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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서사무엘 - The Misfit
    rhythmer | 2019-12-01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서사무엘
    Album: The Misfit
    Released: 2019-10-31
    Rating: 
    Reviewer: 황두하









    한국 블랙뮤직 씬에서 서사무엘만큼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아티스트는 드물다.
    랩에서 보컬로 무게 중심을 옮긴 그는 알앤비/소울을 기반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 첫 정규앨범 [Frameworks]부터 탄탄한 완성도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며믿고 듣는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특히, 노래와 랩을 병행하는 스타일이 유행하는 가운데서도 특정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개성 강한 퍼포먼스와 장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직접 프로듀싱한 사운드를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The Misfit]은 전작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정규앨범으로는 3년 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프로덕션의 변화다. 그는 전작 [UNITY]에서 아날로그 악기의 사용과 재즈 사운드의 차용, 그리고 허를 찌르는 즉흥성으로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음악을 선보였다. 본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디지털 가공된 악기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리얼 밴드 사운드로 채운 프로덕션은 시종일관 넘실거리는 리듬이 이어지며,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게다가 키보드는 물론, 기타, 베이스 등 악기 대부분을 혼자서 연주했는데, 그의 음악적 역량이 더욱 성장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청량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빠르게 내달리는 리듬 파트가 어우러진 “Notting Hill”, 후렴구에서 혼(Horn) 연주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Ice Cube”, 다양한 악기가 맞물려 흥을 돋우는 댄스홀 리듬의 트랙 “Good Morning” 등은 매우 주목할만한 완성도의 트랙이다. 더불어 악기를 활용한 역동적인 구성과 변주로 마지막 트랙까지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퍼포먼스 또한 더 발전했다. 이번엔 간드러진 팔세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는 한편, 장기인 랩과 노래를 오가는 창법에서도 더욱 여유가 느껴진다. 많은 양의 단어를 쏟아내다가도 어느새 멜로디에 여백을 두어 리듬을 밀고 당기는 솜씨는 일정 경지에 올랐다. 그만의 보컬 스타일이 완성형에 가까워진 것이다. 다양한 소리를 내는 보컬 덕분에 피처링 게스트 없이 15트랙을 혼자서 끌고 감에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네오소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점이다. “Misfit’s Anthem” “Playaplayaplaya”는 대표적이다. 다만, 두 곡 전부 디엔젤로(D’Angelo)가 직접적으로 떠오른다는 점은 아쉽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서사무엘이 워낙 개성 강한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느껴질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다.

     

    ‘부적응자’를 주제로 한 가사도 흥미롭다. 그는 세상의 천편일률적인 잣대에 맞서는 모두를 축복하며 여행과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 나간다. 이를 독특한 표현과 섬세한 묘사로 눈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그렸다. 유행에 쉬이 휩쓸리는 씬에서 오롯이 본인만의 길을 걸어온 그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다만, 종종 튀어나오는 관성적인 영어 가사는 평이한 표현 탓에 감흥을 깎는 요소가 됐다.

     

    서사무엘은 [The Misfit]을 통해 본인만의 영역을 보다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재료를 썼음에도 오히려 그만의 색깔이 더욱 짙어졌다. 그만큼 추구하는 바가 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정규앨범부터 지금까지 그야말로 거를 타선이 없는 그의 커리어는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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