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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22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
    rhythmer | 2022-12-31 | 3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2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21 12 1일부터 2022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랍온어비트 - lobonatune2¡

    Released: 2022-01-29

     

    랍온어비트(lobonabeat!)는 몇 장의 싱글과 EP를 통해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대마초와 술에 취해 살며 일반적 생활 양식과는 거리를 두지만, 거창한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농담과 조롱을 달고 사는 가벼운 태도를 유지한다. 이는 새로운 EP [lobonatune2¡]에서도 이어진다. 7트랙, 15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것은 랍온어비트의 랩이다.

     

    약간의 냉소와 장난기가 뒤섞인 톤으로 라임을 짧게 끊어가며 리듬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트랙들이 대부분 1~2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후렴-벌스-후렴의 단출한 구성을 취하고 있어 집중력이 흐려지지 않는다. [lobonatune2¡]는 그만큼 랍온어비트가 어떤 래퍼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유의 세련된 랩 퍼포먼스로 대마초, , , 섹스로 점철된 방탕한 삶을 전시한다.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은 “river gang”이다. 근래 사회 현상이 되어버린 비트코인 열풍에 올라탄 본인의 일상을 약간의 자조를 섞어 유쾌하게 묘사한다. 트렌드를 좇는 이는 많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래퍼는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랍온어비트는 자신만의 멋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래퍼 중 하나다.


     

    9. 전산시스템오류 - Hue

    Released: 2022-11-14

     

    전산시스템오류는 보컬이자 프로듀서인 이안 초이(ian choi)와 두 래퍼 오치드(ochid), 신진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몇몇 솔로 활동과 2020년 발매한 [비정규앨범]을 통해 범상치 않은 역량을 보여준 이들이 2년이 지나 다시 한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왔다. 다섯 곡에 지나지 않는 짧은 EP가 주는 인상은 꽤 강렬하다.

     

    힙합을 기조로 잡으면서도 첫 트랙 “Polyethylene”에서 일렉트로닉을 차용하는 한편 “DEMISODA”에선 밴드풍의 사운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여러 스타일을 꾹꾹 눌러 담았다. 자책과 혼란을 담은 채 현실과 추상을 오가는 불친절한 가사로 인해 무질서한 기운은 더욱 증폭된다.

     

    프로덕션과 보컬로 이안 초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안,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는 오치드의 랩과 감정을 한껏 실어 뱉는 신진의 퍼포먼스가 교차하며 묘한 대비를 만든다. [hue]는 전산시스템오류가 가진 팀의 색채와 저력이 잘 드러난 결과물이다.


     

    8. 배현이 - 자유주제

    Released: 2022-10-25

     

    배현이의 첫 정규작 [위위](2021)는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그해 가장 과소평가된 앨범이었다. 1년 만에 돌아온 [자유주제]에선 한층 강렬한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자유주제'라는 컨셉 아래 개별 트랙의 스타일을 매 순간 다르게 포장했다. 힙합을 토대로 팝, 알앤비, 일렉트로닉, 펑크(Funk) 등등, 여러 장르를 진득하게 섞은 프로덕션이 한몫한다.

     

    장르 퓨전의 과잉은 자칫 난잡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일관된 돌출이 통일감을 느끼게 한다. 솟구치는 사운드 덕에 여느 앨범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활력도 상당하다. 보사노바와 드럼 앤 베이스를 절묘히 병치한 "제주유자"는 이 같은 앨범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트랙이다. [자유주제]의 프로덕션은 강렬하며 개성있다.  퍼포먼스와 내용이 주는 매력도 못지않다. 자신의 음색과 톤을 충분히 활용하며 중독적인 후렴구를 빚어내다가도, 이야기의 맛을 끌어올리는 랩을 사방에 배치해 무척 진진하다.

     

    한영혼용에 기대지 않고 치열하게 완성한 가사엔 다채롭고 기발한 주제가 가득하다. 혼자와 둘 사이에서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이 뒤바뀌는 감정을 솔직히 담은 "", 동물원에 갇힌 동물에 이입하여 써 내려간 "Zoo", 축원의 마음을 마치 무가처럼 풀어낸 ""가 대표적이다. 20분 남짓한 시간에 배현이라는 프로듀서이자 래퍼로서의 역량이 극도로 발휘되었다. 그는 확실히 더욱 크게 주목받아야 한다.


     

    7. 차붐 & 리비도 - Hot Stuff 3

    Released: 2022-09-01

     

    'Hot Stuff' 시리즈가 올해도 돌아왔다. [Hot Stuff 3]에서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기존과 유사하다. 트랙마다 다른 오브제를 두고 두 사람이 랩을 주고받는다. 전작까진 오브제의 범위가 주로 휴대폰("Z Flip Fold")과 침대("에이스 시몬스")처럼 일상적이고 구매 가능한 수준이었다. 후속작에선 "누리호" "오뚜기"처럼 단순히 소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기업과 정부와 관련된 훨씬 큰 단위의 브랜드로 확장하여 판을 키웠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리비도의 랩이다. 시리즈의 첫 시작까지만 하더라도 차붐의 능글맞은 퍼포먼스에 리비도가 열심히 따라가는 모양새였지만, 이번 신보에 이르러선 밸런스가 맞춰진 느낌이다. 물론 차붐의 랩과 마진초이의 탁월한 프로덕션이 뒤를 받친다.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규칙과 특징은 더욱 견고해졌고, 엔터테인먼트는 보다 늘었다. [Hot Stuff 3]에 바라는 기대가 모두 충족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은 다음 결과물로 넘어간다. 마지막이 될 'Hot Stuff'를 어떻게 완성할지 궁금해진다.


     

    6. JJK - 비공식적 기록 III

    Released: 2022-08-19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이 된 제이제이케이(JJK)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새삼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베테랑 래퍼들을 디스하며 등장한 당찬 신예는 한국힙합의 플레이어, 길거리 프리스타일을 대표하는 래퍼, 가정을 이룬 가장을 거쳐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치열하게 노래한 덕에,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20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충실한 기록으로 남았다. [비공식적 기록 III]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둘러싼 변화를 차분히 마주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하나씩 늘어놓는다.

     

    자기 증명이자 꿈, 때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도 했던 랩은 이제 가족과 생계를 지탱하는 수단이 되었다. 첫 트랙비공식적 기록 III”에서 긴 시간을 거쳐온 소회를 풀어낸 뒤, 제이제이케이는 후배 래퍼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던지기도 하고 때론 길거리 랩 배틀, 랩 레슨 등 여러 분야를 선구한 것에 자부심을 표한다. 그 모든 가운데엔 여전히 날렵하고 견고한 랩이 자리한다.

     

    주목할 만한 신예 프로듀서들을 초빙해 만든 프로덕션 역시 특기할 만하다. 마지막 트랙에 이르러선 데뷔작에서 했던 것처럼, 내레이션을 통해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를 정한다. 커리어의 시작을 함께했던 첫 앨범의 구성을 가져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근사한 마무리다. 무려 15년에 걸쳐 이어진 제이제이케이의 [비공식적 기록]은 한국힙합의 넘버링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취 중 하나다.


     

    5. 공공구 - ㅠㅠ

    Released: 2022-03-31

     

    공공구는 [ㅠㅠ]에서 가난한 20대 무명 뮤지션이라는 위치와 대한민국의 지질한 청년의 면모를 차례로 꺼내 놓는다. 첫 트랙괴물에서 연인과 이별한 후,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난 그의 앞에 다양한 어려움이 들이닥친다. 기계적인 내레이션과 온갖 소스가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와중에 공공구는 '너와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 집에선 쫓겨나듯 독립했어 / 통장 잔액은 동이 나고 / 앨범은 뒤로 미뤄'라는 라인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이후, 금전적인 문제(“돈 가져와”), 헤어진 연인을 향한 그리움(“산책”), 친구와의 다툼(“북극곰”) 등등, 그를 둘러싼 여러 문제 탓에 드는 불안감과 꼬인 속내가 이어진다. 하나의 곡 내에서도 여러 번의 변주가 무드를 바꾸고, 상충된 분위기의 트랙이 번갈아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트랙도 흐름상 공공구의 혼란을 가증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인과 헤어지고, 세상의 여러 문제를 마주한 지질한 20대 청년의 서사가 힘을 얻은 건 온전히 공공구의 퍼포먼스와 연출력, 그리고 프로덕션의 힘 덕분이다. 그렇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주제를 치밀한 설계와 음악적 완성도를 통해 색다른 감흥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능을 지닌 신예는 흔치 않다. 그야말로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 데뷔작이다.


     

    4. 씨잼 -

    Released: 2022-03-03

     

    [] 이후 약 3년 만에 발표한 씨잼(C Jamm) EP []은 전작과 비슷한 듯 다르다. 특유의 개성 강한 싱잉 랩 퍼포먼스는 전보다 더 인상적이다. 특히의 후반부(‘걍 이렇게 돼브렀다리’)처럼 독특한 어미를 사용하거나ㅅㅅㄲㄲ의 후렴구처럼 말을 축약해서 플로우를 이어가는 솜씨가 무르익었다. 의식적으로 이러한 요소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평소 말투를 그대로 가사와 플로우에 옮긴 듯하다. 되는 대로 내뱉는 것 같지만, 랩의 기술적 쾌감이 자연스레 흡수되어 진한 감흥을 준다.

     

    이번에도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제이 키드먼(Jay Kidman)의 실력은 경지에 올랐다. 이모 랩의 영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사이키델릭,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닉, 트랩이 혼재됐다. 무엇보다 []에서 철저히 씨잼의 랩을 받쳐주는 조력자였다면, 이번엔 프로듀서로서의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처치ㅅㅅㄲㄲ의 후반부는 대표적이다. []은 분명 씨잼의 작품이지만, 제이 키드먼과의 합작 앨범처럼 느껴진다.

     

    [] 이후에 많은 아티스트가 이모 랩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퍼포먼스와 가사 측면에서는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발전했고, 프로덕션 면에서는 새로운 사운드로 영역이 확장됐다. 바탕은 조금 달라졌지만, 씨잼은 씨잼이다. 한국에서 게스트 없이 홀로 앨범을 이끌면서 이만큼 다채로운 감흥을 끌어내는 래퍼는 흔치 않다. 누구보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듯하지만, 억지로 이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타인의 인정 또한 거부한다. 이제는 다른 래퍼들이 쉽사리 닿을 수 없는 수준에 올랐다는 걸 단지 음악으로 보여줄 뿐이다.






    릴 모쉬핏 - AAA

     

    사색 - Not Bad

     

    언오피셜보이 & 재지문 - 철한자구

     

    이안 캐시 - Ice Box

     

    포티 몽키 - Wake Up


     

     

    3. 이현준 - 번역 중 손실

    Released: 2022-10-15

     

    [번역 중 손실]의 이현준은 전보다 깊은 내면의 세계로 눈을 돌렸다. 가상의 미래로 설정된 시점에서 세상과 부정교합을 겪는 처지를 남김없이 전시하고(“Hello Stranger”, “게슈탈트”, “농담”), 그 속에서 느끼는 우울감의 밑바닥까지 그러모아 토로한다.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번역이다.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 사람 사이의 소통 과정을번역에 비유하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의미에 집착하다가 의미를 잃어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집요하게 묘사한다.

     

    곤드(GOND)와 시아이(Syai)가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일렉트로닉과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기반을 두었다. 감정선에 따라 매섭게 휘몰아치다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시사이저만으로 여백을 두어 의미를 곱씹을만한 공간을 만든다. 또한 이현준의 퍼포먼스에 맞춰 수시로 변주가 이루어지며 일체감 있게 흘러간다. 그래서 사운드의 잦은 변화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후렴구에서 피아노로 단출하게 진행되다가 점점 악기가 추가되며 벌스에 이르러 다양한 소스가 어지럽게 충돌하며 감정이 폭발하는농담은 대표적이다.

     

    한국 힙합에서 작가주의적 시도가 엿보이는 앨범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모두가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 중 손실]은 성공적이다. 정교하게 짜 맞춘 구성적 장치와 하나의 내러티브를 끝까지 파고든 집요함의 승리다. 기본기와 연기력을 갖춘 퍼포먼스와 여기에 딱 맞게 더해진 개성 강한 프로덕션으로 이현준의 이야기를 훌륭한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작가주의적 야심과 음악적 완성도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보기 드문 앨범이다.


     

    2. 팔로알토 - Dirt

    Released: 2022-10-29

     

    [Dirt]의 러닝타임은 총 25분이 채 되지 않지만, 다채로움이 가장 큰 강점이다. , 인간관계, 성공, 평판과 같은 주제로 묶인 그가 겪은 상황과 감정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재미있게도 팔로알토의 진가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래퍼의 일상을 직업인의 관점으로 그린 "생존"에서부터 가사가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극히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초반의 "생존", "돈 독", "변절" 구간에서 직설적으로 뱉는 랩은 그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이들이라면 속이 다 시원할 통쾌함을 안겨준다. 감정선에 좀 더 충실한치토스이후의 트랙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단어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이뤄낸다. 그가 한국 힙합의 가장 뛰어난 작사가 중 한 명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랩을 속도감 있게 소화하면서, 여유로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플로우는 완성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저돌적으로 돌진하지만, 안정감을 유지하는변절”, “PRICELESS”에서의 퍼포먼스는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프로덕션은 트렌디함을 과하게 좇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련미가 최우선으로 느껴지도록 마감됐으며,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곡에 이름을 올린 요시(Yosi)의 비트도 트랙별로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다. 또한, 앨범의 시작과 마지막 트랙이유를 여는 피아노 연주 배치 덕분에 구성적으로 마치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팔로알토의 머릿속 상념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래퍼의 특별한 이야기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메시지로 기억되는 것은 팔로알토 음악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정수를 초기작이 아닌 데뷔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나온 앨범을 통해 새삼스레 확인하는 경험은 짜릿함 이상이다.


     

    1. 넉살 & 까데호 - 당신께

    Released: 2022-06-16

     

    래퍼와 밴드의 앨범 단위 합작은 대부분 장르의 충돌에서 오는 쾌감을 의도하거나 래퍼의 색다른 외도에 방점이 찍힌다. 그래서 양쪽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흘러가는 [당신께]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감흥은 굉장히 소중하다. 이태훈, 김재호, 김다빈이 다루는 악기와 넉살의 목소리가 천천히 합을 맞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쌓아 올리는 첫 트랙 "펜을 들어"부터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펑크(Funk), 알앤비, 재즈 등 다양한 장르 요소를 끌어와 현장성과 즉흥성을 가미해 넘실대는 블랙뮤직 고유의 그루브를 주조하는 까데호의 역량은 놀라움 이상이다. 특히 멤버의 연주 파트별로 번갈아 집중해가며 밴드 사운드의 묘미를 즐길 수 있도록 잘 구현한 공간감은 [당신께]의 핵심이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9곡이 각각의 바이브를 구성했음에도 까데호의 연주라는 하나의 흐름을 탈 수 있다. 덕분에 까데호 특유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어렵지 않게 사로잡힌다. 넉살은 까데호의 연주 위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경력을 통틀어 최상의 랩을 보여준다.

     

    한편, 청춘의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의 이면을 두드리는 가사의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 피곤하고 복잡한 세상에 일갈을 날리는알지도 못하면서나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굿모닝 서울”, 삶을 반추하는등에서 낭만적인 태도로 현실을 마주하는 가사가 주는 여운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과감함과 미묘함이 교차하는 문학적 표현이 어색하거나 가식적이지도 않다. 무엇보다 삶의 비애와 애잔함을 이해하면서, 앨범의 마지막에서는 남은 삶을 향해 전진하는 30대 중반의 넉살이 화자이기에 그 정서적 호소력이 지닌 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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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byalpaca (2023-01-09 03:07:23, 115.20.146.***)
      2. FREE THE BEAST 2가 없는건 조금 아쉽네요. 한국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사운드라 호평받을 줄 알았는데 ..
      1. 장지성 (2023-01-01 10:39:43, 175.223.15.***)
      2. '당신께'는 정말 놀라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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