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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이영지 - 16 Fantasy
    rhythmer | 2024-07-27 | 8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이영지
    Album: 16 Fantasy
    Released: 2024-06-21
    Rating:
    Reviewer: 장준영









    [
    고등래퍼 3]를 통해 얼굴을 처음 알린 이영지도 올해 데뷔 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원한 입담과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뿅뿅 지구오락실]을 비롯한 예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몇 장의 싱글을 제외하면 의아할 정도로 앨범은 발매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이영지의 결과물에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분명했다. 탁월한 래퍼로서의 가능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적으로 뛰어난 기본기, 독보적인 개성, 국내에 흔치 않은 여성 래퍼라는 정체성 등등. 그리고 기대를 잠시나마 완벽히 채워준 곡이 "나는 이영지"였다. 시원한 발성에 어울리는 탄탄한 랩 스킬로 많은 이를 사로잡았다.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플로우와 말맛을 극도로 살린 라임, 중독성 강한 후렴구까지, 이전까지 등장한 신예 래퍼의 곡 중에 가장 임팩트 강한 넘버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16 Fantasy]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반갑다. "나는 이영지"처럼 굉장한 뱅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영지에게 기대한 요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민감한 사생활을 과장하고 부풀리기 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게 상황과 감정을 되짚는다. 담백한 랩과 보컬을 번갈아 섞어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콘트라베이스 소스를 활용한 미니멀한 붐뱁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곡에선 의아한 순간이 연속된다. 피제이(PEEJAY)의 군더더기 없이 펑키한 프로덕션이 돋보인 "ADHD"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잠비노(Jambino)의 탁월한 랩이 즐거운 곡이다. 그래서 이영지의 평범한 퍼포먼스가 오히려 부차적으로 들린다. 또한 "My Cat"은 기시감 강하고 서투른 랩싱잉으로 점철됐다. "16 (Intro)"의 짧지만 파워풀한 랩과 대조되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편 보컬로서의 욕심을 강하게 표출한 "Tell Me !"에선 보컬이 팝록 프로덕션과 충돌한다. 거친 질감의 탁성과 좁은 음역이 시원하게 내달리는 사운드와 어우러지지 않는다. 특히 후렴구와 고음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해 내내 답답하게 들린다. 그런 가운데 "Small girl"은 양가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개인적인 고민과 감정을 활용하여 달달한 사랑 노래로 완성한 센스와 용기가 굉장한 곡이다. '작은 여성'으로 대변되는 복합적인 이미지와 많은 면에서 다르더라도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하지만 가사가 몹시 아쉽다. 한국어 화자의 감정과 일화를 영어 가사로 전하는 방식 사이에서 이질감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두드러지던 한국어 가사와 달리 영어에선 밋밋한 표현이 반복되어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영어 가사로 전달하려고 했던 나름의 목적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앨범을 듣는 동안은 쉽게 파악하거나 납득하기 어렵다.

     

    [16 Fantasy]는 열 여섯 살의 태도와 행동을 담고자 했다는 앨범명처럼 이영지가 가장 원했던 시도로 가득하다. 그러나 기대와 환상을 설익은 완성도로 깨뜨린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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