어린애처럼 그러느냐는

        님 주장에 굳이 명분이란걸 가져와서 도덕적 접근으로 집착해봐야 명분은 핑계거리밖에

        안되요. 그냥 계속 주장하시던대로 스윙스 이해가안간다 왜그럴까? 그얘기만 하시면되요.

        님 논리에 님이 주장하는 좋은 디스? 그런거 존재안해요. 예로든 디스전들 전부

        님 논리에 대입하면 스윙스나 투팍이나 제이지나 다 거기서 거기라는거에요.

        "차라리 디스는 없어져야한다" 이렇게 주장하시면되요.
      1. euronymous (2012-03-20 22:52:54, 183.102.139.**)
      2. 완벽하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하는 디스 따윈 물론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허나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가 없는 허섭쓰레기 같은 디스는 존재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재미라는 것엔 우리가 명분이라 부르는 것이 상당 부분 작용합니다.

        명분이 없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디스 자체에 간지가 안 난다는 거죠.

        차라리 곡 하나를 통째로 빅딜 디스곡으로 만들었다면 모를까,

        그 긴 가사에서 달랑 한 줄 언급하고선 뒷일은 나몰라라 하고,

        이게 맞대응을 기다리겠다는 선전포고인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인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사실 디스라 불러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디스 하고 싶으면 해야죠. 그 어떤 이유든 명분이든 디스를 하겠다는 것 자체를 두고

        제3자인 우리들이 본인들한테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우리가 디스에 굶주린 하이에나 떼도 아닌데, 디스전 비스무리한 게 터지기라도 하면

        무조건 갈채를 보내며 싸워라 싸워라 막 부추길 필요는 없지 않나요?

        빅딜과 스윙스라는 대결 구도만 보면 되게 흥미로운 배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국 힙합 씬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이 디스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적어도 힙합 간지라도 제대로 챙기고는 있는지

        의심이 될 뿐입니다.

        저는 그런 의견을 말한 것이구요.
      1. closer (2012-03-20 22:05:46, 119.200.6.***)
      2. 애초부터 디스라는게 스윙스&빅딜 나누는거 떠나서 어느쪽이건 이건 해도돼! 라고

        양쪽 모두가 다 수용할만한 명분따윈 없어요.

        명분이란거에 너무 도덕적,상식적으로 집착한다면 차라리 디스자체도

        존재가치의 의미도 없어지고요. 이번일을 예로 들더라도

        스윙스 그리고 빅딜?로 나눠지는데 어느쪽을 지지한다거나 편을 들게되면

        자기합리화하면서 반대쪽 입장을 고깝게 보게되는거죠. 스윙스입장으로 생각해보면

        또 끝도없어집니다. 왜 가사에 그런얘기를했고 왜 디스를하게됬는지 블라블라...

        완벽하게 서로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하는 디스 따윈 존재할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1. 힙초보 (2012-03-20 18:22:19, 220.79.54.***)
      2.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빅딜이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맞디스 하기도 참.. 뭐함; 디스 대신 좋은 앨범 하나 내줬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직 건재하다!! 라는 식으로.. 디스곡 대신 끝내주는 앨범을
      1. Popeye (2012-03-20 15:21:46, 168.120.97.***)
      2. 그렇죠 ㅋ
        저도 요 밑에 글을 썼지만 간만에 디스삘(?)나오는 디스전이 될까라는 희망때문에..
        선빵은 솔직히 뜬금없었죠ㅋ
        근데 아직까진 본인들 외에는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윗분들 말씀처럼 아직까진 계속 지켜봐야하겠어요.
      1. euronymous (2012-03-20 15:14:18, 183.102.139.**)
      2. 제가 보기엔, 빅딜측이 맞디스곡을 만들어 발표하기에도 뭔가 좀 뻘쭘한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스윙스가 정식으로 '디스곡'을 통해 선빵을 날린 것도 아니고 그저 신곡에서 가사 한 줄로만 언급한 건데... 더구나 그게 밑도 끝도 없는 얘기여서... 제가 빅딜이었어도 뭐라 대응하기 참 난감할 것 같네요. 그냥 무시하기엔 이미 관심이 온통 빅딜의 대응에 쏠려 있는 판국이고, 그렇다고 맞디스곡을 내놓기엔 뭔가 스윙스한테 놀아나는 기분일 거고...

        만일 이게 커지고 커져 빅딜 대 저스트뮤직으로 간다면 간만에 보는 대형 사건이 되긴 하겠네요. 구경하는 재미는 있겠지요. 근데 한편으로는 되게 씁쓸할 것 같아요. 디스전이 아니면 구원이 안 될 정도로 한국 힙합 씬이 맹숭맹숭해졌단 말인가? 손바닥만 한 서울 힙합 씬 안에서 무슨 초딩들 땅따먹기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서로 싸우고 싶으면 싸우게 놔두면 되지만... 싸우기 싫어하는 사람들 보고 왜 싸우지 않느냐고 손가락질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디스전이 씬의 활력소가 되려면 일단 명분과 상황부터 그럴듯하게 조성되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사실 해외에서도 드물고... 이번 스윙스 건 같은 경우는 제가 보기엔 선빵부터가 영 글러먹었어요. 맞디스를 한다고 해도 아마 갈수록 지저분하게 되겠지요. 빅딜에게 아직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깨끗이 무시해 버리는 게 상책이 될 겁니다.
      1. doh! nuts (2012-03-20 13:28:30, 164.124.106.***)
      2. 이번에 만약 디스전 벌어진다면 힙합씬에 큰 활력이 될 것같은데용. 저는 관전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먹쓰고 하는 것은 안좋지만 이런 디스전은 재미있는데요 뭐 ㅎㅎ
      1. Fukka (2012-03-20 12:46:04, 110.70.0.***)
      2. 전 상당히 재미있을 듯한데요. 역대 최고의 디스전이 될 거 같습니다. 워낙 국내 디스전은 재미없는 것들이 많아서. 그리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세요. ㅎㅎ 랩은 역사적으로 배틀이 기본적 속성으로 내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물리적 충돌까지 가는 실질적 비프가 나쁜 거지 디스 자체는 씬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음악적 재미를 주기도 하죠. 요즘처럼 침체기인 한국힙합엔 엔터테인먼트적으로라도 디스전 하나 터지는 거 괜찮지 않나 싶네요.
      1. piano (2012-03-20 03:34:50, 180.68.107.***)
      2. 숨은(or 아직 안밝힌) 동기가 있지 않을까요?

        글에 공감을 느끼는 한편 또 솔직히 스윙스, 마일드비츠, 데드피 이름보면 빅매치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스라고 있었던게 big vs small이 많잖아요? 리미 대 병신들은 뭐 디스라고 할 수나 있나싶은 경우겠고

        스윙스가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빅딜이 그냥 씹을지 (슁스가 별 생각없이 '빅딜은 퇴물이지~' 하고 다닌거면 쓰신것처럼 무시한다 그래도 뭐..), 어쩌면 빅딜이 완전 발라서 한순간에 다시 활발해 지는 경우가 나올지도.. 어떤 상황인지 지켜보면서 일단은 말을 아껴야겠습니다
      1. euronymous (2012-03-20 02:34:15, 183.102.139.**)
      2. 음...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작은 VJ 인터뷰였을 거예요. 인터뷰에서 좀 자극적인 발언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어드스피치가 자기 미니홈피에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식으로 글을 썼고 그걸 본 스윙스가 디스곡을 느닷없이 낸 걸로 기억합니다.
      1. 진백 (2012-03-20 02:28:59, 211.234.224.***)
      2. 스윙스 처음 디스 이유가 어드스피치가 버벌진트를 욕하는 글을 홈피인가?에 적어서 화근이 됐던거 아닌가요? 편들기는 아니지만 이 내용이 글에 없어서 댓글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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