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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l] 한국힙합/한국음악이 ㅄ이 된 이유
    Meth | 2011-07-30 | 26,939 Reads | 23 Thumb Up

    방시혁 지드래곤 도끼 스윙스 박진영 테디
    표절시비가 붙었지만 표절은 아닌걸로 밝혀진 사람들.
    최신미국음악을 <모방> <스타일 카피> <베끼기>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
    적어도 빌보드에서 히트친 곡을 카피앤페이스트 신공으로 장사해먹은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변명은 항상 같다.
    오마쥬란다.
    영향을 받은거란다.

    오마쥬는 한 세대 전에 있었던 결과물, 대체로 창작자가 어렸을때 보면서 자란 무언가에 대해,
    존경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받은 영향, 이미지를 자기 나름대로 재창작하는게 오마쥬다.

    마이클잭슨이 제임스 브라운을 보면서 춤을 췄다고 말하는 정도,
    그정도가 되야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거지,

    빌보드에서 2주전에 있었던 곡을 고대로 베끼는게 오마쥬고 영향을 받은거면
    응가는 된장이다.


    진짜 문제는 뭐냐면
    메인스트림 가요계만 이런게 아니다.
    알앤비, 힙합, 롹한다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잘한다'는 기준을
    "얼마나 서구음악의 그 원형에 더 가깝게"
    비슷하게 똑같이 따라하느냐'로 잡고 있기 때문에

    검정치마 음악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전혀 악감정 없지만 솔직히
    한국에서 검정치마가 본토삘이 나서 좋다, 미국진출할 수 있는 밴드다 이러면서 서킹해줄때 정말 우습다.
    이쪽 동네에 검정치마같은 밴드는 대충 한 1000팀 쯤 있을거다. 완전 몰개성, 그 자체. 도대체 뭐가 특별한건가.

    진보니 디즈니 하는 알앤비 아메리칸 흑형워너비 '성대모사꾼'들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날리티 제로. 빵점짜리 아티스트.

    지금 당장 오리지날리티가 부족하다는거보다
     더 큰 진짜 문제가 뭐냐면 이게 문제라는 자각 자체가 없는게 진짜 문제다.

    고민 자체가 없는거.

    오리지날리티를 추구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다.
    아니.. 그런 발상 자체를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게 정확할 거다.

    다들 -좋은게 좋은거 아냐? 그냥 뉴욕/엘에이에서 유행하는거 고대로 따라하면 세련되고 멋있잖아?
    아 촌스럽게 무슨 개성ㅋ 오리지날리티?ㅋ 우와 넌 되게 잘났나봐 넌 되게 독창적인가봐 좋겠네~?
    이런식으로 구차하고 비열하게 독창성을 찾는 사람을 비아냥대는 정도 수준을 벗어난 사람을 찾기 힘들다.



    난 지금 우리가 죄다 국악을 해야된다는게 아니다.

    힙합도 좋고 롹도 좋고 팝도 좋다 이거야
    그 장르적 문법을 따라서 창작활동 하는거 그거 자체를 부정해야한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실험조차 해볼수도 없나? 그정도도 못하면 그냥 때려쳐야지 애초에 예술적 재능이 없는데.

    예를 들자면.
    칸예나 프리모나 샘플링하는건 같았다. 칸예도 소울레코드 샘플링이라는 정말
    전통적인, 누구나 다 하는 기법에 자신만의 오리지날리티를 부여했다.
    어떻게?
    샘플의 피치를 올린거지.
    사실 그것도 칸예가 처음 한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아닐거다 ㅡㅡ;

    하지만 어쨌든, 기존에 있었던걸 조금이라도 바꿔서
    abcd의 원형에 abcd+E 정도로는 만들수 있어야 스스로 작곡가니 창작자니 하는 호칭을 붙일수 있는거다.


    이런게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스웨덴까지 안가도 아프리카만 가도 - 역사적으로 되게 많아왔다.
    미국에서, 서구에서 영향을 받으면 그게 다른것과 융합되서 뭔가 약간 다른게 나온다.
    완전히 새로운 창조나 발명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자기스타일대로 바꿔가면서
    처음의 원형과는 다른 새로운것, 고유의 스타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있어왔다.


    근데 한국은 이런게 전혀 없다.
    이런 노력 자체가 없을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로 비난의 충분한 거리가 된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거나 '가짜'라는 누명을 쓴다.

    왜?
    그들에게 미국은 '본토'니까.
    그들의 정신세계안에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고 미국이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추구해야 할 이상의 파라다이스거든.

    미국의 그 원형을 지키고 미국스타일을 고대로 베끼는거야말로 진정한 '간지'고
    '본토삘'나는 세련된 일이니까.
    에라이 ㅄ들아.





    버벌진트가 힙합LE인가 어디서 인터뷰한거였는지, 다른데서 한 동영상 인터뷰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쨌든 한가지 말한게 머리속에 남았다.

    "저는 외국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이 한국화되는게 존나 싫어요. 촌스럽잖아요~
    본토의 그 맛을 지키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한국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하고 그런게 너무 싫어요.
    저는 그런데는 안가요."

    ↑ WORD BY WORD 정확히는 아니고 대충 이런 요지의 말이었는데
    어쨌든 자기는 한국화되는 외국음식을 엄청나게 혐오하고 무조건 본토삘나는게 좋다는 거였다.


    이런 천하의 찐따같은 마인드가 어디있는가.

    이건 단순한 김진태씨 개인의 요리에 대한 취향을 말해주는게 아니다, 이 문화적 스탠스는 그의 음악관 나아가 - 스윙스 오버클래스 - 더 나아가 한국힙합과 한국음악계 전체가 가진 한국에 팽배한 하나의 <쿨한 멋진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문화적 마인드>를 제대로 보여주는 아주 엿같은 예인 거다.

    <외국문화를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거다.
    우리나라에선 저렇게 ㅄ처럼 생각해야 멋있는 '쿨한' 인간인 거다.



    만약 god forbid, 저들이 그토록 동경하는 <미국인>들이 모두 저딴 사고방식을 가졌었다면
    미국에는 미국특유의 음식이 하나도 없을 거다.

    왜? ㅅㅂ 우리들이(미국인들) 전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인데
    프랑스 출신은 프랑스 본토 오리지날 음식만 먹고, 영국 출신은 본토 오리지날 잉글랜드 spotted dick 간지 지키고,
    폴란드 출신이면 이탈리아 출신이면 본토 음식만 완전히 100% 오리지날로 먹어야지 미국은 개뿔이 미국이야.


    현실은?
    미국은 정반대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유럽 오리지날 본토문화 ㅈ까고 있네
    THIS!!!!!!!!! IS!!!!!!!!!! AMERICA!!!!!!!!!!!!!!!!!" (300 패러디)"



    본토 이탈리아 피자? 밑에 빵이 너무 얇잖아.
    우리 미국사람이 좋아하게 두툼하게 하고
    빵 끝에 치즈 좋아하잖아, 치즈 크러스트 피자 만든다.
    뉴욕 스타일 피자니 하와이안 피자니 있고 별에 별 피자가 미국엔 다 있다.

    전~혀 이탈리아 본토하고는 상관없는 스타일.

    피자의 원산지는 이탈리아지만,
    지금 전세계인들이 먹고있는 일명 피자헛 표 피자, 스탠다드 피자는 <미국>피자다.
    스윙스가 저스트 피자에서 팔고 있는 피자도 오리지날 이탈리아 본토 피자하고는 전혀 다른 미국식 피자라고.




    자국문화제일주의 - 미국은 최강이다.

    미국인 우리가 좋아하는 취향이 스탠다드다. 싫으면 꺼져.

    남의거라도 내가 좋아하는대로 바꾸면 그만이다, 오리지날? 조까ㅋㅋ

    여기서 독창성은 나오는거다.

    이 깡에서 오리지날리티가 나오는거고 미국문화의 위대함이 나온다.




    일본은 다른가?

    "인도 카레 ㅅㅂ 엄청 맵네 -_- 야 그냥 이거 안맵게 하고
    우리 입맛에 맞게 달달하게 바꿔버려 -_- 그리고 일본쌀밥에 비벼먹기 좋게 바꿔."
    일본카레라이스 전세계 수출한다.
    카레는 인도꺼지만 우리 한국사람들이 지금 즐겨먹는 카레라이스는 일본거다.







    아마 라이스버거, 불고기버거 같은 시도를 아주 ㅈ같다고 생각할 버벌진트가
    미국에 가서 "니네 아메리칸님들은 왜 이탈리안 본토 피자 안먹고 이상한 촌스러운 미국식 피자 먹음ㅋ?"
    일본에 가서 "니네 재패니즈님들은 왜 인도 본토 카레 안먹고 촌스럽게 달달하게 만들어서 먹ㅋ음?ㅋ"
    이런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ㅄ이라고 무시할뿐. 이런 찐따같은 사고방식과는 말섞을 필요도 없는거다.



    지금 음식을 말하는게 아니다.
    이걸 음식에 대한 글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문화를 말하는거다.
    외부에서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을 말하는거다.

    음악을 말하는거다.


    유럽에서 영향을 받으면 미국은 미국 입맛에 맞게, 미국취향에 맞게 그게 바뀌고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다.
    그게 영국으로 다시 건너가서 새로운 뭔가가 탄생하고
    그게 또 일본으로 영향이 건너가면 또 일본은 지네에 맞게 그걸 바꾸고 뭔가 지네들만 좋아할 뭔가를 만들어낸다.


    한국은?
    한국은 뭔지 몰라도 항상 기가 죽어있다.
    우리는 미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우리가 나름대로 뭔갈 해보면 왠지 그냥 촌스러운거같다.

    그냥 우리는 뭔가 촌스러운거 같은거다.
    조니캐쉬가 부르는 컨츄리는 조또 뭔가 멋있고 간지나는데 설운도 아저씨가 부르는 트로트는 뭔가 없어보이고 촌스러워 쪽팔리는거다.



    그냥 <본토>에 계시는 미국 형님이 하시는거 고대~~~~~~~~~~~~~~~~~~로 쫒아서 베끼면 그게 세련되고 트렌디하고 멋지고 잘나가는거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빌보드차트에 들은 비트를 BPM올리고 한두음 바꿔서 스타일표절해서 음악하는 쓰레기들이 한국에서 실력파 뮤지션 소리를 듣는거고

    실제론 제대로 된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영어랩처럼 발음 굴리려고 한국어를 언어장애인 마냥 괴팍하게 씹고 굴리는 쓰레기같은 랩퍼들이 '랩 잘한다, 간지난다'는 소리를 듣는거다.



    마인드가 이미 ㅄ이 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음악이 ㅄ이 된거다.
    그니까 한국문화가 ㅄ이 되는거다.



    그리고 아무도 독창성을 말하지 않는다.
    독창성을 말하면 ㅄ이 된다.



    문화는 죽었다.
    장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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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페르치 (2011-08-04 17:42:09, 222.236.195.***)
      2. 프리모와 칸예 예로 드신 것은 또 다른 얘기인데 위 글에서는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창조성에 관해서는 뮤지션의 역량이지. 전체 문화를 싸잡아 비난할 필요는 없지요.
      1. 스페르치 (2011-08-04 17:39:44, 222.236.195.***)
      2. euronymous님의 댓글이 참조할 만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양쪽을 다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이네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것은 P-Type과 UMC의 차이점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것은 랩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넘어가겠습니다.
        가령, 힙합을 하려면 힙합을 하라는 겁니다. 그것을 우리나라에 맞게 변형하고 싶으면 다른 장르가 생성되어야 합니다. 레게처럼 말입니다.
      1. 고알로 (2011-08-02 12:25:20, 58.125.16.**)
      2. 오리지날리티를 존나 잘하거나, 아님 내 것을 만들거나.
      1. DEVIN (2011-08-01 17:11:37, 210.123.83.***)
      2. 나름 공감가는 의견도 있는데요..정말 우리 나라처럼 미국 대중문화에 깊게 경도된 나라가 있을까 싶어요. 사실 그게 요즘 아이돌 음악이 여기저기서 통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예로 드신 버벌진트의 마인드가 음악적 결과물에 반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꼭 쓰레기나 ㅄ이냐는 결론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저도 님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국내 대중음악 뿐 아닌 문화 전반을 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초기에는 정말 모방 내지는 따라하기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잘 따라해봤자 어설프죠.
        근데 어느 순간에는 그런 어설픔이 Uniq함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소위 경지에 올라서는 거죠. 저에겐 '한국어 랩'에서 드디어 그런 걸 느낀게 불과 3년 정도 전입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듣기 괴로워서 잘 못들었습니다. 특히 언더 같은 경우는 더 심했고요..

        예로드신 버벌진트의 경우, 그런 마인드 자체가 그 사람의 철학이자 세계관, 문화적인 베이스고 그게 그대로 결과물로 나타난다고 저는 그냥 해석합니다. 사고방식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고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그 사람의 음악적 결과물까지 매도할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거죠. 다 그런 것들도 Uniq함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거죠.
      1. euronymous (2011-07-31 21:43:11, 183.102.139.**)
      2. howhigh님/

        Meth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소위 독창성이라는 게 음악을 고민하는 유일한 잣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독창성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니까요.

        저 위의 댓글에도 썼지만 제가 생각하는 독창성(오리지널리티를 저는 독창성으로 번역하고 싶네요)은 어떤 새로운 '정서'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재료나 작법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고 해도 그것들을 어떻게 재조합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새로운 것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나 검정치마 등등의 뮤지션들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들의 음악에 독창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지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하구요.

        그 '독창성'이라는 걸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얘기를 나눌 수는 있겠지만 아마 큰 틀에서의 합의만이 가능할 뿐 구체적인 음악 하나하나로 들어가 보면 의견은 서로 갈릴 것이라 봅니다. 당연한 거죠.

        그런데 문제는 독창성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무분별하게 남의 것을 갖다가 그대로 쓰려는 뮤지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더구나 그게 뭔지 누구도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는 '한국적인 정서'라는 것 역시 고작 수많은 국내 뮤지션들의 음악에 따라 붙는 수식어의 기능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속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미디어에서 허구한 날 '한국적'이니 어쩌니 해대니 우리는 어느 순간 그런 표현에에 익숙해진 건지도 모릅니다.

        저는 대중음악에서의 '한국적'인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뮤지션들의 음악 하나하나가 내뿜는 개성은 나름대로 느낄 줄 압니다. 저만 잘 느낀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저의 방식대로 느낀다는 겁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서가 확 하고 환기되는 순간이 가끔 오거든요. '오오 이 느낌은 뭐지?' 저는 그런 게 독창성이라 생각합니다. 한반도 지방의 민속 음악인 국악이 아니고서야 한국의 대중 음악은 뮤지션들 각자의 개성만이 있을 뿐 그것을 뭉뚱그려 '한국적인 정서'라고 하는 건 '민족성'이라는 말만큼이나 너무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봅니다.

        한국 힙합에서 제가 독창성이란 걸 느꼈던 적은... 글쎄요. 그렇게 많진 않은 것 같네요. 몇몇 앨범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여기다 굳이 그 목록을 적을 필요는 없겠지요. 근데 뭐 독창성이라는 것만 느끼면서 음악 듣는 것도 아니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악 즐기는 데엔 독창성이 있든 없든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문득 아쉬워질 때가 있을 뿐이죠.

        자신의 음악으로 어떤 새로운 정서를 환기하는 건 참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무지 어렵죠. 그래서 독창성이 없어 보이는 뮤지션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독창성이란 건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연주의 독창성, 작곡의 독창성, 창법의 독창성 등등...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는 그 모든 항목들이 무의식적으로 합산되어 제게 어떤 '인상'으로 다가오겠지요. '오오 이 느낌은 뭐지?'

        우리가 서양식 옷을 입고 다니고 서양식 집에 살고 서양식 건물로 출퇴근을 하며 서양식으로 분업화된 일을 하고 서양식으로 구조화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듣는 음악도 결국은 서양식 음악입니다. 그건 부인할 수가 없어요. 국악이 아니라 양악인 거죠. 양악이라는 틀 안에서 뮤지션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건데... 저는 그런 고민이라도 하는 뮤지션이 지금 주류 대중음악 판에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주류 대중음악 판이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 안 쓰는 줏대 있는 뮤지션이라면 고민은 한 발짝 더 나아갈 필요가 있겠지요. 양악이라는 틀을 벗어날 순 없을까? (양악의 반대가 반드시 한국의 '국악'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양악이라는 틀을 못 벗어난다면, 틀을 좀 변형시킬 수는 없을까? 뭔가 좀 새로운 건 없을까? 물론 이런 고민들을 모든 뮤지션들에게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고, 아마 그냥 소신 있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독창적인 무언가가 따라오는 순간이 언젠가 한번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요? 그것도 못해서 빌빌대는 뮤지션들이 얼마나 많은데.

        뮤지션들이 돈 되는 음악 쪽으로 자꾸만 쏠리다 보니 개성들이 사라져 가고 -> 그게 그거인 어중이떠중이 음악들이 미디어를 도배하다시피하고 -> 사람들은 그런 음악들에 길들여져 가고 -> 결국 그런 음악들이 잘 팔리게 되고 -> 뮤지션들이 잘 팔리는 음악 쪽으로 자꾸만 쏠리게 되고.... 대충 이런 악순환이 아닐까요? 미디어와 자본을 둘러싼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뮤지션들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미디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요 시장에는 전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전부터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안전빵'으로 가겠죠. 슈퍼스타들은 아마 미디어를 얼마나 장악하느냐 하는 돈 싸움으로 갈 거고 그 외 나머지들은 일정한 틀 안에서의 독창성 싸움으로 갈 겁니다.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그 음악들 잘 듣고 살겠지요. 그건 뭐 그 자체로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닙니다.

        틀을 깨부수는 또라이 같은 짓거리는 결국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합니다. 리스너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리스너의 상식에 침을 뱉으며, 리스너들을 조롱하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그런 음악이 등장해서 자칭 언더그라운드라 뻐기고 다니는 사이비들을 좀 흔들어 깨울 필요가 있어요. 즉 언더그라운드든 메이저든 현재의 대중음악 씬에서 가장 결핍된 영양소는 독창성인 것이고, 좀 과하게라도 독창성을 긴급 투여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근데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이니 열 받는 거죠. 국내 힙합 씬의 경우만 봐도 외국 프로듀서의 비트를 적당히 손질해 앨범에 실어버리는 '묻지마 프로듀싱'이 잊을 만하면 터지니 열 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소 의견의 차이는 있더라도, 저는 Meth님의 분노만큼은 공감할 수 있어요.
      1. howhigh (2011-07-31 20:10:45, 124.54.125.**)
      2. 한국 대중음악의 오리지날리티라 함은

        장르적인 분류법, 작법, 전개 등 음악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두 공룡이라 할수있는 영미권의 음악의 영향력을 받으면서도

        감정이나 정서적인 무형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한국인의 그것을 구현해내어
        이루었다고 생각함...

        한마디로 오리지널리티 아닌 오리지널리티....
        하드웨어라는 것이 미국이나 외국에서 빌려왔다고 보기에

        소위말하는 대중가요 "한국적인"것들의 범주들이 여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함


        과거 대중음악의 상당수 영향을 받아왔던 뮤지션들의 기반이 미8군이였고, 그 뮤지션들은 이런부분에서의 미국의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기반에 한국의 정서나 감정들을 담아내면서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면서 한국의 대중음악을 발전시켜왔다고 봄 (음악의 재현성+감성/정서의 한국성이 만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한국의 것이고 한국의 원천기술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음...한국의 흑인음악만 하더라도 장르의 특성상 흑인음악의
        장르적 특성,작법,형식을 받아와서 그 위에 한국의 그것을 구현해내는 장르인데
        그렇다면 이들 모두 ㅄ인지?! 흑인음악인데 '흑인'없는 음악을 하라는 의미인지?!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시도를 하는 뮤지션 또는 재현성을 가지고 그 기반을 하는 뮤지션
        양자를 택일하라면 당연 전자가 더 높은평가를 받는건 맞는데 그것이 후자를 "평가불가"로 만드는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함

        최대한 영미권 또는 일본의 색깔 배재하고 극소수의 뮤지션들이 구현한 100% 또는 그것에 가까운 한국의 오리지널리티(오리지널리티란 말보다 내셔널리티가 맞다고 생각함)를 구현한 뮤지션들 모두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ㅄ이 되고 쓰레기취급을 받아야 된다... 이런 부분을 보면 한국음악의 대부분의 결과물은 ㅄ 아니었던 시기는 아니었다고 보는데.... 불편한 진실이지만 한국대중음악의 상당부분이 "기대어서" 지낸 시간이 많으니까

        한국적인 정서나 감성을 읊조린 뮤지션들도 장르적인 부분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미국/영국의영향력을 받은 뮤지션아닌지?!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편중(미국 중심으로)되어 있다는 점....우리 전통의 것이든부터 제3세계의 음악이든 더 다양한 것들로 부터 양분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을 비판받아야 된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뮤지션에게 중요한건 뮤지션 개인이 가진 '정체성'이 중요하지 그들 모두가 Team Korea가 되어야 할 이유도 모르고...


        예를 들은 미국의 오리지널리티 나왔는데, 미국의 오리지널리티는 자국문화제일주의가 만들어낸것이 아니라 개인의 뮤지션들의 개성과 정체성이 모이고 모여서 그 것들이 구현해낸것임... 그 아이덴티티도 사실 하늘에서 떨어진것이 아니라 기존의 음악들에 변화를 주면서 구현해내는것들이고, 그 음악에서의 새로운 음악으로나 기술의 파생을 만들어 내는것이고..

        음악을 평가하는 요소는 상당히 많은돼 오리지널리티가 대중음악의 유일한 잣대로 되는것도 공감이 못됨, 그것이 비판의 요소가 되는건 공감하지만 그것 하나로 한국음악/한국힙합 모두를 결정지어버리는건 위험하다고 보니, 오리지널리티만큼 정체성과 퀄리티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물론 정체성이나 오리지널리티 내셔널리티 등은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을것 같음)

        오히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이 만들어내는 문제점은 대중음악이 하나의 조류로 흘러가면서 아이덴티티가 상실한 몰개성의 문제가 크다고 봄, 사람이라면 평탄한길 잘 닦여진 길로 가고 싶은 심리는 알지만 거기에 모든 사람이 모이고 발딛을 틈이 없어버리면
        그 길은 정체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오리지널리티...란 말은 음악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지만, 사전적으로는
        이렇게 쓰임, 오리지널리티라는 말이 많이 쓰였는데 그 형체가 과연 어떤것인지 개인적으로는 좀 갸우뚱합니다

        ①오리지널, 즉 원형, 원본, 원물, 진짜인 것.
        ②그것들을 나타내는 데에 필요한 독창력이나 창조력.
        ③오리지널한 것의 필요조건인 새로움, 신선미, 독창성, 기발함, 신기함 등.
      1. euronymous (2011-07-31 18:58:39, 183.102.139.**)
      2. pcroom11님의 댓글에 깊이 공감합니다만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주류 음악들이 지난 세월 동안 보여준 작태들은 단순히 제국주의적인 문화 권력이라는 틀로 해석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로 대표되는 서양의 문화가 한국 땅에서 도대체 왜 그토록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는가? 이 물음은 미국의 지배적인 문화 권력이라는 것만 가지고는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다고 보거든요. 한국이 미국에 비해 부자 나라도 아니고 군사력이 강한 나라도 아니지만 지배적인 문화 권력에 일방적으로 짓눌릴 정도로 수동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아니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미국의 문화를 맨 먼저 두 팔 벌려 맞이한 치들은 해방 이후의 한국 지배 계층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일제시대엔 일본인들에게 빌붙어야 먹고살 수 있었던 만큼 해방이 되었으니 이젠 미국인들에게 빌붙어야 했을 테고, 그런 미국인들이 들여오는 모든 것들은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었겠지요.

        외국 문화에 대한 선망은 그 이후 반세기 동안이나 한국 문화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물론 문화라는 것을 접할 창구가 한정되어 있는 판국에는 이른바 문화적 독창성이라는 것을 키워 갈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봉쇄되어 버리기 마련입니다. 가뜩이나 미국 문화에 대한 선망이 돌림병처럼 퍼져 있는데 거기다가 지배층들은 새롭게 수입해 오는 족족 미국 문화를 퍼부어 대니 거기에 자연스럽게 중독되고 설득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지점에서는 pcroom11님께서 말씀하신 지배적인 문화 권력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허나 지배적 헤게모니라는 이론 자체는 지배계층 혹은 외부 세력의 문화적 침투에 대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긴 하지만, 외부에 영향을 받는 존재들(자국민들 또는 피지배계층)을 지나치게 수동적인 존재로 단정지어 버리는 한계가 있어요. 과연 한국인들은 물밀 듯이 쳐들어오는 미국 문화를 단순히 떠 먹여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는가?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것이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뭔지는 pcroom11님도 아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일부 지배계층 혹은 장사꾼들에 의해 미국 문화의 모방과 도용은 이 한국 땅에서 지금껏 심심찮게 자행되어 왔습니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국가간의 문화적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창작자들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실수라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국민적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인 미국의 문화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창작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혹시 둘 다인가?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저는 창작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해방 이후 아직 백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가는 일단 뒤로 미루더라도, 지난 반 세기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서양 대중음악의 충실한 재현의 역사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류' 대중음악이라 범위를 좁히면 아마 더 의미가 명확해지겠지요.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저는 아직도 그 '한국적'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화의 정체성이 그런 식으로 특정 국적으로서 존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신중현이든 한대수든 김민기든 한 개인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유니크함을 '한국적'이라는 민족주의적 낱말로 싸잡아 지칭하는 것이 과연 그들의 예술적 정체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일일까요? 오히려 너무 무책임한 수식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적인 정서'라는 것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한국적'이라는 수식어를 일단 배제해 버리고 얘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이 그동안 서양 대중음악을 충실히 재현해 왔다면 그 '재현'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거기에 창작자의 독창성이 개입될 여지는 조금도 없는 것일까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지배권에 놓여 있으니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는 옴치고 뛰어봤자 거기서 거기인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대중음악의 맛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요. 하물며 거기에 무언가 새로운 정서를 첨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일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다른 음을 배치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편곡을 하면 재현은 재현일지언정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창작자의 개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결과물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결과물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테고 상업적인 성공마저 거둘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냥 그런 재현에서 머무를 것인가, 미국의 음악에서 잡아낼 수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거기에 섞을 수는 없는가, 글쎄요, 이런 고민에까지 도달해주기 바라는 것은 창작자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요구가 될까요?

        주류 상업주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고민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첨가하는 모험은 도박에 가까우니까요. 잘 되면 대박일 테지만 잘 안 되면 쪽박이니 섣부르게 모험을 시도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냥 안전하게, 모두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더구나 미국에서 인정 받고 국내로 수입된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자는 사고방식이 주류 대중음악에선 오랫동안 팽배해 왔지요. 애초부터 어떤 고정된 틀 하나를 정해놓고 거기서만 놀자고 암묵적으로 약속해 버린 겁니다. 물론 틀 안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잘 놀 수 있을 테지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노는 것도 가능할 테구요. 허나 문제는, 틀 안에서 무엇을 하든 틀이라는 존재는 결코 극복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의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우리는 아무런 불만 없이 맛있게 먹지요. 그런 음식은 그런 음식대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결코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일정한 틀 안에서의 창작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틀이라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 틀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자기 자신을 때려부수는 것은 온전히 창작자 자신의 역량이자 자신의 책임이지요.

        더군다나 80년대와 90년대 후반까지는 그러한 문화 권력에 의한 종속 이론이 어느 정도 통할 수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형편없이 부족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창작자들, 그 중에서도 뮤지션들은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게 됩니다.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악들을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접할 수가 있게 된 거예요.

        미국 문화로 대표되는 지배적인 문화권력은 분명 인터넷이라는 혁명에 철퇴를 맞았습니다. 자기가 지금껏 접해온 것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많은 이들이 조금씩 알게 되기 시작한 거지요. 90년대에는 웬만해선 탄로나기 쉽지 않았던 표절 사례들이 인터넷이 일반화된 2000년대 이후엔 수없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른 나라의 수많은 새로운 음악들을 접하고 자란 세대들에 의해 한국의 대중음악도 지난 시절과 비교해 봤을 때 (적어도 장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해졌어요.

        심지어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게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문화 권력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예전 만큼 압도적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없어요. 가요톱텐이나 보고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듣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남미와 중동의 음악을 찾아 듣습니다. 빌보드 힙합 차트 정보도 어렵게 구해 읽던 사람들이 이젠 미국의 로컬 힙합 씬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게 됐어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이런 정도인데 하물며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기에, 기존의 문화 권력을 벗어던지고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는 노력 자체는 이제 창작자 쪽으로 그 무게중심을 한층 더 옮겨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자본과 국력을 앞세운 미국 문화의 맹폭은 과거보다 더 악랄해지고 교묘해졌지만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 역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지요. 창작자들도 청취자들도 이제는 단순히 제한된 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Meth님의 다소 거친 문제 제기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 것입니다. Meth님의 주장은 미국 문화에 대한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 문화를 그대로 수입해 와서 충실히 재현하고 있을 뿐인 한국의 대중음악 판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인 것이지요. 물론 한국 대중음악 모두를 싸잡아 폄하한 부분은 저도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문화 권력이라는 것을 이 시대의 창작자들을 위한 면죄부쯤으로 여기시는 듯한 pcroom11님의 말씀 역시 저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좀 힘이 듭니다.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미국 문화가 한국 땅에서 발휘하는 힘은 여전히 엄청나다고 보거든요. 허나 '지배자-피지배자'의 구도에서 오는 '지배문화-피지배문화'의 구도는 2010년대에 적용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지 않나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독립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차라리 미국이 망해버리면 될까요? 글쎄요. 중요한 것은 지배적인 문화가 얼마큼 자기 주위에 존재하든 자기만의 음악을 하고야 말겠다는 뮤지션의 마인드 자체가 아닐까요?

        창작자들은 더 분발해야 합니다.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한번 감행해 보라는 것이지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무언가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써먹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외면받고 소외받아온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시도가 더 창조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나온 메타와 렉스의 '무까끼하이'는 랩이라는 예술 형식을 고민하는 사람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창조적인 방식을 아주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투리는 TV에서든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걸 가지고 곡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쥐고 나간다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pcroom11님 덕분에 저도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사정이 허락하신다면 더 얘기를 나누어 보고 싶네요.
      1. kamillionaire (2011-07-31 18:55:41, 112.170.115.***)
      2. pcroom님의 댓글에 공감 백개. meth씨는 예전부터 한국인이 미국인을 따라간다는 개똥철학을 설파하시던데 그게 아니라 힙합 뮤지션은 힙합을, 알앤비 뮤지션은 알앤비를 하는것뿐. 자꾸 인종으로 국가로 선을 긋고 나누려 하니 에러가 나는겁니다.
      1. Gabriela (2011-07-31 17:20:45, 49.50.202.**)
      2. 포인트는 좋은것같아요
        근데 Verbal Jint 음식입맛얘기나오는부분에서 좀 갸우뚱했네요..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것같고 또 음악적으로 연결가능한지도 모르겠는데요
        전통 태국요리좋아하는사람이랑 한국화됀 태국요리를좋아하는사람이랑, 과연 누가 틀렸다고 지적할수있을까요? 그건좀 아닌것같은데...? 이 부분때문에 쫌 hater 같은 면모만 보였습니다 그것만 빼고는 전체적인 포인트는 충분히 공감할수도 있을것같습니다
      1. pcroom11 (2011-07-31 16:42:44, 58.126.199.***)
      2. 문화교류도 사실은 순수한 동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경제적 동기에서 성립되는 것이거든요.

        경제적 우세국이 문화시장 진출의 선두로서 문화중심 지역이 되고 그 이외 시장은 문화주변 지역이 되어 아주 지배적인 교류를 하게 되죠.

        문제는 문화의 일방적인 수용이나 무분별한 도입은 문화적 사대주의를 조성하면서 자기문화에 대한 비하 내지는 경시풍조를 만들어 낸다는데 있습니다.

        교환적 교류가 아닌 지배적 교류는 타문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모방을 야기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시야는 좁아질수 밖에 없는 거죠.

        지배적 문화교류의 무서운점이 겉으로는 "우리는 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지 못할까" 라는 주제를 고찰 하는듯 하지만 정작 문화중심국의 실험은 무조건 찬양하면서 주변국인 자신들의 시도는 스스로 비하하고 깍아내리려는 이중성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그래놓고 독창성이 결여되었다며 모든 탓을 아티스트들에게 돌려버리죠. 정치,경제적으로 문화중심국의 지배를 받을수 밖에 없는 고립된 문화변방국으로서의 현실적인 한계. 즉 미국본토음악가들만큼의 제대로된 피드백(음악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이 안되는 현실을 외면하고선 말이죠.

        오늘 이글을 보니 오아시스가 국내밴드였다면 영미권에 1000팀이 넘는 몰개성 그자체 비틀즈워너비 밴드라고 검정치마와 똑같은 평을 받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게 바로 지배문화의 폐혜라는 겁니다.

        칸예의 칩멍크사운드나 조지클린턴음악을 그대로 샘플링한 지훵크는 후빨하면서 힙합을 마이애미,테크노등에 기반한 댄스스코어로 변모시킨 듀스의 랩음악은 애초에 그들과 동등한 관점에서 봐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에이~댄스음악이네" 라고 하면서 그냥 상업성을 의식해 변질된 음악으로 비하해 버리고 말죠.

        또한 진보의 음악을 디트로이트 사운드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독창성 제로라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그 양식을 바탕으로 음을 배열한건 제이딜라가 아닌 진보 본인인데 말이죠. 디즈는 본토 흑인뮤지션들과 똑같은 장르의 음악을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것 뿐인데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뺏겨 버리고 성대모사꾼이 되버리죠.

        사실 미국의 자국문화제일주의 사상은 미국인들의 깨어있는 사상에 기반하기보다 하나의 압도적인 권력에 기반한것입니다. "우리가 세계시장의 중심이니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도 니들은 닥치고 찬양하고 모방해라" 라는 권력적인 강요에 가까운겁니다.

        글의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하고 공감하나 지나친 확대해석과 자국문화를 비하하는 모습을 봤을때 메쓰님 자체도 이미 지배적 문화권력에 감화되어 있었던건 아닌지 돌아볼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제가 볼때 이글 조차도 지배문화로부터 발생한 폐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메쓰님이 독창성이라는 단어에 어떤 자조적인 의미를 집어넣었느지 모르겠으나 저는 독창성이라는게 꼭 새로운 작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우리나라는 주체적 수용이라는 것을 한국적인 수용으로 이해하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데 음악은 극히 개인적인 예술활동이기에 다양한 음악양식에 개인적인 색깔을 담아 낼수있다면 그것이 주체적인 수용이고 독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모든 시도 자체가 곧 세계시장 트랜드와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빈번할수 밖에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무조건적으로 "미국은 실험적인데 한국은 왜 따라하기만 하냐ㅄ들아"라는 발언을 하기 보단 한국에서 자행되었던 주체적인 수용이 어떤게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과연 그 시도들이 어떤 피드백을 받고 어떻게 계승되었는지 혹시 무관심으로 사장되었던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는게 주체적 수용을 위한 첫걸음이 되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음악안들음 이라고 하신 분은 한국음악에 대한 어떤 발언도 하지마세요. 평생 외국 음악만 들으시고요.
      1. musicK (2011-07-31 16:37:32, 119.202.80.**)
      2. 뭐 어느정도 맞는말이지만 개소리가 너무 많네요 ㅋㅋ

        그렇다면 제가 미국본토, 유럽 쪽 해외 여행을 다녀본 입장에서 말하면

        우리나라 피자 체인점과 미국 피자 체인점 다 가보셨나요? 실제로 가보시면

        우리나라 메뉴가 훨씬 더 다양하고 우리나라 입맛에 맞는걸 알 수 있을겁니다 ㅋㅋ

        실제로 가장쉬운예로는 불고기피자, 불고기 버거등을 생각하면 간단하구요 ㅋㅋ

        양념치킨은 외국에 없죠ㅎㅎ 이걸로 해외 진출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성급하게 우리나라 민족적 마인드를 쓰래기 취급하는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암튼 그리고 이제 힙합&대중가요 쪽으로 넘어가 봅시다

        여기서 테디 비트에 대해서 생각하면 전 테디 비트는 어느정도 자기의 정체성을 잘 갖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유의 fire,내가 제일잘나가 등등의 약간 인도??느낌 나는 비트를 전 굉장히 중독성있게 느꼈거든요

        그리고 2ne1이라던지 미국 본토의 취향에 약간의 한국적느낌과 아이돌문화가 접목된 이러한 그륩이 과연 독창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걸까요?

        원래 우리나라에 아이돌 문화가 들어왔을때 이것이 일본의 영향인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일본 아이돌 문화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바뀌어졌는지 일본하고 우리나라 두나라만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겠죠??

        암튼 독창성이 전혀없다는 투의 글쓴이의 태도는 인정할 수 없네요

        또 무조건적인 수용이 안좋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미국문화의 수용자체가 안좋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 특히 이러한 힙합부분은

        이제 걸음마 단계아닌가요? 대중가요의 판이 바뀐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급해할 거 없다고 생각되네요.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문화가

        어느정도 올바르게 정착되어야 그러한 독창적인 것이 나올 수 있지

        힙합이라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있지도 않은상태에서 그런것들이 구현되기에는

        무리겟죠. 그래서 미국본토삘나게 하는 사람도 필요하며 잘하고 있는거 아닐까요?

        그담에 vj에 대해서는 제가 앞뒤 정황을 모르기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일단 vj의 음악에대해서는 그의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집니다.

        미국본토의 느낌과 vj특유의 느낌이 섞여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어베일러블에서의 비트, 보컬에서의 라이밍, 그리고 특유의 한국적인 찌질한 감성이 섞인 vj의 느낌 만땅인 곡으로 들었거든요

        암튼 글쓴님 처럼 우리나라를 너무 비판적으로 보는건 안좋게 보이네요 ㅎㅎ
      1. newjack (2011-07-31 09:57:09, 61.43.181.**)
      2. 다른 내용은 뭐 동감하기도 하고 하는데 괜히 엄한 사람 잡고 뭐라 하시길래 달아봣슴다
      1. newjack (2011-07-31 09:55:46, 61.43.181.**)
      2. JINBO를 오리지널리티 제로 쓰레기로만, 당신 글의 요만한 재료로만 보는 당신의 무식함과 오만함도 지금 이 내 댓글 이상은 될듯
      1. 밀두리 (2011-07-31 08:57:06, 112.167.187.**)
      2. 아 글이 쎄지만 묘한 쾌감이 듭니다.

        범위를 정하기가 애매하네요..

        그러한 일부 독창성 없는, 마인드가 올바르게 잡히지 않는 뮤지션 때문에

        한국음악 전체를 좋게 보지 않으시는 점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다른나라의 음악을 한국으로 재현해 낸다고 반드시

        한국정서에 맞게 고쳐나갈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것을 얼마나 잘 흉내를 낼까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글 잘보고 갑니다.
      1. piano (2011-07-31 03:06:49, 180.68.107.***)
      2. 타이거JK도 초창기부터 계속 한국정서를 찾고 그걸 적용시키려고 하죠

        락이고 힙합이고 절대 전부가 그런게 아닙니다

        잠비나이 앨범 들어야겠네요
      1. 혁신 (2011-07-31 02:34:33, 183.96.165.***)
      2. ㅇㅇ 맞는 글.

        동양인, 한국인이 낼 수 있는 특유의 음색과 창법을 왜 버리고 있는지 모르겠음.

        흑인이 판소리한다고 명창되는 게 절대 아님.
      1. Ukyo (2011-07-31 01:56:27, 121.157.51.***)
      2. 이건 해결책을 언급하기엔 문제 제기조차 쉽지않은 내용이었어요.

        VJ의 저 인터뷰는 저도 괜장히 불편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네요;;
      1. Ukyo (2011-07-31 01:54:49, 121.157.51.***)
      2. 틀린말이라고 매도하기엔 지금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집니다..
      1.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1-07-31 01:44:25, 216.114.194.***)
      2. Thumbs Up 100개의 가치가 있는글.

        싱어가 아닌 '성대모사꾼'이다 라는 표현 인상적이었습니다
      1. Popeye (2011-07-31 01:29:15, 101.109.151.***)
      2. 좋은 글 , 댓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1. nextaR (2011-07-31 00:39:33, 125.177.126.**)
      2. 나름 공감되는 부분이 있긴한데, 그럼 결론은 해결책이 없다는건가요

        음악의 상품화 시대로 변해가는걸 쭉 지켜봐야 하는건지?
      1. z (2011-07-31 00:04:01, 124.5.198.***)
      2. 한국음악 안들음
      1. 여경환 (2011-07-30 22:44:19, 210.205.4.***)
      2. 어투가 너무 공격적이지만 , 요즘 제 생각과 비슷하여 많은 공감을 합니다.
      1. LAW (2011-07-30 22:14:03, 123.213.167.**)
      2. meth님 글들.. 공감 가는 것도 있고 안 가는 것도 있는데
        (공감 안 가는게 더 많지만..)

        갠적으로 이 분 글 쓰시는 스타일 좋아함

        좀 편협하게 보일 때가 많지만
        앞으로도 이런 비판적인 글들 평소대로 과격하게 올려주삼

        위에서도 말했듯이
        공감 안 가는게 더 많지만
        meth님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함
      1. SeeEsA (2011-07-30 21:48:10, 211.220.57.***)
      2. 표현만 조금 다듬는다면 정말 멋진글이 될 듯하네요
      1. euronymous (2011-07-30 20:57:18, 183.102.139.**)
      2. 뭐 일단은 굉장히 의미 있는 문제 제기인 듯해서 저도 좀 각잡고 써 봅니다.

        서양에서 고안된 악기, 서양에서 유래된 화성 이론, 서양에서 가져온 창법으로 음악을 만드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 지점에서부터 벌써 오리지널리티는 상당 부분 깎여나가고 시작하는 거죠.

        더 엄밀하게 말해 보면, 지금 당장 누군가가 국악을 한다고 해도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음악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기는 힘듭니다. 음악에도 국적이 있을까요? 없죠. 국악이든 재즈든 헤비메탈이든 남들이 다 했던 걸 시도하는 것에 오리지널리티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요.

        그렇다면 그놈의 오리지널리티, 즉 독창성이나 고유성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틀어쥘 수 있을까요?

        어떤 음악에 오리지널리티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 오리지널리티를 어떤 식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악기를 쓰는 것까지는 봐줄 것인가? 똑같은 화성 이론으로 음표를 배치하는 것까지도 봐줄 것인가? 아니면 창법까지? 멜로디까지? 대체 어디까지가 오리지널리티고 어디서부터가 베끼기일까요?

        저도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좀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동아기획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동익이라는 뮤지션이 있지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어떤날'이라는 듀오로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조동익이 젊었을 때 만든 음악들을 들어보면 캬 좋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어떤 미국 뮤지션의 이름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요.

        팻 메스니(Pat Metheny)...

        유희열 역시 자신이 젊었을 때 영향 받은 뮤지션으로 어떤날과 팻 메스니를 꼽은 적이 있어요. 유희열의 대표곡 중 하나인 '라디오 천국'은 어떻게 보면 완벽한 '팻 메스니 따라하기'입니다.

        그렇다면 조동익과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의 오리지널리티는, 깡그리 훼손되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팻 메스니와 조동익, 유희열의 음악에서 제가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서로 달랐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저에게' 달랐다는 지점입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부분, 즉, '청자에게 전달되는 정서가 달라야 할 것' 이 부분은 결국 객관적인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요 몇 년 사이에 들어 본 국내 음악들 가운데 참으로 벅찬 감동을 느낀 음악을 꼽는다면 거기엔 Jinbo와 Simo의 음악이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되게 좋았거든요. 근데 진보와 시모의 음악에서 저는 눈곱만큼의 오리지널리티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둘 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스타일이었거든요. 단지 국내에서 그 스타일을 그렇게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뮤지션이 진보와 시모 말고는 없을 뿐, 음악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제겐 굉장히 익숙한 것이었어요.

        문제는 진보와 시모의 음악에 오리지널리티가 충분히 담겨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거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는 오리지널리티를 잡아내지 못했는데 그들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얘기하다니. 저와 그들 둘 중에 하나는 틀린 것일까요?

        언뜻 듣기에도 소리와 음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명백한 표절이 아니고서야 오리지널리티라는 건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음악을 경험해 보았는지에 따라, 그리고 독창성이라는 것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따라 오리지널리티를 감지해 내는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게 발달하기 마련일 테고, 그러한 서로 다른 감각에는 우위가 존재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동익과 유희열이 팻 메스니의 영향을 받아 자기 식으로 그들의 음악을 재현하려고 했을 뿐, 맹목적으로 모방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재료를 사용해 다른 맛을 창조해 낸 거죠. 여기서 그 '다른 맛'이 바로 오리지널리티가 되는 것일 테구요. 그리고 실제로 그 오리지널리티는 조동익과 유희열의 이후 커리어에서 조금씩 증명되어 갔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오리지널리티를 감지하는 감각이 서로 다르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서로 다른 취향이 어느 한 지점에서는 우연히 일치할 수도 있는 것처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감각 역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수는 있다고 봐요. 그래서 표절 판정을 받은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돌을 던질 수도 있는 것이고, 조동익과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에게 많은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도 있는 거죠.

        이번 스윙스와 델리보이의 사례는 뭐 빼도박도 못할 사례니... 결국 한 젊은 프로듀서의 치기가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그걸 가지고 한국 대중음악 전반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 합니다.

        중요한 건 '정서의 차이'라 생각하거든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같은 악기를 쓰는 음악을 작곡했음에도 각자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가 로큰롤이라는 한 테두리 안에서 서로 구분되는 이유는? 김현식과 김광석이 각각 한국적인 블루스와 한국적인 포크 음악을 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여기서 그 '한국적'이라 함은? 저는 그런 식으로 국적을 강조하는 것을 싫어합니다만 어쨌든 그 '한국적'이라는 것이야말로 이른바 '오리지널리티'인 것이고 그것은 수학 문제를 풀듯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악기를 썼냐 안 썼냐, 같은 창법으로 불렀냐 안 불렀냐로 단순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한 음악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떤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가 규정해 주는 것도 아닌, 음악을 듣는 청취자 스스로가 자기 머리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진보와 시모 얘기를 해 보자면... 저는 아직도 그들의 음악에서 어떤 오리지널리티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에 오리지널리티가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저대로 느끼는 것이고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니까요. 다만 진보도 시모도 아직 내놓은 결과물이 그리 많지 않은 뮤지션들이니 이후 계속 음악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만큼은 굉장이 크다고 생각해서 계속 진보와 시모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구요. 그런 식으로 진보와 시모의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면, 아마 진보와 시모는 독창적 뮤지션으로 씬에서 서서히 자리잡아 가겠지요.

        스윙스외 델리보이는... 글쎄요. 저는 스윙스의 랩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가사 쓰는 방식과 가사의 내용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하나의 악기 소리로서 좋아할 뿐입니다. 랩에 있어서의 오리지널리티? SNP가 10여 년 전에 들고 나온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을 뿐인데 거기에 무슨 오리지널리티가 있을까요? 그 당시엔 독창적인 랩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아닌 거죠. 더군다나 이번 앨범에서는 몇몇 미국 랩퍼들의 플로우를 살짝 빌려온 듯한 부분도 있고... 암튼 저는 스윙스의 랩에서는 내용적인 면에서든 형식적인 면에서든 그 어떤 오리지널리티도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좋아하긴 합니다. 이상하죠.

        델리보이의 경우는 할 말이 없어요. 관심을 둔 적도 없고 일부러 관심을 가지려 해도 제 입맛엔 영 안 맞더라구요. 이번에 터진 표절 논쟁을 보면서도 하나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오버클래스라는 크루가 지금껏 보여준 것들의 대부분이 바로 미국 스타일의 충실한 재현이었으니까요.

        물론 이번 델리보이의 프로듀싱에서 어떤 '오리지널리티'를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힙합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을 '오리지널리티를 감지하는 감각'은 이번 경우엔 델리보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네요. 저도 그렇구요. 그런 식으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저마다의 판단이 모이고 모이면 그제서야 델리보이라는 프로듀서의 오리지널리티가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사람들의 취향과 취향이 모이고 모여 인기 순위 1위를 만드는 것처럼요. 물론 그러한 '대세'에 동의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물론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겠지만.

        뭐 암튼... Meth님은 한국의 일부 주류 음악이 지금껏 저질러 온 갖가지 꼼수와 이번 스윙스-델리보이 사태로 인해 그동안 쌓여 온 것이 마침내 폭발하신 것처럼 보이네요.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걸 가지고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Meth님의 뜻 있는 문제 제기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오리지널리티는 뮤지션과 대중이 함께 만들어 가는 거죠. 뮤지션은 신이 아닙니다. 우리가 듣고 우리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 바로 오리지널리티고 그 판단을 뮤지션과 공유하는 것이 바로 피드백입니다.

        아마 수많은 뮤지션들이 저보다도 더 깊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겠지요. 오리지널리티란 결국 창작자에겐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Meth님의 검정치마에 대한 언급이 또 문제가 되는 듯한데요.

        제가 보기에, 이번 2집은 지난 앨범에 비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니 논외로 한다면

        지난 1집 같은 경우는 영락없는 Strokes나 Franz Ferdinand였지요.

        평론가들처럼 말하자면 '멜로딕한 개러지 로큰롤'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스타일을 추구했던 영미권 밴드들은 1000팀까지는 아니더라도 2000년대에 굉장히 많았어요.

        또 모르죠 알려지지 않은 로컬 밴드들까지 합치면 1000팀쯤 될는지도...
      1. yseman (2011-07-30 20:41:24, 111.118.19.***)
      2. 표현은 과격하지만 글 내용이 틀렸다고 반박할 수 있는 사람 있나?
      1. 덕구 (2011-07-30 20:39:58, 175.202.145.**)
      2. 지나친 일반화가 흠이긴 하지만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여.. 아티스트라면 적어도 자기만의 목소리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 Cream (2011-07-30 20:26:36, 121.170.141.***)
      2. 이런 얘기가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막연한 이상주의가 될수 있죠
        한국음악(이든 뭐든) 문제는 즐기고 영향을 주고 받는 씬의 개념이 실종된,
        일종의 저작물의 대량유포 형태를 띄고 있다는게 큰 문제죠

        사람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참여해서 즐기고 주고받기 보다는
        바쁜 시간속에서 이어폰을 끼고 목록에 있는 음악들을 감상하는 것 뿐이죠

        이런 행동패턴 속에서 음악은 외국음악이든 한국음악이든 본질적으로
        차별성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모두 저작물들일 뿐이죠.

        한국사회는 전세계 최고수준의 노동시간 학업시간을 자랑합니다.
        심지어 "노는것" 은 죄악입니다. 노는 것은 경제사범이나 부정부패
        만큼 큰 잘못으로 생각합니다.

        오리지널리티는 작업실에서 골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씬에서 클럽에서 로컬라디오에서 뒷골목 연주장에서 나오는 거죠.
        지금도 영국에선 힙합이 독특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블루스가 영국에서 록으로 발전했듯이 말이죠...

        씬이 실종되고 문화가 실종되고 비보이가 팬덤으로 전락한
        한국에서는 결국 아이돌도 빌보드챠트뮤직도 인디도
        다 똑같은 기준으로 소비됩니다. 이래서 인디힙합 뮤지션들이
        아이돌과 친분을 과시하는 기괴한 마이너문화가 탄생한 것이죠.

        비판에는 공감합니다만.. 무엇이 문제인지 좀더 천천히 직시해
        봐야 할 때입니다.
      1. tricky (2011-07-30 19:59:08, 125.132.154.***)
      2. 한가지 덧붙이자면 메쓰님 이런분인지 처음알았습니다. ㅎ 나름 리드머에서 오래전부터 눈팅하면서 뵜던 분인데 ㅎㅎ
      1. howhigh (2011-07-30 19:53:35, 124.54.125.**)
      2. 검정치마 음악에 요즘 끌리는데

        그 미국에서 같은 음악하는 1000팀의 밴드 좀 알고싶네요

        검정치마 비슷한 음악이면 좋을꺼니까?! 아니 본토니까 더 좋겠죠?!

        음악에 아주 조예가 깊은 분이니 1000팀이나 알고 계시겠죠?!

        설마 대충 "비유 가지고 왜 딴지거냐?!" 라고 이빨 털지 마시구요
      1. ㅇㅇ (2011-07-30 19:34:32, 124.51.228.*)
      2. 리드머엔 영구탈퇴 아이피차단 이런거 없음? 좀 안봤으면 좋겠네
        지가 뭔대 전부 ㅄ이라면서 까댐?
      1. 블랙드머 (2011-07-30 19:14:20, 218.156.21.*)
      2. ㅇㅇ님은 몇살?
      1. 손명환 (2011-07-30 19:11:13, 115.93.33.***)
      2. Math님은 그...루드페이퍼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1. 김익명 (2011-07-30 18:53:58, 121.134.108.**)
      2. 어떤게 딴소리에요? 지금 글쓴분은 한국음악도 같이 까셨는데요. 롹하는사람들도 본토사운드 내야지 잘하는거라고 생각한대요. 그래서 진짜냐고 물어봤는데 그게 딴소리?

        아니면 검정치마2집 같은 사운드를 가진 밴드 물어본게 딴소리? 물어본게 죄에요? 아니 진짜 노래좋아서 다른밴드 추천받고싶어서 글쓴건데 이런댓글 쓰면 안되요? 님이 뭔데 내 발언권을 자제함? 나도 성인입니다만, 중고딩못까셔서 안달나신분 같은데 되게 어려보이신다 ㅎㅎ 귀엽네요 뿌잉뿌잉'ㅅ'
      1. tricky (2011-07-30 18:51:59, 125.132.154.***)
      2. 공감가는 부분이 많긴하지만 한국음악 전체로 말하는건 오류네요. 분명 시모같은 비트의 숨은고수도 존재하고 있는데요? ㅎㅎ
      1. 김익명 (2011-07-30 18:14:28, 121.134.108.**)
      2. 검정치마 2집 예를 드시고 서구동네에서 비슷한음악하는 애들이 적어도 1000팀정도 될거라고 하셨는데, 유튜브 링크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검정치마2집 잘듣고있는데 링크타고 쭉 들어가봐야되겠네요.
      1. 김익명 (2011-07-30 18:11:17, 121.134.108.**)
      2. 롹음악하는 모든 사람들도 본토사운드를 내야 잘한다고 생각한다구요? 정말입니까? 확신할수 있어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검정치마2집을 언급을 하셨는데 그걸로는 정말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약하신거 아시죠?

        김태원씨는 표절을 안하려고 음악을 안들은지가 10년이 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어떻게설명하실겁니까?
      1. JAMES (2011-07-30 17:17:09, 221.139.179.**)
      2. 뭐가 정답인지... 항상 생각하는데...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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