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C.] 토끼 - 코 흘릴 때
- 토끼 | 2012-08-06 | 5,889 Reads | 0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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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코 흘릴 때 막 뛰어놀 때
몸집은 작았어도 하는 생각 컸지
반 얘들 반 이상이 대통령 wannabe
나머지 반도 당찼지 상당히
널널한 주머니 그래도 feel good
나란 사람이기 전에 it was all you
당시엔 당연해 보였던 것들이
어른 세상에 입학한 후엔 전무
잠 많았던 난 밤새도록 잤어
공 좋아해서 날새도록 찼어
불량식품에 있는 동전 다 써
그러고도 웃었어 yeah that's wassup
기억나 오 학년 때 내 첫사랑
쬐끔 해서 그런지 커 보였던 가방
매일 집까지 대신 들어주는 상상
몇 마디 못했어 열두 살의 실상
그땐 아빠 손이 정말 커 보였는데
이젠 아버지 발이 내 거 딱 반만해
흰머리가 과도해서 염색하실 땐
전날 밤에 해치운 세 병이 확 깨
사람 다 백 살까지 사는 줄 알았어
아니라는 거 할아버지 땜에 알았어
지금 보면 그게 내 첫 번째 이별
그 후론 적지 않아서 정장 하나 했어
그땐 알 길이 없었지
변화들이 신속해질 거란 사실
머물고 싶어도 움직여서
오늘이 어느 순간 빛바랜 사진
가끔씩 있어 늦추고 싶을 때가
아니 멈추고 되감고 싶을 때가
공책 펼치고 펜 들고
오늘 밤만큼은 나 다시 열세 살2절)
어느새 다 커서 코에 수염 나고
다 큰 여자 보면 이상한 생각 나고
그게 이상한 게 아닌 걸 알기까지
얼마 안 걸렸어 해보면 회고
거기에 이어서 돈이 뭔질 알게 돼
그걸 빼놓으면 대화가 성립 안 돼
어느 시점부턴 I'm a boy에서 man
이제 벌면서 늙어가면 돼
얽히고설켜 넘어지는 걸 목격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드물게 보여
불변할 줄 알았던 내 주변이
흩어질 때 눈물 훔쳐 몰래
남들은 다 앞만 보라지만
버릴 수가 없어 뒤돌아보는 습관
그래서 내가 뒤처진 건지도 몰라
그래서 면한 지도 내 완전한 몰락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
허나 간직은 몇몇만 하는 거
난 욕심쟁이여서 절대 안 버려
못 버려 오늘도 옛날을 살어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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