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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리뷰] 가리온 2집, 리듬과 멜로디 (★★★★ )
    컴포나티 R | 2010-10-31 | 11,681 Reads | 0 Thumb Up

    는 훼이크다 (...)
    난 리뷰를 쓸 생각이 없다.



     - 프롤로그 -

    "이런 명반에 별 4개밖에 안 주다니 저놈은 귀가 맛탱이 간 것이 아닐까?"

    지금 여러분께서 이 글을 클릭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글 시작에 앞서 본인에 대해 말하자면, 07년 늦가을쯤에 랩뮤직 특유의 리듬감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힙합을 듣고 있다.
    즉 힙합음악을 알기 시작한지 3년밖에 안 됐단 소리다.
    당연히 가리온1집 나올 때의 시대적 배경이나 MP가 있던 시절의 특성 등을 알 리가 없다.
    인터넷 서핑하면 자료야 좀 나오겠지만 그걸 근거로 삼으면 확실한 나의 의견을 쓰기 곤란하다.
    따라서, 가리온에 대해 깊이있는 배움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 글을 굳이 보실 필요가 없다.
    내겐 '옛이야기'의 첫 구절 인용으로 글머리를 열면서 멋드러지게 리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리온이 위대한 이유는 셀 수 없겠지만, 필자는 한국적인 힙합음악을 가장 제대로 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힙합과 같은 '외래 음악'의 국내 수용에 대해 말하자면 필자는 나름의 신념이 있다.
    해당 장르를 다루는 음악가는 필히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색깔을 입혀 수용,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장르의 정통을 배워 계발하는 것 또한 훌륭한 일이겠지만, 민족적 정체성이 없다면 일반화되기 곤란하다고 본다.
    록을 기반으로 삼는 조용필의 노래가 왜 유치원에서 노인정까지 골고루 울려펴졌는지 생각해 봐도 알 일이다.
    양악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들여오는 것보다는 우리 정서에 맞도록 개량해서 들이는 것이 듣기도 훨씬 좋다고 본다.
    마치, 맛과 영양에서 모두 만점인 한국 시골 할머니표 김치를 아무런 처리 없이 양놈에게 그대로 주는 것에 비유하면 적절할까?

    더불어 모든 예술은 완벽한 스킬보다는 메시지다. (양쪽 모두 어느정도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로 함)
    둘 중 하나만 집중적으로 키우면 소수의 팬이야 생기겠지만 그걸 어디다 쓰랴.
    지미 헨드릭스가 단순히 스킬만 좋아서 전세계를 사로잡았을까. 그의 기타에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 MC들이 본토필(?)의 랩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일이 많다. 또한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도 많다.
    조수미씨가 소프라노로 세계를 뒤집었듯 우리네 MC들도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것 또한 사실.
    그러나 김익두 교수의 말처럼 그건 서양음악이라는 바다에 자신을 통째로 던진 것과 같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 랩음악을 당장 미국에 내놓으면 뜰 만한 곡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만 자란 사람더러 판소리 해보라 하면 아무래도 한국인만은 못하듯이)

    하지만 가리온이라면 뭔가 다르리라. 필자가 가리온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본토 MC들 못지않은 구사력도 물론이지만, 그들의 가사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으며, 한국적이라 편안하기 때문이다.
    가리온 1집도 감명깊게 들은 바 있고, 그들이 피처링에서 내뿜는 포스 또한 일품으로 느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정규작이 나왔다.



     - 본론 -

    사실 리뷰 쓰기엔 좀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리뷰는 시대적 배경까지 짚고 세세하게 쓰는 리뷰다.
    앞서 말했듯 나에겐 가리온이라는 뮤지션을 제대로 해석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리스너들의 숱한 반응들과 본인의 반응이 살짝 방향이 다르기에 그것만이라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이건 앨범 몇 번 돌려보고 금세 느끼는 것이기에..)

    며칠 더 지나면 가리온2집에 대한 리뷰글이 숱하게 쏟아질 것이다.
    그런 글에는 가리온이 왜 위대한지, 가리온의 과거가 어땠는지, 그리고 가리온2집이 왜 좋은지 자세하게 나와 있을 게다.
    따라서 본인은 능력을 벗어나는 것까진 차라리 쓰지 않고, 필자가 느낀 자잘한 단점만 간단하게 말해보고자 한다.
    물론 단점이래봤자 사실 소소한 거지만, 기대한 것에 비하면 이런 단점들도 허용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인이 단점을 느끼지 않은 트랙은 빠져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비판을 위한 비판'따위의 성격을 지닌 글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01. 다만, 가리온

    요즘 사기캐로 불리는 더콰이엇의 비트이다.
    사기캐인 만큼 소스 선택이나 곡의 진행 어디 하나 지적할 부분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더불어 메타와 나찰의 랩은 무협지로 따지면 자연검의 경지(?)라 할 정도로 최고의 유려함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바다에 비유하면 메타의 랩은 바닷속에서 물살을, 나찰은 수면에서 파도와 하나되어 타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옥(玉)에도 조그마한 티 하나가 있다. 명반과는 어울리지 않는 잡음이 바로 그것이다.
    내 장비가 그렇게 좋지 않은데도 들린다면 제대로 된 모니터링 장비에서는 어땠을까.
    물론 "니 장비가 후쳐서 그런거다"라고 말할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후지다는 평을 들을 것까진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게 다른 곡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잡음이 담긴 곡으로 앨범을 시작했다는 것에 필자는 의아해했다.
    물론 빈티지한 기분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삽입이라면 본인은 할말이 없는데,
    이 잡음을 의도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전체적으로 깔려 있어서 의문이 든다.
    (의도적으로 빈티지함을 살리려면 랍티미스트 1집의 Dear Unknown처럼 거슬리지 않는 잡음이 들어가야 좋을듯)

    한편, 훅 부분의 '...자기 자리로 가리온...' 라는 부분에서
    '가리온'이란 낱말의 위치는 펀치라인을 노린 것인가 싶었는데, 여하튼 가사도 매우 좋았다.


    02. 약속의 장소 / 03. 산다는 게

    음.. 1번트랙이 그래도 존재하는 잡음에 관한 거라서 단점(-_-?)이라 한다면,
    3번트랙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그냥 필자의 주관적인 취향이다.
    표현할 말이 마땅치가 않은데.. 2번 트랙에서 3번 트랙으로 넘어가는 게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았다.
    1번 트랙과 2번 트랙은 아날로그적인데 갑자기 3번 트랙은 왜 디지털적 소스가 인트로와 훅을 담당했을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2번과 3번 트랙 모두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곡이고, 단지 곡이 튀어나온 타이밍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다.


    04. 복마전

    곡 시작전에 집어넣은 인트로(?)에 살짝 잡음이 있는데, 이건 거슬리는 잡음이 아니고 의도적인 성격이 다분하다고 보인다.
    듣다가 '이거 도끼 드럼인가'싶어서 보니 역시나 도끼였다. 무시무시한 '뮤지션'이다. 난 도끼를 찬양한다.


    05. 객석

    곡 중후반에 샛별씨의 보컬이 '계속 계속해'인지 '객석 객석에'인지 모르겠다.
    이것도 동음이의어 비슷한 건가?
    단점이 캐치된 트랙은 아니다. 다만 샛별씨 부분이 재미있어서 써 본다.


    07. 본전치기

    드럼 칠 때마다 들리는 잡음이 좀 거슬리지만 신경 안 쓰고 들으면 그래도 괜찮겠다.
    이 곡에서 좀 이상하게 들린 것은 훅 부분이다. 비트의 진행법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일으키는 나찰의 멜로디.
    사실 이 글의 제목이 리듬과 멜로디인 이유가 이것이다.
    잡음도 살짝 들리지만 그건 일부러 넣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불협화음이 실린 것은 만약 일부러 넣었다고 쳐도 전체적으로 언밸런스하게 흘러갔다면 단점이 되지 않을까.
    대충 F->E->D->C 로 계속 나가는데, 어색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난 화성학은 고사하고 기초악전도 잘 모르니까.
    단지, 그런 부분을 하나만 예를 들자면, 훅 부분에서 비트는 'D'음인데 보컬은 'E'음이 나오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비트가 E인데 보컬이 D음인 경우도 있었다. 단순히 두 음이 겹치기 때문에 텐션노트나 옥타브 차이라고 볼수도 없을테고)
    참고로 본인은 모짜르트같은 신의 음감이 아니고 그냥 진행이 어색한 부분을 짚었을 뿐이다. 화성학도 전혀 모른다.
    한편, 그냥 가볍게 듣다가 후반부 메타의 랩에서 느낀 건데,
    순간적으로 목소리 바꿀 때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뭔가 좀 아찔하다 [...]


    09. 판게아

    이 또한 취향차이일 텐데 난 여기서 메타가 훅만 맡은 것이 오히려 곡의 전체적 진행을 위해 좋았다고 본다.
    그러나 메타 벌스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이 보였다.


    10. 술푼 사슴

    제목이 술을 풀은 건지 슬픈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곡부터는 미묘하게 나찰의 발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음을 느꼈다.
    나긋나긋함에서 탄탄함으로.


    11. 그 날 이후

    약속의 장소처럼 싱글로 선공개했던 곡.
    물론 그대로 싣는 게 맞긴 한데 약간 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12. 나는 소망한다

    훅과 비트의 멜로디가 따로 노는 느낌이 나서 살짝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도 설명하기 굉장히 애매한데,
    마지막 구절인 '뱉고 있어' 에서 '어'가 D음일 것이다. 그때는 비트 진행이 C나 E쯤 되는 구간이다.
    후반부 브릿지쯤 되는 곳도 비트와 목소리의 음정이 서로 잘 어울리지가 않고 역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13. 불가사리

    내 생각엔 verse당 B구간 시작할 때는 슬랩베이스를 펑키하게 때려가면서 함께 진행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2분쯤 부터 시작된 코러스와 3분 10초부터 시작된 뒷 브라스 구간의 음정이 서로 불협화음으로 들린다.
    코러스는 F#로 시작되는 것으로 들리는데, 반음만 더 올려서 G로 시작했으면 좋았으리라.
    그리고 브라스는 얼핏 들으면 대충 맞는 음정으로 라인을 짠 것 같다.
    하지만 살짝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피치가 진행된 직후 나와서 어색함이 생긴 것 같다.
    '두 손을 잡아'로 끝나는 메타의 BAR. 반음 더 내린 목소리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듣기엔 저 부분이 G#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G로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더불어 3분 26초부터 시작된 브라스는 중저음의 화음을 같이 깔아서 허한 부분을 보강했더라면 더 완벽했으리라.



    ============================================================================================


    여기까지다.

    이 글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는가?
    "저런 쩨쩨한 놈이 다있어 저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단점이라고 하는거야"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로 저 단점들은 숱한 리믹스 앨범/곡들에서도 이미 드러나던 가벼운 단점이니까.

    다만, 리스너들이 매우 기대했던 앨범이었다면,
    공장에 보내기 전까지 앨범을 모니터링하며 단점을 고쳤어야 옳지 않았을까.

    게다가 가리온이 자기 이름을 걸고 낸 정규작이다. 프로듀서는 가리온이다.
    나처럼 힙합음악 파고든 지 3년도 안 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부자연스러움이 있다는 점에서 꽤 의아했다.

    이제 별 갯수가 5개가 아닌 4개인 이유를 밝히겠다.
    사실 난 화음 조금 안맞고 잡음이 좀 있더라도 별 반개만 깎아서 4개 반 정도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리온이라는 이름이 주는 포스에 비하면 이런 소소한 단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 때문에 별 반개를 더 깎아버렸다. 난 가리온이 정말 '무결점'의 앨범을 냈으리라고 기대했던 사람이었기에.



     - 에필로그 -

    자, 이제 나보다 힙합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분들께서 가리온 2집 "리뷰"를 해 주실 것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가리온의 역사, 그들이 주는 이름의 의미, 그리고 그들이 왜 위대한지, 이 앨범의 장점까지..
    고로 이 글을 리뷰라고 생각하진 말라. 단지 '무결점'에의 기대치에 살짝 어긋나서 조금 실망한 것을 투덜댄 것이다.
    마치, 어떤 보물의 구석에 작은 기스(?)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값어치 떨어진다며 장황하게 글을 전개한 것과 같다.

    물론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뛰어났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본래 이런 음반의 평을 쓰려면 소소한, 자잘한 것들보단 전체적인 완성도와 가사의 깊이 중심으로 썼어야 할 것이다.
    노이즈랑 음 틀린거 몇개 정도는 그냥 적은 티끌 털어내는 것처럼 신경 안 쓰고 들으면 그만이며,
    더불어 옛 샘플에서 일부러 노이즈 있는 샘플을 채취하여 쓰는 경우도 작곡시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리온의 이름이 걸린 정규작이었다면 99%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어야 했다.
    이 부분에서 난 불만이다.
    그래서 "글을 일부러 단점 위주로만 써 보자. 장점은 어차피 숱한 사람들이 써 줄 테니.." 라는 발상으로 글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빠진 트랙도 있고 전체적으로 '단점'에만 치우쳐진 감상문이 됐다.

    하지만 불협화음 부분만 뺀다면, 가리온은 기존에는 랩이 비트와 한몸이었지만 이제는 비트가 랩과 한몸이었다.



    * 한줄요약 : 이번 앨범은 무결점으로 기대했으나, 일부 거슬리는 불협화음의 존재로 인해 다소 아쉽기도 함 *





    전 화성학 전혀 모르니, 혹시 제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단지 여러 번 돌려들으면서 '이 부분은 아무리 들어도 화음이 안 맞는다' 이런식으로 느낀 것을 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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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독버섯전성시대 (2010-11-02 18:21:02, 122.46.96.***)
      2. 가리온 앨범 얼른 사야지 ㅎ 글 잘읽었습니다!
      1. 사도 (2010-11-02 08:29:27, 173.60.166.***)
      2. 상당히 세밀한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
      1. 손명환 (2010-11-01 08:07:51, 59.21.190.***)
      2. 창의력이라는 개념이 80년대말에 한국에 수용되면서 약간 이상하게 수용됬는데,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게아니라, 기존의것에대한 본질적이해를 바탕으로
        다른것을 만들어내는것이잖아요?
        (거대한 카세트테입을 워크맨으로 만든다던지하는게 진짜 창의력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가리온은 한국에서 가장 창의력있는 팀 중 하나가 아닐까해요.

        한국에서 힙합의 한국적해석이니, 한국적 힙합이니 고구려힙합이니 하는게 들어주기 민망했던것과는 정말 차원을 달리한다고 생각해요
      1. 송석근 (2010-10-31 18:49:14, 110.132.170.***)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떠나 전에도 자세히 리뷰를 써주시는데 진짜 이분 맘에드네요
        이미 리드머에 잘 적응하시고 계십니다 트랙하나하나 잘읽었습니다 아직 씨디가 안와서 들어보지 못했는데 더욱더 빨리 들어보고 싶네요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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