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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리뷰) Dopsh의 색깔을 찾아서
    MoveCrowd | 2014-04-04 | 12,569 Reads | 1 Thumb Up






    본 글에 앞서, 이 정도의 퀄리티의 음반을 샘플 클리어 문제 때문이긴해도 기꺼이 무료공개 하였으며 곡마다 커버를 만들고 압축 파일 안에 잘 담아둔 그랜드라인과 DJ Dopsh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더불어 이 리뷰는 돕쉬의 작업기를 참고하여 썼음을 알려드립니다.



    나에게 DJ Dopsh는 약간 어려운 인물이었다. 턴테이블리즘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상소한 장르지며 사실 본토에서도 주류라고 보긴 어려웠다. 때문에 그가 내는 것들을 체크하긴 했지만 내가 평가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었다. 그러나 두 장의 앨범을 거쳐 DJ Dopsh는 샘플링 작법을 전면으로 내세워 다시 돌아왔으며 기꺼이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앨범의 구성은 10곡이지만 EP인만큼 짧은 재생 시간을 가지고 있다. EP는 청자들이 단시간 안에 듣기 때문에 좀 더 집중 시킬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여러 주제를 가져온다면 쉽게 그 구성이 흩어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다른 트랙들과 상당히 다른 질감을 가졌으며 퀄리티가 더 뛰어나다 보기도 어려운 한 곡(비가와도)를 위해 두 트랙을 쓴 것은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 곡과 그 앞의 인터루드 덕분에 나름 좋게 끌어왔던 1, 2, 3, 4번 트랙에서의 일관된 흐름을 끊어버렸고 하나의 앨범이라기보다는 여러 싱글들의 모음 정도로만 여겨지게 만들었다.

    앨범에서 돕쉬의 비트는 확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샘플 운용은 평범한 수준이며 드럼라인 역시 번뜩이는 부분은 찾기 어려웠다. 드럼 외에 악기 운용은 아직 설익은 느낌이었다. '비가 와도'의 스트링이나 '문제가 안 돼'의 신스는 좀 더 다듬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컷된 샘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매력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은 짧은 시간의 연주곡에서 더욱 그 진가를 보였다. 아직 3개월 밖에 안했다고 하니 DJ Dopsh의 실력 자체는 앞으로의 결과물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앨범 내에서 가장 빛나는 곡은 아무래도 턴테이블을 가장 많이 활용한 DJ Wegun 헌정곡, Respect였다. 스크래치야 두말할 것도 없으며 아카펠라의 활용도 상당히 리듬감 있었다. 이 앨범의 주인인 DJ Dopsh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래퍼는 Donutman이었다. 오케이션이 앞서가고 있을 때 도넛맨은 뭐하고 있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는데 I'm Back을 들어보니 군대를 다녀온 것 같아보인다. 아무튼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 유연하고 쫀득한 래핑은 여전했다. 좋은 프로듀서를 만난다면 확실히 포텐을 더 터트릴 수 있는 MC라 생각한다. Donutman과 더불어 Yella Diamond도 주목해볼만 했다. Crucial Star, Jerry.K, 도끼, 더 콰이엇과 같은 기라성 같은 래퍼들 사이에서 그의 곡은 가히 베스트 트랙으로 꼽을만 했다. Dopsh의 실험적인 글리치 합 비트 위에 옐라의 목소리는 궁합부터가 좋았다. 곡이 다소 거친 면이 있었지만 옐라가 적당히 소화해주면서 좋은 곡으로 거듭났고 후반부의 Dopsh의 스크래치와 옐라의 피아노 세션은 이 곡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곡 '문제가 안 돼'는 처음 듣고 Jerry.K가 쓴 건줄 알았다. DOPEDYED에서 들었던 그 살짝 조악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묘한 신스의 리듬감 위에 제리 케이가 오랜만에 좋은 벌스를 올려주니 나름 괜찮은 곡이 완성 되었다. 반면에 언급하지 않은 곡들은 참여한 래퍼들의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그저 그런 곡들이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몇 곡에서 들리는 노이즈는 아마 샘플 과정에서 생긴듯 한데 누군가에게는 좀 더 Lo-fi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었고 그 때문에 아쉬웠다.

    DJ Dopsh가 이제 막 작곡을 시작한 만큼 색깔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몇 부분에서 DJ Dopsh에게서 괜찮은 프로듀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는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DJ로써만 아니라 비트 메이커 혹은 프로듀서로써 발전하는 DJ Dopsh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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