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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phop] 칸예의 새 앨범에 대한 소감
    예동 | 2010-11-30 | 11,451 Reads | 3 Thumb Up
    리드머 리뷰에서 황순욱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대부분 공감합니다. 우선 저도 만점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저는 칸예의 신작이 대단한 물건임은 분명하나, 이 앨범이 무결점의 완벽한 앨범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점은 사실 대단한 사운드에 가려졌지만 몇개 눈에 띕니다. 정식 리뷰가 나온 상태에서 그것을 일일이 지적하는건 낭비적인 일이 될 테지만 조금만 불만을 표현해봅니다. 이 앨범의 여러 미덕 가운데 다수는 '충분'보다는 '과잉'에 쏠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욱이형의 지적 그대로 이 앨범은 때때로 폭주할 뻔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물론 대가다운 노련한 컨트롤로 그 순간을 오히려 하이라이트로 여겨지게끔 하기도 합니다만 신기한 묘기를 감상하던 중 묘기를 부리던 이가 절벽 가까이로 다가설때 소심한 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과잉으로 가득찬 부분은 랩 일 것 같네요. 가사를 보면서 랩을 감상해봐도 칸예의 랩은 너무 과다한 자의식으로 팽창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난해한 가사 탓에 직접적 의미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느 정도 탁월한 수준에 올랐지만 칸예는 이 앨범에서 뭔가 전위적인 랩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면 너무 도취된 상태에서 지어낸 라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앨범에서 칸예의 랩은 훌륭한 수준입니다만 전체적인 사운드에 비견될만큼 엄청난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저는 차라리 2집이나 3집에서 들려준 지적인 표현들과 안정적인 이야기 전달이 훨씬 좋았습니다. 이 앨범의 사운드 자체가 전작들과는 제법 차별되기에 칸예의 랩이 신작의 사운드와 어울리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저도 찬성할 겁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랩을 하더라도 그것이 사운드와 갈등을 야기할 것 같지는 않군요. 게스트들의 랩을 들어보면 칸예도 저렇게 했다면(오히려 그것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탁월한 엠씨임에도)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앨범은 나왔고 이 상태로도 더 손볼 필요없이 '그 자체'로 대단한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 앨범이 최근 10년간 나온 앨범 가운데 가장 탁월한 앨범 가운데 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칸예는 제가 보기에 마치 코비 브라이언트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아요. 자존심이 높다못해 자뻑의 수준에 올랐지만 자기 일을 너무 잘해서 무턱대고 까기도 힘들게 만드는군요. 분명한 건 이 앨범이 비평가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앨범이 확실합니다. 고집과 창의력, 완성도와 무게감이 완벽하게 어울어져 있습니다.

    아 얼마전에야 "Runaway"의 비디오를 봤는데 전통적으로 힙합을 대표하던 이미지나 오브제들이 거의 없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게토의 뒷골목을 누비는 주인공이나 그를 둘러싼 위협적인 크루, 총과 허슬, 핌핑과 클럽, 바닥에 흩뿌려진 지폐 다발 위루 춤추는 핫팬츠와 난잡하게 뿌려대는 샴페인같은 선정적인 어떤 이미지 말입니다. 마치 명품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 광고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흰 옷을 입은채 만찬을 벌이는 흑인들과 검은 드레스를 입고 발레를 추는 다른 인종들을 대비시킨 것도 흥미로웠구요. 다만 여주인공의 깃털이 뭔가 공작새처럼 아름답거나 독수리처럼 웅장하다기 보다는 닭털같이 보여서 약간 깨더라는 -_-;;

    뭐 90년대의 걸작들과 이 앨범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는 듯 합니다. 예전에도 트위터에 말한적이 있는데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로이 할러데이가 뛰는 지금의 MLB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 뛰던 MLB는 엄연히 다르지요. 기준과 그 배경은 항상 변하고 그 시절이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우수했다고 지금 우수한 것들을 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전반적인 여론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저는 큰 의미를 부과하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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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경호 (2010-12-04 13:06:04, 121.64.45.***)
      2. 저도 칸예 랩이 대단하다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지만, 가사 면에서는 앨범 제목이 My Beatiful Dark Twisted Fantasy 인것과 연관지으면 일부러 가사를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들로 꾸민게 조금씩 눈에 띄어요. Diablo, Mt Olympus, Satan 등... 그리고 Devil이란 단어는 꽤 들어가는것 같은데.
      1. howhigh (2010-12-03 00:38:04, 124.54.125.**)
      2. 저도 공감이 되네요...

        랩 부분이 나쁘다라는 느낌보다는 비트나 사운드 부분에 비해서 아쉬움으로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고...이 앨범이 Kanye West의 것이란것을 상기시킨다면...
      1. s.a.s (2010-12-02 22:35:42, 175.113.194.***)
      2. 과잉
        공감한다.
        언제부턴가 카녜는 뮤지션이라는 세부적인 직업의식보단
        토탈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한다는걸 느꼈는데 이번 앨범에서 그대로 나타난듯함.
      1. the man (2010-11-30 20:42:16, 110.35.138.**)
      2.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저한테는 칸예앨범이 언제나 그렇듯 이번앨범도 사운드의 측면에서만 황홀할뿐 랩에서는 별 감흥을 못느낀터라. 물론 칸예의 랩이 구리다는건 결코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발전해가는 칸예의 랩에서 그의 열정도 느껴지긴 하지만 말그대로 천재적인 사운드에 비해서 초라한건 어쩔수 없네요. 뭐 랩퍼로 시작한것도 아니고 랩보다는 프로듀싱에서 더 큰 발자취를 남기는 뮤지션이니 랩으로 까는건 비합리적이긴하지만요. 가사들도 그닥이었구요. 개인적으로는 2010년형 크로닉 or 2001 정도라고 생각되네요.
      1. 아토피 (2010-11-30 20:18:07, 43.244.41.***)
      2. 랩에 관한 예동님 의견에 공감이 갑니다. 자의식의 팽창이라면 이전에서도 종종 느꼈지만 이번엔 더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All Falls Down 같은 가사를 참 좋아했었는데.. 물론 지금의 카녜도 너무 좋지만 조금 아쉬운 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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