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리드머 첨삭지도 9강: '쇼미더머니'가 힙합에 정착한 관용구?
- rhythmer | 2014-08-29 | 3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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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첨삭지도’는 흑인음악, 또는 관련 문화의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작성되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내용을 전파한 공식적인 글, 혹은 발언 등을 콕 찍어내어 대놓고 태클을 거는, 장르 문화와 흑인음악 바로 세우기를 위해 기획한 도발적인 프로젝트입니다.지난 8월26일 경향신문에 힙합 랩퍼 공개 오디션을 표방한 엠넷 [쇼미더머니3]의 기획자 한동철 국장의 관련 인터뷰가 '힙합, 알고 들으면 중장년층도 들을 수 있다, 쇼미더머니 시즌3 감상법'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내용은 아래 링크 참고)
말 그대로 힙합에 대한 궁금증 풀이를 주 골자로 하는 짧은 인터뷰다. 힙합을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누누이 밝혔으며, "'시즌1'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욕먹으면서도 힙합이라는 좋은 음악을 조금 더 대중들에게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계속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토록 힙합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진 그가 이번 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 대부분은 매우 문제가 많다. 분량에 따른 허술함을 떠나 장르 프로그램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중요 사항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황당한 수준의 정보 전달이 주를 이룬다. 그중 크게 세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힙합은 억눌리고 소외돼 있던 미국 흑인의 역사적 정체성에서 유래된 문화다. 자유에 대한 욕구, 억압과 차별에 대한 불만 등을 솔직하고 직설적인 언어에 담아 또래 집단 사이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서 출발했다. 으스대고 서로를 욕하며 공격하는 것도 힙합이라는 문화적 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부분이다. 유교적 관념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모습이 불편해 보일 수도 있다.”
최근 힙합 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흑인 노예사 이야기부터 대뜸 꺼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사에서 시작되어 사회적, 경제적 차별 대우를 겪고 극복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 때문에 미국에서 흑인이 주도하는 문화 전반에 걸쳐 이런 부분이 내용적으로 자연스레 내포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랩/힙합 음악의 단면을 해석해가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문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를 힙합의 출발점으로 단정해 말하거나 그것에서 유래했다고 말하는 건 민망하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설명은 대중이 힙합 음악을 바라보는 해괴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면에서 너무 얕고 무책임하다.
힙합은 뉴욕의 사우스 브롱스(South Bronx) 지역을 시작으로 70년대 성행했던, 파티 입장객이 선호하는 유행가를 플레이하는 DJ가 주도한 블록 파티(Block Party)와 하우스 파티(House Party)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몇 파티에서는 해박한 음악적 음악적 지식과 공력을 가진 자메이카 출신 DJ들이 손님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혁신적인 디제잉 기술과 랩(Rap)으로 불리게 된 새로운 형식의 퍼포먼스를 결합했는데, 이렇게 시작된 예술 형식이자 장르 음악인 것이다. 특히, 1973년 디제이 쿨허크(DJ Kool Herc)와 랩퍼인 코크 라 록(Coke La Rock)의 파티가 힙합이 탄생한 순간이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그 시작이 분명한 장르이기도 하다. 패션, 댄스,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며 흐름을 주도한 아프로-아메리칸(Afro-American)의 삶이나 발언이 내용적으로 녹아들고 이것이 북미 힙합을 이야기하는 하나의 코드가 되긴 하지만, 단지 흑인의 역사적 정체성으로 힙합의 유래를 설명하고 끝내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정체성인지 모르겠다. 더해서 '서로를 욕하며 공격하는 것', 다시 말해 디스(Diss)를 '힙합의 문화적 틀 안에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하며, 문화를 언급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그 어떤 랩퍼도 디스 랩을 하고선 이것을 하나의 문화로 봐달라거나 힙합의 문화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일단, 디스는 힙합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원초적인 자극이 용이한 형식과 상업적 반응 등등, 복합적 이유로 힙합 안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뿐이다. 디스와 문화를 연관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지한 것인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일전에 올라온 리드머 칼럼 '디스는 문화가 아니다. http://bit.ly/1AqVyeP'를 참고하시라.
“실제로 미국 힙합 가사에 ‘쇼 미 더 머니’라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말 그대로 돈 달라는 이야기다. 먹고사는 문제가 고민이었던, 돈에 한이 맺혔던 그들의 심정이 반영된 말이 관용구처럼 힙합에 정착하게 된 셈이다. 또 이 프로그램은 상금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 아닌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제목이다.”상상하면 믿게 된다는 게 사실일까?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말이다. 우선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흥행한 1996년작 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cguire]에 등장한 대사로 유명하다. 'AFI(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2005년 선정한 '미국 영화 속 100대 대사' 25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수없이 인용, 패러디되고 있다. 또한, 블리자드의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치트키 중 하나로도 잘 알려졌다. 그런데 이 구절이 '먹고사는 문제가 고민이었던, 돈에 한이 맺혔던' 심정 때문에 무려 '관용구'로 힙합에 정착했다는 말은 실소를 자아낸다. 너무 심한 비약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쇼미더머니'가 '힙합 가사에 많이 나온다'라는 말부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물론, 랩 가사에서 자주 사용되는 돈에 관련된 문구는 몇 존재하고 돈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이 투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돈에 한이 맺혀서 돈을 달라는 이야기로 간단히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흑인의 역사적 정체성으로 말을 꺼내면 더 이상의 논쟁은 자신 없지만 말이다.
“어떤 공연을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진짜 힙합이다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호불호의 문제로 봐야지 진위 여부로 가는 것은 논점을 벗어나는 것이다. 힙합을 관통하는 정신은 솔직함이다. 그래서 무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힙합적인 문화다. 그렇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아마도 얼마 전 논란이 된 참가자 바스코(Vasco)의 공연에 대한 언급일 것이다. 특정 무대를 두고 생겨난 힙합과 록 장르 논쟁에 대한 간단한 질문인데, '힙합' 장르를 표방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수장이 이런 간단한 의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힙합을 관통하는 정신은 솔직함'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에서 좌절감까지 느껴진다. 명확한 설명을 할 수준이 못 되었다면, 차라리 힙합 정신 그대로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 편이 나았겠다. 답은 간단하다. 바스코는 힙합 랩퍼가 맞지만, 그가 선보인 무대는 록 밴드 연주 위에 랩을 한 랩-록(Rap-Rock)이었다.
혹자들은 80년대 올드 스쿨 힙합과 록 샘플링, 루핑으로 이루어진 몇몇 힙합 곡을 예로 들거나 '바스코는 원래 그런 성향의 음악을 해왔다.'라며, '힙합이 맞다.'라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타 장르에 대한 비존중과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록적인 요소, 혹은 록 음악을 차용하여 샘플링과 루핑의 매력을 살린 힙합 프로덕션과 실제 록 연주 위에 랩을 얹는 건 엄연히 다르다. 이미 이렇게 랩을 비롯한 힙합의 요소와 헤비메탈, 하드코어 록의 요소가 어우러진 음악은 랩-록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RATM),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린킨 파크(Linkin Park) 등의 팀을 통해 주요 장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 무대를 바스코가 선보인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수많은 작품과 무대가 존재하며 오래전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면서 장르 아티스트와 대중, 평단에게 무리 없이 인정받는 장르 이야기를 하지 못해 “이것도 힙합이요, 저것도 힙합이니 판단은 당신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신선의 풍모를 보이는 건 아니지 싶다. '힙합'에 대한 장르적 존중과 이해를 바라는 것만큼 타 장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힙합에 대해 누구도 가지지 못한 깊이 있고 새로운 시선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장르 음악 작품에 대한 수준 높은 평가와 해석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매번 힙합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겠다는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 수장이 다큐멘터리 몇 편, 위키피디아 검색 몇 번이면 해결되는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인터뷰를 통해 수준을 드러내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차라리 그냥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뿐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래서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웃픈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첨삭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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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wer (2014-09-03 12:10:37, 180.230.97.***)
- 그리고 니네들 대체 돈자랑은 그렇게 해대면서 샘플클리어는 왜 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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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wer (2014-09-03 12:04:48, 180.230.97.***)
- 타블로, 도끼, 더 콰이엇, 스윙스 등등 나머지 랩퍼들도 다 기억하고 있겠다. 니네들이 힙합에서 한탕해먹고 도망가려는거 다 알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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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sword123 (2014-08-31 20:26:46, 110.10.74.***)
-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존중도 없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한건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홍보를 위해 다른 것들 다 제치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도 정말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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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4-08-30 13:12:45, 39.7.59.**)
- 정말 어이없네요. 우리나라 래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음악하는 걸까요? 이런 사람이 만드는 프로를 비판해도 시원찮을 판에 전부 좋다고 나가서 홍보하기 바쁘고.. 진짜 다른 나라랑 비교되네요. 정말 어쩌다가 힙합문화 어쩌고 하기 쪽팔린 수준의 한국힙합이 되어버렸을까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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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예찬 (2014-08-30 09:41:29, 121.64.64.**)
- 아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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