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리드머 첨삭지도 8강: BTS Please... 갱스터 힙합이란 말이죠...
- rhythmer | 2014-02-14 | 3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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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첨삭지도’는 흑인음악, 또는 관련 문화의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작성되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내용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공식적인 글을 콕 찍어내어 대놓고 태클을 거는, 장르 문화와 흑인음악 바로 세우기를 위해 리드머가 기획한 도발적인 프로젝트입니다.
'2000년대 미국 서부 힙합에서 말하는 "Gangsta Shit"을 연상시키는 다크한 힙합 곡.'이상은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새 미니 앨범 [Skool Luv Affair]의 수록곡 "등골 브레이커"의 소개 자료 일부다. 그리고 저 짧은 단 한 줄 속에는 심각할 정도로 장르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다. '2000년대 서부 힙합', 'Gangsta Shit', '다크한' 등의 키워드부터 단어들을 짜깁기한 인상이 역력한데다가 무엇보다 그룹, 혹은 기획사가 꾸준히 호소하고 있는 '갱스터 힙합'에 대한 왜곡된 욕망과 홍보 포인트는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정도의 실수다. 이들의 데뷔작이었던 [2 COOL 4 SKOOL] 소개 자료에도 '데뷔곡 ‘No More Dream’! 90년대 갱스터 힙합의 재해석!'이라는 말이 있었으니 이쯤 되면, '아 쫌!' 하며, 그냥 웃고 넘어가기도 뭣하다.
일단 갱스터 힙합, 정확한 장르 명으로는 갱스터 랩(Gangsta Rap)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부터 쌓고 가자.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가사를 위주로 하는 갱스터 랩은 하드코어 힙합(Hardcore Hip Hop, Hardcore Rap)으로부터 파생되어 범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힙합의 대표적인 서브 장르 중 하나가 되었다. –하드코어 힙합에 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일전에 썼던 '?uestionlove: 하드코어 힙합(Hard-Core Hip Hop)이 뭐길래?!(http://bit.ly/1dNHUF0)'를 참고하기 바란다.- 엄밀히 따지자면, 하드코어 랩 안에 포함된다 할 수 있는 이 장르가 '갱스터 랩'이라는 이름을 따로 얻게 된 건, 해당 랩퍼들이 실제 갱 출신이거나 갱 집단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갱', 혹은 '갱스터'는 우리말로 하자면, '깡패' 되겠다.
자연스레 갱스터 랩에 담기는 주요 내용들은 일명 '갱스터리즘(Gangsterism)'으로 포괄할 수 있는 갱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들이다. 앨범 속에는 마약, 총격, 매춘, 섹스, 살인에 대한 직접적이고 질펀한 묘사와 은유가 가득하고, 이 때문에 갱스터 랩은 매번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어왔다. 물론, 초기적 갱스터 랩퍼들, 대표적으로 N.W.A나 투팍(2Pac) 같은 이들은 그 안에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이슈를 진중하고 공격적으로 다루며, 갱스터 랩이 단순히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만이 아님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 장르가 점점 인기를 끌면서 이후 등장한 많은 갱스터 랩 음악은 마치 작금의 트랩 뮤직처럼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어온 게 사실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갱스터 랩은 간간이 등장했는데, 그 주체가 달라진 덕이었다.
이제는 꼭 갱 출신이거나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갱스터 랩을 하는 랩퍼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부터 갱을 정의하는 범위는 매우 넓었다. 많은 이가 일반적으로 떠올릴 거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부터 동네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소규모로 마리화나와 마약 거래 등을 하거나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이들까지 전부 포함했는데, 오늘날 랩퍼의 대부분은 가난한 형편 속에 이러한 부정 행위들을 저지른 과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게 되면, 갱스터 랩으로 분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가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갱스터 랩 걸작의 대표적인 예이다.또한, 시간이 흐르며, 갱스터 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하나의 영화 장르(누아르나 범죄 영화)처럼 굳어지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꼭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랩퍼는 배우가 되고, 가사는 시나리오가 되어 그것이 극적으로 쾌감을 준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장르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피프티 센트(50 Cent)의 [Get Rich Or Die Tryin']은 실제 경험과 극적 미화가 결합되어 탄생한 대표적인 갱스터 랩 걸작이다.
이처럼 흑인들의 비극적인 역사와 불공정했던 사회적 대우, 그로 말미암은 비참했던 현실에 대한 걸 바탕으로 이해되고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된, 그럼에도 그 소재의 자극성과 표현의 위험수위 탓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갱스터 랩은 비록, 약간의 주체와 주제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애초에 국내에서는 탄생하는 게 불가능한 장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갱스터 랩을 가사적 측면이 아닌, 음악 스타일로 잘못 이해해온 탓에 웃지 못할 해프닝을 종종 만들어냈다.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절대적인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서태지도 정규 4집 타이틀곡인 "컴백홈"으로 갱스터 랩 왜곡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농담을 좀 보태볼까? 이 곡을 정말로 갱스터 힙합이라 소개하고자 했다면, 가출한 청소년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 권고할게 아니라 '거지 같은 교육 시스템에 순종하지 말고 집과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의 삶을 살아라!'라고 외쳤어야 한다. 당시 이 곡이 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했던 아주 의미 있는 음악이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창작자는 물론, 음악 관계자들 역시 기사에서 갱스터 힙합을 남발하며, 장르에 대한 몰이해를 보인 건 두고두고 곱씹어볼 일이다.이쯤에서 다시 방탄소년단의 소개자료로 돌아가보자. "등골 브레이커"는 그들이 말하고 있듯이 '중고등학생 사이에 부는 패딩 열풍을 주제로 삼은' 곡이다. 갱스터 힙합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이건 설명 속에 등장하는 '다크한 힙합 곡'이라는 표현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이들이 갱스터 힙합을 음악 스타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갱스터 힙합을 거론하기보다 'Gangsta Shit을 연상시키는'으로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 역시 방어막이 될 순 없다. 오히려 갱스터 힙합보다 더 무지함을 드러낸다.
'Gangsta Shit'이란 갱, 즉, 깡패들이 생활과 연관된 특정한 것들(차, 총, 약, 돈 등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은어이다.
갱들도 겨울에 패딩을 입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Gangsta Shit'이 될 순 없다.
무려 19년 전에 벌어졌던 부끄러운 해프닝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던 당시(1995년)와 달리 지금은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갱스터 랩이 어떤 장르인지 대략 알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더 씁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십 대 팬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아이돌'을 표방하는 팀이 '갱스터 힙합'이라는 키워드로 홍보한다는 것 자체도 아이러니하지만, 그 앞에 '힙합'을 달았으면, 장르에 대한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지식은 쌓는 게 바람직한 자세 아닐까?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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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jy (2014-11-09 00:17:31, 118.33.99.***)
- 갱들도 겨울에 패딩을 입긴하지만 이란 부분이 왜이렇게 웃기죠?ㅋㅋㅋㅋ
감탄했습니다..ㅋㅋ(비꼬는게아닙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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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wic (2014-02-16 21:15:28, 211.237.119.***)
-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방시혁과 아이들 정말 재앙이에요.
인지도가 낮은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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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 (2014-02-16 19:26:48, 110.9.1.**)
- Gangsta shit?
Oh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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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OSCOPE (2014-02-14 22:39:24, 218.37.204.**)
- Money, Drug, Sex.....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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