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가리온, 그들이 여전히 최고인 이유.
- MoveCrowd | 2013-12-03 | 14,127 Reads | 2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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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이 앨범이 불친절하다.
분명 처음 들을 땐 불편한 앨범이다.
현재의 트렌드와 전혀 다른 비트이며 그 주제 또한 어떻게 보면 기존의 노래들과 다를 바가 없다.
더불어 그 위에 올려진 나찰과 MC META의 랩은 누군가에게는 '쌍팔년도'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플로우는 '무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진흙 속에 피는 꽃' 'Leavin' 혹은 '영순위'에 비해 날카롭지 않다.
어쩔 땐 박자를 절기도 하고(사실 이게 의도한건지 아닌진 나도 잘 모르겠다) 숨이 차 오르는게 들리기도 하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긴 15년이면 이제 늙을 때도 됬지. 대세를 못 따라가기 시작했네'
그렇지만 나는 이 앨범은 'MC라면 꼭 들어봐야 할 앨범' 리스트에 넣을 것이다.
분명 한국 힙합 씬은 지난 10년 남짓한, 아니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엄청난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가리온은 그 전에 '홍대부터 신촌까지 힙합리듬'을 깔아놓은 그룹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예전만 못하다면 그들에 대한 '리스펙트'는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우리는 1세대란 이름만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역사가 된 MC들을 기억한다.
반면에 가리온은 여전히 이 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리스너와 MC가 간과하고 있던 바에 대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설령 그들이 가진 Flow칼날이 예전만큼 날카롭진 않더라 하더라도.)
6트랙 남짓한 이 EP는 언뜻 보면 '15주년'이란 이름에 맞춰 강박적으로 낸 것 같기도 하다.
'힙합에 대한 마음 가짐', '씬에 상주하는 거짓들', '그럼에도 지켜갈 태도'
이런 것들을 주제로 한 곡들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가리온2가 나오고 난 후에야 랩을 시작한 수많은 '힙합 소년'들 역시 씬과 자신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과 그들이 뱉는 단어 하나하나다.
'Paradox'에서 그들은 직접적으로 씬이 가지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뀐 모습들, 그리고 허세 속에 갖혀 알맹이를 보지 못하는 많은 힙합 키드들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다.
'독백'에서 MC META는 내면의 양심과 외면 두 가지를 연기하면서
MC라면 한 번 쯤은 있을 법한 상황을 제대로 묘사해 내고 있다.
앨범은 이런 식이다.
쉬운 단어로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거기에 담고 있는 철학과 우리에게 보내는 메세지는 충분히 묵직하며 하나의 거대한 은유이다.
힙합에서 '랩'은 Rhyming, Poetry, 그리고 Lyricism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의미는 그만큼 '힙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가사일 것이다.
어쩌면 이 앨범은 수많은 'Word Play'와 'Punch Line'에 갖혀 있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일갈'과 같다.
'단어'의 외형에만 돋보기를 들이민 우리에게 '문장'을 '벌스 전체'를 나아가 한 '곡'을 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빠르고 쉬운 길을 걷기 보단 어렵지만 누군가는 꼭 걸어야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
그들이 15년 동안이나 최고였고 또 지금도 최고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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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GANT (2013-12-06 21:12:06, 211.219.85.***)
- 앨범은 앨범 자체로만 평가해야할 듯합니다. 그게 아티스트에게도 예의이지 않을지.
그간의 업적, 명성은 앨범 평가와는 별도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가리온이 어떻게 보면 늘 이야기 해오던 주제였지만 랩의 완성도는 전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강했던 앨범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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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utss (2013-12-06 00:28:58, 118.44.65.***)
- 음..평이 이정도로 좋게 나올수도 있음에..
움찔했습니다...
역시 난 막귀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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