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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캐스커,Casker. 철갑혹성 속 박동하는 따뜻한 심장.
    엄동영 | 2011-06-20 | 10,609 Reads | 0 Thumb Up
    안녕하세요. 입대를 4개월여 앞둔 대구 토박이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출신지와 안쓰러운 처지를 굳이 주워섬기는 것은 다음에 글을 쓸때 '아 그 불쌍한 인간?'하고 떠올려주시길 바라는 작은 마음 때문입니다. 일종의 PR인데 자학으로 보이는군요. 최근에 생각없이 덧글하나 달았다가 폭풍같이 까이고(사실 정당한 근거도,예시도 없이 싸지른 덧글이니 까여도 할 말은 없습니다. 생각할 기회를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더 이전으로 가서보니 편협한 지식, 정확히 말하면 제가 해본 게임의 음악들만 가지고 글을 썼더군요.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좁은 사견으로 뭔가를 할꺼면 빠심이라도 풀어서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눈꼽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낫겠다 싶더군요. 이렇게 제 빠심을 정당화시키고 소개드릴 뮤지션은 괴물 인디군단 파스텔 뮤직 소속의 캐스커입니다.

    반년이 훌쩍 넘어가는 앨범의 공백기간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인디음악인들의 특성 때문에 누군가에게 소개하거나 소개 받기가 쉽지 않은 분들이죠. 기타리스트 계륭님이 탈퇴하신 이후 보컬 융진, 프로듀서 겸 DJ신 이준오씨의 혼성 듀오 체제로 가고 있는 캐스커는 국내 힙합팬들에게는 그렇게 낯선 이름만은 아닐 것입니다. 에픽하이 4집 서브 타이틀인 Love X 3이나 리쌍 6집의 Journey등에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분명 기계음, 전자음을 활용하는 일렉트로니카 장르임에도 말도 안되는 따뜻함을 엮어내는 이준오씨와, 지독히 건조하거나 얼굴을 파묻고 싶을 정도의 따스함을 오가는 보컬 융진씨의 조합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리스트 계륭씨가 개인사정으로 탈퇴한 이후 2인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캐스커는 꽤나 긴 공백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연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6월 24일 단독 콘서트가 있습니다.* 근데 전 못갑니다.아오...)

    사실 글재주가 썩 좋지 못한 사람이라서 각종 이미지와 영상으로 그것을 때우는데에 익숙해져있는데, 굳이 이런 잉여스러운 이유가 아니라도 음악은 직접 들어보는게 가장 좋겠죠?



    Your Songs(EP)에 수록된 [향]입니다. EP앨범 속 모든 곡이 고른 완성도를 보이는 탓에 딱히 하나를 집어서 넣기가 그랬는데 마침 검색하자마자 떠서 고맙더군요. 앨범에는 얼터너티브 버전과 어쿠스틱 버전의 두개의 향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버전이 더 좋더군요.



    여성에게 코가 끼이면(?!)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을까요? 기존 융진의 보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위악적인 느낌과 탱고 선율이 왠지 모를 섬뜩함을 안겨주는 3집 Between에 수록된 나비부인입니다. 뮤비가 처연하다 못해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데, 저만 이렇게 느끼는건가요? ㅎㄷㄷ



    듣다보면 왠지 모르게 지선씨가 떠오르는 빛의 시간입니다. 4집 Polyester Heart에 수록된 곡으로 Your Songs(EP)에서 완전히 융진씨의 보컬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면 그 이전에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색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 확실하지는 않지만요.



    4집과 동명인 곡입니다. 캐스커의 음악적 색깔과 가장 닮은 노래 제목이 아닐까 싶네요. 인간의 체온, 심장을 닮은 일렉트로니카 음악...비교적 급한 전개와 차분한 시간이 공존하는 이 트랙은 실연당한 이의 감정상태가 느껴지는듯 합니다. 반복되는 전자음보다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현의 파동이 냉정해보이려 애를 써도 결국 인간이 지닌 따스함을 부정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는듯 합니다.

    이별 후 방안에서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누군가가 추억이 담긴 사진 한장을 꺼내본다. 견디지 못해 미친듯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결국 아름다울 정도로 처절하게 스러지며 주저앉는다.

    이거 이렇게 썼다가 중2병 소리 듣는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튼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은 이렇습니다.





    잘 들으셨는지요? 비록 빠심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인디에는 이분들과 같이 진흙 속 진주같은 존재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차라리 캐스커 정도면 인지도가 꽤 높은 축에 속할 정도입니다.) 이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 뿐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알리는 것이 매니아가 진정 갖춰야 할 태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모두 음악과 함께 즐거운 한주 보내시길...



    ps. 두번이나 날려먹고 나서야 저장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저는 역시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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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신숭털 (2011-06-24 12:29:40, 122.32.69.**)
      2. 저 캐스커 팬임 ㅎㅎ 전 5집도 정말 좋아함 ep때부터 앨범 사기 시작했는데 2집도 구하고 싶습니다 ㅋ
      1. ntj5s03 (2011-06-23 04:28:58, 173.79.249.***)
      2. 여기서 캐스커를 만나니 반갑네요 ㅎㅎ 이만큼만은 뮤비도 좋았고 향은 은근히 국악 느낌이 나서 괜찮았고, 5집 꼭 살 생각이에요 캐스커 화이팅~
      1. 아토피 (2011-06-21 20:30:33, 43.244.41.***)
      2. 캐스커 너무 좋아합니다!!!!!! 5집은 솔직히 살짝 실망했지만요 ㅎㅎㅎ 정규 말고도 위에 언급하신 Your Songs나 싱글도 정말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선인장은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가족 공식 자장가... 한참 사춘기를 불태우고 있을 제 동생도 캐스커 음악 진짜 좋아하구요 ㅎㅎㅎ

        5집의 물고기와 히든 트랙의 그 콘트라스트... 진짜 최고인 것 같습니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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