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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 Hus - Common Sense
    rhythmer | 2017-06-28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 Hus
    Album: Common Sense
    Released: 2017-05-12
    Rating:
    Reviewer: 지준규









    2000
    년대 초반, UK 개러지(UK Garage) 씬의 성장과 맞물려 등장한 그라임(Grime)은 그 특유의 댄서블한 리듬과 공격적인 사운드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힙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발상지인 런던을 비롯하여 전세계 음악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오래가진 못했다. 와일리(Wiley)나 디지 래스컬(Dizzee Rascal) 같은 거물급 스타들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 꾸준히 발매되었지만, 미국 힙합의 막강한 위세에 밀린 그라임은 점차 파괴력을 잃어갔으며,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메인스트림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최근 그라임 씬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화, 획일화로 점철된 기존 힙합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라임의 잠재력이 다시금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힙합, 댄스홀, 드럼 앤 베이스 등등, 많은 음악 소스가 한데 뭉쳐져서 탄생한 그라임은 태생부터 타 장르와의 교류가 자유로웠으며, 이는 스타일과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금의 음악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또한, 속도감 있고 차가운 비트와 날카로운 플로우에 치중했던 예전 세대들과 달리 젊은 그라임 래퍼들은 부드러운 알앤비 보컬과 유려한 멜로디까지 적극 수용함으로써 보다 대중친화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드레이크(Drake)와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데이브(Dave)‘BBC Sound of 2015’에 선정되었던 스톰지(Stormzy) 등이 이러한 흐름에 일조하고 있는 대표적인 20대 영국 래퍼들이며, 얼마 전 많은 기대 속에 데뷔앨범 [Common Sense]를 발매한 제이 허스(J Hus)도 그 중 한 명이다.

     

    [Common Sense]엔 한 가지 색채만 고집하지 않는 허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펑키함이 한층 강조된 아프로비트(Afro-beat)와 통통 튀는 댄스홀 음악은 물론, 소울풀한 알앤비와 날 선 그라임 프로덕션까지, 다양한 요소가 한데 모여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제이 허스의 변화무쌍한 플로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앨범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제이 허스의 음악적 지향점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곡 “Common Sense”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생동감 넘치는 비트 위에 신스와 피아노, 현악 사운드가 변칙적으로 얹히며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제이 허스의 플로우는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며 곡을 경쾌하게 이끌어간다. 특히, 말미를 장식하는 색소폰 연주는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려 귀를 완벽히 사로잡는다.

     

    그 후 중반부를 지나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트랙 “Spirit”이 나온다. 역동적인 베이스 라인과 신스 등 여러 소스가 정교하게 배합된 리듬은 화려한 기교나 장식 없이도 탄력이 넘치고, 분위기에 맞춰 목소리 톤을 세밀히 조절해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허스의 은은한 보컬 또한 제대로 빛을 발한다. 또한, 본인을 압박하고 힘들게 하는 시련에 굴하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이 담긴 노랫말이 깊은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외에도 기존 그라임의 틀을 충실히 따르면서 예의 저돌적인 에너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 “Clartin”,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 조나단 멘사(Jonathan Mensah a.k.a Jae5)가 빚어낸 감각적인 아프로비트와 제이 허스의 서정적이고 매혹적인 음색이 만나 그윽한 여운을 남기는 “Did You See”, 피처링으로 참여한 버나 보이(Burna Boy)의 간드러진 보이스가 따스함을 더하는 “Good Time” 등의 노래들 역시 귀를 잡아끈다.

     

    다만, 본래 그라임 음악들에서 자주 보이던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옅어지고 이를 지극히 개인적이고 가벼운 주제들이 대신했다는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앨범에 담긴 곡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참신함을 갖췄다는 점과 그러한 신선함이 전적으로 프로듀싱과 제이 허스의 자유분방한 보컬 운용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본작은 충분히 가치 있다. 이렇듯 제이 허스는 패기 있는 데뷔작을 통해 본인의 음악적 방향성을 명확히 규정지었고, 현 그라임 씬의 저력을 체감케 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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