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이 한 장의 앨범 (36)
- euronymous | 2012-04-11 | 10,827 Reads | 6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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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
제 개인적인 일이든 아니면 뉴스에 나오는 사회적인 일이든
한국 힙합 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든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든
'존중'이라는 말을 자꾸만 되뇌게 만드는 일들이 참 많은 듯합니다.
Aretha Franklin -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1967)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아레사 프랭클린이라는 가수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나오지만
'소울의 여왕'이라는 간단명료한 표현 하나면 한 방에 정리가 됩니다.
이 앨범은 아레사 프랭클린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들 중 아마 가장 유명한 앨범일 겁니다.
빌보드 1위를 찍으며 당대 흑인 사회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이 되어 버린
'Respect'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부탁하고픈 것은 그저 작은 존중일 뿐'이라는 가사는
당시의 흑인 인권 운동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중은 시대와 장소가 어디든 마찬가지로 통하는 것이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Respect'는 원래 1965년에 Otis Redding이 발표한 앨범 수록곡이었고
2년 뒤에 아레사 프랭클린이 다시 불러 대박을 터트렸는데
오티스 레딩, 즉 남성 화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Respect'와
아레사 프랭클린이라는 여성 화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Respect'는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 거기다가 흑인이기까지 한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르짖는 '존중'은
오티스 레딩이 노래하는 '존중'과는 좀 다른, 어쩌면 더 무게감이 실린 '존중'이라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Respect' 말고도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다 훌륭합니다.
팝 음악 역사상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누구인가? 뭐 이런 진부한 설문조사를 하면
음악 평론가들이나 웹진 편집장들, 문화부 기자들은 대부분
프레디 머큐리나 휘트니 휴스턴, 빌리 홀리데이, 재니스 조플린 등등과 함께 아레사 프랭클린을 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보니 양의 목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위에서 말한 가수들의 목소리보다 더.)
사실 인간의 목청은 어떤 경지에 다다르면 다들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경지란 결국, '표현 능력'에 달려 있지 않나 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제대로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는 가수는
글쎄요, 나름 이 나이 먹도록 음악을 들어온 저도 몇 명 만나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처음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입을 헤~ 벌린 채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Respect (live)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지요.
뭐 어쨌든, 음반 해설지 쓰는 사람처럼 식상하게 얘기하자면
아레사 프랭클린의 수많은 앨범들 중에서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권해 주고 싶은 앨범이 바로 이 앨범입니다.
그리고... 존중이라는 것은 어떤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배려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이제 권력의 뒤안길에서 차츰 쓸쓸해질 그분과
한국 힙합 씬 최고의 또라이이자 악동이자 리릭컬 몬스터인 그분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뜬금없지만 갑자기 이런 책 제목이 떠오르네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년 전에 나온 전우익 씨의 책입니다.
Respect
Drown in My Own Tears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Soul Serenade
Don't Let Me Lose This Dream
Baby, Baby, Baby
Dr. Feelgood (Love Is a Serious Business)
Good Times
Do Right Woman, Do Right Man
Save Me
A Change Is Gonna Com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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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eratorz (2012-04-20 00:57:45, 112.159.27.***)
- 헉. 저 라이브 영상 좀 오랜만인데..
지금 다시한번 충격먹는 이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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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소년 (2012-04-19 14:46:13, 113.30.94.*)
- 현 시국에 와닿는 포스팅이니요. 함께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뮤지션들이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소중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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