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phop] Verbal Jint 정규 4집 <Go Easy> 감상평
- 김도현 | 2011-09-14 | 14,846 Reads | 9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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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해냈다
평점: 4.5/5
[Go Easy]가 나온 지 열흘 정도가 지났다. 타이틀 싱글인 ‘좋아보여’는 버벌진트의 결과물들 중 가장 좋은 차트 성적을 거두고 있고 여러 힙합 커뮤니티와 각종 미디어에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든 밖에서든, 발표하는 결과물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국내 아티스트의 대표격인 버벌진트. 그가 늘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과 그 시도들이 항상 씬에 활력과 도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 [Go Easy] 역시 지금까지의 결과물들과는 다른 작법과 사운드, 좀 더 생활밀착형인 스타일의 가사가 눈에 띄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주제와 표현이 담긴 가사는 힙합 팬들을 포함한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동창회’, ‘Movin' It', ‘Get 2 Know U', '두근두근 레이싱’, ‘U-Turn', ‘Favorite' 등의 멜로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원래 그의 특기였던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세대를 아우르며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 중이다.
첫 곡인 ‘원숭이띠 미혼남’에서는 여전히 깔끔한 라이밍으로 자전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뮤지션으로서의 버벌진트와 인간 김진태의 성향을 군더더기 없이 잘 설명해주는 가사다. 띠 동갑 랩퍼인 지코(Zico)의 랩은 기대 이상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버벌진트와는 또 다른 예리한 라이밍과 리듬으로 곡에 잘 녹아들었다. 아이돌 그룹의 랩퍼 중에서가 아니라 요즘 나오는 신인 랩퍼들 중 이렇게 탄탄한 라이밍을 할 줄 아는 랩퍼는 별로 없다. ‘원숭이띠 미혼남’의 기타를 비롯해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약속해 약속해 2012’, ‘깨알 같아’, ‘우리 존재 화이팅’ 등의 곡에 쓰인 록(Rock)적인 요소를 통해서는 버벌진트의 음악적 뿌리에 록음악이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타이틀 싱글인 ‘좋아보여’는 현재 홍대 인디밴드 씬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추앙받고 있는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보컬로 참여했는데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뤄냈다. 경쾌한 피아노와 상반되는 느낌의 주제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가사의 후렴, 곡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기몰이 중이다. 버벌진트의 랩 또한 비트에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라임과 특히 2절 도입부에서 들려주는 리듬 감각을 통해 곡의 주인이 버벌진트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후렴의 멜로디와 라임은 딱 버벌진트 스타일인데 조휴일과의 작업이 꽤 치밀했음을 알 수 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는 레게의 리듬과 쿤타의 보컬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데 후렴에서 터지는 일렉 기타가 감초 역할을 한다. 곡 제목도 요즘 유행어를 차용하는 센스를 보여줬고 깔끔한 라이밍과 어장관리녀를 향한 날카로운 조소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랩에 조금 더 감정이 실린 연기력이 보태졌다면 더 생동감 있는 곡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다. ‘우아한 년 2012’는 이미 공개된 곡의 리믹스 형태인데 원곡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곡이 버벌진트 특유의 보컬 화음과 치밀한 라임을 통한 리듬과 멜로디, 섹시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폭발한 곡이었다면, 이번 곡은 두 랩퍼의 참여가 그 무드를 살짝 깨는 느낌이다. 그나마 오케이션(Okasian)의 랩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그루브와 적절한 톤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지만 산이(San-E)의 랩은 그 반대다. 물론 랩 자체로만 보면 현란한 라이밍과 재치 있는 표현력이지만 톤이나 억양은 곡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버벌진트의 모든 곡에서 느낄 수 있는 치밀한 라임을 통한 랩의 플로우와 비트에 최적화된 리듬은 멜로디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의 멜로디에 쓰인 라임을 찾아서 따라 부르는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긍정의 힘’은 앨범의 타이틀인 'Go Easy'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힙합 씬에서 악역을 맡았던 버벌진트의 또 다른 이미지를, 혹은 본연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버벌진트가 생각하는 긍정에 대한 이야기와 부드럽고 경쾌한 후렴은 그야말로 ‘Go Easy'다. 'Want You Back'은 노도(Nodo)의 프로듀싱이 빛을 발한 트랙이다. 노도의 비트가 만들어내는 무드는 국내에서는 노도만이 낼 수 있다. 특히 그의 드럼은 샘플링이 아니라 직접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비트들도 꼭 찾아서 들어보길 권장.) 버벌진트의 랩은 2008년에 발표했던 싱글인 ‘취중진담’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인데 이별을 겪은 남자의 찌질하면서도 진솔함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찌질함의 포텐은 노도가 부른 후렴에서 폭발한다. 특히 한국 대표 종교들을 언급하며 맞춰진 라임은 기가 막히면서도 거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노도의 마지막 프로듀싱 곡이라는 점이 무척 아쉬운 곡이다. ‘Luv Songz'는 기존 가요의 제목들을 차용해 쓴 가사와 정말 오랜만에 합작을 들려주는 국내 최고의 R&B 뮤지션 태완(a.k.a C-LUV)의 목소리가 반갑지만 비교적 집중도가 떨어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Assbrass의 풍부한 사운드와 태완과 버벌진트의 목소리의 조화만으로도 풍족한 느낌의 곡이다. 2절에서 정말 침대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효과를 준 것도 재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사에서는 표현력에 의한 감탄사보다는 공들인 노력이 더 느껴지고 태완의 후렴 멜로디는 그냥 지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난히 들을 수 있는 트랙이지만 조금 더 한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속해 약속해 2012’는 원곡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비트를 타는 버벌진트의 랩과 요한의 기타가 듣기 좋다. 조현아(어반자카파)의 보컬이 버벌진트와 더 노는 느낌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싱글로 발매되어 익숙한 ‘어베일러블’은 싸이코반(Psycoban)의 드럼 질감과 리듬이 매우 탁월하다. 라임을 분명하게 맞추면서 멜로디를 부르는 버벌진트의 노래와,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듯한 이펙트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무한도전’, ‘우결’ 같은 단어의 사용은 ‘기름 같은 걸 끼얹나’,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깨알 같아’, ‘우리 존재 화이팅’ 같은 곡들의 제목처럼, 버벌진트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것을 공감대 형성의 요소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벌진트의 -‘나가수’에 나오는 프로 보컬리스들처럼 깔끔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톤의 사용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깨알 같아’ 역시 놓쳐서는 안 될 트랙이다. 식상할 수도 있는 주제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표현력 또한 훌륭하며 베이스 기타의 매끈한 진행도 일품이다. 유튜브로 선 공개 됐었던 ‘My Audi'는 첫 차에 대한 애정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의 나열을 담은 곡이다. 더 콰이엇(The Quiett)과의 조화는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하게 만들만큼 부드럽게 어울린다. 단순한 듯 들리지만 독특하고 치밀하게 짜인 라이밍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싸이코반(Psycoban)의 비트가 곡의 주제와 딱 맞아떨어지는 무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적의 밸런스로 배치된 비트 소스들에 집중해서 듣기를 권장한다. 마지막 트랙인 ‘우리 존재 화이팅’은 삶과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과 상처를 노래하는 앨범의 마무리를 짓는 곡이다. 듣는 이들 각자의 삶에 응원을 던지며 유쾌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곡의 진행에서 잭슨 파이브(Jackson 5)와 언니네 이발관의 향기를 느낀 게 필자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처음 사용했다는 토크박스와 보코더도 적절한 양념 정도로 듣기에 즐거웠다.
[Go Easy]는 힙합이라는 장르를 떠나서 올해 국내에서 나온 앨범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듣기 좋은 앨범이다. ‘좋아보여’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로 넘어가는 이음새, 비슷한 정서의 곡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버벌진트의 앨범들 중 가장 대중친화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대중이 듣기에 좀 더 편한 작법과 사운드, 곡에 어울리는 탁월하고 세련된 멜로디와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곡들의 주제는 앨범의 타이틀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그러나 곡을 만들 때의 접근 방식과 특히 랩과 멜로디를 만들 때의 작법과 스타일은 여전히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흑인음악의 감성과 작법을 베이스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왔던 버벌진트의 음악적 역량은 유지하되 또 다른 정서의 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버벌진트는 한국말라임, 디스, 루머 등 다양한 논쟁거리가 항상 따라다니는 뮤지션이지만 그는 항상 음악으로 대답하고 제시하고 증명해왔다. 앞으로 나올 [Go Hard]와 모던라임즈 10주년 앨범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와 스타일을 들려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Go Easy]는 그가 어떤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기준으로 음악에 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말끔하고 유쾌하게 풀리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치밀하게 만들었지만 들을 때는 쉽고 편하게 들리는 음악은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버벌진트는 또다시 해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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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티페인 (2011-09-16 11:52:09, 165.132.158.***)
- 모던라임즈 EP 5/5 (2001년의 기준으로)
Favorite 5/5
무명 5/5
누명 5/5
굿다이영 4.5/5
고이지 3.5/5 (역대 버벌진트 앨범 중 가장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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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09-15 02:21:38, 220.122.244.**)
- 하~ 거참 인터넷으로 푸닥거리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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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현 (2011-09-14 23:40:38, 180.66.18.***)
- '비공개'님 같은 캐릭터는 잠잠하다 싶으면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
리드머 메인에도 리뷰가 올라왔는데 저랑은 차이가 좀 있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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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Flames (2011-09-14 23:08:20, 211.169.191.***)
- 긍정의힘 진짜 좋더군요 가사도 정말인상적이고 장르변화가 쉽지않은데 이곡만보면 진짜 성공한수준인듯 게다가 다른곡들도 꽤나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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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nymous (2011-09-14 21:15:58, 183.102.139.**)
- 와 징하다... 인큐버스 저 노래가 언제적 노랜데...
저런 기타 주법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아마 전 세계에 10000곡쯤 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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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호 (2011-09-14 19:03:04, 211.244.123.***)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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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두리 (2011-09-14 17:56:17, 112.167.187.**)
- 비공개님/
뭐하십니까?
이렇게 정성스러운 글에 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기타연주를 거의 안 듣고 사십니까?
안 똑같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비숫한 코드에 스트로크가 비슷하면
다 표절이게요?
뭔.
말로만 듣던 버벌진트 '까' 신가요?
워....
멜로디는 완전히 다르구먼!
아하하하하하하하
전혀 다른 곡이랍니다.
이런 짓 하고 다니지 마세요.
님 욕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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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두리 (2011-09-14 17:43:01, 112.167.187.**)
- 정성스러운 감상평 잘 봤습니다~
저 역시 좋게 듣고 있습니다.
들을 수록 전반부에 배치된 세 트랙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데요.
원숭이띠 미혼남, 좋아보여,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는 버벌진트의
세련됨과 깔끔함이 상당히 잘 표현되었다고 봐요.
보통 달달함을 추구하는 앨범에서는 음.. 물엿? ㅎㅎ
같은 느낌도 종종 받거든요. 달달하긴 한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죠.
반면 버벌진트의 이번 앨범은 세련되고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말씀드렸던 초반부 세 트랙은 앨범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괞찮은 곡들이 아닌가 생각하구요.
긍정의 힘은 마찬가지로 go eagy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앨범의 수록곡 중에 반응이 가장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는 곡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사실 긍정의 힘보다 좋아보여를 타이틀 곡으로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긍정의 힘은 곡의 분위기나 멜로디, 가사등은 아무래도 휘발성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버벌진트의 음악을 보여주는 곡으로서는 좋아보여가 좋아보이네요~
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라 저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긴 한데요.
마지막 트랙 우리존재 화이팅은 곡으로 보는 것이 아닌 앨범의 흐름으로
느끼기에는 좀 갑작스러웠어요.
go eagy를 연속해서 플레이를 하지 않게 되는 이유인데요.
감정의 흐름이 뚝 끊겨버리는 느낌이 강해요.
앨범의 분위기가 소강상태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너무 발랄해져요.
그리고 끝이나는..
앨범의 타이틀이 go eagy이기 때문에 이런 끝맺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앨범의 흐름상 이 정도의 발랄한 곡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담으로 지코라는 랩퍼는 놀라웠습니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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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개 (2011-09-14 17:36:31, 125.189.120.**)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FEH0hwAUg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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