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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덕후들의 음악놀음 베스트 10
    rhythmer | 2012-11-05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놀이(Play): 신체적, 정신적 활동 중에서 식사, 수면, 호흡, 배설 등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하는 행동을 가진 활동.

    7, 80년대 느끼한 멘트를 날리던 음악다방 DJ 오빠들에게 신청곡이 담긴 쪽지를 건네는 수줍은 소녀들의 일화라든지, 장발단속을 피하며 통기타를 들고 다니던 청년들, 청계천 등지에서 구매하는 일명 빽판 LP, 90년대 홍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클럽 공연들, PC 통신 음악동호회와 음악 웹진들, 음악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놓은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등장….

    이처럼 세월이 흘러도 음악에 관한 놀이와 문화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80년대 초 태생의 필자는 음악다방 DJ와는 거리가 먼 세월을 보냈지만. 다운타운 DJ 출신의 선배에게서 그때 그 시절의 일화를 즐겨 듣곤 한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놀이 중에 여전히 유효한 음악 덕후들의 놀이를….

    번호는 순위와 무관하다.

    1. 초성 음악제목 퀴즈

    서너 명 이상이면 할 수 있는 놀이이며, 필자는 십여 년 전 PC 통신 시절 채팅방에서 즐기던 놀이다. 카카오톡이나 각종 SNS가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초성으로 음악제목을 이야기하면, 나머지가 맞추고, 맞추는 사람이 다시 퀴즈를 내며 시간을 때우는 놀이 되겠다. 놀이의 시간은 누구 하나가 웃겨서 배가 찢어질 때까지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한 번 시작하면, 지겨워질 때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매품으로는 영화제목 맞추기 따위가 있는데, 이 놀이는 정답보다는 오답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오답은 어쩐지 야한 제목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예전에 덕후 몇 명과 했던 초성 음악퀴즈에서 나왔던 정답과 오답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 – ㅇㄹㅇㅇㅅ
    정답 – 여름안에서
    오답 – 아령에앞서

    문제 – ㅍㅇㅅㅇ ㅂㄱ
    정답 – 풍요속의 빈곤
    오답 – 피앙새의 배경

    문제 – ㅊㅇㄷㅇ
    정답 – 천일동안
    오답 – 참아다오

    문제 – ㅇㅂㄱㅅ
    정답 – 이별공식
    오답 – 여보가슴

    문제 – ㄱㄱ ㅇㅈㄹㄷ
    정답 – 그게 언제라도
    오답 – 결국 이지랄도

    문제 – ㅅㅇㅇ ㅎㅈ ㄷ ㅂㄹㄱ
    정답 –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오답 – 서울의 휴지 더 부르게,
           사위야 하자 더 바르게

    놀이의 장점: 당신의 머릿속 내재한 변태적 성향의 상상력 무한 발산과 음악적 배경지식 뽐냄
    놀이의 단점: 자주 하다 보면 시간 많은 한량 소리를 들을지도.

    2. 흐르는 음악 제목 맞추기

    음악 덕후 세 명 이상 모이면 누구나 한 번 해봤을 놀이다. 지금이야 항상 마룬 파이브(Maroon5)나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따위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체인 커피숍이 유행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다방과 커피숍에서는 주인장의 자체 선곡으로 음악이 흘러나오곤 했다. 바로 이런 장소에서 음악 덕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놀이 되겠다. 방법은 매우 간단한데, 음악의 첫 음을 듣자마자 곡의 제목을 맞추는 놀이이다. 대부분 0.5초에서 3초 사이에서 승부가 갈리곤 한다. 당신이 친구가 없다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친구가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라. 실제로 알고 있는 음악이 아니더라도 눈치껏 답을 유추할 수 있는 초성 음악퀴즈와는 수준이 다른 놀이다. 종소리가 뎅 뎅 뎅 울릴 때 사준의 “메모리즈!”를 외치면, 당신은 이미 진 거다. “뎅” 한 번에 답을 알아 맞혀야 고수 인정. 정말 음악을 많이 듣는 고수들에게 힙합 음악을 들려주면, 샘플링한 원곡을 대답하는 오류가 생겨나기도 한다. 커피 값 정도를 두고 내기를 해도 좋겠지만, 요즘 커피숍은 모두 선불이니 안 될 꺼야 아마…

    놀이의 장점: 당신의 음악 배경지식 뽐냄과 순발력 발휘
    놀이의 단점: 3~5분에 한 번밖에 못하는 놀이 시간의 압박. 애니팡도 아니고….

    3. 백워드 매스킹 해보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는 실제 당시 9시 뉴스에 나오기도 했던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 사건으로 인해 크게 알려진 백워드 매스킹 기법은 음악 덕후라면 누구라도 해봄 직한 놀이이다. 실제로 공일오비(015B)는 앨범 [Big5]의 수록곡 “바보들의 세상”에서 ‘공일오비는 최고다’라는 멘트를 백워드 매스킹했을 때 들을 수 있도록 설치해놓기도 했다. 대부분 의도한 소리가 아닌 우연히 생겨난 소리로 논란이 일어나곤 하는데, 90년대만 하더라도 카세트테이프의 줄을 풀어 반대로 말아 재생시켜봐야만 확인할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웬만한 소프트웨어의 리버스 기법으로 백워드 매스킹 사운드를 확인해볼 수 있다. 비슷한 놀이로는 피치를 올려보고 내려보고 하는 장난이 있겠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특유의 하이피치 기법도 결국 이러한 호기심과 장난에서부터 생겨난 게 아닐까?

    놀이의 장점: 우연히 뮤지션이 숨겨놓은 대박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놀이의 단점: 자꾸 음악을 거꾸로 듣다 보면 외계인과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4. 뮤지션의 연배 알아보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할 수 있는 음악 관련 놀이는 많이 사라졌다. 실제로 필자는 PC 통신 시절 음악퀴즈방이라는 소모임에서 활동하며 회원들과 이런 저런 음악퀴즈를 풀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인터넷만 두드리면 답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인터넷의 발달로 또 다른 놀이가 생겨나기도 했다. 바로 뮤지션의 연배를 알아보는 일이다. 한때 “찬찬찬”으로 유명한 편승엽과 이른바 ‘발라드의 황제’로 불리는 이승환이 동갑이라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처럼 뮤지션의 연배를 인터넷으로 뒤져보는 일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활동한 나이 지긋한 뮤지션들의 연배를 알아볼 때 특히 큰 재미를 안겨준다. 설운도와 이문세가 겨우 6개월 차이 난다든지 오래된 전설로 치부되며 가끔 늙다리 소리를 듣기도 하는 라킴(Rakim 68년생)과 여전히 빵빵한 현역인 제이지(Jay-Z 69년생)가 겨우 한 살차이 난다든지 하는 사실을 인터넷만 켜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방송용으로 나이를 속이는 아이돌로 인해 맹신해서는 안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놀이의 장점: 그거 알아? 누구랑 누구랑 동갑인 거! 라면서 썰을 풀 수 있다.
    놀이의 단점: 그 사람들 나이 알아봐야 사실 크게 생산적이지는 않다는 점.

    5. 동전 한 닢의 행복 ‘뮤직박스’

    요즘에는 음원 정액제와 관련하여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제대로 된 값어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지만,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해 동전 하나와 술값을 내기도 한다. 필자가 20대 초반 자주 들락날락 거리던 신촌의 한 술집은 뮤직박스를 갖추고 운영을 했었는데, 백 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선곡할 수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곡에 맞춰서 취객들이 떼창이라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선곡 능력에 으쓱해지기도 한다. 단 너무 암울한 음악을 선곡한다면 주인장에게 귓방망이를 맞거나 선곡 즉시 취소시키기도 하니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필자는 그 푸르뎅뎅하던 20대 시절, 뭐가 그리 우울했는지 산울림의 “청춘”을 틀었다가 술집 분위기 흐린다며 주인 누나에게 혼나기도 했다.

    꼭 뮤직박스가 없는 술집이더라도 리퀘스트가 되는 술집에서 메모지에 신청곡을 적어 제출하고 자신의 신청곡이 흘러나올 때 덕후들은 큰 쾌감을 느낀다.

    놀이의 장점: 당신의 꿈이 DJ라면? 자신의 선곡 능력을 발휘해보자. 음악에 감동한 돈 많은 형이 술값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놀이의 단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선곡했다가는 진상손님으로 몰리기도 한다.

    6. 음악이 담긴 매체 수집

    이미 필자가 이전에 ‘음반 좀 사본 사람의 흔한 체험기’를 올린 바 있지만, 음악 덕후에게 최고의 놀이는 아마 음악이 담긴 매체를 수집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LP, 카세트테이프, CD 등 손으로 보고 만지고 던지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매체를 모으는 사람들은 음악이 멈추지 않고 나오는 이상 끊임없이 소유욕과 지름신을 소환시킨다. 무소유를 지향하던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싶다가도 환상적인 음악이 담긴 CD를 본다면 이러한 가르침은 허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실제로 음악 덕후들이 서로의 덕력을 알아보기 위해 “자네 집에 CD는 몇 장이나 있나?” 하고 유치한 질문놀음을 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이 듣느냐와 얼마나 깊이 듣느냐의 기준에 따라 음악 덕력은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집에 CD가 많은 사람을 만나면 부럽긴 하다.

    놀이의 장점: 집에 별다른 인테리어 용품이 없을 때 대신해주기도…
    놀이의 단점: 돈의 압박, 이사 갈 땐 사과박스를 준비해야 하기도…

    7. 오디오 기기 수집

    당신의 집에 CD와 LP 등 음악이 담긴 매체가 무수히 많다 하여도 이것들을 재생시키고 제대로 된 사운드를 뽑아주는 기기가 형편없다면, 조금 불행한 것일지도 모른다. CD, LP 수집과는 달리 한 번에 큰돈이 드는 오디오기기 수집은 음악 덕후들에게 궁극의 놀이일 것이다. 별의별 헤드폰에서부터 전축, 진공관 앰프, 5.1채널 이러한 단어들이 익숙해질 때쯤 당신의 지갑은 가벼워질 것이다. 차가 있는 사람은 카오디오를 꾸밀 것이고 집이 있는 사람들은 홈스튜디오를 차리게 될지도 모른다. 비슷한 놀이로는 연주자가 악기를 사 모으는 행위가 있겠다. 한때 몸담았던 직장인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집에 기타만 30대가 넘게 있었는데 문제는 기타를 잘 못 쳤다는 함정이….

    놀이의 장점: 음악 청취의 궁극을 경험
    놀이의 단점: 돈! 돈! 돈!

    8. 피규어 외 음악 관련 물품 수집

    키덜트를 위한 장난감으로도 불리는 피규어(Figure) 역시 음악 덕후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놀이다. 사이즈와 퀄리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특징이 있으며, 뮤지션과 관련된 피규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지 않아 재테크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서태지와 다이나믹 듀오의 10주년을 맞아 나온 아메바 컬처 패밀리의 피규어가 화제를 일으켰다. 

    피규어 외에도 뮤지션의 얼굴이나 이름이 프린팅된 티셔츠나 뮤지션과 관련된 브랜드의 모자, 신발, 옷 따위의 의류 수집, 뮤지션과 관련된 우표수집, 뮤지션의 싸인 수집, 도서 수집 등등, 음악과 관련된 수집 놀이는 무척이나 많다. 수집 자체는 모두 단기간의 놀이가 아닌 꾸준한 끈기와 화수분과 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여윳돈이 필요한 놀이다.

    놀이의 장점: 무언가에 미쳐서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멋지다
    놀이의 단점: 이게 무슨 냄새지? 오덕오덕오덕오덕

    9. 바(Bar)에 앉아 바텐더와 이빨 털기

    음악이 흐르는 이런저런 술집을 찾아 다니다가 혼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는 바에 앉아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곳의 바텐더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더라도 당신 앞에 예쁘거나 멋있는 바텐더가 서 있다면 음악은 그저 그대 둘 사이의 BGM으로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바텐더들의 불문율 중에 하나는 절대 손님과는 가게 밖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다. 하지만 바텐더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대 초•중반 시절 월급을 바에 앉아 흘려 보내기도 했던 필자는 몇몇 바텐더 그녀와 연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정작 연애 전에는 ‘이런 여성들이 설마 날 만나줄까…?’ 하는 의기소침한 모습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 사람이더라는 말씀. 에헴. 물론, 바텐더의 특성상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는 자연스레 길게 이어가지 못했지만, 음악을 찾아 들어간 바에서 열심히 이빨을 털다 보면 가끔은 음악과 함께 사랑이라는 놀이도 찾을 수 있더라는 얘기다. 그런데 바텐더들이 의외로 음악은 잘 안 듣더라는 후문. 아, 물론, 지금 내 와이프가 예전 그녀들보다 백만 배는 더 예쁘다. 진짜다.

    놀이의 장점: 열심히 이빨 털다 보면! 어쩌면! 연애가 가능하다.
    놀이의 단점: 섣불리 이빨 털다가는 패가망신

    10. 아는 뮤지션에 대한 썰 풀기

    음악 덕후라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나 형, 누나, 동생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언더그라운드의 물결이 거센 힙합 쪽이라면, 동네 이웃이던 무명 방구석 MC가 순식간에 랩 스타로 떠오르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그들이 스타, 또는 정식 뮤지션으로 데뷔하기 전에 대한 내용으로 썰을 푸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또 없다. 단, 그것이 근거 없는 뒷담화로 흐르게 되면 곤란하다.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는 어린 도끼에게 ‘이 바닥은 좁으니까 뒷담화는 금지’라는 랩 가사를 풀어내기도 했다. 그의 랩 가사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좁디 좁은 한국힙합 씬에서의 뒷담화는 당장의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최대 한 다리만 건너면 만날 수도 있는 이곳에서는 언젠간 서로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카더라 통신으로 인해 죄 없는 뮤지션이 루머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놀이의 장점: 적당히만 한다면 몰랐던 정보 공유가 되기도 한다
    놀이의 단점: 좋아하던 뮤지션에서 순식간에 정이 떨어지는 일이 생기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사실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는 치명적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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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nenskin (2012-11-07 16:19:07, 61.32.63.***)
      2. 재밌게 읽었어요ㅋㅋㅋ
      1. 조성호 (2012-11-07 00:17:05, 211.244.124.***)
      2. 이 글을 읽으니 미국 덜 자란 어른 & 얼간이들 나오는 영화 봐야할 것 같아요 ㅋㅋㅋ
      1. 김태규 (2012-11-05 19:40:02, 58.235.141.**)
      2. 재밌네요ㅋㅋ 해본게 꽤있어서 좋다고해야할까요 뭔가 음악부심?이 느껴지네욬ㅋ 스타뒷담화좋아하시나봐요ㅋㅋ저도 즐겨봤었는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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