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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단 한 명만 가질 수 있었던 Wu-Tang 앨범, 이젠 듣게 될까?
    rhythmer | 2021-10-2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강일권


    지금으로부터 7
    년 전, 전례 없는 판매 방식을 내세운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앨범이 나왔다. 제목은 [Once Upon A Time In Shaolin]. 딱 한 장만 제작되어 최고의 VIP 단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앨범이었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우탱 패밀리 중 한 명인 실바링즈(Cilvaringz)가 메인 프로듀싱을 맡았고,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비트와 우탱 멤버들의 랩이 얹힌 31개의 트랙이 수록되었다.

     

    또한, 음반은 세계의 황족, 비즈니스 리더들과 작업해온 아티스트 야햐(Yahya)가 만든 은-니켈 상자 안에 담겼다. 무엇보다 화제가 된 건 가격이다. 그룹의 수장 르자(RZA)는 경매로 판매할 앨범의 최소 판매가를 수백만 달러(한화 수십 억)로 책정했다.  

     

    홍보 투어 역시 축제, 갤러리, 박물관 등, 이색적인 공간에서 기획됐다. 일례로 뉴욕 퀸즈(Queens)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앨범 일부가 공개되었다. 당시 감상회에 참석한 매체 중 컴플렉스(Complex) "강력한 사운드와 함께 풍부하고 다층적이며 음향적으로 폭발적"이라고 평했으며,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평론가 크리스토퍼 웨인가튼(Christopher Weingarten)"1997년 이후로 우탱 클랜의 가장 인기 있는 앨범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라고 평했다.
     


     


    정규 2
    [Wu-Tang Forever] 이후의 앨범들이 계속 실망감을 안긴 상황에서 이상의 평가는 [Once Upon A Time In Shaolin]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결국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들을 수 없는 현실, 호기심과 기대감은 곧 불만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그룹의 수장 르자(RZA)는 앨범 발매 후 88년이 될 때까지 이 음반을 대중에게 공유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비단 리스너들만 이 같은 상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게 아니다. 우탱의 멤버, 메쏘드 맨(Method Man) 역시 르자와 실바링즈의 조치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르자는 왜 이러한 판매방식을 택했을까?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음악이 순수 예술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 미술은 그 독점성 덕에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지만, 음악은 스트리밍과 불법 복제 및 공유 탓에 예술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음악을 보는 시각에 변화를 촉구하고자 했다. 그 해법이 미술계의 방식을 대입하는 것이었다.

     

    메쏘드 맨을 비롯한 일부 멤버의 비판이 있었지만, 앨범은 경매에 오르자마자 폭발적인 관심 속에 판매됐다. 2015, 여러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해온 경매 플랫폼 패들에잇(Paddle8)을 통해 200만 달러(한화 23 5,000만 원)를 지불한 이에게 낙찰됐다. 당시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던 구매자는 제약회사(Turing Pharmaceuticals) CEO 마틴 쉬크렐리(Martin Shkreli)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마틴 쉬크렐리는 대규모 주식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었다.



    *마틴 쉬크렐리(Martin Shkreli)
     


    이상의 사실을 알게 된 르자와 실바링즈는 앨범 판매 수익금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했지만,
    르자가 최초 의도한 바를 빛 바래게 하는 결과였다. 심지어 쉬클레리는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을 무기 삼아 지속적인 어그로를 시전했다. 2016년 바이스(Vice)와의 인터뷰에서 "음반을 부숴 버리거나 사람들이 경청하기 위해 영적인 탐구를 하도록 외딴 곳에 음악을 설치해놓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앨범을 무료로 발매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된 11월에 그는 SNS에서 앨범의 일부를 스트리밍하며 힙합 팬들의 애를 태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이베이(eBay)를 통해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의 판매를 시도했다.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자금 마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낙찰가는 100만 달러를 넘어갔다. 그러나 최종 판매되기 전에 쉬크렐리가 수감되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이에 르자가 직접 구매하려고 했지만, 최초 걸린 계약상 불가능했다.

     

    2018년 결국 쉬크렐리는 정식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연방법원은 736만 달러(한화 86 4,800만 원) 상당의 자산을 압수했다. 그중엔 [Once Upon A Time In Shaolin]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은 미국 법무부에 의해 재판매되었다. 쉬크렐리에 대한 몰수판결과 관련한 조치였다.

     

    당시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판매가는 쉬크렐리가 구매한 가격의 두 배인 400만 달러(한화 47억 원)였다. 다만 이번에도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앨범 판매 가격과 관련하여 기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은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그런데 최근 앨범을 소유한 이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번에도 뉴욕 타임즈가 밝힌 바에 따르면, NFT 수집가와 디지털 아티스트의 공동체인 플레저다오(PleasrDAO). 그들은 올해 9 10[Once Upon A Time In Shaolin]의 새 소유주가 되었으며, 앨범을 뉴욕의 한 보관소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앨범은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가 통용되기에 앞서 발매되었지만, 앨범의 소유권 증서로 만들어진 블록체인이 있다. , 플레저다오 측의 설명처럼 "앨범 자체가 일종의 오리지널 NFT".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건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의 새 소유주인 플레저다오가 계획하는 바다. 마틴 쉬크렐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더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르자와 실바링즈의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 앨범 발매 후 88년이 될 때까지 대중에게 공유하는 것을 금지'한 조건을 풀어주는 것 말이다.

     

    과연 우린 수십억 대의 가격이 매겨진 채 베일에 휩싸였던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을 들을 수 있게 될까? 순수 예술로서의 가치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르자의 의도는 이미 좋지 않은 사건에 의한 경매 수순을 거치며 퇴색되었다. 부디 르자가 많은 이가 행복해 할 결정을 내리길 바라본다. 과거 크리스토퍼 웨인가튼의 평처럼 '1997년 이후로 우탱 클랜의 가장 인기 있는 앨범이 될 가능성 있는' 우탱표 힙합을 듣고 싶어서 가슴이 울렁거리는 이가 지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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