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추억의 일본 밴드 음악들
- euronymous | 2011-11-13 | 21,474 Reads | 5 Thumb Up
-
새로 나오는 음악들을 찾아 듣는 것보다
예전에 들었다가 차츰 잊어 가고 있는 음악들을 다시 찾아 듣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일단 머릿속에서 1차 디깅을 해야 하고
1차 디깅한 것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2차 디깅을 또 해야 하는 이중고!
뭐 그래도 옛날 생각도 나고 은근히 재미있네요.
요즈음은 일본 밴드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10대와 20대 시절에는 이것저것 귀에 걸리는 대로 들었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몇몇 곡들은 귀중한 추억으로 변해 있더군요.
Sunny Day Service - あじさい
서니 데이 서비스는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본 밴드입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정말 빠르군요. 이 곡 때문에 서니 데이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서니 데이 서비스를 통해 핫피 엔도와 호소노 하루오미를 알게 되었으며 덕분에 70~80년대 일본 음악들을 무작정 찾아 듣게 되었고... 그러고 보니 서니 데이 서비스가 제겐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네요.
Spitz - ロビンソン
전주의 기타 소절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나쁜 기운들을 모조리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해요. 진짜 다니기 싫었던 직장을 예전에 잠깐 다닌 적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이른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이 곡부터 틀어 놓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Love Psychedelico - Your Song
모르고 들으면 절대 일본 출신인지 알 수 없는 밴드. 이 곡이 수록된 데뷔 앨범은 정말 좋았습니다.
Quruli - ばらの花
국내에도 팬이 많은 쿠루리의 초기 히트곡인데... 겨울에 들으면 진짜 옛날 생각 납니다.
Grapevine - スロウ
군대에 있을 때... 아마 일병쯤이었던 것 같은데... 열심히 내무반 청소를 하다가 TV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을 듣고 저도 모르게 멍하니 멈춰 서서 TV만 바라보다가 고참한테 욕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휴가 나가면 꼭 CD 사야지! 하고서 밴드 이름과 노래 제목을 중얼중얼 외웠었는데...
L'Arc~en~Ciel - Honey
이 곡은... 아주 오래 전에 잠깐 사귀었다가 헤어진 여인이 제게 알려줬던 곡이에요. 당시는 아직 일본 음반이 수입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둘이 같이 대만산 짝퉁 CD 사러 잠실 테크노마트 모 매장에 들르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 비주얼 Rock 쪽은 별로 안 좋아했지만 라르캉시엘의 이 곡은 참 많이 들었지요.
Venus Peter - Hands
이 곡은 신촌의 모 레코드점에서 음반 고르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홀딱 반해서 주인 아저씨한테 누구의 무슨 노래냐 묻고 바로 음반을 샀었지요. 일본 밴드라기엔 너무나도 영국 밴드 같은 묘한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Puffy - これが私の生きる道
이 여자 듀오는 아마 미국에까지 진출했었지요? 이 곡 같은 비틀즈 풍의 음악 말고도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었는데... 아직까지 듣게 되는 건 이 곡 하나네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순진한 멜로디와 꾸밈없는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Cornelius - The Sun is My Enemy
언제였던가... 90년대 말이었나? 인터넷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시절에 일본에서 미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코넬리우스의 음악은 매니아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지요. 이후 인터넷이 들불처럼 퍼지고 시부야케라는 장르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일본 팝/락 음악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Do As Infinity - We Are. (Great Tour Band Version)
진짜 뻔한 구성에 너무나도 단순한 음악이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두애즈인피니티의 앨범들을 좋아했습니다. 모델 출신이라는 싱어 반 토미코가 예뻐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이 곡은 원래 되게 빠른 곡인데 베스트 앨범에는 'Great Tour Band Version'이라는 이름으로 느리게 편곡된 채 실렸어요. 저는 느린 버전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X Japan - Week End
90년대 중고등학생들은 엑스 저팬 정도는 들어 줘야 음악 좀 듣는다는 행세(?)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와중에서도 엑스 저팬을 깔보며 나인 인치 네일스나 스웨이드를 듣던 마이너리티 학생이었지만... 어쨌든 워낙 유명한 밴드여서 그랬는지 저도 몇 곡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곡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엑스 저팬의 음악은 80년대 미국 헤비메탈이나 유럽 쪽의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 가까운 음악이었는데 거기에 얹힌 멜로디는 또 일본 가요스러운 느낌도 났던 신기한 음악이었지요.
Pizzicato Five - Baby Love Child
피치카토 파이브는 일찌감치 미국 진출에 성공해서 미국의 인디 레이블을 통해 앨범도 발매한 밴드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곡을 영어로 불러서, 당시 국내 라디오 방송에서도 피치카도 파이브의 음악을 심심찮게 틀어 주기도 했습니다.
The Brilliant Green - There will be love there ~愛のある場所~
국내 모 가수와 표절 시비가 붙으며 유명세를 탄 밴드인데... 돌이켜보면 브릴리언트 그린뿐만 아니라 앞에 소개한 러브 싸이키델리코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밴드들이 국내 대중 음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도 같아요. 특히 시부야케라고 불리는 정체 불명의 음악들은 아직까지도 국내 인디 음악에 그림자를 깊숙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Shiina Ringo - 闇に降る雨
국내에도 팬이 무진장 많은 시이나 링고의 데뷔 앨범 수록곡입니다. 이 곡뿐만 아니라 수록곡들이 전부 다 제겐 충격의 연속이었지요. 근데 저뿐만 아니라 국내 여성 뮤지션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꽤나 영향을 미친 앨범입니다. 특히 오지은 씨가 시이나 링고의 오랜 팬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하지요. 일본반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던 시절에 이 앨범 구하려고 용을 쓰던 걸 생각하면... 아오!
Luna Sea - Love Song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느끼한 노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술 먹고 노래방 가면 가끔 이 노래를 부릅니다.
Bump Of Chicken - スノ-スマイル
그나마 이게 최근 노래네요. 국내에도 팬이 많은 모양이지만 저는 이 노래 말고는 하나도 안 듣습니다.
Shonen Knife - I am a Cat
아마 국내엔 커트 코베인이 좋아하는 밴드라고 해서 알려졌을 거예요. 일본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도 제법 성공을 거둔 여성 3인조 밴드입니다. 아마 멤버를 바꿔 가면서 아직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을 텐데... 나름 일본 펑크계의 레전드라 할 수 있지요. 오늘 일본 밴드 음악들 찾아 들으면서 쇼넨 나이프도 오랜만에 듣게 되었는데...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구요.
Hi-Standard - War Is Over
쇼넨 나이프를 떠올리자마자 함께 생각난 밴드인데... 사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펑크 음악은 유명한 몇몇 밴드 말고는 잘 듣지 않아요. 일본 밴드 음악도 역시 펑크 쪽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는데 그나마 많이 들었던 밴드가 바로 쇼넨 나이프와 하이 스탠다드였습니다. 특히 이 곡은 존 레논의 원곡을 평크로 바꿔 놓은 곡인데 예전에 HTML 태그 써 가면서 음악 게시물 힘들게 링크시키던 시절에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Cymbals - 午前8時の脱走計画
시부야케로 분류되는 밴드 중에서 국내 인디 음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밴드를 꼽자면 역시 심벌즈가 아닐까 합니다. 심벌즈의 베스트 앨범만 쭉 들어봐도 몇몇 국내 밴드가 심벌즈를 대놓고 '카피'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어요. 뭐 그건 그렇고...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밴드지만 이 곡만큼은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아요.
Mr. Children - Innocent World
도무지 일본 음악을 들을 방도가 없던 90년대 중반의 한국에서도 미스터 칠드런의 인기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일본 음악을 듣던 극소수의 애들이 세 파로 나뉘었었는데, 엑스 저팬 파와 미스터 칠드런 파, 그리고 코무로 테츠야 파였지요. (그러고 보니 Zard와 아무로 나미에는 세 파가 다 좋아했던 것 같네요. 남자 고등학교여서 그랬나...) 저는 미스터 칠드런보다는 차라리 스피츠를 더 좋아했지만 이 곡만큼은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좋아하구요.
Fishmans - Weather Report
피쉬맨스는 제가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일본 밴드입니다. 미국 밴드의 아류들 아니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비주얼 광대들이 전부라 생각했던 일본 밴드 음악을 다시 보게 된 것도 피쉬맨스의 음악을 접하고 나서였지요. 시부야케 음악만큼이나 피쉬맨스의 음악도 국내 인디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의 모 밴드는 아예 피쉬맨스를 대놓고 따라한 앨범을 발매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지요. 뭐 어쨌든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그 이후로 저는 피쉬맨스의 팬이 되었고, 대만산 짝퉁 CD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하던 습관을 버리고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을 들여 피쉬맨스의 일본반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참 좋았네요.
그러던 어느날 저는 서니 데이 서비스라는 밴드를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제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5
-
-
- euronymous (2011-11-25 13:39:53, 122.153.30.***)
- 슈퍼정키멍키... 저는 '지구기생인'이라는 앨범 한 장만 갖고 있는데 90년대 후반쯤에 일본의 레드핫칠리페퍼스다 뭐다 소문이 무성했던 밴드였죠. 당시만 해도 일본 음반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걸 어디서 구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나네요. 생각난 김에 이따가 함 들어야겠습니다.
매드캡슐마케츠도 슈퍼정키멍키가 국내에서 입소문을 타던 시절에 함께 알려진 밴드였지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웬 여고생 둘이 출연해서 Walk!를 틀던 기억이 납니다.
-
- 우비 (2011-11-24 19:40:18, 119.149.84.**)
- 예전에 슈퍼 정키 몽키라는 여성 믹스쳐 그룹도 생각나네요 선머슴같은 보컬이 인상적이었는데 ㅋㅋ 코믹해보이는 팀명에 비해 음악은 아주 강렬했던걸로 기억해요 ㅋㅋㅋ 때론 매드캡슐 마켓츠분위기의 마구 달려주는 곡들고 있고.비스티보이스 류의 랩을 구사하는 흥겨운곡도 있고 그랬는데 ㅋㅋ
-
- 우비 (2011-11-24 19:33:58, 119.149.84.**)
- 심발즈,브릴리언트 그린..너무 좋아하는 개성만점의 여성보컬들이 있는그룹들 지금도 너무 좋아해요..기분 안좋을때 들으면 너무 밝아지고 좋은노래들..퍼피도 정말 좋아했는데 ㅋㅋㅋ
-
- DeadMB5 (2011-11-17 19:20:55, 112.170.115.***)
- 하이스탠다드 반갑네요... 일본 펑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밴드죠. Making The Road라는 명반도 남겼고...
-
- 뮤직쿤 (2011-11-14 15:09:25, 1.177.57.**)
- 내공이 무척 부족하긴 하지만 저는 라르크 앙 씨엘의 Driver's high(GTO 1기)
완전 좋아했었습니다. ㅎㅎㅎ Spitz 지금 듣고 있는데, 아주 좋네요.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