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2011년의 앨범들 (2)
- euronymous | 2011-12-29 | 17,267 Reads | 7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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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로 적어 보는 2011년의 앨범들 두 번째 편입니다.
국내외 반가웠던 & 놀라웠던 앨범들을 모아 봤습니다.
첫 번째 편과 마찬가지로 제 입맛 위주의 목록입니다.
Alcest - Le Secret
돌이켜 보면 과거에 이런 앨범이 세상에 나왔던 것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올해 느닷없이 재발매되어 나왔다는 것 역시 충격 그 자체였다. 모던 블랙 메탈 혹은 포스트 메탈의 클래식이라는 수식어는 잠시 접어 두고 일단 음악을 들어 보자. 이렇게 아름다룬 헤비메탈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앨범이 재발매 되다니, 세상은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Can - Tago Mago (40th Anniversary Edition)
내게도 밴드를 하고픈 욕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밴드들 중 이 밴드처럼 음악하고 싶은 밴드가 있다면 두 말할 것 없이 Can이다. 이들의 숱한 명반들 중 하나인 이 앨범이 새로운 라이브 음원 50여 분을 보너스로 달고 오리지날 자켓으로 다시 발매되었는데, 뭐랄까, 좀 울컥했었다. 환희나 감동이라는 말로는 이 앨범을 표현하기 부족하다.
King Sun - Strictly Ghetto
94년에 발매되었던 걸죽한 스트릿 힙합 앨범이 올해 새롭게 빛을 보게 되었다. 사실 유명한 힙합 앨범들을 두고 클래식이니 뭐니 우리는 쉽게 이야기하지만 소위 대중과 평단에 의해 ‘검증’되었다는 잣대 하나로는 포착할 수 없는 훌륭한 앨범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앨범 역시 그윽하고 멋진 그때 그 시절의 vibe를 그대로 담고 있다.
Mad Skillz - From Where???
이 앨범은 정말 많은 이들이 재발매를 목 빠지게 기다려 왔던 문제의 앨범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찍을 줄 알았는데 그게 올해가 될 줄은 몰랐다. J Dilla, Beatnuts, Buckwild, Nic Wiz, Large Professor, DJ Clark Kent, Shawn J-Period, Ez Elpee 등등의 프로듀서진을 굳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재발매까지 된 마당에 집에 없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앨범.
Jimi Hendrix Experience - Winterland
오랫동안 정식 앨범으로 발매되지 않은 채로 있던 윈터랜드 라이브 음원이 이제야 완벽한 음질과 온전한 분량으로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 라이센스로도 나온 1CD짜리 편집반은 집어치우자. 4CD 컴플리트 에디션이 진짜다. 지미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연상 여자 친구의 촉촉한 손길처럼 가슴을 적신다.
Miles Davis Quintet - Live In Europe 1967 : The Bootleg Series Vol. 1
마일스 데이비스-웨인 쇼터-허비 행콕-론 카터-토니 윌리암스. 이 진용은 재즈 팬이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퀸텟일 것이다. 그 위대한 퀸텟의 미발매 음원이 마침내 CD와 DVD로 나왔다. 역시 라이센스로 나온 1CD짜리 편집반은 의미가 없고 3CD + DVD 에디션이 진짜다. 재즈는 아무리 들어도 결국엔 마일스 데이비스로 돌아가게 되더라.
Nate Dogg - G-Funk Classics 1 & 2
살아 있을 때는 그럭저럭 듣다 말다 했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한곡 한곡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음반은 다시 찍을 수 있어도 사람은 다시 살려 낼 수 없는 모양이다. 푸근한 인상으로 노래 부르던 그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재발매였다.
Lovage - Music to Make Love to Your Old Lady By
이 앨범 구하려고 남몰래 모아둔 돈이 있었다. 조금만 늦게 나왔다면 아마 웃돈 주고 주문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했던 앨범이었고 Instrumental CD는 오리지날 앨범보다 오히려 더 인기 있었다. 그런데 오리지날과 Instrumental을 묶은 2CD 버전이 올해 난데없이 다시 찍혀 나왔다. 가격이 1/10로 줄어 버린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Impiety - Skullfucking Armageddon
90년대 말부터 국내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싱가포르 밴드 임파이어티의 앨범들은 당시에도 구하기 제법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오랫동안 그들을 잊고 살았다. 임파이어티의 앨범들이 십여 년 만에 재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들이 무슨 밴드였는지 한동안 기억을 더듬어 봐야 했다. 당시 동남아 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무시무시한 밴드의 앨범들을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되니 뭔가 좀 뭉클 하는 게 있었다.
O.C. - O-Zone Oroginals
음원으로만 떠돌던 OC의 미발표 트랙들이 마침내 CD로 찍혀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나를 포함한 많은 90년대 힙합 팬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작년의 Celph Titled & Buckwild를 능가하는 핵폭탄급 발매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금싸라기 같은 기획을 누가 했는지 소주에 감자탕이라도 대접하고 싶다. 안 들어봤으면 말을 말아야 하는 앨범.
Pete Rock - Petestrumentals (10th Anniversary Expanded & Limited Edition)
별 수 있나? Petestrumentals다. BBE 관계자들에게 넙죽 엎드려 감사드릴 수밖에... 그냥 닥치고 결제해야 하는 앨범이다.
Byrne and Barnes - An Eye for an Eye
일본 라이센스반이 비싼 값으로 돌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국내 레이블에서 오리지날 자켓으로 다시 찍을 줄은 몰랐다. 흔히 AOR이라 일컬어지는 음악들을 그닥 즐기지는 않는 편인데 이 앨범엔 홀딱 빠졌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반할 만한 멋진 음악들이 한 가득 담겨 있다.
Dday One - Loop Extensions : Deluxe
일본이라는 나라의 위력을 새삼 느꼈던 앨범이다. 유럽 지역에서만 쬐끔 발매되었던 앨범을 보너스 트랙 왕창 추가해서 일본반으로 발매해 버렸다. 대중들의 입맛과 상관없이 묵묵히 자기 비트 찍는 비트 메이커들이 이 세상엔 많고도 많지만 이 사람의 비트는 그중에서도 좀 특별하다. 들어보면 안다.
김정미 - Now
동서양 통틀어 올해 최고의 재발매. 必聽. 이상 끝.
이정화 - 꽃잎 / 봄비 / 마음
미국 레이블에서 김정미의 앨범을 다시 찍었지만 국내 레이블도 지지 않았다. 신중현 관련 재발매 앨범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건 역시 이정화의 이 앨범이다. 음악에 대해 딱히 할 말은 없고, 소중한 옛 음원들 복각하는 사업엔 정부가 좀 참여해서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의경 - 내 노래 모음
사실 김정미의 앨범만큼이나 주목 받아야 마땅한 앨범이 바로 방의경의 이 앨범이다. 방의경을 필두로 전설적인 한국 포크 뮤지션들의 앨범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것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흙 파서 장사하나? 경제가 결딴 난지 오래인데 사명감 없이는 그런 미친 짓은 절대로 못한다. 하긴 몇 백 장만 찍고 다 팔리면 절판시켜 버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과 평화 - 한동안 뜸했었지
많이 늦은 재발매였다. 히식스와 데블스의 앨범들도 재발매된 바가 있는데 사랑과 평화의 정규 앨범들은 왜 다시 안 찍는가? 사랑과 평화의 전신 밴드인 서울 나그네의 앨범은 작년에 극적으로 재발매 되었지만 그 한 장으로 매니아들의 목마름을 씻어주지는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너무 늦은 재발매였다. 그리고 너무나 반가웠던 재발매였다. 케케묵은 옛날 사운드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의 훵키한 연주와 끝장 나는 그루브는 지금 들어도 장난이 아니다.
윤상 - Yoonsang 20th Anniversary Project
그냥... 뭐... 조악한 포장 디자인은 많은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다 용서가 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TV에 나와 콧구멍에 500원짜리 동전 집어넣던 젊은 뮤지션이 언제부터 이렇게 거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김현식 - 김현식 전집
김현식의 기일인 11월 1일에 맞춰 느닷없이 발매된 박스 세트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CD를 어디서 구하나 싶었던 김현식의 초기 앨범들을 포함해서 그의 모든 정규 앨범들을 담은 박스 세트가 그것도 싼 가격으로 발매된 것이다! 허... 이건 분명 하늘에서 내린 축복이긴 한데... 아는 사람만 받아먹을 줄 아는 축복인 것도 같다.
11월 - 1집 & 2집
정태춘 - 戊辰 새 노래 & 아, 대한민국
YB뮤직이라는 곳에서 줄줄이 재발매한 앨범들이 한때 도마 위에 올랐었다. 뮤지션들의 동의는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찍어 낸 앨범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떡하나? 상도덕은 어겼지만 하나하나 너무나 소중한 재발매들이었던 것을... 전인권, 최성원, 김광석, 동물원, 이문세, 신촌블루스, 장필순 등등은 언젠가 분명 다시 재발매될 줄 알았지만 정말 충격적이었던 앨범 두 장이 있었으니... 바로 11월과 정태춘이었다. 음악 색깔은 서로 전혀 다르지만 요즘과 같은 세상에 전혀 먹힐 것 같지 않은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선 똑같은 앨범들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2011년의 현실 속에 뚝 떨어졌다. 인터넷 음반 매장에 사진으로 올라와 있던 11월과 정태춘의 앨범들이 꼭 미아 찾기 전단지에 찍혀 있는 불쌍한 애기들 사진처럼 보여서 왠지 안타까웠다. 솔직히 2010년대에 이런 앨범들이 시장에 나와 봤자 얼마나 팔리겠는가?
부활 - 불의 발견
김태원이 유명세를 탄 덕분인지 올해 들어 유난히 부활 앨범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엔 5집과 7집 재발매도 있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앨범은 역시 5집이다. 지금의 박완규가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걸직하면서도 힘 있는 두터운 목소리를 낸다면 이 시절의 박완규는 그야말로 칼끝처럼 날카로운 고음으로 승부하던 전형적인 ‘롹커’였다. 박완규라는 엄청난 보컬리스트에 대한 맞춤형 앨범과도 같았던 부활의 5집은 1집이나 3집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매력적인 앨범이었다. 아무래도 ‘론리 나잇’이 유명하겠지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이거였다.
패닉 - 1집
‘나가수’나 ‘슈스케’ 같은 방송의 힘일까? 이적과 패닉의 앨범들도 올해 난데없이 재발매 되었다. 어렸을 때는 패닉 2집에 열광하며 살았지만 나이가 드니 1집 같은 풋풋한 음악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몇 년 뒤면 이 앨범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되는데 그러고 보면 이적도 김진표도 나도 참 많이 늙은 것 같다.
조덕환 feat. 최성원 주찬권 - Long Way Home
형님이 돌아왔다. 들국화의 기타리스트이자 ‘세계로 가는 기차’, ‘축복합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같은 곡들을 만든 바로 그 조덕환의 새 솔로 앨범이 올해 나왔다. 전혀 변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 찡했던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들국화 멤버였던 최성원과 주찬권도 앨범에 참여해 주었다.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꼈지만 들국화라는 존재는 정말 위대했던 것 같다.
조용필 - 해운대 라이브
올해 가장 어처구니없는 재발매가 아닐까? ‘나가수’에서 조용필 스페셜을 하기도 한참 전이었는데 왜 지구레코드는 뜬금없이 조용필의 81년 해운대 라이브를 2CD로 묶어 재발매했을까? 더구나 CD 2장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사정이야 어쨌든 좋은 앨범이 다시 나왔으니 우리는 즐기기만 하면 되겠다. 해운대의 파도 소리가 라이브 공연 내내 넘실거린다. 이 앨범에는 8분에 걸친 팝송 메들리도 실려 있는데 조용필 이 형님 진짜 못하는 음악이 없는 것 같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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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dis (2011-12-30 20:25:19, 175.208.165.***)
- 좋은글 감사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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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12-30 19:43:38, 112.170.109.**)
- 잘 봤어요. Alcest 흥미롭네요 ㅋㅋ Lovage는 은근 평점은 대개 낮더라구요 좋기만 한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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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ano (2011-12-29 17:35:12, 180.68.107.***)
- 오잉 tago mago 재발매 소식은 첨들었군요 ㅋㅋ
뮤직보드에 올라온 세 글이 다 유로니머스님 글이네요. 꾸준히 계속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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