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D.] 피치건과 윤준석 2nd Single - 그림일기
- 윤준석 | 2014-06-09 | 5,661 Reads | 1 Thumb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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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 194년 선린국민학교 입학.
흰색 우등생 체육복을 입고 집합.
‘우리들은 1학년, 어서어서 배우자.’
이 땐 정말 몰랐지, 입시철 새우잠.
미래의 베토벤이 연주하는 멜로디언.
장래 희망은 대통령 겸 코미디언.
TV브라운관에 고정된 눈빛.
조악한 16비트 차원의 세계. 닌텐도 팩에
입김을 불어. 레고 블록에 둘러싸인 듯한
화면이 대신 선물로 내게 상상력을
넣어 준 덕택에 난 만화보다 멋진
슈퍼마리오가 된 꿈을 꿨지.
문방구 앞 군것질, 아이들의 기다란 줄.
모터카, 얌체 공, BB총이 대단한 줄 알았던,
최신식의 586과 전자시계를 찬
손목으로 으시대는* 표준전과 시대.
최불암 시리즈,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다들 잊은 이 한 마디. 스케줄 꽉 찬
21세기 호모 비즈니스.
뉴 밀레니엄, 감정의 말소와 체념.
피터팬을 읽으면서 남몰래 읊은 선서.
어른처럼 살진 말자더니 같은 팔자. Uh.
내 눈 앞에 보이는 게 변하더니
나도 세상 따라 변했나 봐.Verse 2
그 무렵 놀이터 구부려진 무지개.
가쁜 숨을 이어 쫓다 보니 스물여덟.
어느덧 그림책 속으로 숨으려던
코흘리개는 이젠 욕 같은 28, 스물여덟.
안경 쓴 '월리를 찾아라', 결국 다 자라,
미적분의 원리를 찾은 게 대단한 자랑.
꼬맹이 때 픽업했던 수천 가지 직업.
조금씩 좁아지고 점점 비겁해진 이곳.
예체능, 문과, 이과, 10년 뒤엔 전문직과 사무직.
어쨌든 맞으니까 입을 싹 다물지.
‘공식을 외워, 먹고 살만할 걸 배워.’
블랙박스 연간 회원한테 주는 엠시스퀘어.
부모님과 선생님을 탓할 순 없었지.
아무렴, 섭섭지 않게 시키셨었지.
컴퓨터에 수영, 바둑, 웅변, 서예.
말해 봐, 대체 너의 꿈을 막은 이가 누군데?
괜히 두근대던 어린 시절 등굣길.
모험담 아닌 부담으로 떠난 면접길.
게으름 핀 게 후회되지만 핑계 댈 순
없지. 스스로 회사원이길 택했을 뿐.
세상의 변화? 지극히 사소한 부분.
등번호 바뀐 Ronaldo, 웬디스, 맥도날드.
전부 잃어버린 티티파스 한 다스.
4B연필 한 자루로 그린 칙칙한 하루. 그림일기.Outro
기억 나? 한 2014년 정도쯤엔
자동차는 하늘을 날고,
우린 달나라로 여행 가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공중전화가 스마트폰 된 거 빼면
딱히 더 달라진 게 있나?
정말로 변한 건 말이야,
바로 나. 또 어쩌면 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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