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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Mick Jenkins - Pieces of a Man
    rhythmer | 2018-11-06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Mick Jenkins
    Album: Pieces of a Man
    Released: 2018-10-26
    Rating: 
    Reviewer: 이진석









    원래 믹 젠킨스(Mick Jenkins)는 인간의 내면과 사유를 풍부한 은유로 풀어내는 아티스트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포모어 앨범 [Pieces of a Man]은 이전에 그가 발표했던 몇 장의 작품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물을 매개로 심도 있는 철학적 사유를 풀어낸 믹스테입과 EP에 이어 첫 정규작 [The Healing Component]에서 사랑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 젠킨스는 이번엔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사회, 문화, 인종적인 문제와 이로 인해 자신이 겪는 고뇌를 이야기하고, 다양한 이슈에 관해 넌지시 의견을 던진다. 동시에 질 스콧 헤론(Gil Scott Heron)의 첫 스튜디오 앨범 [Pieces of a Man]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고, 그의 이름을 딴 두 스킷을 포함해 앨범 전반에서 언급하며, 헤론에게 받은 영향을 드러낸다.

     

    몽환적이고 침잠된 무드와 특유의 바리톤으로 유려하게 쏟아내는 래핑은 여전하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완급을 통해 정규 단위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게 된 듯하다는 점이다. 전작의 경우, 명징한 컨셉트로 인한 한정된 주제와 일관된 무드 위로 빼곡하게 이어지는 래핑 때문에 길어진 플레이타임을 주체하지 못해 일부 늘어지는 구간이 발생했다. 그러나 [Pieces of a Man]에서는 이야기의 폭을 확장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스킷과 변주를 통해 숨 돌릴 틈을 만든다.

     

    또한, 객원을 과하지 않게 기용하여 방점을 찍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특히, 유일한 랩 피처링으로 참여한 고스트페이스킬라(Ghostface Killah) “Padded Lock”에서 고작 하나의 벌스에 등장했음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Consensual Seduction”에 참여한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 역시 주제의 핵심을 짚는 보컬 벌스로 믹 젠킨스의 논조에 힘을 실어주었다.

     

    인종과 종교 등, 그가 주목한 이슈는 블랙뮤직 씬에서 그다지 드문 주제가 아니지만, 특유의 표현력을 통해 이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는 시적인 은유와 팝 컬쳐 레퍼런스를 폭넓게 끌어와 앨범 전체에 흩뿌려 놓았다. 일례로, “Gwendolynn’s Apprehension”의 후렴구는 흑인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인 그웬돌린 브룩스(Gwendolynn Brooks)에 대한 오마주이다. “Plain Clothes”에선 성공한 랩퍼와 브랜드 의류 사이의 역설을 재치 있게 풍자하며, “Consensual Seduction”에선 과감하게 미투(#Metoo) 운동에 관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프로듀서들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특히 눈에 띄게 활약한 건 뎀피플(THEMpeople)과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프로덕션의 기조는 젠킨스의 이전 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몽롱한 소스 운용과 반대로 힘이 들어간 리듬파트가 뼈대를 이룬 가운데, 중간마다 방점이 찍힌 곡들이 등장한다.

     

    특히, “Padded Locks”에서 “Ghost”로 이어지는 구간은 가히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한편, 디트로이트 힙합의 적자 블랙밀크(Black Milk) 역시 앨범 초반부에 등장하여 젠킨스의 퍼포먼스와 인상적인 시너지를 선보인다.

     

    믹 젠킨스의 유려한 래핑과 데뷔 적부터 지켜온 사운드적인 색채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론 자칫 심심해질 수 있을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역시 젠킨스의 가사다. 굳이 어렵고 복잡한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도 빼곡한 시적 표현과 워드플레이로 주제를 꿰뚫는 가사를 선보인다. 그의 통찰과 발상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지점이다.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재능을 드러냈던 신예가 곧 시카고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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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ReVal (2018-11-07 00:36:31, 61.74.115.**)
      2. Gil Scott Heron은 길 스캇 헤론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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