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음악과 살인
- euronymous | 2011-07-14 | 17,090 Reads | 13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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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밤에 걸맞게 이번엔 어두운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가운데엔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살다가 혹은 고뇌 속에서 살다가
결국 자신을 파괴해 버린 경우가 적지 않지요.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자살 등등...
하지만 자신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멀쩡히 살아있는 타인을 파괴해 버린 것이라면?
게다가 그런 음악인들의 음악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다면?
......
'살인'이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는 음악인들과 그들의 음악을 조금 모아 봤습니다.
1. Lead Belly
리드 벨리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20세기 중반에 죽은 음악인입니다.초기 미국 블루스 음악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블루스 하면 일렉트릭 기타의 구슬프면서도 끈적한 연주를 떠올리지만
일렉트릭 기타가 없던 시절엔 당연히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포크 블루스'라는 용어도 아마 그래서 생겨났을 겁니다.
블루스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웹서핑을 해보시기 바라며...
아무튼 리드 벨리(본명 : Huddie William Ledbetter)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의 아버지가 되지만
기타 하나 달랑 들고 유랑의 길을 떠나 당대의 온갖 음악들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흡수했다고 합니다.
삼십대 초반이 된 어느 날 리드 벨리는 자기 친척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상당히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교도소에 방문했다가 리드 벨리의 노래를 들은 주지사가 덜컥 사면해 주는 바람에
자유의 몸이 됩니다.
허나 십여 년 뒤에 리드 벨리는 백인을 칼로 찔러 죽이려 했다는 죄목으로
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요.
사슬에 묶인 채 노역을 하는 신세가 된 리드 벨리를 구해 준 건 어느 민속학자였다고 합니다.
구전 민요를 채집하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해 죄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던 그 민속학자는
리드 벨리의 노래와 연주에 감동을 받고는 적극적으로 구명 운동을 펼쳐
결국 리드 벨리를 다시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 이후로는 레코딩도 하고 공연도 다니고 책도 쓰고 하다가
육십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되지요.
Lead Belly -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이지요?
Nirvana -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바로 커트 코베인이 MTV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부른 곡입니다. 리드 벨리의 곡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미국의 구전 포크송이라고 하네요.
리드 벨리의 대표곡들 몇 개 갑니다.
Lead Belly - The Midnight Special
Lead Belly - Rock Island Line
Lead Belly - Goodnight Irene
이 곡은 무수한 가수들이 다시 불렀는데요. 저는 Tom Waits의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Tom Waits - Goodnight Irene
Lead Belly - Cotton Fields
역시 이 곡도 리드 벨리 하면 떠오르는 곡인데요. 마찬가지로 무수히 리메이크되었습니다.
The Beach Boys - Cotton Fields
저는 이 버전이 가장 깔끔하고 좋더라구요.
작년에 TV에서 방영한 '세시봉 콘서트' 메들리 가운데에도 Cotton Fields가 끼어 있길래 괜히 반가웠습니다. 중간쯤부터 나와요.
2. X-Raided
X-Raided는... 간단히 말하자면 갱스터 랩 혹은 하드코어 랩을 들려주는 엠씨입니다.텍사스에서 태어났지만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74년생이지만 이미 1990년에 데뷔 앨범을 녹음하게 되는데요.
미국 서부 지역의 유명한 갱단들, Bloods와 Crips의 다툼에 연루되면서
1급 살인 혐의로 31년형을 언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X-Raided가 수감되고 난 1992년에야 그의 데뷔 앨범 'Psycho Active'가 뒤늦게 발매가 되지요.
X-Raided - That Siccness
데뷔 앨범 수록곡입니다. 앨범 전체가 거리의 폭력을 다루는 가사로 가득 차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해 읽어 보시면 좋을 듯.
하지만 감옥 속에서도 X-Raided는 끊임없이 랩 연습을 했고 결국 1995년 그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가 되는데요. 놀랍게도 앨범 프로듀서는 X-Raided가 콜렉트콜, 즉 전화기에다 대고 쏟아낸 랩을 녹음해서 그대로 앨범에 담았습니다.
X-Raided - Body Count
잘 들어 보시면 X-Raided의 랩이 무슨 이펙트를 가한 것처럼 들리는데요. 바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3집부터는 감옥 안으로 교묘히 마이크로폰과 테입 레코더를 반입해 제대로(?) 녹음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X-Raided - Mortal Kombat
1999년에 나온 3집 수록곡입니다.
어쨌든 힘들게 힘들게 2000년대에도 계속해서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 온 X-Raided는 2011년에도 새 앨범을 내며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X-Raided - BSC
들리는 소문으로는 2014년쯤에 가석방될 거라고 합니다.
감옥 바깥에선 X-Raided의 어머니가 아들이 차린 레이블 관리를 하며
로컬 씬의 신인 랩퍼들까지 키워 주고 있다는군요.
어쨌든 X-Raided... 여러모로 참 흥미로운 인물인 듯합니다.
3. Count Grishnackh 또는 Varg Vikernes
카운트 그리쉬나크 혹은 밝 비케르네스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블랙메탈(Black Metal)이라는 어둠의 음악 얘기를 마땅히 먼저 해야 하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냥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블랙메탈은... 쉽게 말해 헤비메탈이 무진장 마이너하게 변형된 형태입니다.
말을 해 놓고 보니 너무나 엉성한 표현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80년대 중반의 노르웨이에서는... 몇몇 선구자격인 밴드들에게 영향을 받아
보다 더 어둡고 강하며 빠른 헤비메탈에 심취한 무리들이 생겨나게 되는데요.
노르웨이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Øystein Aarseth라는 이름의 68년생 기타리스트였고
그가 본명 대신 쓰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왕자'라는 뜻의
Euronymous였습니다.
외스타인 아르세트(이렇게 읽는 게 맞나?)는 악마주의자에 공산주의자였다고 하고
자신의 밴드인 Mayhem이라는 4인조 블랙 메탈 밴드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73년생인 밝 비케르네스는 외스타인을 처음엔 신처럼 숭배하고 따랐지만
점점 외스타인을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늘어 놓는 '개자식'으로 보게 됩니다.
더구나 외스타인은 Mayhem의 초대 보컬리스트 Dead의 자살 시체를 사진으로 찍어
부틀렉 라이브 앨범 자켓으로 쓰기도 했고
Dead를 자살로 위장해 죽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게 됩니다.
실제로 그의 죽음은 밴드 홍보에 이용되기도 했지요.
외스타인과 점점 사이가 벌어지던 밝 비케르네스는 그래도 외스타인과 함께
Mayhem의 새 앨범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베이스 연주를 맡아 녹음까지 다 마치고 난 어느 날
외스타인과 밝 비케르네스 사이에 돈 문제와 여자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둘의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그즈음 밝 비케르네스는 외스타인 못지 않은 씬의 거물로 인정받고 있었고
밝 비케르네스를 숭배하며 따르는 집단까지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그 꼭두각시 집단은 밝 비케르네스의 지시를 받아 교회들을 불태우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신을 따르는 청년 몇몇을 데리고 외스타인의 집에 쳐들어가고야 만 밝 비케르네스는
외스타인을 칼로 난도질해 죽여 버리고는
며칠 뒤 체포되어 21년형을 받게 됩니다. 그게 1994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외스타인이 살해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Mayhem의 새 앨범이 발매되는데요.
외스타인을 죽인 밝 비케르네스의 베이스 연주 파트를 삭제하고 다른 멤버가 다시 베이스를 연주해 녹음했다고 하지만
그건 헛소문이고 Mayhem의 새 앨범엔 여전히 밝 비케르네스의 연주가 실려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Mayhem - Freezing Moon
찰스 맨슨의 앨범을 구입하면 그 판매 비용은 맨슨 패밀리가 죽인 이들의 유가족에게 전달된다고 들었는데... 과연 정말일까요?
Mayhem의 최고 앨범이자 블랙메탈 씬의 클래식인 'De Mysteriis Dom Sathanas' 앨범 수록곡입니다.
바로 이 앨범 발매 직전에 외스타인이 살해 당한 거지요.
허나 밝 비케르네스는 외스타인과 함께 Mayhem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음악 활동도 병행하는데요.
바로 Burzum이라는 무시무시한 원맨 밴드에서... 밝 비케르네스는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릅니다.
Burzum - A Lost Forgotten Sad Spirit
1993년에 나온 EP 수록곡입니다. 앨범 자켓엔 불에 탄 교회의 잔해가 찍혀 있지요. 이 EP는 교회에 불을 지르라는 뜻을 담아 라이터와 함께 팔았다는군요.
Burzum - Dunkelheit
1996년에 나온 앨범이지만 녹음은 이미 90년대 초에 다 해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1994년부터 수감 생활을 하던 밝 비케르네스는 국가사회주의에 더욱 철두철미하게 몰두하게 되고 로큰롤은 흑인의 저열한 음악이라 말하며 뜬금 없이 키보드 연주만을 담은 앨범들을 발표합니다. 물론 연주와 녹음은 감옥 안에서 했구요.
Burzum - Moti Ragnarokum
1997년 앨범 수록곡입니다.
21년형을 받았던 죄수 밝 비케르네스는 결국 2009년에 가석방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Burzum, 즉 밝 비케르네스는 다시 블랙 메탈로 되돌아간 새 앨범을 발표하지요.
Burzum - Belus' Dod
2010년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한편 밝 비케르네스가 베이스 연주로 참여한 Mayhem의 오래 전 데모 음원을 앨범으로 발매해 달라고 Mayhem의 팬들이 아우성 친 끝에 결국 그 음원은 'From The Darkest Past'라는 타이틀로 따로 발매가 됩니다.
기타에 Euronymous, 베이스에 Count Grishnackh, 드럼에 Hellhammer, 보컬에 Dead... 블랙메탈 매니아들이 꿈의 라인업이라 부르는 멤버들의 연주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Mayhem - Freezing Moon
가석방 후 살해 위협을 받는 상태에서 여전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밝 비케르네스. 2011년에도 그의 새 앨범은 버젓이 발매됩니다.
저승에서 이 모든 꼴을 지켜보고 있을 Euronymous의 기분은 어떨까요?
4. Bloods & Crips
앞서 잠깐 애기하기도 했지만, 블러드와 크립스는 미국 서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갱단의 이름입니다.
라이벌이자 원수지간인 두 갱단이 연합해서 낸 힙합 앨범이 두 장 있는데요.
Bloods & Crips라는 명의로 93년과 94년에 각각 한 장씩 나오게 됩니다.
Bloods & Crips - Bangin' On Wax
93년 앨범 수록곡. 프로듀서는 그 유명한 Battlecat.
Bloods & Crips - G's and Loc's
94년 앨범 수록곡.
Bloods & Crips라는 조폭 연합(?) 프로젝트는 프로듀서인 Ronnie Ron과 랩퍼 Tweedy Bird Loc의 주도로 성사되었다고 하네요.
Tweedy Bird Loc - Fuck The South Bronx
트위디 버드락의 1992년 앨범이자 유명한 레어 앨범이기도 합니다.
Ronnie Ron - Gangsta Style Rappin
프로듀서 Ronnie Ron의 베스트 앨범 수록곡입니다. 랩은 Geek & Noise라는 듀오가 한 듯?
Bloods & Crips 프로젝트 이후에도 Bloods와 Crips는 각각 자기네들의 정규 앨범을 거듭 발표하게 되지요.
Bloods - Damu Ride
Bloods의 1995년 앨범 수록곡이고...
Crips - Little Blue Devil
Crips의 1995년 수록곡입니다.
근데 아무래도 Bloods든 Crips든 갱단이다보니 구성원들은 당연히 위험천만한 삶을 살았을 테고 서로 총질하다 죽었든 거리에서 살해당했든 어쨌든 위에 소개된 앨범 자켓들에 나와 있는 Bloods & Crips 멤버들 중 지금까지 살아있는 멤버는 몇 안 된다고 합니다.
Bloods
Lil Leak aka CK (Avenue Piru Gang)-Alive
RedruM781 (Avenue Piru Gang)-Alive
Yank (Bounty Hunter Bloods)-Unknown
Lil Stretch (Bounty Hunter Bloods)-Alive
Big WY aka Red Rag (Crenshaw Mafia Gang)-Alive
G-Spider (Crenshaw Mafia Gang)-Deceased
Lil Hawk (Crenshaw Mafia Gang)-Alive (incarcerated)
Bloody Mary aka Nini X (Fruit Town Brim)-Deceased
Green Eyez (Inglewood Family Gang)-Alive
B-Brazy (L.A. Denver Lane Bloods)-Deceased
G-Len (L.A. Denver Lane Bloods)-Alive
Laniak 2 (L.A.Denver Lane Bloods)-Deceased
Batman (Mad Swan Bloods)- Deceased
Dogg aka Suga Buga (Weirdos Bloods)-Alive
Tip Toe - Deceased.
Big Hawk - Deceased.
Mad Eyes - Deceased.
Crips
Big Bun aka Rider-J (Atlantic Drive Compton Crips)-Unknown
G-Bone (Atantic Drive Compton Crips)-Alive
Scarface (Atantic Drive Compton Crips)-Alive
Twin Loc aka G-Cell (Avalon Gangsta Crips)-Alive
Broncoe (Fudgetown Mafia Crips)-Alive
AWOL (Kelly Park Compton Crips)-Deceased
Crip Inch (Kelly Park Compton Crips)-Deceased
Fo Clips (Kelly Park Compton Crips)-Deceased
Keystone (Kelly Park Compton Crips)-Alive
Sin Loc (Kelly Park Compton Crips)-Alive
Troll Loc (Kelly Park Compton Crips)-Alive
Tweedy Bird Loc aka BK (Kelly Park Compton Crips)-Alive
Blue Ragg (Neighborhood Compton Crips)-Alive
Do Or Die (Neighborhood Compton Crips)-Deceased
C-Note (Rollin 20's Long Beach Crips)-Alive
Genuine Draft aka Domino (Rollin 20's Long Beach Crips)-Alive
Koollay (Watts Franklin Square Crips)-Deceased
Cixx Pac (Watts Franklin Square Crips)-Alive
Big Freeze (Watts Franklin Square Crips)-Deceased
위의 목록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는데요.
Bloods & Crips 앨범에 참여한 양쪽 멤버들의 이름을 정리해 놓은 목록입니다.
'Deceased'는 사망자를 뜻하지요. 즉 지금까지 절반 이상이 죽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그런지 Bloods & Crips의 앨범들과 다른 관련 앨범들 자켓을 볼 때마다 섬뜩하기 그지 없습니다.
죽을 때 편하게 죽었을까, 아니면 길바닥에서 총 맞고 비참하게 죽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Crips 멤버 목록을 보면 중간쯤에 Fo Clips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바로 유명한 G-funk 레어 앨범인 'Just Be Thankful(1995)'의 주인공인 Fo Clips입니다.
'Just Be Thankful'은 지펑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저도 가끔 생각나면 듣는 멋진 앨범입니다.
Fo Clips - Can You Feel Me
5. Charles Manson
찰스 맨슨은... 아마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살인마가 아닐까 합니다.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찰스 맨슨에 대한 한글 웹문서는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간단히 말하면 '연쇄살인범'이자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쯤으로 부를 수 있는 인물이지요.
찰스 맨슨은 1934년에 어느 성매매 여성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술과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폭력적, 성적 학대에 시달렸다고도 하지요.
청소년 시절에도 온갖 범죄들을 저지르며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한때는 폭력 조직에 가담하기도 하고...
근데 찰스 맨슨은 비틀즈의 대단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감옥 안에서 배우기 시작한 기타는 나중엔 거의 프로 뮤지션급 실력으로 발전했다네요.
서른을 훌쩍 넘어 감옥을 나온 찰스 맨슨은 당시 미국을 휩쓸던 히피 무브먼트에 편승해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조금씩 모아 사조직을 만들게 됩니다.
찰스 맨슨 특유의 괴상한 사상(무정부주의와 생태주의, 종말론 등등이 뒤섞인)과
오랫동안 수감되었다는 화려한(?) 경력은 일부 히피들의 열광을 불러 일으켰고
그 결과 '맨슨 패밀리'라는 집단이 생겨나게 되지요.
그중엔 찰스 맨슨을 병적으로 따르는 젊은 여성들이 대다수였는데
훗날 맨슨 패밀리의 무시무시한 살인 행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맨슨 걸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됩니다.
마약과 난잡한 성생활로 얼룩진 생활을 하던 맨슨 패밀리는
어지러운 이 세상을 폭력으로 구원해야 한다는 사상에 물들게 되고
세상을 뒤엎기 위한 혁명의 이름을 'Helter Skelter'라 명명합니다.
헬터 스켈터는 바로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The Beatles - Helter Skelter
이후 찰스 맨슨의 배후 조종을 통해 맨슨 패밀리의 구성원들은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많은 이들을 죽였고
그중엔 영화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인 샤론 테이트도 끼어 있습니다.
밥 딜런이나 비틀즈 같은 뮤지션을 꿈꾸기도 한 찰스 맨슨에게 음반 프로듀서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고
화가 난 찰스 맨슨은 맨슨 패밀리를 동원해 어느 프로듀서의 아파트를 습격하게 되는데요.
마침 그 아파트의 주인인 프로듀서는 자기 집을 비운 상태였고
그날 밤 그 빈 아파트에서는 샤론 테이트와 친구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맨슨 패밀리는 파티에 쳐들어 가서는 눈에 띄는 모든 이들을 칼로 찔러 죽였고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제발 살려 달라고 비는 샤론 테이트는
아주 난도질까지 해 가며 처참하게 죽였다고 합니다. 그게 1969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맨슨 패밀리가 죽인 사람들은 지금껏 확인된 숫자만 35명이라고 하네요.
어쨌든 무차별 살인 행각을 저지르고 다니던 찰스 맨슨 일당들은 결국 몽땅 체포되게 되고
찰스 맨슨은 1급 살인 및 살인 교사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재판이 10여 년을 질질 끄는 사이 찰스 맨슨이 사는 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해 버리는 바람에
찰스 맨슨은 종신형으로 감형되어 지금까지도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 말에 가석방된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별 뉴스가 없는 걸 보면 감옥에서 잘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워낙 자극적인 인물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이 존재한다고 하고
그런 사람들은 어서 찰스 맨슨을 가석방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답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놀랍게도 찰스 맨슨이 뮤지션으로서 레코딩한 음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가 1967년과 68년 사이에 녹음한 첫 앨범 'Lie'는 1970년에 발매되었고
그 뒤로도 찰스 맨슨이 감옥 안에서 기타 한 대만 가지고 녹음한 앨범들이 잇달아 발매됩니다.
Charles Manson - Look At Your Game, Girl
찰스 맨슨의 레코딩 가운데 가장 유명한 'Lie' 앨범 수록곡입니다. 이 곡은 훗날 Guns N' Roses가 리메이크하기도 합니다.
Guns N' Roses - Look At Your Game, Girl
이 곡은 Guns N' Roses가 1993년에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의 '히든 트랙'인데요.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의 곡이기에 당시에도 굉장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소문을 듣자하니 보컬리스트인 액슬 로즈는 찰스 맨슨의 석방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고 하네요.
Manson Family - Give Your Love To Be Free
이건 맨슨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녹음된 음원을 모은 앨범이라고 합니다. 찰스 맨슨이 만든 곡들을 맨슨 패밀리가 연주하고 노래했다는데... 들려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마 맨슨 걸스겠지요?
Klaatu - Mister Manson
흔히 프로그레시브 뮤직 밴드로 분류되는 클라투의 1978년 앨범 수록곡인데요. 여기서 미스터 맨슨은 찰스 맨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찰스 맨슨을 떠받드는 가사는 아니고... 오히려 비꼬고 풍자하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The Beatles - Piggies
맨슨 패밀리가 샤론 테이트를 잔인하게 죽이고 집을 나서면서 집 벽에 피로 이런 글자를 써놓았다고 합니다.
'Piggy'
찰스 맨슨이 비틀즈의 열렬한 팬이어서 그런지 비틀즈의 노래 Piggies에서 Piggy라는 낱말이 유래했다고도 하네요.
Nine Inch Nails - Piggy
원맨 밴드나 다름이 없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핵심 트렌트 레즈너는 새 앨범 The Downward Spiral 을 녹음하기에 앞서 녹음 장소를 섭외하는데 그 장소가 바로 맨슨 패밀리의 손에 샤론 테이트가 참혹하게 살해 당한 아파트의 방이었다고 합니다. 'Piggy'는 바로 그곳에서 녹음된 곡인데요. 맨슨 패밀리가 피로 써 놓은 글자와 연관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Marilyn Manson - Sick City
찰스 맨슨 하면 역시 마릴린 맨슨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릴린 몬로 + 찰스 맨슨이라는 조합을 통해 '마릴린 맨슨'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는 얘긴 유명하지요. 이 곡은 마릴린 맨슨이 찰스 맨슨의 곡을 리메이크한 버전입니다.
Charles Manson - Sick City
이게 바로 원곡이구요.
Charles Manson - The Moon
바록 옥중에 있지만 찰스 맨슨은 책도 쓰고 법률 공부도 하면서 새 앨범도 꾸준히 발표해왔습니다. 이 곡은 2010년에 발표된 앨범 수록곡인데요. 옛 음원들을 짜깁기한 앨범인지 아니면 신곡들로 꾸민 앨범인지는 잘 모르겠네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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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토피 (2011-07-18 10:24:20, 43.244.41.***)
- 납량특집 읽는 기분으로 후덜덜하게 잘 읽었습니다 ㅎㄷㄷ Count Grishnackh 이 사람 얘기가 진짜 무섭네요 ㅎㄷㄷㄷ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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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nymous (2011-07-17 21:29:53, 183.102.139.**)
- 본문의 다섯 사례 외에도... Scientifik이라는 90년대 랩퍼가 있습니다.
근데 Scientifik의 최후에 대해 자세히 적어 놓은 웹문서를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여자 친구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기도 자살했댔나? 저도 주워 들은 게 그 정도라서
Scientifik은 그냥 뺐습니다.
찰스 맨슨 같은 경우는 미국인 앞에서는 함부로 얘기를 꺼내면 안된다고 하네요.
특히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라도 하면... 자칫하다간 몰매를 맞는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유영철이나 김길태가 포크 앨범을 낸 꼴이 되겠군요.
밝 비케르네스도 그렇고 찰스 맨슨도 그렇고 워낙에 자극적인 인사들이라
어쩌면 제 글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고마운 댓글들 뿐이네요. 감사!
그동안 주워 들은 지식 + 구글과 네이버, 위키피디아를 많이 참조한 내용들입니다.
재미로 읽고 후딱 잊어버리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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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ty (2011-07-17 21:00:59, 112.145.245.***)
- 오... 대단히 흥미로운 게시물이네요
찰스맨슨을 검색해봤는데 정말 ㅎㄷㄷ한 인물이더군요
음악은 이리 아름다운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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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파울 (2011-07-17 20:01:01, 118.128.92.**)
- Awesome post, man. Also, props for postin' about X-Raided. He has never released a bad album. Definitely check out his newest album if you get the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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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eratorz (2011-07-16 23:20:35, 112.159.27.**)
- 소중한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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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영 (2011-07-16 07:35:24, 117.55.173.**)
- 아래로 내려올수록 섬뜩하기 그지 없군요 -_-;;
음악은 음악인을 당연히 닮을텐데 선뜻 클릭하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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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 (2011-07-16 03:36:50, 175.202.145.**)
- 아주좋은 유용한 글이네여.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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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두리 (2011-07-15 22:06:51, 112.167.187.**)
- 헉 아직 남겨주셨던 글도 못봤는데...
이런 멋진 글을 남겨주시다니!!
두고두고 잘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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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성 (2011-07-15 10:47:17, 211.61.23.***)
- 멋진글이에요
리드벨리라
저도 너바나때문에알게됐는데, 원곡듣기는처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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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ano (2011-07-15 00:39:56, 180.68.107.***)
- 주제가 참 흥미롭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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