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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한영 혼용은 정말 지양해야 하는걸까요?
    hizzy | 2011-08-18 | 15,533 Reads | 1 Thumb Up
    대부분의 요즘 아티스트, 그리고 회원분들이 한영 혼용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여서 제가 한마디 써 봅니다.

    일단, 완벽한 흑인음악적 한글말 운율이라는게 정말 가능하긴 한걸까요?

    다시 말해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흑인음악적 그루브 말입니다. 이게 한글로 만들어지는걸까요?

    가능성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분명 VJ가 그랬고, 스윙스가 그랬고, MC메타가 그랬고..

    흔히 '잘한다'고 동의를 얻는 MC들이 '한글말 랩의 완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죠.

    그리고 힙합 매니아들은 이 '한글말 랩'이라는 것을 두고 항상 논쟁해왔어요.

    또 이 얘기를 꺼내서 참 그렇지만, UMC 논쟁만 봐도 그렇죠. 

    쟁점은 결국 '한글말 랩의 완성을 위한 방법' 이니까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이게 가능한가?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MC들이 몇 있네요.. 일단 전술한 VJ, P-Type, 메타옹, 이센스, 펜토, 스윙스..

    각각의 방법론으로 한글말 랩의 완성에 다가가고 있는 멋진 MC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메타옹이 가장 완성에 가깝다고 봐요. 

    무까끼하이로 또 증명해냈죠. 듣고있으면 와 어떻게 한글로 이런 그루비함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투리,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니까 가능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또한 피타입 역시 이런 면에서 완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의 방법론은 어디까지나 피타입의 오리지널리티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래퍼들 중 그의 방법론을 따라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보여요. 그렇기에 더욱 그의 랩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서도..

    이센스는 다음절보다는 단음절 강조의 형식.. 펜토는 특유의 엇박과 방적인 구성.. 스윙스는 도치와 언어유희.. 인정받는 래퍼들에겐 각자의 방법이 있지요

    하지만, 리듬감과 표현..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즉, '완벽한 한글말 랩'을 구현한 사람이 있나요? 아직 제가 들어본 바로는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제 생각은 어느순간 '완벽한 한글말 랩은 허상일지도 모른다'라는 곳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당연히 확신할 수 없죠. 언젠가 누군가가 결과물을 내버리면 그냥 제 가설은 '멍멍'일 뿐입니다.

    그런데 최소한 여기서 새로운 논의는 가능한게,

    '한영 혼용은 과연 새로운 방법론이 아닌가?'라는 것에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는거죠.

    Jazzy ivy [illvibrated motiv]앨범 들어보셨나요? 제겐 여러모로 참 죽이는 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제게 와닿았던 것은, 바로 한영혼용의 방법론인데요.

    JAZ, 그리고 각나그네 시절부터 꾸준히 자신만의 방법론(트위터를 살펴본 결과 모더니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아닌것 같지만..)을 고수해온 jazzy ivy는

    JAZ 시절에 발표한 결과물들도 굉장히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다들 러닝타임이 짧아서 다양한 국면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지만

    [illvibrated motif]는 랩의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실험 또는 관찰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한영혼용 하면 '한글로 가능한데 굳이 영어를 썼다'라고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느끼기에 jazzy ivy의 랩은 분명 한영혼용의 의미가 '영어적 표현과 구성이 한글과 잘 조화되어 있다'도 가능함을 증명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한글시에서 이미지 나열법은 굉장히 손발 오그라들기 쉬운 방법이에요. 하지만  영어시에서는 자유롭게 사용되고, 실제로 영어랩의 작사법은 상당부분 이미지 나열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교포출신 래퍼들의 씬 진입으로 인해 한글을 이용한 이미지나열법이 랩의 방법론중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교포들의 이미지나열 랩은 굉장히 별로였어요. 손발오그라들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반면 jazzy ivy의 랩은 정말 신선하기 그지 없네요.

    jazzy ivy랩이 왜 좋은지는 그만 설명하고..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게요.

    수긍하시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jazzy ivy의 랩이 성공적인 한영혼용의 사례라면, 한영혼용의 지양은 한글말 랩의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거부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느순간부터 '한영혼용은 죄악이다'라는 분위기가 리드머 뿐만 아니라 한국 흑인음악 씬 전체에 깔려있는 듯 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영혼용을 찬성해요..

    타문화의 고유화라.. 참 좋은 이야기지만 모든 문화가 가능한 것도 아닐 뿐더러.. 때때로는 굉장히 국수주의적이고, 꽉 막힌 생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영혼용랩'이라는 문화 융합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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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종업 (2011-08-19 16:51:45, 182.209.201.**)
      2.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국말로만 해서 느낄 수 없던 그루브를 한영혼용을 통해 느꼈기에 새로운 방향성이다" 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대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엄연히 영어와 한국어는 발음되는 방식도 다르고, 강세도 다르고, 전혀 다른 언어인데, 기준을 무조건 영어로 이루어진 랩에 잡아놓고 "한국어로는 그것에 근접할 수 없다. 완벽한 한국어 랩은 허상이다"라는 것 자체가, 도달할 수도 없고, 더 정확히 말하면 도달할 필요가 없는 지점에 한국어 랩의 목표를 갖다놓고 "이곳에 오지못했으니 허상이다"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환상이라는 거죠.

        미국에선 English rap의 완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던가요. Rakim? Nas? Common? 아니면 Lil Wayne?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살아가는 곳의 언어를 나름대로 비트 위에 풀어놓는 것이죠. 물론 영어를 사용하는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또 누군가는 새로 등장해서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새로운 그루브를 만들고 더 멋진 것을 위해 노력하겠죠.

        영어 랩이 물론 힙합의 태생이고 원류이다 보니까 그것에 근접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와 영어랩에 가까워졌다 와아"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순 있지만, 그것만이 정도는 아닌거죠.

        한국말 랩의 기준은 "한국말"에 두어야지 "영어"에 두니까 허상이고, 불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대체 방법으로 한영혼용도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한국말 랩도 발전을 하고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MC meta가 그랬고, P-type이 그랬고, Swings도 지양점을 English Rap에 두고 있긴 하지만 한국말도 발음 씹히지 않으면서 나름의 성과를 이룩했다고 보이고요. 그리고 또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 등장할 아티스트들은 또 나름 자신들의 성과를 이룩해가겠죠. 그게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고요.

        대부분 "한영혼용ㄴㄴ"를 외치시는 분들은 그런 즐거움을 기대하는 거겠죠. 한국말로도 할 수 있다. 한국말로도 영어 랩과는 다른 맛이 있다. 영어 랩의 맛을 뛰어넘는 재미가 있다. 한국말 랩만의 독자노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영혼용을 통해 얻어지는 맛은 사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영어랩의 간지를 한국래퍼도 보여준다"는 식의 성취가 대부분이죠. 그걸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한국말만 쓰는 래퍼들에게 박수를 조금 더 쳐주고 싶다는 것은 그러한 의미입니다.
      1. killakim (2011-08-18 23:45:33, 175.197.173.***)
      2. 영미권에서 살다왔다던지 하는 이유로
        영어가 모국어처럼 편안한게 아닌 이상
        결국 다 허세라고 봅니다.
        문화사대주의의 허물이죠 다.
        그래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그루브함을 더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굳이 지양할 것 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각자 소신껏 알아서!
      1. DEVIN (2011-08-18 12:08:31, 210.123.83.***)
      2. 저는 음악들을 때 한국힙합 미국힙합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한국힙합에서 한영혼용랩은 어케 보면 특이사항 내지는 개성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잘해야겠죠. 랩스킬로만 보면 전 San E 같은 정도가 요즘에는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재능이 낭비되지 않고 좀 빨리 잘되서 역작을 낼 수 있길;;;)

        여튼 꼭 한국어로만 랩해야한다거나 영어를 섞어야 간지난다거나 다 필요 없습니다. 순한글로 랩을 해도 구리면 구린거고 영어가 남발을 해도 들었을 때 좋으면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순한글로만 랩메이킹을 하는 노력이나 신념을 존중할 수 있겠지만 리스너 입장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단지 그 노력만이 만족도를 올려주는 요소로 작용하진 않죠.

        결론은 '래퍼들은 마음대로 하라. 단, 잘 해야한다'는 거;
      1. 밀두리 (2011-08-18 05:52:03, 112.167.187.***)
      2. 제가 커뮤니티에 활동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영 혼용이 죄악시 되는 분위기는 사실 느끼지 못했습니다.

        문제로 삼았던 부분은 어떻게 혼용을 하는 것이었냐는 건데요.

        이거죠.

        라임을 위해 무분별 하게 영어를 가져 왔거나

        문법이나 단수, 복수형들을 틀리게 썻던 부분에서 회원분들이

        지적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명 혼용은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오래전 부터 있어 왔으며 지양 할만한 것도

        아니라도 생각합니다.

        멋지면 땡이죠!

        하지만 hizzy님과 제가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네요.

        저는 뮤지션들의 인터뷰에서 한영 혼용에 대한 발언들에 대해

        느낀 건 '익숙한 것을 쓰면 되는데 불필요한 영어를 쓸 필요가 없다'였거든요.

        영어의 사용을 무조건 적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랩퍼 본인이 더 완성된 한글랩을 위해서 영어의 사용을

        지양한다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랩퍼는 당연히 아니구요.

        아참 그리고 메타도 가끔 한 두개씩 영어를 씁니다^^



        그리고 아마도 hizzy님이 한영 혼용에 대해 적극 찬성하시는 부분은

        hizzy님 역시 확신 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한글로 구성된 랩에

        영어만큼의 큰 감흥을 얻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리듬감과 표현에서 완전한 랩을 구현한 사람을 보신 적이 없고

        '완벽한 한글 랩은 허상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씀에서 그런점이

        느껴집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저 또한 도저히 확신 할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자주 나오는 리듬감? 그루브 등은 아마도 사람마다

        느껴지는 부분이 다를 거예요.

        언어에서도 말이죠.

        저 역시 확실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던 것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

        보기는 했지만 그 수가 너무 적어요.

        어떤 친구는 영어가 듣기 좋다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한글이 듣기

        좋다고 하더군요^^

        재미있지 않나요?

        저 같은 경우는 영어랩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흥을 한글랩에서도

        곧 잘 느낍니다.

        물론 영어랩과 한글랩의 느낌은 다르죠.

        하지만 그 감흥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hizzy님이 언급하셨던 랩퍼에게서두요.

        한글랩이 세상에 나왔던 초창기에서 부터 느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신중하게 들었던 쿨리오를 예를 들자면

        그때는 리듬감이고 그루브고 다 떠나서 수준의 차이는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즐겨 듣던 서태지, 현진영, 듀스, 댄스그룹의 랩들과

        많은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현재로서는 수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언어에서 오는 이질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감흥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뭐 물론 제가 영어를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요^^)

        이건 한글랩이 그 동안 큰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990년도 중반의 랩과 현재의 랩을 듣자면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이상 한영 혼용과 한글랩에 관한 주관이었습니다.ㅎㅎ






        에... 좀 너저분하네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1. 한글 혼용은 죄악으로 까지 여겨지지 않았으며 죄악일 수는 없다.

        다만 영어의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점이다.



        2.한영 혼영은 랩퍼가 한글랩을 더욱 더 완벽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랩퍼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양: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하다.



        3.한글랩이 상당히 발전한 이 시점에서는 영어와 한글의 언어에서

        오는 느낌은 다르지만 다른형태로서 그만큼 혹은 더욱 더 리듬감과

        그루브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흑인음악적 한글 운율의 형성은 가능하다.



        나음대로의 생각을 적어 봤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셔요~
      1. euronymous (2011-08-18 03:22:34, 183.102.139.**)
      2. 랩퍼의 국적을 떠나 일단 그 랩퍼가 어렸을 때부터 모국어로 써 온 언어가 무엇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자기가 써 온 언어에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내기가 편할 테니까요.

        그래서 미국에서 살다 온 교포 출신 랩퍼들이 영어 랩을 하거나 한영 혼용 랩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그닥 거부감이 없습니다. 한국어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한국인 리스너들과 한국어로 소통할 의지가 과연 랩퍼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지가 있는 랩퍼는 자기 가사에 영어의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면서 결국 제법 훌륭한 한국어 랩을 구사하게 되는 게 가능해 집니다. 타이거 JK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근데 한국어로 랩을 하는 도중에 뜬금없이 영단어를 끼워 넣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쓰며 자란 랩퍼가 문법에도 맞지 않고 듣기에도 어색한 영어 표현을 공연히 자기 랩 가사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뒤섞는 건 유치한 겉멋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요.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랩 자체는 끝내주게 하는데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 엉뚱한 영어 사용으로 인해 가사의 질을 확 떨어뜨리는 랩퍼가 몇 있습니다. 더구나 발음도 별로구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통으로 영어 랩을 하든가, 아니면 좀 더 연구해서 자연스러운 한국어 랩을 하든가 할 것이지, 왜 구태여 영어를 한국어 문장 속에 어색하게 배치하면서까지 랩을 할까, 그것으로 리스너들과의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 참 많더라구요.

        재지 아이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각나그네 시절부터 좋아하던 랩퍼고 지난 앨범 illvibrated motif 역시 참 좋게 듣긴 했어요. 근데 가사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랩 자체의 질감이나 울림은 참 좋아서 귀에 감칠맛나게 박히긴 하는데 의미의 전달이 전혀 안 되는 거예요. 영어로 쓴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글로 쓴 부분까지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진지한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 건 알겠는데, 재지 아이비가 쓴 가사를 통해 그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마치 암호 해독을 하듯 구절구절을 머리 싸매고 꼼꼼히 분석해야 하니,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정신적 노가다를 해야 하나 하는 환멸마저 생기더라구요.

        저는 한국어 화자이고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좋습니다. 랩에 영어를 결코 섞어 쓰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리스너들과의 소통을 위한 랩퍼의 최소한의 노력이 한영 혼용 가사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저 나름대로 따져보는 편이거든요. 재지 아이비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의도했던 소통은 저의 마음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어요.

        영어를 쓰는 건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영어를 쓰는가? 자신의 모국어(한국어)를 굳이 영어와 뒤섞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랩퍼는 하나도 없어요.

        한국어 랩을 맛깔나게 구사하는 랩퍼로는 메타와 피타입, 다이나믹 듀오, 이센스 정도가 떠오르네요. (UMC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영 혼용을 어색하지 않게 쓰는 랩퍼로는 타블로와 타이거 JK, 데드피, 스윙스 정도가 떠오릅니다. 확실히 한국어 가사 속에 영어 가사를 삽입하면 뭔가 강조가 되거나 주위가 환기되는 듯한 효과는 있긴 해요. 랩퍼 자신이 일상 속에서 영어를 자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고등학교 영어 단원을 수료한 사람이 무리 없이 이해할 만한 쉬운 영어로 가사를 쓴다면 한영 혼용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100% 한글 랩 가사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맞춤하게 쓴 한영 혼용 가사 역시 더욱 세련되게 들릴 수도 있겠지요. 결국은 어떤 나라의 말이든 써먹기 나름이라는 건데...

        저는 그래도 100% 한국어 랩 가사를 쓰기 위해 공을 들이는 랩퍼들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왜냐면 그런 랩퍼들이 분명 이 바닥에서는 아직까지 소수이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랩 가사야말로 랩퍼들과 리스너들의 소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영어 랩은 미국 본토에서 오랜 시간 동안 행해지다가 이미 한 관습으로서 궤도에 오른 작법이지만 한국어 랩은... 아직도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봐야겠지요. 영어와 한국어는 엄연히 다른 언어니까요. 메타나 피타입의 한국어 랩이 아무리 빼어나다고 해도 그건 그들이 도달한 방법론일 뿐, 한국어로 어떻게 라이밍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 더 많은 랩퍼들의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습니다.





        덧붙임 :

        만일 랩 가사를 리스너들과의 소통을 위해서가 아니라, 랩퍼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들을 낚아 올려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썼다면, 영어 단어들을 늘어놓든 아랍어를 늘어놓든 한국어를 늘어놓든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재지 아이비의 가사는 그 자체로서 화려한 언어의 콜라주가 되는 것일 테고, 그 '의미' 역시 언어가 담고 있는 언어 고유의 '의미'가 아닌, 언어들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생성되는 '의도된 무의미'로서의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랩 가사가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테지요. 시도 자체로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그런 방식은 한계가 너무 뻔하다는 단점이 있는 만큼 오래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재지 아이비의 다음 앨범 랩 가사가 그래서 더 기대가 돼요. 제가 아는 각나그네는 100% 한국어로도 재치 있게 라이밍을 할 수 있는 랩퍼거든요.
      1. hizzy (2011-08-18 02:43:35, 220.93.77.***)
      2. 물론 메타옹이 갑자기 한영혼용 하면 다들 갸우뚱 할거에요..
      1. hizzy (2011-08-18 02:39:18, 220.93.77.***)
      2.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하는건.. 정말 한글말 랩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완벽히 투영하느냐?의 문제에요. 상당수의 언어 생활 습관이 이미 한영혼용적이라면..(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지만 한영혼용을 꽤 써요) 굳이 한글을 강요할 필요는 없는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해야 된다 이거죠.
      1. hizzy (2011-08-18 02:37:11, 220.93.77.***)
      2. 음 그러니까 제 말은.. jazzy ivy는 하나의 단적인 예일 뿐이에요. '간지빨 세우려고'에서 간지빨이냐 아니냐는 정말 누구도 모르는거에요. 다시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전 스윙스나 빈지노 그리고 비프리 등등의 한영혼용이 참 맛깔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영혼용을 썼던, 그리고 쓰는 몇몇은 한글말 랩의 시도가 오히려 훨씬 구렸어요. 반면 스윙스 같은 경우는 순수한 한글말 랩도 꽤 맛깔나요. 이렇듯 다양한 시도들과 사례들이 있는데, 전반적인 씬의 분위기가 '한영혼용 ㄴㄴ'인거 같아서 걱정이 된다 이거에요.
      1. 엄종업 (2011-08-18 02:34:35, 182.209.201.**)
      2. 위에 댓글에 illvibrated motif 철자 틀렸네요 전 한영혼용이 어색한 1인
      1. 엄종업 (2011-08-18 02:29:35, 182.209.201.**)
      2. jazzy ivy는 교포(;;)이니까 한영혼용이
        자연스러운 거겠죠 본인이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랩을 하는 게 죄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편이 그 래퍼의 아이덴티티를 더 잘보여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죠

        문제는 속된 말로 "간지빨 세우려고" 영어를 섞어쓰는 래퍼들이 문제 아닐까요 한국어로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가사를 쓰기보다는 쉽게 쉽게 영어를 마구잡이로 섞어서 쓰는 래퍼들이 그 "죄악시하는 대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jazzy ivy 의. illvirated motif에 어떤 모더니즘적인 이미지나열(?!?!?)과 한영혼용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었던 그루브감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만

        그건 jazzy ivy 라는, 미국에서 자라온 한인이라는 어찌보면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발로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영혼용이라는 방식에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라고 보기보다는...

        가리온도 "우리말로만 해야하는 법은 없다. 다만 우리는 그렇게할 뿐이다"라고 말했고 UMC도 "어디까지를 구리게 보느냐가 문제다"라는 언급을 했죠

        그걸 판단할 줄 아는 각자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게 한영혼용으로 욕을 먹을 일인지, 아니면 그걸 통해 한국말로만 랩을 하는 것에서는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메리트를 포착해냈는지에 대해 듣는 사람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한국말로 랩을 하고 거기서 그루브를 찾아내기 위해 뼈저리게 노력하는 많은 래퍼들에게 조금 더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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