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과시와 과잉의 음악성, 결국 또 하나의 클리세
- 혁신 | 2011-02-17 | 12,174 Reads | 7 Thumb Up
-
"슬픔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아라" 라는 지령에
A라는 화가는 새하얀 배경에 독특한 구도로 빗방울 하나을 점찍었다.
B라는 화가는 온갖 치장을 하고 맨몸을 드러낸 여인을 그렸다. 그 여인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C라는 화가는 도화지 전체를 온갖 피눈물들로 채워넣고
그 사이사이에 포효하는 200마리의 악마도 그려넣었다.
이제 대중들의 판단이 내려질 차례였는데
A의 작품은 일단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대중들은 아예 관심 자체를 갖지 않았다.
B의 작품은 여인의 맨몸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성공했으며
그 여인의 표정이 진짜로 슬퍼보여 슬픔에 대해 정말 잘 표현했다는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C의 경우에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들은 B의 지지자들을 크게 조롱했다.
B의 작품은 철저히 대중지향적이고 천박할 뿐만아니라 예술성이 결여되어있고
여인도 또는 춘화의 경우 유사한 작품들이 역사이래로 쭉 이어져왔기에
화가의 표현력과 창의력, 실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중'의 취향을 단순히 상업주의적 선택으로서 경멸하는 또 다른 대중의 형성은
결국 또 하나의 반복과 또 하나의 상업주의를 존재하게 했다.7
-
-
- mcstel (2011-02-20 17:04:37, 220.118.13.***)
- 좋은글입니다.
제 눈에는 C의 지지자보다는 A의 그림의 외면이 더 큰 문제로 보이네요
-
- Notorious (2011-02-18 21:24:49, 115.20.134.***)
- 골라먹기 나름
-
- PROBE (2011-02-17 15:13:13, 110.9.134.**)
- B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판단이 그림의 내용에 바탕한 것이라면 이 글 도 맞는 것이지만 대중이 화가 B의 얼굴이 잘생겨서 화가 B를 지지한 것이라면 그 '대중의 취향'은 경멸당해 마땅한 거겠죠
-
- 사도 (2011-02-17 13:36:19, 173.60.166.***)
- 추천을 안할수가 없네요.
-
- 김인욱 (2011-02-17 11:31:45, 112.146.93.**)
- Sacer에도 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주제에 대해서 자주 토론하는 분위기더라구요
-
- 아토피 (2011-02-17 11:29:29, 43.244.41.***)
- 어떤 서브컬쳐, 인디컬쳐든지 이런 경향이 조금씩은 다 있겠죠
잘 읽었습니다 - 원래 어디에 있던 글인가요? ㅇㅅ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