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2011년의 싱글들
- euronymous | 2011-12-04 | 13,411 Reads | 3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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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랍시고 이렇게 결산이니 뭐니 하는 것도 참 진부한 노릇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긴 하더라구요. 올해 나는 이런 것들도 듣고 살았구나 싶고...
대충 기억나는 곡들 중심으로 24곡을 골라봤습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개인적으로 많이 들었던 싱글들...
(앨범 중심이 아닌 싱글 중심의 선정입니다.)
노라조 - 빨간날
이 곡을 처음 듣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건 진짜배기 헤비메탈이거든요. 헤비메탈이 가장 헤비메탈다웠던 1980년대 중후반의 정서를 노라조라는 듀오는 이 곡에서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골 때리는 가사까지도!) 조빈과 이혁은 분명 왕년에 끗발 날리던 메탈 키드들이었을 겁니다. 뮤비인지 UCC인지 분간이 안 되는 영상조차 이 곡 자체의 놀라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최고!!
메타와 렉스 - 무까끼하이
이 곡은 발표 자체가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국인 MC들이 왜 한국어 랩을 더 열심히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힙합씬 큰형님들다운 대답이었지요. 그냥 듣는 것 말고는 더 보탤 말이 없는 메타의 랩도 랩이지만 DJ 렉스의 '때려야 할 곳만 골라 때리는' 고수다운 비트메이킹 역시 참으로 돋보였습니다.
보이프렌드 - 내 여자 손 대지 마
이 곡을 처음 듣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멍한 채로 있었는데... 이렇게나 노골적인 훅으로 듣는이의 귓구멍을 후리는 '팝송'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역시 스윗튠이었어요. 댄스 음악이든 발라드 음악이든 곡의 멜로디 자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옛 시절의 향수가 곡 전체에서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스윗튠 이 사람들 대체 무슨 음악을 듣고 자랐을까요?
015B - Be Kind Rewind (ft. Boni)
보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곡을 거듭 듣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보니의 싱글에 공일오비가 참여해 준 느낌이랄까? 김태균의 복귀로 한화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듯이, 보니가 참여해 줬을 뿐인데 노래 자체의 매력이 배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이 노래 정말 많이 들었어요.
No Control - 사장님 개새끼
훗날 아마도 명곡의 반열에 오르게 될 듯. 딴 거 필요없고 가사와 함께 노래를 들어봅시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졸라 시발 후뤠 개새끼
월급도 밀리면서 기계처럼 일하라고 지랄하네
어어 에~~~ 그때 때려칠 걸
맨날 에~~~존나 때려줄 걸
우리 회사 사장님은 님자 붙이기 아까운 십.새.끼
맨날 일 안하고 컴퓨터나 하고
졸라 나불 나불 지랄 왜 이래
왜에 왜~~~그때 때려칠 걸 떽
왜흥 왜~~~존나 때려줄 걸 떽
1.2.3.4
우리 회사 사장님은 (야~~~)
아 나 진짜 일하기 싫은데 아 좀 똥배나 집어넣고 다녀 일할려면 이 시발놈아
조동희 - 비둘기
조동희는 조동진과 조동익의 여동생입니다. 동아기획과 하나음악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감성이 이 곡에서 물씬 묻어나고 있는 이유가 다 있지요. 어떻게 보면 2011년이라는 연도에 이런 곡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Byul - 멍청이들
모임 별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신곡입니다. 아 이거 너무 좋네요. 데뷔 시절과는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모임 별의 신스팝은 여전히 중독적입니다.
데프콘 -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 2 (ft. 걸스데이 민아)
제가 데프콘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실 이런 곡이 아닙니다. 허나 시원시원하게 달려주는 이 곡 자체의 매력은 제 기대와는 별개로 꽤나 강렬합니다. '대중적 인기' 좀 모아보기 위해 어정쩡하게 설탕을 치다가 말다가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설탕을 확 들이붓는 방식이 저는 더 마음에 듭니다. 인상적인 보컬 파트 말고도, 그 빠른 비트 위에다 잘근잘근 랩을 씹어 뱉는 데프콘의 라이밍 역시 상당히 돋보이지요.
정차식 - 마중
레이니 썬(Rainy Sun)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정차식의 귀곡성 같은 목소리 역시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허나 올해 나온 정차식의 솔로 데뷔작은 더 이상 레이니 썬의 보컬리스트가 아닌 그저 정차식이라는 뮤지션으로서의 담담한 목소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 보고 2011년 올해의 앨범을 한 장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메타와 렉스의 'DJ & MC', 백현진의 '찰라의 기초', 그리고 정차식의 '황망한 사내 차식' 중에서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이 곡은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고 있는 요즈음에 개인적으로 많이 듣고 있습니다.
신윤철 - 꿈 같던 하루들 (Vocal 장재원)
담담한 연주와 담담한 목소리. 소박하고 꾸밈없는 음악이지만 묘하게도 듣는이를 끌어당깁니다. 이 곡 너무 좋습니다.
JA & Giant - 걱정하지마 (ft. Swings, 엄지희)
노래 제목처럼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불싸조 - Ssibal
얼마 전에 새 앨범을 Tape로 발매한 밴드 불싸조의 곡입니다. 원래 이 곡은 불싸조 데뷔 시절부터 공연 영상을 통해 떠돌았던 곡인데 이번 앨범에 새롭게 다시 실렸습니다. 언제 들어도 주먹이 불끈 쥐어집니다.
Elle Varner - Only Wanna Give It To You (ft. J. Cole)
귀가 뻥 뚫리는 비트와 시원시원한 보컬이 참으로 잘 버무려졌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안 먹힐 것도 같은데... 제 마음엔 쏙 드네요. 두어 달 전에 처음 알게 된 노래고 아직까지도 잘 듣고 있습니다. 정규 앨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Tokimonsta - Darkest (Dim)
한국계 여성 비트메이커 토끼몬스터의 2011년 EP 수록곡입니다. 아마 지난 가을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 아니었나 싶네요.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계속 듣게 되는 곡입니다.
Fucked Up - Queen Of Hearts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연주와 보컬. 올해의 '효자손' 상이라도 주고 싶은 밴드입니다. 사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자체가 다 좋긴 한데, 그 중에서도 이 곡을 가장 많이 들었네요.
Battles - Ice Cream
역시 제가 무진장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1집만큼이나 이번 2집도 훌륭했습니다.
Tyler The Creator - She
타일러의 데뷔작에서 저는 이 곡이 젤 좋더라구요. 프랭크 오션의 참여도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고... 넵튠스 스타일의 멜랑꼴리한 비트가 타일러 특유의 암울한(?) 랩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John Maus - Believer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도입부의 현란한 건반 소리에 저도 모르게 홀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존 마우스는 Ariel Pink's Haunted Graffiti라는 밴드의 보컬리스트인데 이 곡은 그의 솔로 데뷔작 수록곡입니다. 올해 최고의 인트로로 꼽고 싶습니다.
Destroyer - Kaputt
무난한 인디 rock 스타일이었던 지난 앨범들과 달리 이번 새 앨범은 좀 더 세련되고 고상해졌습니다. 젊은 친구들보다는 장년층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린 시절의 저였다면 디스트로이어의 이번 앨범엔 '변절'이라는 딱지를 붙였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지금의 저는 이 앨범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성탄절을 앞둔 연말쯤에 들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DJ Quik - Luv Of My Life (ft. Gift Reynolds)
올해 나온 힙합/랩 앨범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 DJ 퀵의 새 앨범 수록곡입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퀵은 웨스트코스트 씬의 대표적인 거물 프로듀서이긴 하지만 이제 짬도 먹을 만큼 먹었겠다 더 이상 지펑크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을 이번 앨범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루브 넘치는 섹시한 본격 힙합 앨범이라 부르고 싶군요. 퀵의 새 앨범에선 이 곡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The Stepkids - La La
스톤스로우 레코드의 CEO 피넛 버러 울프의 신인 발굴 능력은 외국인 투수를 발굴하는 기아 타이거즈 스카우터들의 능력과 맞먹습니다. 혜성처럼 나타난 밴드 스텝키즈의 데뷔작 역시 흑인 음악을 좋아한다면 꽤나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입니다. 특히나 이 곡은 정말...
Rahsaan Patterson - 6 AM
간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라싼 형님의 멋진 트랙입니다. 뭔가 되게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자꾸 듣다보니까 묘하게 감칠맛이 나더라구요. 고갯짓 어깻짓 발짓 다 동원해 가며 흥겨운 기분으로 들으면 참 좋은 곡!
Sonic Youth - Thème d'Alice
이젠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거장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은 소닉유스. 13분이 금방 흘러갑니다.
Thundercat - Is It Love?
Madlib과 Flying Lotus 같은 유명 인사들과도 작업한 바 있는 베이스 연주자 썬더캣의 솔로 데뷔작 수록곡입니다. 이 곡은 진짜 언제 들어도 좋아요. 도입부에서부터 벌써 온몸의 힘을 쭉 빼놓습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썬더캣의 목소리도, 둥둥거리는 드럼 연주도, 꿈결 같은 베이스 소리도... 무엇 하나 놓칠 수 없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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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nymous (2011-12-07 20:05:12, 183.102.139.**)
- 돌이켜 보니 올해엔 힙합이나 알앤비 같은 블랙뮤직을 그렇게 많이 들은 것 같진 않군요. 오늘도 집에 와서 계속 틀어 놓은 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니... 뭐 어쨌든 국내외 통틀어 무까끼하이로 가볍게 정리되는 2011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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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ye (2011-12-07 09:40:41, 168.120.97.***)
- 다 들어봤지만 역시 전 무까끼하이가 단연 최고더군요!
노라조 이분들은 정말 제가 좋아하는 듀오인데
저도 저 곡 듣고 정~~~말 놀랬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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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ano (2011-12-06 12:29:04, 180.68.107.***)
- 정차식 앨범 참 좋네요~ 앨범 제목이 트랙 전체를 관통하는게
어제 공감에서 공연한것도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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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12-06 08:46:56, 211.213.76.**)
- stepkids 나왔군요!! 썬더캣도 참 좋았어요 싸이키델릭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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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ite (2011-12-05 02:28:51, 168.122.160.***)
- 음악 취향이 비슷하네요. 여기 있는 노래 한 2,3개 빼곤 다 들어본것 같은데 역시 Sonic Youth는 Pink Floyd에 버금가는 밴드입니다.
올해는 한국 락씬을 좀 기대했으나 기대한것만큼은 좋은 결과물이 많이 안나온것 같네요. 기억나는건 칵스 앨범말곤 없네요. 어쨌든 요즘은 힙합이 강세기는 강세네요.
그리고 The Stepkids 얘네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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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12-04 20:38:34, 1.177.57.**)
- 아 그리고 이승열 3집에 "너의 이름"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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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12-04 20:21:29, 1.177.57.**)
- 사장님 개새키는 정말 88만원 세대들의 분노를 대변할만한 곡이군요. ㅋㅋㅋ
신윤철 EP 캬.. 정말 좋았죠... 그런데 꿈같던 하루들 부르신 장재원씨가...
신윤철님과 아주아주 가까운 분이는데, 정말 인가요? ㅋㅋㅋ
저는 단 하나 바로 정하라면, Raphael Saadiq의 Radio를 자신있게 추천하겠습니다.
팝송 잘 안 듣는 사람들도 설득시킬 수 있을만한 곡이 아닐까 싶어용...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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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ty (2011-12-04 17:16:24, 112.145.2.***)
- 저는 싱글들 중에서 썬더캣의 for love i come 을 가장 즐겨 들었습니다.
싱글 뿐만아니라 엘범 자체가 거의 올해의 음반 급이죠
브레인피더 애들이 이런거 다 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썬더캣이 제일 쌔끈하고 소울풀하게 잘 뽑아 내는듯...
글고 스텝키즈 la la 저곡은 참 좋은데 엘범자체는 별로 안 와닿더라구요
암튼 국내에서는 당연히 무까끼하이, 해외는 썬더캣 이렇게 잘 들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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