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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스윙스 논란을 보고.
    밀두리 | 2011-07-29 | 16,006 Reads | 10 Thumb Up

    스윙스...

    스윙스...

    온통 스윙스...

    놀랍네요.

    '스윙스가 이정도였나?'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 정도로요.

    그래서 논란의 스윙스 앨범과 논란의 리드머 리뷰도 보고

    발을 끊다싶이한 힙플게시판도 구경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윙스가 여타 힙합뮤지션들에게 불만이 쌓여있던 것들까지

    몰아서 난타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한국 힙합음악이 재미가 없어진 건 아닐까?

    뭐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죠.



    스윙스의 가사라...

    스윙스 가사중에 지적이 많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문법을 지키지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가끔 감이 잘 오지 않을 때가 있는 건데요.

    이건 분명 그놈의 라임 때문이겠죠.

    라임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흐트려 놓은 것은 기본이요,

    억지로 맞춰 놓은 라임은 오히려 곡을 조잡하게 만들더군요.

    마치 산으로 갔다가 강으로 갔다가 바다로 갔다가.

    하지만 스윙스에게만 이런 부분을 느낀 건 아니예요.

    제가 들었을때는 이러한 랩퍼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건 저의 기준이지만 저의 감상에서는 절대적이예요.

    라임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라임때문에 고심하고 또 고심한 것은 충분히 알겠지만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글자맞추기죠.

    이런 불만들은 비단 스윙스뿐만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여러 랩퍼들에게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스웨거 또한 너무나 질려버렸어요.

    무슨 죄다 킹이고 죄다 왕입니까.

    그것밖에 표현해 낼 수 없는 겁니까?

    스윙스의 이번 앨범 첫 곡 제목이 'The king is back'이더군요.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격상시키는 도구로

    동영배나 재범이, 지나, 신동, 규리, 오현란까지 가사에 삽입

    했던 부분은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난 명반을 냈으니 CD 니가 계산해'...

    이 부분은 그냥 웃음이 나왔어요.

    음반은 자신이 만들지만 명반은 사람들의 감상이 만들어 내는 겁니다.

    도끼앨범 역시 저는 불만이었던 게요.

    '잘 나가는 연봉 1억 씨이오'가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가 있는지.

    도끼가 더욱 어릴적 인지도를 내평겨치고 힙합음악을 진지한 자세로

    열성적으로 작업했다는 건 알고 있으며 대단하고 생각해요.

    음악적 성과로도 충분히 멋부릴 수가 있을텐데

    '연봉 1억 씨이오'를 왜 그리 강조하는지.

    사실 연봉 1억 사장님이면 극 극 저 연봉 사장님입니다.

    더 콰이엇 역시...

    스웨거, 스웨거, 스웨거, 스웨거.

    스웨거라는 것이 원래 허세니깐, 미국에서도 그러니 괜찮다?

    설마 이렇게 이야기 하실 분은 없겠죠?

    비트는 말 다했죠.

    요즘 주목받는 앨범들의 프로듀서진을 보면 마치 예전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댄스그룹의 작곡가들 윤일상, 주영훈, 박근태가 꼭 있듯이

    스타일과 다소 맞지 않는 비트라도 몇 유명 프로듀셔의 비트가 반드시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이 제 눈에는 본인의 인지도와 앨범판매량을 유지하고자

    안전 빵으로 가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아요.

    피쳐링도 같은 맥락이죠.

    친분을 자랑하듯이 피쳐링이 곡마다 수두룩하게 장식되어있는 앨범이

    태반이고 의미가 불분명한 단체곡들, 크루와 레이블을 과시히는 단체곡들.

    솔직히 지겹습니다.

    소위 말하는 오버그라운드 힙합에서는 기대를 접은지 오래되었고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이러하니 답답할때가 많았어요.

    이제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도 소수에게만 적용되지 대부분은 언더그라운드라는

    명찰을 때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언더그라운드면 자신만의 음악색깔을 찾기는커녕 그저 미국 힙합 트랜드를

    쫒아가기 빠쁜 모습이 보여요.

    아주 대놓고 배끼는 곡들도 많은 것이 그런 모습을 비춰주고 있어요.

    팔로알토 가사 중에 진짜 일류들은 트랜드를 바꾼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돕니다.

    이제 멋진 언더그라운드 힙합뮤지션은 많이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유명 아이돌가수, 댄스가수 친분이 있다며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뮤지션들과 메이져에서 불러만 준다면 자기음악을 코를 푼 휴지조각

    처럼 내평겨치고 가버렸던 뮤지션들을 보면 언더그라운드가 아니예요.

    자기들 음악에 자부심도 없습니까?

    언더그라운드도 프로가 아니었습니까?

    좁아터진 힙합판에 회의를 느끼고 경제적인 압박이 심해서 자신의

    음악을 버리고 메이져로 갈거면 적어도 자신의 처음 모습을 되돌아 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을 시작했을때의 마음가짐이 무엇이었나 돌이켜 봤으면 해요.

    나이가 삼십대를 훌쩍 넘어 할 줄 아는 것이 힙합음밖에 없어

    오직 돈을 위한 힙합음악을 한다면 그런 뮤지션은 건드리기 끔찍하게 싫지만

    문제는 훨씬 어린 뮤지션들도 음악보다는 명성과 돈을 쫒아가려고 하니

    앞으로가 염려스럽지 않을 수가 없죠.

    이렇게 뮤지션에게 아쉬움이 있고 다른 부분에도 아쉬움은 있어요.

    게시판이 그중에 하나예요.

    리드머 게시판은 한국 힙합에 애정이 많이 식었거나 떠나버린 분들이 많아요.

    얼마 활동하지도 않았지만 딱 보입니다.

    이점에 불만이 있거나 탓하려는 것이 아니고 안타깝다는 거예요.

    반면에 힙합플레이야 게시판은 애정이 아주 많은 회원분들이 많지만

    제가 활동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무슨 어린아이들 정치판 같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음맞는 회원분들끼리 마음에 들지 않는 뮤지션이 앨범을 발매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비난을 일삼고 그들과 의견이 맞지 않는 회원이 있다면

    그 회원분까지 파묻어 버릴려고 합니다.

    문제가 여기서 생기는 겁니다.



    힙합뮤지션이 앨범을 발매하면 공연장 외에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소수의 흑인음악 관련 사이트의 전문가 리뷰와 이러한 게시판밖에 없습니다.

    뮤지션 입장에서도 답답할 거예요.

    이러한 게시판을 컴퓨터 앞에 앉아 살펴보는 뮤지션을 상상하면

    가여운 마음까지 생깁니다.




    스윙스 논란을 보면서 나름대로 안타까운 부분들까지 쓰니

    언제나 그렇듯 잡글이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떠났어요.

    친구들 중 한국 힙합에 아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안 남았어요.

    그나마 이야기 나눌수 있다면 가리온 정도.

    저만이 한국 힙합음악 중에 좋은 곡이 있다면 추천을 해요.

    하지만 저마저도 애정이 식어 갑니다.

    그토록 기대했던 넋업샨의 음악과 행보를 보자면 한숨이.

    사라진 갱톡릭... 엑스틴... 퍼니파우더...

    분해된 마스터 플랜...

    흩어져버린 업타운... 트렁큰 타이거...

    다시 그 음악을 들려줄 것 같지 않은 이현도...

    마음에서 멀어진 조피디... 스나이퍼... 한새...

    음악을 잃어버린 주석...

    갈라서버린 버벌진트와 데프콘...

    힙합을 떠난다는 피타입...

    즐기던 음악들은 자꾸만 사라져 버리고, 도태되어 버리고,

    신인 mc들은 자기 뽐내기와 글자 맞추기에 급급하고 프로듀서는

    비트 배끼기에 열중하는 아마추어들로 넘쳐나니 이건...

    예전이 그립습니다.

    예전 것이 고귀하며 요즘 것은 천박하다는 것이 아니예요.

    다양한 시도를 할려고 했던 예전이 재미가 있었어요.

    또한 음악들이 사라지고, 잊혀지며 사람들이 떠나니 그게 싫은 거예요.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니 뮤지션들도 팬들도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에고.. 기분을 우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똥글이라고 마음껏 공격해 주세요.

    다음번엔 희망적인 내용으로 포스팅을 해야겠습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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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Lafayette (2011-07-30 08:55:35, 110.13.50.***)
      2. 음악만 해서 연봉 1억의 CEO 내 돈으로 다 쳐바른 구찌다
        vs
        난 JM의 CEO(사실 아직 아무 것도 한거 없음), 본능적으로 쩔즤"?(사실 강승윤이 띄운거)
        나 영배, 토사장 등등하고 친해(친한데 어쩌라고??)


        아무리 봐도 후자가 존나 찌질함.
      1. tricky (2011-07-30 05:52:29, 125.132.154.***)
      2. 좋은 댓글들이 많네요. 많은걸 느끼고 갑니다.
      1. 밀두리 (2011-07-30 00:02:32, 112.167.187.**)
      2. nasty님/

        nasty님도 실망을 크게 하셨군요..

        그런가 봅니다.. 하하

        시모, 소울스케이프, 재즈아이비 다 좋은 뮤지션이죠.

        하지만 다른 뮤지션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흠...

        그래도 한국 힙합음악에 손을 놓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김태완님/

        예.

        좋은말씀입니다.

        펜토음악을 사실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2집은 꼭 들어 보겠습니다.
      1. 밀두리 (2011-07-29 23:53:17, 112.167.187.**)
      2. euronymous님/

        어렇게 좋은 댓글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댓글을 남겨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남겨주신 말씀 중에 언더그라운드씬이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왔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제가 그리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네요.

        euronymous님 역시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계실거라 감히 생각합니다만...

        아... 스슁스는 저는 조금은 다르게 감상을 했어요.

        제가 한국힙합을 좋아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가사를 듣는 즐거움이거든요.

        그래서 혀를 꼬아서 잘 들리지 않거나 라임으로 뒤덮혀 있으면 저도 모르게

        인상이 써지고는 하거든요.

        아마도 euronymous님의 감상이 저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

        메세지를 주로 다루지 않는 랩퍼라면 편한 마음으로 즐길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윙스의 랩은 즐거우니요.



        메타에 대한 말씀과 남성훈님의 리뷰, 게시판 회원분들의 의견은 제가

        무어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비슷하다고는 하나 더 깊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기에.



        '몸보다도 마음이 훨씬 더 어린 녀석들' 저역시 다르지 않게 느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2000대한민국으로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처음 접했던 때가 기억이 나요.

        정말 멋있었는데.

        이미 퇴색 될대로 퇴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아니었는 데요...

        이런 게...

        이런 게...


        좋은 댓글에 못난 댓글을 남겨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1. 김태완 (2011-07-29 23:48:37, 220.79.48.***)
      2. 신선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선한 음악이 자주 나오긴 하는데 묻히는 것을 보고 너무 아쉬웠습니다. 지난 펜토 2집도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관심을 못받은것 같습니다. 음악도 본토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단 본토의 마음, 우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음악이 좋은거 같다고 생각하네요.
      1. nasty (2011-07-29 22:52:54, 112.145.245.***)
      2. 한국 언더그라운드 하나도 재미없음 진짜
        전부 그나물에 그밥이고 새로운거 시도하는 애들은 하나도 없고 사운드는 갈수록 후져지고
        뮤지션들은 그냥 언더그라운드 정신 이런거 챙기기전에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더콰이엇이랑 도끼를 비롯한 스웨거 타령, 헤이터 타령 하는 애들 진짜 정신 빠진거 같음 가진거 없이 음악으로 성공한거 하나는 인정 하는데
        돈 자랑하고 차 자랑하고 소녀팬들 자랑하는거
        하나도 안 멋있고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고 짜증만 남
        제 생각엔 시모,무드슐라를 비롯한 사운드온뮤직 뮤지션들, 360 sounds, 진보, 재지아이비 등...이 분들이 유일하게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euronymous (2011-07-29 22:12:44, 183.102.139.**)
      2. 그래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언더그라운드 씬이 이만큼이나 커졌기에 이런 사태가 온 것 같지 않나요?

        진짜 옛날엔 앨범 하나 내는 것도 힘들어서

        뮤지션들끼리 뭉쳐 합동 앨범 내고, 애면글면 돈 모아 EP부터 내고...

        뮤지션들도 리스너들도 가진 거 하나 없이

        그냥 열정만으로 공연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즐기고...

        십여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되었지요.

        TV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버벌진트의 목소리를 듣고

        무한도전에는 길과 개리와 데프콘이 동시에 나오고

        도끼와 더콰이엇은 가요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밀고

        에픽하이는 슈퍼스타가 되었고

        스윙스가 윤종신과 함께 공중파 무대에 서고

        가리온의 새 앨범은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그 해의 최고 앨범으로 뽑히고

        UMC는 소니 뮤직과 계약하고

        킵루츠가 만든 곡이 가요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용감한형제는 TV에서 힙합을 통해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얘기하고

        YG는 힙합을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돈방석에 앉고

        등등등...

        상황이 십여 년 만에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십여 년 동안 씬을 지켜보며 성장해 온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져 갈 수밖에 없었겠지요.

        바로 그런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랩퍼도 나오고 프로듀서도 나오고

        또 그런 새로운 젊은이들이 만든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리스너들도 나오고...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던 것 같네요.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씬이 생겼으니 이제 그 씬을 넓혀야 하는데

        씬을 넓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중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 수 있는 음악에 기울게 되는 것도

        뮤지션들 나름대로의 고민이 반영된 행동이라 봐야겠죠.

        근데 씬을 넓히고 대중들을 끌어모으겠다는 발상은 좋았지만

        자본의 힘이 뮤지션들의 열정보다 더 강했나 봅니다.

        팔릴 만하면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살갑게 굴지만

        안 팔릴 것 같으면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게 바로 미디어지요.

        요 몇 년 사이의 힙합 판은

        그러한 자본의 힘에 언더그라운드적 마인드가 철저하게 패배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고

        진짜 극소수의 뮤지션들 말고는 다들 돈과 여자와 명예와 성공을 좇아

        그리고 그 잘난 스웨거를 좇아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아요.

        멋부리고, 돈 벌고, 방송 출연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하고...

        그런 것들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오로지 그런 것들만 하려고 하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얼마 전 어느 글의 댓글에서도 제가 쓴 적이 있지만

        빨리 성공해서 가요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뮤지션은

        가난하고 연줄 없는 뮤지션일 뿐이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은 아니거든요.

        언더그라운드를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공중변소쯤으로 생각하는 뮤지션을

        어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놈의 언더그라운드가 그렇게 잘난 거냐, 무슨 금테라도 둘렸냐,

        뭐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씬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진지하게 리스너들과 소통하려는 뮤지션들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예요. 언더그라운드적 마인드 자체가 희귀해진 겁니다.

        다들 꼰대처럼 비상업주의와 비타협주의에 물들어 90년대식 힙합만 하고 있으면

        저도 짜증이 났겠지요. 한국 힙합 왜 이 모양이냐고. 고인 물처럼 썩고 있는 거 아니냐고.

        허나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은 이제

        히트곡으로 한몫 단단히 잡아보려는 랩퍼들에게 붙여지는

        수식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렸어요.

        오직 스타일과 기교에 목숨을 거는 뮤지션들이 너무 많아져 버렸고

        그런 뮤지션들에 목숨을 거는 리스너들도 너무 많아져 버렸습니다.

        웬만한 언더그라운드 음악보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더 낫다는

        희한한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지향하는 바가 마땅히 달라야 하는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를

        단순히 일대일로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작금의 언더그라운드 씬이 언더그라운드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언더그라운드적인 마인드가 지금의 힙합 바닥에 과연 존재하는가?

        이 물음은 메타와 렉스가 일련의 싱글들로 거듭 묻고 있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다른 뮤지션들과 리스너들 모두가 자기 자신을 향해

        진지하게 던져야 하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근데 아무도 안 던질 것 같아요.

        씬은 커졌지만

        그만큼 엷어진 거지요.








        스윙스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저는 스윙스를 비롯한 한국 랩퍼들 대부분에게

        가사에 대한 기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요.

        메타나 피타입, UMC, 다이나믹 듀오 같은 극소수 랩퍼들을 제외하고는

        제 맘에 와닿는 가사를 쓰는 한국 랩퍼가 지금껏 하나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니 랩 자체를 그냥 악기 소리처럼 듣는 거죠.

        제가 버벌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가사 때문이 아니라

        매끄러운 플로우 때문이에요. 목소리빨도 좋은데 그걸 써먹는 기교마저 좋으니

        안 좋아할 수가 없지요. 제가 스윙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스윙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무슨 가사로 어떤 얘기를 했든

        저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쭉 한 번 음미해보긴 했는데 그저 그랬거든요.

        근데 랩빨은 여전하니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어요.

        비트는, 역시 프로듀서들에겐 미안하지만,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게 한국 힙합 씬에서 날고 긴다는 프로듀서들의 솜씨란 말이냐?

        고작 이게?

        근데 뭐 어차피 제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니 뭐라 욕을 할 수는 없었죠.

        한번 듣고 말려다가 스윙스의 랩빨 때문에 몇 번 더 들었는데

        랩이 워낙 좋다 보니까 비트마저 좋게 들리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거듭 듣다가... (유튜브를 통해 들었죠. 이미 전곡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앨범은 적어도 나한테는 참 좋은 앨범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만간 앨범도 사기로 했어요.

        스윙스의 앨범을 둘러싸고 벌어진 입씨름들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왜 쿨하게 넘어가지 못하나였어요.

        리드머 필자의 리뷰엔 제가 볼 때는 문제될 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스윙스에게 별 네 개 반을 매겨서 그런 게 아니라

        어차피 리뷰라는 게 글쓴이의 느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글이잖아요.

        '객관적인 리뷰'라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환상이죠.

        어떤 앨범을 좋게 들은 글쓴이가, 자기가 왜 좋게 들었는지에 대해 쓴 글에 불과한데

        왜들 몰려들어 리드머에 실망했다느니, 힙플이나 리드머나 그게 그거라느니 하는

        유치하기 그지 없는 말들이나 지껄이는지 저는 알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어젯밤에는 스윙스의 앨범이 왜 졸작인지를 증명하는 장문의 글도 올라왔던데

        아니, 앨범 나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몇 번이나 들어봤다고 그렇게 대하소설을 쓰는지... 정말 대단하더군요.

        앨범을 평하는 각자의 기준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니

        차라리 그 '기준'에 대한 논쟁이라면 저도 흥미있게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뭐 그냥 호불호의 싸움이더라구요.

        늘 있어 왔던 일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이건 힙합 씬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인터넷 유저들의 문제라 하는 게 맞겠지요.

        진지한 것에는 치를 떨고

        모든 것에 조건 반사적으로 즉각 반응하기만 하는 녀석들.

        몸보다도 마음이 훨씬 더 어린 녀석들.








        제가 보기에

        이미 한국 힙합 씬에서 자리를 잡은 뮤지션들에게는

        더 이상 기대를 할 게 없습니다.

        오버클래스는 앞으로도 계속 스타일과 기교에 목숨을 걸 것이고

        무브먼트는 방송 활동 열심히 할 것 같고

        나머지는 아마 간지와 성공에 목숨을 걸겠죠.

        메타에게만 모든 짐을 지워주기엔 그의 어깨가 너무 가늘어 보입니다.

        트렌드에 영합하고자 자신의 재능을 마치 성형수술하듯 뜯어고치는 뮤지션들 말고

        자기만의 개성으로 씬을 평정할 수 있는 신인들이 필요합니다.

        UMC나 팔로알토, 재지 아이비 같은 뮤지션들 한테는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꾸준히 음악했으면 좋겠고

        미국의 OFWGKTA 같은 실험적 또라이들이 툭 튀어나와서

        씬을 좀 재밌고 활기차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이러다가 언더그라운드 씬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스타 지망생들만 우글거리게 생겼어요.
      1. 밀두리 (2011-07-29 21:47:32, 112.167.187.**)
      2. 아.. 다시 보니 무슨 한풀이 한 것 같네요...

        눈팅만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별로 보시라고 하고싶지 않네요.

        이따 자진 삭제 하겠습니다.

        이미 보신분도 있는데 그냥 지우기가 뭐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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