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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제이통 모히칸과 맨발 리뷰
    공삼이 | 2012-10-13 | 12,525 Reads | 1 Thumb Up
    제이통-모히칸과 맨발: 힙합다운 힙합

    힙합은 문화이며 태도이다. 우리나라에 힙합 문화가 들어온 뒤 수많은 뮤지션들이 생소한 이 외래문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변형하며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왔고 힙합은 어느덧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 친숙하게 들어와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발표된 제이통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모히칸과 맨발]. 나는 이 앨범에 감히 '힙합다운 힙합' 앨범이라는 찬사를 내리고 싶다. 이 말이 이 앨범이 뭐 10년 후에도 손으로 꼽힐 명반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이통은 힙합이라는 문화를 앨범 내내 자신감 넘치면서도 개성 있게 받아들인다.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신인이 등장하는 이 씬에서 제이통이라는 랩퍼는 [부산]이라는 EP 한 장으로 홈런까지는 아니더라도 3루타 정도 되는 화끈한 데뷔를 해냈다. 한국 힙합이 정체되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는 시점에 등장한 이 랩퍼는 특유의 로컬리즘과 강력한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물해주었다.

    [모히칸과 맨발]은 [부산]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실제로 [부산]에 수록되었던 개판과 구구가가는 다른 버전으로 다시 앨범에 수록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앨범의 신선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트랙리스트에서 노 브레인과 로다운30이라는 피쳐링진을 보는 순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실제로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결과물이 수록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판은 극단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제이통의 개성을 완벽하게 보여준 곡으로 완성되었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으로 인트로의 역할을 해주는 깡패는 제이통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웨거 트랙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표현 방식은 자유, 무규칙'이라고 정의 내리면서도 '내 것에 대한 거의 병적인 연구'를 한다는 그의 태도는 음악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훌륭한 스웨거이다. '허풍명품 타령하다가 전부 대머리 깎아라'라는 그의 조롱이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 이유이다.

    선 공개 된 뮤직비디오에서 강렬한 화면에 밀려 정작 별 관심을 받지 못한 찌찌뽕은 싸이코반만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비트 위에서, 제이통만이 소화할 수 있는 주제가 좋은 조화를 선보인다. (뮤비에 대해 딴소리를 하자면 찌찌뽕 뮤비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수록곡이 삶에 대한 고민만 담고 있으면 재미없지 않겠는가. 찌찌뽕이라는 세 글자 안에 제이통의 캐릭터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직동 찬가와 혼란속의 형제들은 이른바 본토 힙합 문화의 기본 요소인 로컬리즘과 크루 문화를 훌륭하게 가져온 예시이다. 사실 이 곡뿐만 아니더라도 앨범 전체에서 제이통은 그의 크루인 IK와 Buckwilds를 끊임없이 외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대놓고 모든 곡에서 자신의 크루에 대한 프라이드를 선보인 랩퍼가 있던가? 일부 사람들은 제이통의 음악은 다 똑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얼핏 들으면 비슷한 곡인 것 같으면서도 실제 음악과 내용적인 면에서 곡마다 차별점을 주는 것이 바로 제이통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제이통은 특별히 떨어지는 곡 없이 모든 곡을 비슷한, 심지어 훌륭한 퀄리티로 뽑아내고 있다.

    취해 부르는 노래는 위에서 이야기 한 비판에 "나 이런 곡도 할 수 있어요"라고 대놓고 반박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노래인 혼란속의 형제들과 모히칸과 맨발에서도 기존의 강한 비트가 아님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준수하게 유지해냈다. 개판이나 구구가가에서 느꼈던 강력한 첫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규 앨범의 전반적인 균형을 맞춰주면서 들을수록 매력적인 곡들이다.

    앨범과 같은 제목의 마지막 수록곡인 모히칸과 맨발에서 제이통은 자신의 '태도는 확고부동함'을 진실하게 선언한다. 좋은 랩퍼에게선 진실함과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최근 한국 힙합 씬에 실망을 하는 이유가 저 요소들의 부제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의미에서 [모히칸과 맨발]은 한국 힙합의 침체기에 등장한 귀중한 앨범이다. 열 곡 중에 두 곡이 스킷이고 두 곡은 기존 곡의 리믹스이면서도 전체 플레이 시간이 30분 남짓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뚜렷한 태도와 자신감,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과 치열한 음악적 연구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루어 낸 [모히칸과 맨발]은 훌륭한 힙합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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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잠온다 (2012-10-20 14:55:07, 58.142.230.***)
      2. 이거 광고글임? 걍 후빨하는건 리뷰가 아님. 일기지.

        글고 제이통한테 부산 얘기하지 말라는 건

        드레한테 컴튼 얘기 하지 말라는 얘기랑 같은 거 아님?

        근데 이번 앨범 존나 좋음.
      1. SOUNDWINE (2012-10-13 06:57:03, 211.246.78.***)
      2. 태도와 신념이 조금이라도 흔들리지않는다면 계속 발전할 사람이라봅니다. 겉봐도 어설퍼보이지않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씬안에서 없어선 안될 독특한캐릭터.! 이런 캐릭터가 많아야 잼나는건데
      1. 랩의진수 (2012-10-13 05:41:57, 173.70.202.**)
      2. 본문 리뷰 잘 읽었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
      1. 랩의진수 (2012-10-13 05:36:33, 173.70.202.**)
      2. 힙합다운 힙합이고 좋은 앨범이고 제이통은 잘하는 랩퍼임에는 틀림없고 글쓴이 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랩퍼들 그리고 저를 포함한 많은 리스너들까지 다 아는것 같으니 칭찬 말고 제가 느낀 감정 하나만 짚어보자면,

        제이통의 부산 앨범과 모히칸과 맨발 앨범의
        랩 가사의 표현방식이나 문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라인들이 무언가를 "선전포고" 하는 형식을 뛰웁니다.
        직설적인 표현과 단순한 문법으로 나는 무엇이다, 혹은 무엇은 무엇이다를
        주장하고 선전포고하는 듯한 식이지요.

        저는 이제 제의통의 "나는 무엇일까? 무엇이 아닐수도 있을까?"
        하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제이통이 만약 다음앨범에서
        부산에서 벗어난 다른 주제들을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풀어내는것을 성공적이게 한다면 그의 음악과 랩퍼 커리어가 지금보다 훨씬더 굳건해질꺼라 예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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