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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kyzoo - All the Brilliant Things
    rhythmer | 2021-07-23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kyzoo
    Album: All the Brilliant Things
    Released: 2021-06-11
    Rating:
    Reviewer: 장준영









    여태까지 스카이주(Skyzoo)
    가 보여준 행보는 놀랍다. 최초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함께 결과물을 발표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앨범을 내놓았으며, 매번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유지한다. 2019년엔 베테랑 피트 락(Pete Rock)과 고향 뉴욕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낸 [Retropolitan](2019)을 발매했다. 풍성한 프로덕션 위에서 추억, 영감의 원천, 여러 아티스트를 향한 존경, 뉴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생생한 표현과 근사한 라임을 통해 담았다.

     

    작년에 발매한 [Milestones]에서는 아버지, 본인, 아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여 힙합과 흑인 사회에서 갖는 이미지와 상반된 아버지상을 탁월한 퍼포먼스로 제시했다. 이탈리아 누 재즈(Nu Jazz) 밴드인 덤보 스테이션(Dumbo Station)과 합작 앨범 [The Bluest Note](2020)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점도 놓칠 수 없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타이틀은눈부신 모든 것들(All the Brilliant Things)’이다. 최근 몇몇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도시에서 살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부조리나 다양한 상황을 중점으로 다룬 앨범이다. 대표적인 예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도시가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자리를 지키던 것들은 하나둘씩 교외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 역시 교외화를 몸소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나열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한다. “Bed-Stuy Is Burning”이 그렇다.

     

    물론눈부신 것들이 표면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스카이주는 앨범 내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펼치지만, 그 기저에는 당연하게도 뉴욕에 대한 애정이 깔렸다. 현실과 고향에 대한 관심, 그리고 걱정을 듬뿍 담아온 전작들과 유사한 지점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트랙을 가득 채운 라임은 유독 명징하게 배치되어 귀를 잡아끈다.

     

    첫 곡 "Free Jewelry"에서부터 그의 탁월한 표현력과 랩스킬을 느낄 수 있다. 주제를 총망라하는 곡으로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은유와 직설이 뒤섞이며 생동감을 전달한다. 묵직하게 내뱉는 랩이 타격감 넘치는 붐뱁 비트와 어우러지면서 듣는 재미도 상당하다.

     

    I Was Supposed to Be a Trap Rapper”도 빼놓을 수 없다. 일종의 가정과도 같은 이 곡은 현재 스카이주가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비롯했다. 그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며, 만약 애틀랜타에서 일찍 살기 시작했다면 트랩에 랩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트랩 비트 위에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후반부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랩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프로덕션이 곱절로 극대화한다. 90년대 붐뱁에 기반한 빈티지하면서도 소울풀한 비트가 일관되게 이어지며, 다채롭게 활용된 사운드 소스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곡을 끌어온 샘플링 작법을 특히 주목할만하다.

    “Bed-Stuy Is Burning”
    에선 프로듀서 라시드 하디(Rashid Hadee)가 주도하여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다 부쉬 베이비스(Da Bush Babees), 소울 서처스(The Soul Searchers)의 곡을 절묘하게 하나로 엮는다. “A Tour of the Neighborhood”는 일 알 스크래치(Ill Al Skratch) “Where My Homiez?”를 차용하여 재지한 비트에 포인트를 주었다. 밴드 크루앙빈(Khruangbin)의 곡을 샘플링하여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무드를 주조한 “Culture-Ish”도 흥미롭다.

     

    앨범 전체에 재즈 랩 프로덕션이 가미된 점 또한 두드러진다. 일례로 70년대 재즈-펑크(Funk) 밴드인 코텍스(Cortex)의 트랙을 샘플링하거나, 더블 베이스와 브라스 소스를 강조하는가 하면, 힙노틱 브라스 앙상블(Hypnotic Brass Ensemble)과 같이 재즈 아티스트를 직접 참여시키기도 했다.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기존 결과물과 상이한 분위기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스카이주를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는 '과소평가'. 뛰어난 실력과 양질의 앨범에도 그에 걸맞은 지지와 명성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 역사 속에는 재능과 수작을 보유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아티스트가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All the Brilliant Things]를 듣다 보면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아쉽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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