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이 한 장의 앨범 (43)
- euronymous | 2012-12-17 | 23,993 Reads | 5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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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김정미의 'Now' 앨범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칼 같이 장르 구분을 하려는 음악 평론가들에게 엿을 먹이는 앨범이었는데요.
그런 앨범을 또 하나 소개합니다.
Serge Gainsbourg - Histoire de Melody Nelson (1971)
01. Melody
02. Ballade De Melody Nelson
03. Valse De Melody
04. Ah! Melody
05. L'hotel Particulier
06. En Melody
07. Cargo Culte
세르쥬 갱스부르. 프랑스 사람이고 1928년에 나서 1991년에 죽었습니다.
영화배우 겸 감독 겸 가수 겸 작곡가 겸 시인이라고 하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 유명한 브리짓 바르도, 제인 버킨과 차례로 사귀었고
제인 버킨과의 사이에서 샤를롯 갱스부르를 낳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가
이 앨범을 접하고 나서 새삼스레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간에서는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까지 하는데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대충 이런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Jane Birkin & Serge Gainsbourg - Je T'Aime.... Moi Non Plus
Jane Birkin & Serge Gainsbourg - 69 annee erotique
야릇한 여자 목소리가 바로 제인 버킨입니다.
배우 브리짓 바르도와 사귀었다가 헤어진 세르쥬 갱스부르가 다음으로 고른 여자는
18살 연하의 가수(겸 배우) 제인 버킨이었고 둘이 정식으로 결혼을 했네 안했네 이야기들이 많지만
둘은 세르쥬가 죽기 10년 전쯤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제인 버킨은 아직도 정정하고 올해 봄에 내한 공연까지 하고 갔지요.
어쨌든 세르쥬 갱스루브는 전형적인 프렌치 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다가
연인 제인 버킨과 함께 1971년에 충격적인 앨범을 들고 나오는데
그게 바로 이 앨범 'Histoire de Melody Nelson(멜로디 넬슨의 역사)'입니다.
가사를 해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얼추 소문을 듣자니
세르쥬 갱스부르가 1인칭 화자가 되어 읊조리는 음탕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가사 속 상대역은 '멜로디 넬슨'이라는 이름의 10대 소녀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늙은 바람둥이가 소녀에게 던지는 추파...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청법의 서슬이 시퍼런 한국 땅에서 함부로 듣다간 큰일날 수도 있는 앨범입니다. (?)
근데 가사는 둘째 치고
7트랙에 30분도 안 되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앨범의 핵심은 역시 음악 자체입니다.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의 이름으로 대답할 겁니다.
"야, 이건 롹인데?"
"이건 그냥 팝송이잖아."
"샹송이네."
"훵크 아니야?"
"멜랑꼴리한 프렌치 팝이군."
"열라 얼터너티브하다."
"프로그레시브 롹 같은데."
"유럽 아트 롹 같다."
"시부야케이일지도..."
"설마 브릿팝?"
...
...
...
사실 뭐라 부르든 중요하지는 않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앨범이라고 말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겁니다.
Melody
Ballade de Melody Nelson
Valse de Melody
Ah! Melody
L'hotel particulier
En Melody
이 곡에서 들려 오는 웃음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제인 버킨을 간지럼 태웠다고 하네요.
Cargo Culte
암튼 이 앨범은 이후 프랑스 음악계와 영미권 음악계에 두루두루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뮤지션들 중에서도 세르쥬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에어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입니다. 세르쥬 갱스부르의 영향을 논할 때면 언제나 언급되는 뮤지션입니다.
한때 블러나 오아시스만큼이나 인기 있었던 펄프의 리드 싱어 자비스 코커는... 목소리부터가 세르쥬를 닮았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데이빗 홈즈도 세르쥬 하면 떠오르는 인사입니다. 오션스 일레븐~서틴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데이빗 홈즈는 누가 세르쥬의 팬 아니랄까봐 멜로디 넬슨 앨범의 첫머리 곡을 샘플링하기도 했습니다.
멜로디 넬슨 앨범의 샘플링은 음악계의 느림보 매시브 어택도 한 적 있습니다. (사실은 포티셰드 리믹스지만...) 포티셰드 역시 세르쥬 갱스부르의 팬이라 알려져 있고 싱어인 베스 기븐스는 제인 버킨의 2006년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곡! 제인 버킨과 베스 기븐스.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만... 빗넛츠의 1994년 골든에라 한복판의 앨범에도 멜로디 넬슨의 베이스라인을 샘플링한 곡이 있지요.
앨범 자켓에서부터 세르쥬 티가 확 나는... 오토메이터의 Lovage 앨범입니다.
세르쥬 갱스부르의 앨범 자켓을 고대로 따라했지요.
그리고... 아마 팝계 최고의 세르쥬 빠돌이라 해도 될 벡이 있습니다. 벡은 세르쥬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의 딸인 샤를롯 갱스부르의 2009년 앨범에 아예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전곡을 함께 만들었지요.
이 곡에서는 벡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샤를롯 갱스부르와 벡.
내친김에 샤를롯 갱스부르의 음악 한 곡 더. 이 곡이 수록된 샤를롯의 앨범은 에어가 작곡와 연주를 맡았고 자비스 코커와 디바인 코메디의 닐 해넌이 가사를 써 줬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디바인 코메디에게도 세르쥬의 영향이...)
디바인 코메디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닐 해넌의 원맨밴드라 말하겠어요.
세르쥬 갱스부르의 음악이 후배 뮤지션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이 트리뷰트 앨범이지요.
Monsieur Gainsbourg Revisited (2006)
01. A Song For Sorry Angel - Franz Ferdinand & Jane Birkin
02. I Love You (Me Either) - Cat Power & Karen Elson
03. I Just Came To Tell You That I'm Going - Jarvis Cocker & Kid Loco
04. Anna - Portishead
05. Requiem For A Jerk - Faultline, Brian Molko & Francoise Hardy
06. L'Hotel - Michael Stipe
07. Goodbye Emmanuelle - Tricky
08. Lola R. For Ever - Marianne Faithful & Sly and Robbie
09. Boomerang 2005 - Gonzales, Feist & Dani
10. Boy Toy - Marc Almond & Trash Palace
11. The Ballad of Melody Nelson - Placebo
12. Just A Man With A Job - the Rakes
13. I Call It Art - The Kills
14. Those Little Things - Carla Bruni
15. The Ballad Of Bonnie And Clyde - James Iha & Kaz Makino
16. Angel's Fall - Nina Persson & Nathan Larson
(15, 16번 트랙은 USA반에만 수록됨.)
프란츠 퍼디난드, 포티셰드, 트리키, 자비스 코커,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 플라시보의 브라이언 몰코 등등등... 게다가 소프트 셀의 마크 알몬드까지... 미국반 보너스트랙에서는 스매싱 펌킨스의 제임스 이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참으로 다양한 후배들이 참여해 준 트리뷰트 앨범입니다.
멜로디 넬슨 앨범의 수록곡 커버버전들만 따로 올려 봅니다.
Michael Stipe - L'hote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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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2-12-17 17:30:33, 112.170.109.**)
- 세르쥬 갱스부르!! 첫번째 곡 정말 좋아합니다ㅜㅜ 영향받은 후배 뮤지션들 소개가 정말 흥미롭네요. 특히 lovage 앨범 자켓이ㅋㅋ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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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 (2012-12-17 14:47:44, 175.202.145.**)
- 예전에 라디오에서 Je T'Aime.... Moi Non Plus를 듣고 상당한 컬쳐쇼크를 받은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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