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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스윙스-데드피 디스전 리뷰] 세 명의 승리자
    공삼이 | 2012-04-21 | 25,059 Reads | 31 Thumb Up

    [스윙스-데드피 디스전 리뷰] 세 명의 승리자

     

    스윙스와 데드피의 디스전은 한국 힙합 역사상 최고의 디스전이였다. 링에 오른 두 선수가 명실상부한 (논란의 여지는 있는 비유지만) A급 래퍼라는 점에서 다소 이름값의 차이가 있었던 이전의 디스전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번 디스전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두 래퍼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에 전혀 개의치 않고 둘 래퍼 모두가 거침없고 분명한 태도를 보인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각각 두 곡씩의 디스곡을 발표하며 마무리가 된 이번 디스전에선 세 명의 승리자가 있다고 리뷰하고 싶다.

     

    첫 번째 승리자는 데드피와 BDSQ다. 이번 디스전을 통해 데드피는 자신이 ‘랩을 잘하는 래퍼’라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냈다. 물론 데드피는 역사에 남길만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을 가진 부정할 수 없는 실력자이다. 하지만 현재의 힙합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어린) 리스너들에게 데드피는 “이름은 알지만, 노래는 글쎄?” 정도의 래퍼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이러한 짐작은 ‘빅딜은 죽었다.’라는 게시판의 여론에서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데드피가 발표한 두 곡의 노래 <Bitch>와 <It's a Good Day to Kill>은 이러한 리스너들에게 보여주는 훌륭한 성적증명서이다.

     

    디스전의 시작을 알린 <Bitch>는 BDSQ의 건재함을 알리는 훌륭한 노래였지만 훌륭한 ‘디스’라고 하기는 아쉬운 곡이었다. 스윙스 디스곡이기는 했으나 힙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특정 wack MC들을 비판하는 곡과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았다. 2절에서 스윙스가 아닌 일부 힙합 팬을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데드피 본인 역시 이 시점까지는 디스를 해야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는지 판단 중인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일드 비츠의 명품 비트와 흠 잡을 곳이 없는 데드피의 랩은 우리가 BDSQ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들려주었다.

     

    데드피가 두 번째로 발표한 <It's a Good Day to Kill>이 바로 데드피의 역량이 200% 발휘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스윙스의 손을 들어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사의 내용은 둘째 치고 순수한 랩 실력이 훌륭한 래퍼라는 것을 데드피 스스로는 증명해냈다. 쉬지 않고 내뱉는 그의 랩은 말 그대로 타이트했으며 특히 ‘Suck My Dick' 라인과 ‘척척박사' 라인은 "그래 이게 디스지!"라는 감탄을 내뱉게 하는 부분이었다. 싸움과 경쟁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사람의 능력을 이끌어 내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래서 우리 모두는 싸움 구경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곡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스윙스의 랩을 깐다는 이유로 레이백 등을 거론하는 부분은 랩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본인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두 번째 승리자는 스윙스이다. 스윙스는 본인이 명실상부한 한국힙합 슈퍼스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는 가사 한 구절로 한국 힙합 씬을 스윙스 vs 빅딜 두 편으로 가르는 엄청난 영향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질과 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펀치라인 ‘킹’이라는 닉네임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데드피의 곡이 나온 지 이틀 만에 각각 6분과 9분이 넘는 곡들을 선보이는 기염을 토해냈다. <300마디>를 발표할 때부터 시작된 그의 ‘양’에 대한 욕심은 <500 Bombs>를 거쳐 현재 최정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스윙스의 첫 번째 디스곡 <심각하다>를 처음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이번 싸움은 스윙스가 그냥 이겼는데?’였다. 스윙스는 디스곡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래퍼이다. 어드스피치와의 디스(ADD 랩 존나 못해~)에서 보여줬듯이 그는 무엇을 타깃으로 삼고 랩을 해야 하는 지, 즉 ‘주제’를 잡는다는 가사 쓰기의 기초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일종의 폭로(?)를 통해 디스의 명분 아닌 명분을 살렸으며, 자신의 위상에 대한 과시를 통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데드피에게 직접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대한민국에서 스윙스가 아니라면 누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그의 캐릭터를 입증해내는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스의 마무리 <추잡하다>는 그가 평소 자주 쓰는 비유와 같이 스윙스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스윙스는 정말로 (마치 에미넴에게서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미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곡이 하룻밤 만에 나온 곡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진심으로 쏟아 붓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함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랩이 아니었나 싶다. 이 곡 역시 마지막 부분 반복되는 가사를 통해 명확한 타깃을 잡고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강한 효과를 내는지 잘 보여준다. 앞으로 디스를 할 계획이 있는 래퍼라면 이 점을 잘 공부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선생의 영어교실은 어드스피치와의 디스 때보다 재미는 훨씬 떨어졌으나 ‘개성’ 펀치라인은 이번 디스전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두 래퍼의 극대화된 랩을 통해 가장 즐거웠던 최후의 승자는 우리 리스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분명 서로를 비난하고 주변의 시선이 모두 자신들을 향한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엔터테인먼트이며, 엔터테이너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한국 힙합이 어느 정도에 위치에 있으며 ‘하면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디스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싸움을 통해 데드피는 여전히 잘하고 있는 자신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으며, 스윙스가 누가 한국 힙합 최고 슈퍼스타인지를 증명해냈다. 걱정(?)과는 달리 아무도 총을 맞지 않았고 그 누구도 고소를 하는 일이 없었다. 이 정도 즐거움이라면 비록 싸움이라 할지라도 말리기만 하는 게 항상 옳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잘하는 래퍼는 맞는데 최근의 행보가 다소 아쉬운 래퍼라면 디스를 해보자. 우리는 그가 피를 토하듯이 랩을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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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구 (2012-04-25 19:47:54, 175.202.145.**)
      2. 개인적으로 데드피의 It's a Good Day to Kill 에서 스윙스 랩까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음 ..나랑 생각이 같아서...
      1. दलित (2012-04-24 14:07:13, 149.169.145.**)
      2. 기왕 일어난 일에 대한 구경은 재밌게 하는게 좋겠지만 끝나고 나면 좀 더 오랫동안 평화롭길 바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 녹차 (2012-04-22 19:17:25, 116.39.14.**)
      2. 굉장히 좋은 리뷰? 군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1. YJ (2012-04-21 21:27:16, 221.161.30.***)
      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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