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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리뷰] 아웃사이더 1집, 그가 원했던 것은..
    컴포나티 R | 2010-10-25 | 11,648 Reads | 0 Thumb Up
    아웃사이더 1집은 그가 한창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던 시즌에 나왔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아웃사이더 1집 발매 시기.
    대부분의 MP3에는 어2쿠ya, 런앤런, 베럴댄이 꼭 들어가 있었고
    '신기하게 빠른 랩퍼'라는 인식은 대중 모두의 가슴 깊이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아 놓고 아웃사이더 1집은 세상에 등장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까였다.
    이유를 보면 다들 하는 말이 졸작이라는 것이었다.

    왜?

    난 그 이유를 '앨범의 수준이 낮아서'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치와 그 방향이 달라서'로 해석하고 싶다.
    07년 시즌은 아웃사이더가 '속도쟁이'로 대중들에게 어필을 제대로 하고,
    또한 정규앨범 발매 소식을 내면서 대중들에게 '빠른 랩 음반'이 나올 것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놨다.
    그래 놓고 앨범에서 베럴댄보다 빠른 랩이 하나도 없었으니
    사람들 반응이 그랬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며,
    스나이퍼사운드의 마케팅 방향이 실패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웃사이더 1집은 아이러니하겠지만 그의 컨셉인 '빠른 랩퍼'로만 한정짓지 말자.
    스피드에 가려진 이면은 아깝기까지 하다.
    라디오헤드가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creep이듯 아웃사이더 1집에서 혹평의 주 요인은 스피드의 부재다.

    이 앨범은 아웃사이더를 모르는 사람이 접해 봐야 진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웃사이더를 알고 있다.
    이제, 속도라는 색안경을 벗고 '다른 방면'에서 앨범을 바라보도록 하자.

    솔릴로퀴스트(-_-)라는 앨범 제목처럼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마음을 읊조려 가는 것이 이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성이다.

    아웃사이더는 show라는 인트로격 트랙으로써
    음반가게에서 수많은 쟁쟁한 랩퍼들 중 당당히 하나의 MC로 이름 올렸음을 알리고
    innovation으로 스피디한 자신의 스타일이 등장했음을 선포한다.

    이어서 one way로 랩퍼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뒤
    mr liar가 연주되어 자신의 의지표현을 함으로써 달아오른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힌다.

    미, 파#, 솔의 세 음으로 이룬 보컬라인은 차갑지만 맑은 피아노 사운드와 어우러져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준다.

    이어서 아기자기한 스크래치와 피아노 소리가 나오고, 고요한 분위기는 어느 새 스피디한 비트로 바뀐다
    타이틀곡 '남자답게'가 이어지는 것이다.
    뭐 그냥 사랑노래긴 한데 가사도 나쁘지는 않다.

    곡 중간에 One, Two, Three, Four를 이용한
    원한것 따위는 없었지 ~ 포기해 버리고도 싶었지 라는 세로드립 브릿지가 돋보인다.

    스피디한 타이틀 곡 이후 다시 속도감을 가라앉히고 락킨이 만든 예쁜 비트가 나온다.
    락킨은 본인도 꽤 좋게 생각하는 비트메이커다. 피아노라인을 곡 분위기에 맞게 제대로 짤 줄 안다.

    나락에 핀 꽃, 한 편 소설 같은 가사와 그 이미지를 제대로 잡아내는 MR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곡 후반부에 곡을 끝낼 것처럼 페이드아웃 시키다가
    다시 랩 시작부분을 한번 더 등장시켜 페이드아웃 시키는 마무리는 당시 참신한 방향이었다고 본다.

    남자답게 놓아 준 사랑했던 여인은 나락에 핀 꽃으로 물방울 속 꽃잎이 되어 추억으로 남고
    아웃사이더는 이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슬리피 작곡의 '쩐'이 흐른다. 그루브한 컷팅 스트록이 연상되는 비트는 저절로 흥을 돋운다.
    하이톤의 스피디한 아웃사이더와 로우톤의 뭉의 조합은 지금 들어도 참 잘 맞는다.

    '쩐'으로 황금만능주의의 현실을 비판한 아웃사이더는 또다시 속도를 가라앉히고
    이번에는 사랑하는 자신의 실제 형 이야기를 한다.
    역시 락킨의 비트로, 랩보다 비트가 더욱 감정전달력이 뛰어난 주객전도가 벌어지긴 했지만
    여하간 이 앨범의 백미 중 하나로 꼽는 데 손색이 없는 곡이다.
    훅에서 사용된 아웃사이더의 목소리는 특수 효과(이거 이름이 뭐였지..)가 가미되어
    형을 부르는 그리움이 한껏 고조된다.

    추억의 바다를 헤엄쳐 나온 아웃사이더는 '사랑할 수 있을까'로
    사랑을 떠나 보낸 아픔을 읊는다. 하지만 입대로 인한 형과의 헤어짐보다는 훨씬 담담하다.
    한때의 사랑보다 형제가 중요하다는 뜻일까.

    잔잔한 두 곡이 흐르고, 이제 이 앨범의 킬링트랙인 하이퍼 소어가 등장한다.
    신경을 자극하는 베이스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비트가 곡의 분위기를 잘 설명한다
    쌈디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한 벌스씩 던진 후 벌스 하나를 더 뱉고 훅과 함께 마무리짓는다.
    곡의 주제는 앨범의 초반부에 등장했던 자신감 및 의지 표현이다.
    앨범 중후반에서 초반 주제가 한번더 나온 것.

    리얼드리머의 인스 'someone like you'가 흐르며 분위기를 전환하고 이후의 방향을 설명해 준다.
    이후 아웃사이더 최고의 곡(당시)이라고 감히 할 수 있는 연인과의 거리가 등장한다.
    리얼드리머의 인스가 없었다면 주제 흐름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여하간 결론은 잘 이어져 나간다.
    아웃사이더 1집의 연인과의 거리는 원본에서 좀 잘라놨긴 하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고
    감성랩(?)에서 돋보이는 아웃사이더 특유의 흔적이 묻어난다.

    연인과의 거리로 다시 시작한 '사랑'은 perfect love로 살짝 느낌이 바뀌며 이어진다.
    리듬감 있는 비트에 룸나인과 비케이가 곡을 도왔다. 좀 지루하긴 하다.
    곡에서 서술되는 주제는 냄비처럼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전 곡 연인과의 거리와 소재(사랑)가 같으면서도 다르다.

    연인과의 거리에서의 연인은 힙합에의 자신의 사랑을 비유한 것이고
    Perfect love의 연인은 '하룻밤 먹을거리' 사랑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단어지만 서로 다른 주제를 던진 뒤
    아웃사이더는 굳건한 자신의 의지를 앨범 후반부에 한번 더 뱉는다.
    Remember the name!
    베럴댄에서 '내 이름을 가슴속에 되새기거라'라는 가사가 연상된다.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자신을 그린 곡으로 앨범에 종지부를 찍는다.
    "난 행복해 음악과 함께라면 언제나.."



    여기까지가 필자가 느낀 아웃사이더 1집의 개략적인 흐름이다.

    주제가 이질적인 부분에는 분위기 전환에 알맞은 비트를 삽입하여
    곡의 흐름이 적절하게 진행되어 트랙구성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앨범이며
    가사의 내용도 진솔한 자신의 내면 속 이야기를 서술하여 역시 괜찮다.
    단지 대중에게 선입견처럼 박혀버린 '스피드'라는 색깔을 부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리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점은 '힙합음반'으로서 큰 타격이긴 하다.

    1집의 실패 이후 아웃사이더는 '스피드'를 부각시켜 2집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에게 1집은 여전히 애착이 많이 가는 앨범일 것이다.
    그는 말했다. "저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했다면 앨범을 내놓았겠어요?"

    글쎄, 만족의 기준이 힙합 바깥에 있었다고 생각해 두면 될 것으로 본다.

    1집은 아웃사이더가 대중과의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놓았지만
    아이러니하게 언더그라운드스럽게 앨범을 짰다. 그리고 두고두고 까이는 실패작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분도 시간이 흐른 후 지난 앨범을 다시 들어 보라.
    힙합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잠시 벗어나서 음악 자체를.
    당시 느끼지 못했던 그 앨범의 진면목이 다시 보일 것이다.
    가볍게 음악감상을 하고 싶을 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랩의 매력'을 알고자 한다면 권하지 않겠다.
    다만 본인은 이 앨범을 아웃사이더가 내면의 속삭임을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정통 힙합(?)을 기준으로 삼으면 망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나,
    장르를 나누지 않고 그냥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의외로 잔잔하게 다가올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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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손명환 (2010-10-26 19:45:24, 59.21.190.***)
      2. 그 뭐지 IF2집에 참여했을때처음들었던걸로기억하는데, 너무 독특해서 정말 기대했었고,
        스나이퍼사운드 들어간다고 했을때 정말 안타까웠던 기억이있고, 또 지금까지 그 안타까움은 계속진행중인듯하네요.
      1. Popeye (2010-10-26 01:18:29, 119.42.65.***)
      2. 아웃사이더가 데뷔했던때가 기억나네요. 저도 런앤런을 즐겨 듣곤 했는데 가사는 소속사분들과는 좀 다르게 고심한 흔적이 있더군요. 흔치않은 랩퍼라 기대를 많이했었죠
      1. 허성연 (2010-10-25 22:01:15, 59.24.10.**)
      2.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아싸 1집을 다시 꺼내게 만드셨네요 ㅋㅋ

        아싸는 피쳐링에서 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랩을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메세지를 위해 도구를 버린 느낌이라 ㅋ
      1. 송석근 (2010-10-25 19:52:41, 210.20.104.***)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트위스타같은 속사포랩을 좋아해서
        아웃사이더를 굉장히 기대했고 1집도 사서 들었습니다
        물론 잘 들었지만 요즘의 팀만들고 회사만드는 거는 좋은데
        좀더 랩스킬에 조절을 좀 해야할것같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페디로봇은 진짜 못들어주겠더군요

        이젠 무조건 빠르기만 하는거 보다 가사전달에 좀더 중점을 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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