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나가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엄동영 | 2011-04-01 | 10,040 Reads | 0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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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히 각종 매체에서 접해야 할 최고의 가수들'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모아놨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고, 노래를 들어보면 더욱 잘 아는 가수들입니다.
이 분들은 오늘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 합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취지라면 차라리 그냥 가수들을 불러놓고 하는 토크쇼를 새로 신설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신나는 예능을 하고 싶으면 차고 넘치는 아이돌 친구들을 불러서 오그라 드는 간판 하나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MBC와 일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혹은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둘 다 식상하기 때문에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준비는 신선함은 담보했으나 단단함을 담보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서바이버에 예외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하고 냉철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도 애초에 탈락에 관련해서 제대로 세워놓은 규칙이 없었다는 어이없는 기사가 인터넷상에 떠돕니다. 가수들은 선후배를 감쌀수 밖에 없는 처지이므로 당연히 정에 이끌리게 되겠지요. 모든건 예상된 균열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두패로 갈라져서 원칙과 융통성을 가지고 이곳저곳에서 토론을 합니다. 예능도 아니고 음악쇼도 아닌 것이 보면서 원칙과 융통성에 관련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능,음악쇼 어느 쪽이 되었든 참으로 신선하기 짝이 없는 반응입니다.
갈수록 몰락하는 일밤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구설수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걸까요?
고작 가십거리와 논란의 온상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일까요?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프로그램의 본질이, 준비 상태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신선함'이.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당연히 기획자들이 가장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임에도 그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군요.
*칼럼글 덧글로 달았던 글인데 이곳이 의견교환하기에는 더 적합한거 같아서 옮겨적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위 글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여러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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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영 (2011-04-03 20:44:50, 117.53.217.***)
- euronymous님//이미 프로그램에 관한 광고가 시작되었을때부터 지적되었던 문제죠. 설사 책임감으로 100%무장한 공영방송사가 있다고 한들 시청률을 통한 이윤추구의 필요성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저러한 방송사가 존재할 수도 없고 말이죠. 이미 자본에 예속되는 부분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점에서 시스템적 한계성은 극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이 추해질때까지 추해지는지, 아니면 음악과 예능의 결합이라는 고무적인 목표를 달성하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반응은 기획단계의 준비부족을 제외한다면 꽤나 좋다고 볼 수 있고, 그 파급력도 조용히 진행되었던 '라라라'같은 프로그램에 비한다면 엄청난 수준이라고 봅니다.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 반면,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영향 또한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건 역시 자본에 강하게 예속 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이겠죠.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먹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에게는 달콤한 사탕과 조미료를 통해 유혹하는 융통성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유혹의 수단이 음식보다 더 많이 섭취되어서는 절대 안되겠지요. 제 짧은 생각에도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음악산업자들과 방송사의 '좋은 음식'이 창작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글에서 저는 그들의 준비와 의도를 비판했고 덧글에선 '하라면 제대로 해야한다'라고 주장했지만...글쎄요. 조금 더 생각을 해 봤을때는 제대로 진행하나마나 본질적인 예술산업 시스템이 바뀔 것이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생기고...결국 '주류시장과는 다른 신선한 음악'으로 그칠 수 밖에 없는 단발성 이벤트가 될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정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의식 강한 훌륭한 음악인들이 살아남을 방법이 거의 없어보이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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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nymous (2011-04-03 19:49:44, 183.102.139.***)
- 드라마만 보시던 어머니가 웬일로 '나는 가수다'를 재미나게 보시길래 저도 뭔가 하고 옆에서 좀 봤습니다.
가수들이 되게 불쌍하게 보이더라구요. 저마다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 모아놓고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그리고 이렇게까지 설탕을 흠뻑 입혀 시청자들에게 음악을 떠먹여 줄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죄다 10대 입맛이긴 하지만 그런 음악들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음악에 굶주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TV 말고도 많으니까요.
평소에 TV에서 보기 힘든 가수들의 이름값
어이없으면서도 자극적인 경쟁 구도
요즘 유행하는 '면접 + 탈락'이라는 구성
가수와 프로듀서의 임기응변
주말 황금시간대
방송에 나온 노래들을 음원으로까지 공개하는 MBC의 친절함(과 상술)
뭐 이런 것들이 버무려지면서 화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 몇 년 동안 일요일 예능 쪽에서 SBS와 KBS에게 밀린 탓에 죽만 쒀 온 MBC의 발버둥이 이젠 극에 달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위대한 탄생'과 '신입사원'에 이어 이젠 '나가수'까지...
두어 달 반짝 이벤트 감으로는 괜찮아 보이는데 '우리 결혼했어요'만큼이나 오래 끌면 결국 추해지고 식상해질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자본주의식 생존 논리를 음악하는 사람들한테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려 하는 통에 마치 막장 드라마같은 자극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것일 뿐이에요. 그런 자극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창작과 비즈니스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영역이어야 하고) 경쟁과 도태는 창작물이 시장 속에 풀린 다음에 벌어져도 늦지 않아요.
뮤직뱅크같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 ~30위까지 순위 매기는 것과, '나가수'에서 가수들 공연 가지고 등급 매기는 것이 도대체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따위로 음악 프로그램 만들 거면 차라리 그냥 가요 프로그램이나 하나 더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라라라'를 폐지한 방송사가 '음악'을 화두로 만들어낸 방송이라는 게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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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ome (2011-04-01 17:07:07, 175.214.67.**)
- 별건 아닌데 재도전에 관한 규정은 이미 방송 전에도 논의가 되었었다고 하더라구요. 단지 그것을 어떻게, 어떤 시기에 써야할 지 정확한 규정이 없었다고 하던데요. 구두 약속이라서 기사가 안 나간 점도 있고,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저는 이걸 듣고 다른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리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보이기 위해서, 재도전이라는 밑밥을 깔아둔 게 아니었을까. 어떻게 짜여질지는 이미 정해져있지만, 그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단지 일이 너무 일찍 터져버려서, 규정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도 되느냐는 논란에 휘말린 거 같구요. 처음 서바이벌 부터 규정을 바꾸어버렸으니까요. 만약 대중들이 이 재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아주 좋고, 임팩트 있는 최상의 연출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구요.
전 여기서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어요. 전혀 음악 외적인 이야기지만 사회가 예전에 비해 원칙에 충실해졌잖아요 ㅎㅎ이번 일을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ㅎ
이 프로그램의 의의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요. 예능의 탈을 쓴 음악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았잖아요.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매우 아티스트에게 부담감을 주지만, 이런 시간대에 이런 시청률을 기록하는 음악프로그램이라니, 얼마나 굉장합니까. 단지 서바이벌이란 너무나 자극적인 형식말고 딴 형식은 없을까 고민해야 될때가 아닐까 생각해요. 조영남의 말마따라 예술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도 조금 들긴 하니까요 저도. 물론 대중가수라면 대중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켜야하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은 프로그램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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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영 (2011-04-01 15:10:38, 117.53.217.***)
- RAWQUIP - Hancock님//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의 요도 '당장 관둬라'가 아닌 '좀 더 잘 할수 있는데 왜 이러냐'라는 생각이 었습니다. 저 역시 이 프로그램 자체가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R&B를 콩죽먹고 배앓는 소리라고 하시던 저희 어머니께서도 나가수에서 정엽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그 생각을 바꾸셨을 정도니까요. 단편적인 사실들만 봐도 나가수는 그 영향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 가능성과 파급력은 더욱 커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더욱 아쉽다는 겁니다
기획자가 범한 결정적인 우는 포맷을 '서바이버'라는 경쟁형태로 정하였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원칙을 정하지 못한채 어영부영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결국 시작하자마자 밑바닥이 쩍하고 갈라져 버리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서바이버라는 포맷을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기획자들의 미숙한 준비로 존폐의 위기에 처하고 뉴스 머릿말을 안 좋은 쪽으로 차지하는 모습, 확실한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에 끌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놓인 가수들이 질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불어닥쳤던 쎄시봉 열풍과 특별 편성된 쎄시봉 콘서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감성은 현재 메마른게 아니라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 발현될 기회가 없을 뿐이라는 것, 대중들도 기계음으로 보정된 작위적이고 미숙한 목소리가 아닌 진실되고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예능과 음악의 온전한 조화가, 기성세대의 추억과 신세대의 보편감성이 공명하는 접점이 분명 존재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중들이 지닌 가능성과 그들의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장이 생겼습니다. 기획자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은 이미 너무나 큰 관심과 짐을 지게 된 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가수는 더욱 강하고 온전하게 단련되어야 합니다. 시청자들은 더욱 깨끗하고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가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능성과 가치를 살리는 길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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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cock (2011-04-01 14:44:12, 175.221.39.***)
- 제 생각도 로우큅님과 많은 부분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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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WQUIP (2011-04-01 07:18:30, 180.230.218.*)
- 솔직히 이 프로가 보여 준 균열이나 헛점은 저도 아쉽습니다.
좀 더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임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논란이었는데, 제작진 스스로가 자신들을 그런 비난 속에 빠트린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프로의 존재에 매우 긍정적입니다.
어차피 시청률을 위한 저질 발상이라는 측면은
현재 우리 가요시장이 처한 현실 앞에서 아무 쓰잘데기 없는
비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까, 이전까지 주말 황금대 시간에, 이렇게까지 전 연령층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면서,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고품격 무대를
느끼게 해주는 프로가 있었나요?
물론 예전에 있었던 빅쇼라던가, 현재 하고있는 열린 음악회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들은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대중들이 쉽게 흥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솔직히 음악에 큰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시간에 대부분 무도나 일박이일을 보고 있죠.
글쓴이 님은 토크쇼를 신설하는게 더 나았다고 하시지만,
글쎄요, 아티스트 모셔와서 토크쇼 형식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심야시간대에 하는 스케치북이나 초콜릿 같은 프로그램을
주말 황금 시간대로 옮기는 거나 똑같은 거죠.
그리고 그 포맷으로 주말 황금시간대에 경쟁도 안되구요.
나가수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이제까지 그 주말 황금대 시간에 예능 프로를 보면서 히히덕 거리느라
여념이 없던 대중들의 눈과 귀를,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무대를
즐기는데 집중시켰다는 겁니다.
물론 서바이벌 이라는 변칙적인 방법이 첨가되었지만,
그건 예능에 빼앗긴 대중들의 시선을 되찾기 위한 필요악이죠.
이런 방식이라도 도입하지 않는다면,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이 대중들의
온전한 관심과 뛰어난 수준을 동시에 유지하기 힘든게 현 음악시장의
현실입니다.
나가수 덕분에 빅뱅이나 비스트 노래만 듣던 제 중딩 조카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무대를 보고 감동받고 이제 그 노래를 아이팟에
넣고 듣고 다닙니다.
저희 어머니는 정엽이란 가수의 존재를 새롭게 아시고는
요즘 운전하시면서 정엽의 노래를 틀고 다니십니다.
당장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한시적인 문제점보다
장기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가요시장에 가져다 줄 활력과 대중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공감대를 넓혀주는 장점이 너무나 크다는 말입니다.
그 동안 심야시간대 혹은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틀에 갇혀
대중들이 접하기 힘들었던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훌륭한
무대를 이제 황금시간대에, 예능적 재미까지 곁들어서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는 말이죠.
저는 이것만으로도 이 프로가 가져다주는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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