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이 한 장의 앨범 (29)
- euronymous | 2011-12-23 | 11,799 Reads | 3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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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베티 데이비스 누님의 땀내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Shoo-B-Doop and Cop Him
Betty Davis - They Say I'm Different (1974)
1. Shoo-B-Doop and Cop Him
2. He Was A Big Freak
3. Your Mama Wants Ya Back
4. Don't Call Her No Tramp
5. Git In There
6. They Say I'm Different
7. 70's Blues
8. Special People
이 앨범과 베티 데이비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은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soul / funk로 분류되어 있는 걸 보고 적당히 달착지근한 훵크 아니면 다이아나 로스 같겠지 싶었습니다.
만일 그렇게만 생각하고선 이 앨범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
처음 들어본 게 2번 트랙 He Was A Big Freak이었는데 듣는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더군요.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이 연주하는 것은 장르를 구분하기 불가능한 타이트한 그루브 그 자체였고
베티 데이비스의 목소리는... 이건 뭐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조낸 dirty하더라구요.
우리가 Q-tip이나 CL Smooth, Rakim 막 이런 랩퍼들의 랩을 듣다가
Busta Rhymes, Ol Dirty Bastard, Redman 같은 랩퍼들의 랩을 들으면 느끼게 되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어딘가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공간에서부터 갑자기 불쑥 끄집어내진 듯한 그 raw한 느낌!
베티 데이비스 누님의 울부짖음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너무 개인적인 감상이려나?
도대체 이 누님의 정체가 뭔지 싶어서 위키피디아를 뒤져 보니
마일스 데이비스의 세컨드 와이프였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원래는 음악 일을 하기 전엔 잘 나가는 모델이었다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델 일에 싫증을 느끼고는 음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미 뉴욕에서 지미 헨드릭스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 같은 뮤지션들과 알고 지내던 그녀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결혼하며 사이키델릭 퓨전 뮤직의 자양분을 그에게 심어주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1969년 앨범인 'Filles de Kilimanjaro'를 보면
'Mademoiselle Mabry (Miss Mabry)'라는 트랙이 있습니다.
미스 마브리는 곧 베티 데이비스를 말합니다. 베티 데이비스의 본명이 베티 마브리거든요.
더구나 앨범 자켓에서도 우리는 베티 데이비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자켓의 주인공이 베티 데이비스 누님이라는 거지요.
마일스와는 일 년 남짓 결혼 생활을 했지만 마일스는 그 이후 자신의 재즈 퓨전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 나갔고
1970년엔 재즈 퓨전의 정점이자 마일스의 대표작들 중 하나인 앨범 'Bitches Brew'가 나오게 됩니다.
일설에 따르면 원래 마일스는 Witches' Brew라는 타이틀을 원했다고 하지만
베티 데이비스가 Bitches Brew가 더 낫다고 마일스를 설득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Witches든 Bitches든 마일스 데이비스가 베티 데이비스를 생각하며 지은 타이틀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만큼 베티 데이비스가 마일스에게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게 되겠지요.
베티 데이비스는 자신의 첫 앨범을 1973년에 발표하게 되는데
당시로선 최고의 세션들이라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이 베티 데이비스의 뒤를 받쳐준 덕분에
데뷔작의 리듬 섹션은 그야말로 최강입니다. 듣는 내내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어요.
속삭이듯 포효하고 포효하는 듯 속삭이는 변화무쌍한 베티 데이비스의 목소리도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이후 베티 데이비스는 정규 앨범을 두 장 더 발표하고
미발표 앨범으로 남아 있던 4번째 앨범은 바로 몇 년 전에 극적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지요.
베티 데이비스의 정규 앨범들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우열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다 최고예요.
근데 이번에 'They Say I'm Different' 앨범(2집)을 올리는 이유는
그저 제가 가장 처음 들은 베티 데이비스의 앨범이기 때문이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정말 사이키델릭 소울 혹은 funk n roll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He Was a Big Freak
Your Mama Wants Ya Back
Don't Call Her No Tramp
Git In There
They Say I'm Different
70's Blues
Special People
그리고 베티 데이비스의 다른 정규 앨범들에서도 한 곡씩 골라 봤습니다.
그냥 개작살이에요.
If I'm In Luck I Might Get Picked Up (1집)
This is it (3집)
Bottom Of The Barrel (4집)
그리고...
베티 데이비스... 하면 함께 떠오르는 곡들이 몇 있습니다.
일단 제목 부터 베티 데이비스가 들어가는 이 곡...
80년대 팝송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명곡입니다.
노래 이름은 '베티 데이비스의 눈'이지만 사실 여기서 말하는 베티 데이비스는 뮤지션이 아닌
요렇게 생긴 옛날 영화배우입니다. 눈동자가 기막히게 예쁜 걸로 유명했다고 하네요.
허나 어쩝니까? 이름이 똑같은 탓에 베티 데이비스의 음악을 들으면 이 노래도 생각이 나는 걸...
국내 밴드 델리스파이스도 4집 앨범에서 이 곡을 다시 부른 바가 있지요.
그리고...
'They Say I'm Different' 앨범의 1번 트랙을 샘플링한...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죄다 명곡이지요. 아~ 이 앨범도 언제 한 번 다뤄야 하는데...
그리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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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12-23 11:07:48, 118.220.177.**)
- Bitches Brew 얘기는 재밌네요 ㅋㅋ 좋은 아티스트 알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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